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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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52g | 128*188*20mm |
ISBN13 | 9791191824155 |
ISBN10 | 1191824152 |
발행일 | 2022년 10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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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8쪽 | 352g | 128*188*20mm |
ISBN13 | 9791191824155 |
ISBN10 | 1191824152 |
내가 너에게 가면 007쪽 작가의 말 261쪽 추천의 글 265쪽 |
어른이 되어서도 가끔은 아이처럼 그런 말이 필요했다. 너의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겠다는 말. 내가 책임져줄 테니까, 네가 만약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부당하다고 여겨지는 상황에 놓이면, 받아서는 안 되는 상처를 받는 경험을 하게 되면, 참거나 애써 수긍하려 들며 스스로를 진창에 처박지 말고, 그냥 뻥 차버리라고. 뭔가 잘못되어도 내가 있으니까, 보험이 되어줄 테니까 일단 그렇게 해보라고. (221)
어른이 되고 나니 나에게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많지 않다. 다 괜찮다고, 잘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줄 사람.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해 주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잔잔한 책을 만났다. 읽고 나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책.
성주는 항만군이라는 곳에서 돌봄 교사로 일한다.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는 성주는 퇴근 후에는 복싱 선수로 열심히 운동하는 원칙주의자다. 아이들에게 공평하고 공정하게 애정을 쏟으려 한다. 체중 감량을 위한 칼 같은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성주의 하루는 그렇게 돌아간다. 새 학기. 방과 후 돌봄 반에 애린과 그의 삼촌 도연이 오면서 성주의 일상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하는데..
생각해 보면 나도 원칙주의자같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해야 하고, 예측 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좋아하지 않으며, 무계획을 싫어한다. 하지만 인생이란 정해진 순서대로 움직이지 않는 법. 그래서 성주라는 캐릭터가 귀엽다.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이,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면 밀어내지 않았겠지. 결국엔 경로 이탈도 괜찮다는 것을 알아가는 성주의 모습이 좋았다. 그리고 애린이. 다문화 가정의 아이이자 엄마가 돌아가신, 방과 후 돌봄 교사 성주를 좋아하는 아이.
돌본다는 것은 솔직히 힘든 일이다. 내가 내 인생을 어쩌지 못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작고 어린아이들을 돌볼 수 있단 말인가. 할머니가 성주를 돌보고, 성주가 애린을 돌보고. 진짜 사랑하는 마음으로 곁에 있어 준 돌봄은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살아갈 힘이 되는 것 같다. 자신의 친손녀도 아니면서 사랑과 정성을 다해 키운 종옥 할머니. 그 할머니의 사랑이 헛되지 않았는지 성주는 건강하고 멋진 어른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할머니 눈에는 그렇지 않은가보다. 호상으로 죽었지만, 성주 곁을 떠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귀신을 보는 애린이. 그리고 성주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종옥 할머니의 모습에서 나도 그런 부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인들의 전화를 받는다. 가끔은 짜증나는 일로, 또 때로는 화가 나는 일로, 어떤 날은 행복한 날로 다양한 전화를 받는다. 결국엔 ‘그래도 웃자’로 결론을 내며 전화를 끊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웃으려 한다. 내 이런 평범한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하루라는 것을 알기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산다. 오늘 10% 웃었다면 내일 11% 웃는 나로 살고 싶다. 그래도 된다고, 그래야 한다고. 그렇게 살고 싶다.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고 싶은 그런 날 읽으면 좋을 책. ^^
돌봄은 돌봄을 받는 이와 돌보는 이 모두를 성장시킨다. 돌보는 동안 상대를 지켜보고 사랑을 주기 때문이다.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사랑을 주게 된다. 내 손길, 내 말, 내 마음에 따라 상대가 변화하는 걸 느끼는데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상대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올바르고 좋은 쪽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관성처럼 말이다. 처음 만나는 설재인의 장편소설 『내가 너에게 가면』 은 그런 따뜻하고 애틋한 돌봄의 마음과 시선을 말하는 소설이다.
죽은 할머니가 혼자 남은 손녀딸을 지켜보기 위해 사물에 깃드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SF 인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할머니 종옥이 떠나지 못하고 지켜보는 손녀 성주는 작은 항만군의 초등학교 돌봄반 교사로 일하며 복싱을 한다. 그러니까 성인 여자다. 평생을 사랑하며 키운 성주가 밥을 안 먹어서 빵이라도 먹게 해달라고 저승사자에게 부탁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성주에게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복싱을 하려면 체중이 중요한데 밥과 빵은 절대 피해야 할 음식이라는 걸 할머니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주먹을 날리며 싸우고 받아온 트로피를 던져버렸으니까. 그 목이 나간 트로피에 할머니의 영혼이 깃든 것이다.
