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닫기
사이즈 비교
소득공제 오늘의책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리뷰 총점9.7 리뷰 19건 | 판매지수 774
베스트
소설/시/희곡 top100 1주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580쪽 | 724g | 140*210*35mm
ISBN13 9791191247022
ISBN10 1191247023

이 상품의 태그

파친코 1

파친코 1

14,220 (10%)

'파친코 1' 상세페이지 이동

파친코 2

파친코 2

14,220 (10%)

'파친코 2' 상세페이지 이동

구미호 식당

구미호 식당

11,250 (10%)

'구미호 식당' 상세페이지 이동

시선으로부터,

시선으로부터,

12,600 (10%)

'시선으로부터,' 상세페이지 이동

악의

악의

12,600 (10%)

'악의' 상세페이지 이동

스토너 초판본

스토너 초판본

13,500 (10%)

'스토너 초판본 ' 상세페이지 이동

듄 신장판 전집 세트

듄 신장판 전집 세트

108,000 (10%)

'듄 신장판 전집 세트' 상세페이지 이동

그 남자네 집

그 남자네 집

11,700 (10%)

'그 남자네 집' 상세페이지 이동

테라피스트

테라피스트

14,400 (10%)

'테라피스트' 상세페이지 이동

시간을 건너는 집

시간을 건너는 집

11,250 (10%)

'시간을 건너는 집' 상세페이지 이동

나인

나인

13,500 (10%)

'나인' 상세페이지 이동

호수의 일

호수의 일

12,600 (10%)

'호수의 일' 상세페이지 이동

브로콜리 펀치

브로콜리 펀치

12,600 (10%)

'브로콜리 펀치' 상세페이지 이동

모스크바의 신사

모스크바의 신사

16,200 (10%)

'모스크바의 신사' 상세페이지 이동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15,120 (10%)

'당신들은 이렇게 시간 전쟁에서 패배한다' 상세페이지 이동

내가 되는 꿈

내가 되는 꿈

12,600 (10%)

'내가 되는 꿈' 상세페이지 이동

백광

백광

13,050 (10%)

'백광' 상세페이지 이동

비하인드 도어

비하인드 도어

13,500 (10%)

'비하인드 도어' 상세페이지 이동

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11,250 (10%)

'구미호 식당 2 : 저세상 오디션' 상세페이지 이동

셜록 홈즈 전집 세트

셜록 홈즈 전집 세트

38,700 (10%)

'셜록 홈즈 전집 세트' 상세페이지 이동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기록된 단어들 사이, 자리를 잃은 존재들에 대하여]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찬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 이야기는 어린시절의 상당 부분을 사전 편집실에서 보낸 한 여자아이의 시선을 따라간다. 단어에 대한 아이의 질문은 이내 세계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며, 그 답을 찾는 여정 속에서, 마땅히 복원해야 할 사라진 이들의 역사가 되살아난다. -소설MD 박형욱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1886년 2월

1부 1887~1896년 Batten널빤지~Distrustful불신을 품은
2부 1897~1901년 Distrustfully불신을 품고~Kyx텅 빈 줄기
3부 1902~1907년 Lap무릎~Nywe새로운
4부 1907~1913년 Polygenous다원성의~Sorrow슬픔
5부 1914~1915년 Speech연설~Sullen시무룩한
6부 1928년 Wise현명한~Wyzen식도

에필로그 애들레이드, 1989년

『옥스퍼드 영어 사전』 연표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역사적 사건 연표
작가의 말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떤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중요하다. 스크립토리엄에서 자라나는 동안 나는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 p.12

아주 조그만 보물 하나가 나를 찾아냈다. 그건 한 단어였다.
--- p.18

그것은 내게 왔기 때문에 특별했다.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아주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작고 연약했고, 중요한 뜻은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벽난로 불길에 던져지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 p.25~26

