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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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80쪽 | 724g | 140*210*35mm |
ISBN13 | 9791191247022 |
ISBN10 | 1191247023 |
발행일 | 2021년 01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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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80쪽 | 724g | 140*210*35mm |
ISBN13 | 9791191247022 |
ISBN10 | 1191247023 |
MD 한마디
[기록된 단어들 사이, 자리를 잃은 존재들에 대하여]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이야기는 어린시절의 상당 부분을 사전 편집실에서 보낸 한 여자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단어에 대한 아이의 질문은 이내 세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며, 그 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마땅히 복원해야 할 사라진 이들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소설MD 박형욱
프롤로그 1886년 2월 1부 1887~1896년 Batten널빤지~Distrustful불신을 품은 2부 1897~1901년 Distrustfully불신을 품고~Kyx텅 빈 줄기 3부 1902~1907년 Lap무릎~Nywe새로운 4부 1907~1913년 Polygenous다원성의~Sorrow슬픔 5부 1914~1915년 Speech연설~Sullen시무룩한 6부 1928년 Wise현명한~Wyzen식도 에필로그 애들레이드, 1989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연표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역사적 사건 연표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
핍 윌리엄스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실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 과정을 뼈대로 삼고 있다. 책임자였던 제임스 머리 경, 주인공의 멘토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 중 하나였던 이디스 톰슨, 기록관인 스크립토리엄이라는 장소도 모두 실제로 존재했다. 실제라는 뼈대에 에즈미 니콜이라는 가상 인물의 살을 붙여 완성한 책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다.
나는 이 책이 사전 편찬의 역사, 여성 참정권의 역사에 대한 소설도 물론 맞지만, 에즈미 니콜의 성장이 가장 중심에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에즈미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세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식 변화에 여성의 삶이, 사전의 역사가 뒤따라온다. 에즈미는 자랄수록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만 있는 세계에서 멀어진다. 다 큰 여성인 자신은 스크립토리엄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생리는 저주받고 더러운 일이라는 것을, 자신을 부정한 것 취급하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넓어진 세계, 성장하는 여성이 인식하는 세계는 차별적이다.
p.90 관습은 어떤 여성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어준 적이 없어요.
p.170 만약 내가 단어라면 나는 어떤 종류의 쪽지에 적히게 될까. 나는 때때로 궁금했다. 분명히 길이가 너무 긴 쪽지일 것이다. 아마도 이상한 색깔일 테고, 규격에 잘 맞지 않는 종잇조각일 거야. 어쩌면 나는 절대로 분류함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에즈미의 세계는 단어가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한 세계 또한 단어를 중심으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지만 사전에 담기지 못하는 외설적이고 모욕적인 단어들의 예문과 정의를 받아 적는다. 또 여성을 위해서만 존재하거나 여성을 빼고 존재하는 단어들을 모아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만든다. 옥스퍼드 사전 편찬의 역사이자 에즈미 니콜의 성장담인 이 책은 사전이 편집자들의 의도 아래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지, 또 그 방향에 어떤 존재들은 배제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p.205
“참정권요.”
“중요한 단어구나.” (중략)
“물론 그렇지만, 어떤 단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의미하거든.” 그가 말했다. “가끔은 사전이 그걸 따라잡지 못할까 두려워.”
스크립토리엄 바닥에서 단어를 훔치던 어린이는 스스로 기록되지 못하는 단어를 찾아 단어 쪽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신분이 낮은, 가난한, 여성들이 에즈미의 단어들을 채우고 그것은 고고한 스크립토리엄은 가질 수 없는 생동감과 존재 자체의 의미를 갖게 된다.
아직도 소수자들의 언어와 발화는 주목받지 못하고 존재를 부정당한다. 혹은 어떤 단어의 정의들이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성장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자, 여성을 위한 소설인 이 소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단어에 집착한다. 모든 활자를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 가깝다. 읽을거리가 없을 때는 주변에 있는 과자 봉지, 광고지라도 펼쳐 보아야 한다. 한때 사전을 소설처럼 읽기도 하였다. 생소한 단어를 보면 검색해서 뜻을 알아보고 그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한글 뿐 아니라 영어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의 유래를 찾고 그 뜻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어학자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의 판관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의 일은 역사로 기록하는 것이지 심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41페이지)
에즈미의 놀이터는 ‘스크립토리엄’이라 불리는 사전 편집실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실의 작업 테이블에서 편집자들을 탐구했다. 아버지를 비롯한 편집자들은 사전에 들어갈 단어들을 추리고 판단했다. 그때 테이블 밑으로 단어 쪽지가 하나 떨어졌다. ‘Bondmaid(여자 노예)’라는 단어가 쓰인 쪽지였다. 에즈미가 단어를 찾은 게 아니라 단어가 에즈미를 찾아온 거였다. 우리가 좋은 책을 찾아 읽었던 표현을 책이 내게로 왔다, 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Bondmaid(여자 노예)’라는 단어 쪽지는 에즈미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어를 탐구함과 동시에 여성의 역할과 지위, 여성의 권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 에즈미는 아무도 몰래 그 쪽지를 주머니에 넣어 숨겼다. 당연히 그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누락된다. 에즈미 때문이었는지, 남성 편집자들이 일부러 배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선생님, 선생님은 지식의 판관이 아니십니다. 지식을 관리하는 사서이시죠. (중략) 선생님이 하실 일은 이 단어들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이 그 평가를 할 수 있게 허락하는 일입니다. (526페이지)
사전 편집자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편집실을 놀이터처럼 여겼던 에즈미에게 단어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크립토리엄에서 사전 편집 조수로 일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첫 생리가 시작되어 이불, 침대 등을 빨갛게 물들였을 때 에즈미는 아빠의 단어 분류 상자에서 ‘menstruate(생리하다)’를 찾아 그 뜻을 읽어보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여성을 나타내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였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에즈미는 여성들의 단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쓰는 단어와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을 넣어 표기했다. 메이블을 만난 것도 리지와 함께 간 시장에서였다. 죽음을 앞에 둔 메이블은 에즈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울증Morbs은 왔다가 가는 슬픔, 즉 슬픔에서 파생되었다고 한 것이다. 사전에는 문자로 된 출처가 없는 단어들을 포함할 수 없었다. 글로 쓰인 적이 있어야 했다. 그러한 이유로 에즈미가 수집한 단어들은 리지의 침대 밑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라 쓰인 상자에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작가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성차별적인 표현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소설을 썼다.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했던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역사적 사실을 밝혔을 뿐 아니라 에즈미라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소설적 묘미를 더했다. 남성적인 시각에서 편집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사전을 만드는 과정과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우는 Suffragette(서프러제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단어의 중요성과 단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서프러제트들의 활동은 작가가 어떠한 생각과 의도로 이 소설을 썼는지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에즈미의 아버지가 아내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던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첫 생리를 했을 때의 난감함을 릴리가 있었다면 달랐을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즉 엄마의 부재,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권리, 그 중요성을 표현한 부분이었다.
어떤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중요하다. 스크립토리엄에서 자라나는 동안 나는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2페이지)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 라고 했던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배를 엮다』와 조선어를 말살시키려는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는 또 얼마나 감동적이었는가. 남성 편중적인 시각에서 제작된 성차별적인 단어들이 사전에 실려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에즈미가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나타냈던 것처럼 이 시대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언어로, 각자의 단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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