할머니의 영혼이 성주를 지켜보듯 것처럼 성주는 돌봄반에서 만난 초등학교 1학년 애린이를 지켜본다.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엄마를 잃은 어린 소녀. 외국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를 둔 애린. 아빠는 일하느라 외국에 있고 웹툰을 그리는 삼촌 도연이 애린을 키우고 돌봤다. 도연은 애린이 친구와 싸운 일로 미안한지 빵을 만들어왔다. 빵을 먹을 계획이 없었는데 애린의 집요한 권유에 어쩔 수 없이 먹었다. 한국말도 잘 하고 똑 부러지는 애린은 성주를 잘 따랐고 성주가 복싱을 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우연하게 성주 집에 오게 된 애린이 목이 부러진 트로피를 가져가고 체육관에 등록할 줄은 몰랐다. 그 속에 깃든 종옥을 볼 수 있을 줄이야. 덕분에 종옥은 체육관으로 옮겨져고 그곳에서 매일 성주를 볼 수 있었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단을 지키고 있던 성주였는데 애린과 도연의 등장으로 자꾸만 그게 무너졌다.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운동이 끝난 후 도연이 만든 빵을 맛있게 먹고 함께 달리기를 하고 애린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성주는 애린을 통해 어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친구의 손녀를 키운 할머니와 자신을 향하던 수많은 시선과 편견들, 부모도 아닌 삼촌이 키우는 애린에게는 어떤 말들이 오갈지 잘 알고 있었다.
소설은 성주가 일하는 돌봄반을 통해 여전한 사회적 차별을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시선, 돌봄 교사인 성주를 정규직과 다르게 대하는 교장의 태도, 부모가 아닌 이들과 가족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참견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동시에 그 반대의 시선도 들려준다. 성주를 키운 종옥, 애린을 돌보는 삼촌, 성주를 응원하는 교사들.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모습이다. 어린이만 돌봄이 필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준다. 애린을 통해 성주와 삼촌도 돌봄을 받고 있었다.
아이의 작았던 세계에 낯선 사람들이 생겨난다. 땅에서 솟아나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강을 헤엄쳐 흠뻑 젖은 채로 기어오르기도 하고, 또 어딘가에서 발을 구르며 전속력으로 달려오기도 한다. 작았던 아이를 그 사람들이 키운다. 점차 이 사람과 저 사람을, 그 사람과 또다른 사람들을 동시에 마음에 심어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태생에서부터 내재된 본능의 씨앗이 발아하여 알게 된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더 많은 씨앗을 심고, 더 많은 꽃을 피우고, 벌과 나비를 불러오고, 꿀을 슬그머니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조금 더 크면 알게 될 것이다. (229~230쪽)
소설은 대단할 것 없는 평범한 일상에서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성주가 도연과 애린을 만나면서 “웃는 일이 많고 싶었다.”(244쪽)고 느끼는 것처럼. 한 사람의 생에 누군가 들어오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이지 확인시킨다. 누군가 돌보는 일은 돌봄을 받는 일이라는 걸 말이다. 나를 키우고 돌본 이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들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한지 알게 한다.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하고 소설 속 도연이 만드는 빵처럼 맛있고 부드러운 소설이다.
내가 너에게 가면 서평단으로 귀여운 미니 책 받았어요 식전 빵 버전으로 페이지마다 귀여운 빵이 그려져있어요 너와 막걸리를 마시면은 다른 세계에서 나와 성별만 다른 나를 만난다면? 하는 기발한 판타지를 담고있는 소설이었는데 이번에도 작가님 특유의 재미있는 판타지가 들어가서 재미있었어요 손녀를 너무 사랑하지만 손녀가 원하는 사랑과는 조금 다른 사랑을 주시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작가님이 상황을 참 재미있게 잘 설정하셨다는 느낌을 받았고, 착한 일 한가지를 해서 저승사자들이 소원을 들어주고 손녀의 목 부러진 트로피 속으로 손녀의 모습을 본다는 설정을 보면서 이번에도 재미있는 판타지가 소설에 한방울 들어갔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읽었던 리러하 작가의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의 도입부처럼 생생하고 신나게 읽었습니다 저에게 설재인 작가는 소설을 통해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작가인 것 같아요 그 질문이 판타지로 소설에 드러날 때 큰 재미를 느낍니다 트로피 속에 할머니가 과연 어떻게 될까 기대도 되고 결말까지 얼른 읽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돌봄 노동에 대한 소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종종 이런 소설이 유행이라서 나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소설을 만날 때도 있었어요. 진정성 없이 트렌드라서 돌봄에 대한 소설을 썼다는 느낌이 들때면 실망감이 들기도 하고 되려 돌봄 노동에 대해서 깊은 생각없이 썼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있는데 설재인 작가님이 쓴 내가 너에게 가면은 트렌드에 따라서 나온 게 아니라 작가님이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게 글에서 느껴졌어요 작가님의 교육과 돌봄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가득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교사 출신 작가님의 교육에 대한 생각이 잘 드러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