“내가 모으는 건 종이가 아니야, 리지. 단어들이야.” “하지만 이 단어들이 왜 그리 중요한 건데요?” 정확히는 나도 몰랐다. 그건 생각보다 감정에 가까웠다. 어떤 단어들은 꼭 둥지에서 떨어져내린 아기 새들 같았다. 다른 단어들은 단서를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 단어들이 중요하다는 건 알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 p.61~62

관습은 어떤 여성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어준 적이 없어요.
--- p.90

만약 내가 단어라면 나는 어떤 종류의 쪽지에 적히게 될까, 나는 때때로 궁금했다. 분명히 길이가 너무 긴 쪽지일 것이다. 아마도 이상한 색깔일 테고. 규격에 잘 맞지 않는 종잇조각일 거야. 어쩌면 나는 절대로 분류함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 p.170

“사전이란 건 역사책이야, 에즈미. 내가 거기서 배운 게 있다면, 우리가 지금 세상을 상상하는 방식 대부분이 틀림없이 변화할 거라는 사실이란다. 어떻게 변화할까? 글쎄, 그냥 소망하고 추측해볼 수 있을 뿐이지만, 확실히 아는 건 이거야. 네 미래는 네 엄마가 네 나이였을 때 기대했을 미래하고는 다를 거야.”
--- p.218

“문제가 뭐냐면요 에즈미, 에즈미는 엉뚱한 걸 무서워하고 있다는 거예요. 참정권 없이는 우리가 말하는 어떤 것도 아무 소용이 없고, 그거야말로 무서워해야 된다고요.”
--- p.231~232

“중요한 건 용서받는 게 아니에요, 에시메이. 우리가 언제나 원하는 선택을 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들을 가지고 최대한 잘 꾸려나가면 돼요.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아요.”
--- p.316

나는 메이블, 리지 그리고 다른 여자들-생선배를 가르거나, 옷감을 자르거나, 맥덜린 스트리트에 있는 여자 화장실을 청소하는 여자들-에게서 내가 수집한 그 모든 단어들에 대해 생각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맞는 단어들로 마음을 표현했고, 내가 자신들의 단어를 쪽지에 적을 때는 경외심을 품고 바라보았다. 이 쪽지들은 내게 소중했고, 나는 그것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트렁크에 숨겨두었다. 하지만 무엇으로부터? 나는 그것들이 심문을 당하고, 결함 있는 단어들로 판명 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까? 아니면 그건 나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나?
--- p.342~343

“이 단어들 말이에요.” 트렁크 속으로 손을 뻗어 쪽지를 한 움큼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이것들은 숨어들려고 나한테 온 게 아니었어요. 이 단어들은 바람을 쐬어야 돼요. 읽히고, 공유되고, 이해되어야 해요. 어쩌면 거부당할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주어져야 된다고요. 스크립토리엄에 있는 다른 모든 단어들처럼요.”
--- p.353

우리는 엉망진창이 돼 있는 트렁크 안의 쪽지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내가 느끼는 것을, 내가 경험하는 것을 나타내는 적확한 단어를 찾기 위해 책과 분류함을 뒤지던 그 모든 날들을 떠올렸다. 사전을 편찬하는 남자들이 고른 단어들로는 불충분했다. 너무도 자주 그랬다.
--- p.353~354

자기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안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는 일인가. 마치 검은 글자로 깨끗하게 인쇄된 자신의 정의를 갖는 것처럼.
--- p.367

샬럿 마시는 화가인 아서 하드윅 마시의 딸이었다. 로라 에인즈워스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장학관이었다. 메리 리는 건축업자의 아내였다. 이것이 여성들이 정의되는 방식이었다. ‘여자 노예’. 그 단어가 다시 생각났고, 나는 우리를 가장 자주 정의하는 단어들은 다른 사람들과 관련해 우리가 수행하는 역할을 설명하는 말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 p.368~369

이건 오래 걸리는 싸움이 될 거야. 네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서 싸우고,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싸움을 하게 두렴.
--- p.373

용기와 두려움이 내 안에서 싸움을 벌였다. 나는 두려움이 이기지 않았으면 했다.
--- p.391~392

어떤 경험들에 대해 사전은 오직 거기 가까운 말들을 제공할 뿐이었다. ‘슬픔’도 그중 하나임을, 이미 나는 알고 있었다.
--- p.436

‘사랑’만큼 이형異形이 많은 단어는 그렇게 많지 않다. 나는 그 단어가 가슴속 깊이 울리는 걸 느꼈고, 그것이 내가 지금껏 듣거나 말해본 그 말의 어떤 이형과도 다른 무언가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453

이 모든 여자들과 그들의 말들. 그들의 이름을 적어 넣던 기쁨. 그들이 잊힌 다음에도 그들의 일부가 오랫동안 남아 있으리라는 희망.
--- p.491

시인이라면, 어떤 단어들을 확장해서 우리들 사전 만드는 사람들이 정해놓은 것보다 많은 것을 의미하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내 사랑, 나는 시인이 아니에요. 내가 가진 언어들은 이 경험이 갖는 무지막지한 힘에 비하면 창백하고 연약해요.
--- p.510

그게 에즈미가 한 일이었어요. 공식 기록에서 누가 빠져 있는지 알아차리고, 그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
--- p.539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사전에서 빠진 한 단어, 그리고 그 단어를 ‘훔친’ 여자아이
글과 말에 대한 호기심과 애정으로 길어 올린 행간의 삶


“아주 조그만 보물 하나가 나를 찾아냈다. 그건 한 단어였다.”

“그것은 내게 왔기 때문에 특별했다. 거의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아주 아무것도 아닌 것도 아니었다. 작고 연약했고, 중요한 뜻은 담겨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벽난로 불길에 던져지지 않도록 지켜야 했다.”

아직 학교를 갈 수 없는 나이, 엄마가 없는 에즈미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 편집자인 아빠와 함께 사전이 만들어지는 편집실에서 매일매일을 보낸다. 에즈미의 자리는 편집 작업 테이블 밑. 어느 날 에즈미는 테이블 아래로 굴러 떨어진 ‘Bondmaid(여자 노예)’라고 적힌 단어 쪽지 하나를 우연히 줍는 것으로 시작해, 사람들이 ‘잃어버린’ 단어들을 하나하나 모으게 된다. 에즈미는 그렇게 차츰 더 많은 ‘거절당한/거절당할 법한’ 여성들의 단어들을 하나둘 모아 자신만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낡은 트렁크 안에 꾸린다. 사전의 엄숙한 권위에서 밀려난 말들, 사전을 만드는 남자들이 인정하지 않는 단어들이 그 속에 쌓여가고, 더는 테이블 밑에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커버린 에즈미는 그 단어들이 주로 여성들의 언어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는다. 에즈미를 둘러싼 사전 편집실의 분위기, 가슴 아픈 성장의 고통, 다양한 언어를 지닌 다양한 여성들 속에서 에즈미는 단어들과 함께 성장하고 살아간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 초판 발간은 완간까지 70여 년이 걸린 초유의 프로젝트였다.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히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편찬되는 흥미로운 역사적 현장을 치밀한 자료 분석과 취재를 통해 꼼꼼히 재현해낸다. 에즈미라는 허구의 인물을 중심에 두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존 인물들이며, 사전을 만드는 과정뿐 아니라, ‘Bondmaid’라는 단어가 누락된 사건 역시 사전 역사의 일부다. 사전 편찬 연대를 줄기 삼아, 일화들, 서신이나 단어 쪽지 같은 자료들을 면밀히 취재해 더하고, 공식적인 기록이 남긴 여백을 날카로운 질문들과 풍성하고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채워나간다. 저자인 핍 윌리엄스는 엘리트 남성으로 대변되는 공식적인 역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서 살아갔을 사람들을 생생히 그려낸다. 작가는 에즈미 못지않은 단어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역사를 파고들어 행간의 삶을 살았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잃어버린 단어, 잃어버린 이야기를 되찾는 여정
누락되고 삭제된 세계를 복원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이 모든 여자들과 그들의 말들. 그들의 이름을 적어 넣던 기쁨. 그들이 잊힌 다음에도 그들의 일부가 오랫동안 남아 있으리라는 희망.”

단어에 관한 한 영국 최고인 사람들이 모인 사전 편집실, ‘스크립토리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였지만 실은 뒤뜰 창고에 불과한 그곳은 어린 에즈미에게는 지니의 램프 같은 “마법의 장소”다. “존재한 적 있는 모든 것, 그리고 존재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고 에즈미의 아빠는 말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에즈미는 ‘잃어버린 단어들’을 발견하고, 그 단어들은 사전이 수록하지 못한/않은 세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남루한 시장 매대 위로 오가는 거친 입담 속에, 응접실에서 벌어지는 날카로운 토론 속에, 세 끼를 준비하는 부엌의 평범한 대화 속에, 분명 존재하는 단어들과, 그 단어들을 말하고 경험하고 살아낸 사람들. 그들의 단어는 무시당하거나 잊히고, 어떤 목소리는 침묵으로 남는다. 에즈미는 직접 종이와 연필을 쥐고 편집실 밖 세계로 나가, 잃어버린 단어, 잃어버린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사전 편집 테이블 밑에서 나온 에즈미는 편집실 밖으로 걸음을 옮겨 세기의 전환점에서 일고 있는 변화들을 마주친다. 여성 참정권 운동으로 들끓고 있던 20세기 초, 서프러제트를 비롯해서 다양한 여성들이 참정권으로 대표되는 여성의 권리를 외치며 적극적으로 투쟁을 벌인다. 앞자리에 설 수 없었던 에즈미는 용기도 확신도 없는 자신을 탓하지만, 이내 그 목소리들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투쟁의 주변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각과 언어를 수집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임을 받아들인다. 뒤이어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은 사전 편집실을 비롯해 모든 곳을 전쟁의 참화로 물들이고, 사전을 만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거대한 비극 앞에서 언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회의감에 젖는다. 이런 거대한 역사의 부침 속에서 에즈미는 휩쓸리고 흔들리지만, 말과 글에 대한 꿋꿋한 애정과 성실함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싸움을 이어간다.

에즈미는 단어들 속에서, 단어를 천착하는 사람들 속에서 평생을 보내며 그 스스로 단어에 “매여 사는” 사람이 되어간다. 편집 테이블 밑에서 자라 결국 그 테이블 앞에서 일하게 된 에즈미는 사전 편집에 헌신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또한 소중히 일구어나간다.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고단한 때조차 주머니에 단어를 받아 적을 쪽지와 연필을 챙겨 다니며, 누구도 발견해주지 않은 단어들을 발견하고 정의하고 기록하려 애쓴다.

때로 에즈미는 여성을 멸시하고 차별하는 단어 앞에서, 인간성의 붕괴를 드러내는 단어 앞에서, 어떤 단어들을 기록하고 남길 것인가 고민한다. 그러나 “남자들의 경험 한가운데서,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려질 필요가” 있기에, 공식 기록에서 빠진 사람들에게 말할 기회를 주어야 하기에, 에즈미는 지워버리고 싶은, 언젠가는 지워져야만 하는 단어들마저 또박또박 써내려간다. 정중하고 말끔하게 편집된 세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그것들이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있다고, 사전에 없다고 해서 그 현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잃어버린 단어들은, 침묵당한 목소리들은 말한다.

우리는 어떤 단어로,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자신의 정의를 찾고 싶어한 한 여성의 뭉클한 성장담


“만약 내가 단어라면 나는 어떤 종류의 쪽지에 적히게 될까, 나는 때때로 궁금했다. 분명히 길이가 너무 긴 쪽지일 것이다. 아마도 이상한 색깔일 테고. 규격에 잘 맞지 않는 종잇조각일 거야. 어쩌면 나는 절대로 분류함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에즈미는 테이블 밑 어린아이에서 자신의 일과 말을 가진 어른으로 자라며 기쁨과 슬픔을 겪어낸다. 성장에는 기쁨만이 기다리지 않는다. 에즈미는 따듯한 사람들과 다정함에 둘러싸여 성장하지만 위압적인 사람들을 만나거나 사랑하는 존재들을 상실하는 쓰라림 역시 겪는다. 그런 순간에 언어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고 사전은 “오직 거기 가까운 말들을 제공할 뿐”이다.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는 절망 앞에서, 서프러제트들의 ‘말보다 행동’이라는 구호 앞에서, 말로는 이루 다 할 수 없는 전쟁의 참상 앞에서 에즈미는 언어의 무력함을 절감한다. 하지만 어릴 때 자신을 발견한 첫 단어를 두 손으로 조심스레 감싸 쥐고 간직했듯 에즈미는 단어들에 대한 애정을 거두지 않는다. 여전히 몽당연필을 쥔 채로 에즈미는 자신이 발견한 단어들을 적어나가며 다양한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리하여 에즈미의 호기심과 열정은 말이 아니라 사람에 닿는다. 에즈미가 적어나가는 것은 결국 사전이 아니라 무시당하거나 잊힌 목소리들의 삶이다. 거침없는 틸다의 말들이 하는 저항과 싸움을 이해하고 자매애를 나누게 될 때, 메이블의 상스러운 말들과 그 말이 나타내는 그의 인생을 보듬게 될 때,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하녀 리지의 말을 받아 적으며 온전한 한 인간으로 마주하게 될 때, 에즈미의 세계는 거듭 넓어지고 깊어진다. 그리고 단어들은 “종이에 적힌 글자 이상의 무언가”가 되고, 서로를 잇고 이해하는 수단이, 세계를 다르게 정의하고 말하고 호명하는 수단이 된다. 에즈미는 다양한 여성들과 함께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채워나가며, 엄연히 존재하는 삶을 드러내고 스스로의 언어로 말하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사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더 많은, 더 다양한 삶을 불러내며 두터워지고, 완성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오래 걸리는 싸움”을 계속하도록 남는다. 핍 윌리엄스가 말했듯 사전도 언어도 언제나 “현재진행형의 작업”이고, 단어들을 끊임없이 새롭게 발견하고 다시 정의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언어로 말하게 되리라고 소설은 말한다.

작가의 말

“단어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그 단어들을 정의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 가능할까? 우리가 언어를 정의하는 방식이 우리를 정의할 수도 있다. 이 소설은 그것을 이해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다.”

옮긴이의 말

“이 이야기는 역사소설이고, 성장소설이고, 한 여성의 일대기이며, 언어에 관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모아놓은 책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것 모두를 합쳐놓은 것 이상이다. 주인공 에즈미는 몽당연필과 빈 단어 쪽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이 모든 언어를 수집하고, 기록하고, 마침내 그것을 세상에 당당히 내보낸다. 이는 자신들이 세상의 중심이라 믿었던 빅토리아 시대 지식인 남성들의 편향된 인식과 허위에 맞서는, ‘정상’이 아닌 것으로 규정되었던 존재들의 저항이자 해방이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사실 이 책의 주인공, 일생에 걸쳐 잃어버린 단어들을 모은 에즈미의 꿈은 오랜 시간 나의 꿈이었다. 단어 채집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의 채집가. 오랜 시간 대체로 여성들의 목소리는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을 표현할 말이나 공간조차 없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하나 던져볼 수 있다. 누락된, 무시된, 금지된, 혹은 존재가 지워진 단어들을, 저마다의 고된 삶의 증거이기도 한 단어들을 종이에 옮겨놓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대답은 분명하다. 종이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종이에 적히는 순간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들은 또 하나의 시간을 갖는다. 바로 ‘미래’다. 우리는 잃어버렸다가 재발견된 수많은 단어와 이야기 덕분에 ‘다른 방식’으로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 멈추지 않고 두꺼워지고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 정혜윤 (CBS 라디오 PD, 작가)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묻는다. 단어들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할 수 있을까? 여성이 자주 노출되는 단어는 무엇일까, 그것은 사전에 실려 있을까. ‘자매들’이라는 단어에 ‘동지들’이라는 뜻이 포함될 수 있음을 미처 상상할 수 없던 똑똑한 남자들의 세계를, 『옥스퍼드 영어 사전』 초판이 성차별적인 텍스트였던 이유를, 사전을 바꾸고자 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 이 소설은 들려준다. 여성들만이 듣게 되는, 혐오를 담아 내뱉듯 말하는 단어들을 읽으며 속상하기도 했지만 그들의 생각과 삶을 이 책이 기록하고 있구나 하는 신뢰를 갖게 된다. 여성이 참정권을 갖게 됨은 물론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일컫는 ‘서프러제트’가 상업영화 제목으로 쓰이는 날이 왔다는 것을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속 여성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의 동지들에게, 나의 자매들에게.
-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사전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던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단어를 가지고 놀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이 책에 나오는 지적이고 천진한 관찰자를 꼭 소개시켜주고 싶다. 여성 참정권을 위한 운동이 서프러제트 말고 또 없었을까 궁금했던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단지 정성을 들여 만든 따뜻한 음식처럼 든든하게 기운 나는 긴 이야기가 필요할 뿐이라면, 그냥 이 책의 듬직한 두께를 믿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 요조 (뮤지션, 작가, 책방무사 대표)
단어들과, 단어들이 겪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이자, 세계를 정의하고, 세계에 맞서 싸울 수 있는 단어들의 힘을 그려낸 멋진 소설. 알 수 있다. 올해 출간된 소설 가운데 이보다 독창적인 소설은 없을 것이다.
- 토머스 케닐리 (『쉰들러 리스트』 작가)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최고의 역사소설이 갖춰야 할 모든 요건을 충족시킨다. 완전히 독창적인 콘셉트와 아름답게 창조된 인물들의 조화, 흡입력 있는 시대적 배경과 강렬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스토리텔링이 여기 있다. 서프러제트 운동과 1차대전 시기를 다루면서, 구석구석 세심한 상상력으로 태어난 이 소설은 잊을 수 없는 한 여성의 초상을 그려낸다. 굴하지 않고, 겸허하며, 너그럽고, 자신이 누군지 또렷이 알고 있으며, 언제나 굽힘 없이 꿋꿋한 주인공은 여성의 삶과 관심사를 너무도 자주 배제해버리는 공식 기록에 대해 도발적인 대안을 고안해낸다.
- 멜리사 애슐리 (『조류 연구가의 아내』 『벌과 오렌지 나무』 작가)
핍 윌리엄스는 존재를 존엄하게 할 수도, 억압할 수도 있는 언어의 힘에 관한 놀라운 소설을 만들어냈다. 이 책은 잃어버린 단어들뿐 아니라 여성들의 삶에 관한 잃어버린 이야기 역시 드러낸다. 시의적절하면서,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소설.
- 제럴딘 브룩스 (『피플 오브 더 북』 작가)
사전 편찬사를 다룬 책 중 이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유쾌하고, 매력적이며, 영리한 책은 아직 쓰인 적이 없다. 만약 핍 윌리엄스가 이 이야기로 오직 영국의 백인 남성들만이 우리의 언어를 모으고 집대성하려는 노력을 이끌었다고 잘못된 가정을 했던 나를 부드럽게 꾸짖는 거라면, 나는 기꺼이 그 꾸짖음을 받아들이겠다. 경이롭게 구성된 이 이야기가 내 생각을 전적으로 바꿔놓는 데 도움이 되었다.
- 사이먼 윈체스터 (『교수와 광인』 작가)

회원리뷰 (19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포토리뷰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 핍 윌리엄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김*은 | 2022.01.21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핍 윌리엄스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실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 과정을 뼈대로 삼고 있다. 책임자였던 제임스 머리 경, 주인공의 멘토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 중 하나였던 이디스 톰슨, 기록관인 스크립토리엄이라는 장소도 모두 실제로 존재했다. 실제라는 뼈대에 에즈미 니콜이라는 가상 인물의 살을 붙여 완성한 책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리뷰제목



 

  핍 윌리엄스의 장편 소설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은 실제 옥스퍼드 영어사전의 편찬 과정을 뼈대로 삼고 있다. 책임자였던 제임스 머리 경, 주인공의 멘토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 중 하나였던 이디스 톰슨, 기록관인 스크립토리엄이라는 장소도 모두 실제로 존재했다. 실제라는 뼈대에 에즈미 니콜이라는 가상 인물의 살을 붙여 완성한 책이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다.

 

  나는 이 책이 사전 편찬의 역사, 여성 참정권의 역사에 대한 소설도 물론 맞지만, 에즈미 니콜의 성장이 가장 중심에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에즈미의 성장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세계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인식 변화에 여성의 삶이, 사전의 역사가 뒤따라온다. 에즈미는 자랄수록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만 있는 세계에서 멀어진다. 다 큰 여성인 자신은 스크립토리엄에는 들어갈 수 없게 되고, 주방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생리는 저주받고 더러운 일이라는 것을, 자신을 부정한 것 취급하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넓어진 세계, 성장하는 여성이 인식하는 세계는 차별적이다.

 

p.90 관습은 어떤 여성에게도 어떤 도움도 되어준 적이 없어요.

 

p.170 만약 내가 단어라면 나는 어떤 종류의 쪽지에 적히게 될까. 나는 때때로 궁금했다. 분명히 길이가 너무 긴 쪽지일 것이다. 아마도 이상한 색깔일 테고, 규격에 잘 맞지 않는 종잇조각일 거야. 어쩌면 나는 절대로 분류함에서 내 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웠다.

 

  에즈미의 세계는 단어가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변화한 세계 또한 단어를 중심으로 바꾸고자 노력한다. 사람들의 입에 쉴 새 없이 오르내리지만 사전에 담기지 못하는 외설적이고 모욕적인 단어들의 예문과 정의를 받아 적는다. 또 여성을 위해서만 존재하거나 여성을 빼고 존재하는 단어들을 모아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을 만든다. 옥스퍼드 사전 편찬의 역사이자 에즈미 니콜의 성장담인 이 책은 사전이 편집자들의 의도 아래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었는지, 또 그 방향에 어떤 존재들은 배제되어 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p.205

참정권요.”

중요한 단어구나.” (중략)

물론 그렇지만, 어떤 단어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 이상을 의미하거든.” 그가 말했다. “가끔은 사전이 그걸 따라잡지 못할까 두려워.”

 

  스크립토리엄 바닥에서 단어를 훔치던 어린이는 스스로 기록되지 못하는 단어를 찾아 단어 쪽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신분이 낮은, 가난한, 여성들이 에즈미의 단어들을 채우고 그것은 고고한 스크립토리엄은 가질 수 없는 생동감과 존재 자체의 의미를 갖게 된다.

 

  아직도 소수자들의 언어와 발화는 주목받지 못하고 존재를 부정당한다. 혹은 어떤 단어의 정의들이 누군가의 존재를 지우고 있다. 성장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자, 여성을 위한 소설인 이 소설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구매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아낸 기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더**듬 | 2021.09.2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영어사전을 만드는 이야기가 배경인만큼, 단어와 문장과 그 사이의 의미까지, 원문으로 읽을 수 있었더라면 재미가 두배는 되었을텐데,영어독해능력이 아주 낮아 무척 아쉬웠더라는..웬만한 사전보다 두꺼운 이 아름다운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힘들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책의 뒷표지 마지막 글자까지 꼼꼼히 훑고 나니,, 그래도 좋아, 힘들어;
리뷰제목
영어사전을 만드는 이야기가 배경인만큼,
단어와 문장과 그 사이의 의미까지,
원문으로 읽을 수 있었더라면 재미가 두배는 되었을텐데,
영어독해능력이 아주 낮아 무척 아쉬웠더라는..

웬만한 사전보다 두꺼운 이 아름다운 책을 끝까지 다 읽어 내려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힘들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책의 뒷표지 마지막 글자까지 꼼꼼히 훑고 나니,, 그래도 좋아, 힘들어도 좋아, 여유가 되면 또 읽고 말테다.. 다짐하게 된다

에즈미의 열정과 용기에 감동먹지 않을 수 없는, 엄청난 성차별은 겪어본 적 없는 세대의 여성인 나에게는 한없이 고맙고 대단한 이야기~

주변에 널리널리 추천하고 선뜻 빌려주고 싶은 책인데,
두께에 겁먹진 않을지 걱정이 많다…ㅎ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파워문화리뷰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언어가 가진 역할과 정의, 여성의 권리에 대하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블* | 2021.03.08 | 추천11 | 댓글1 리뷰제목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단어에 집착한다. 모든 활자를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 가깝다. 읽을거리가 없을 때는 주변에 있는 과자 봉지, 광고지라도 펼쳐 보아야 한다. 한때 사전을 소설처럼 읽기도 하였다. 생소한 단어를 보면 검색해서 뜻을 알아보고 그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한글 뿐 아니라 영어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의 유래를 찾고 그 뜻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에;
리뷰제목

활자중독에 가까운 나는 단어에 집착한다. 모든 활자를 읽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에 가깝다. 읽을거리가 없을 때는 주변에 있는 과자 봉지, 광고지라도 펼쳐 보아야 한다. 한때 사전을 소설처럼 읽기도 하였다. 생소한 단어를 보면 검색해서 뜻을 알아보고 그것을 기억하려 애쓴다. 한글 뿐 아니라 영어 단어도 마찬가지다. 단어의 유래를 찾고 그 뜻을 모아 사전을 편찬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언어학자가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 우리는 영어라는 언어의 판관이 아닙니다. 분명, 우리의 일은 역사로 기록하는 것이지 심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41페이지)

 


 

에즈미의 놀이터는 스크립토리엄이라 불리는 사전 편집실이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편집실의 작업 테이블에서 편집자들을 탐구했다. 아버지를 비롯한 편집자들은 사전에 들어갈 단어들을 추리고 판단했다. 그때 테이블 밑으로 단어 쪽지가 하나 떨어졌다. ‘Bondmaid(여자 노예)’라는 단어가 쓰인 쪽지였다. 에즈미가 단어를 찾은 게 아니라 단어가 에즈미를 찾아온 거였다. 우리가 좋은 책을 찾아 읽었던 표현을 책이 내게로 왔다, 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Bondmaid(여자 노예)’라는 단어 쪽지는 에즈미의 삶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어를 탐구함과 동시에 여성의 역할과 지위, 여성의 권리에 대한 깊은 사유를 하게 된다. 에즈미는 아무도 몰래 그 쪽지를 주머니에 넣어 숨겼다. 당연히 그 단어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서 누락된다. 에즈미 때문이었는지, 남성 편집자들이 일부러 배제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선생님, 선생님은 지식의 판관이 아니십니다. 지식을 관리하는 사서이시죠. (중략) 선생님이 하실 일은 이 단어들의 중요성을 평가하는 일이 아니라, 단지 다른 사람들이 그 평가를 할 수 있게 허락하는 일입니다. (526페이지)

 

사전 편집자인 아버지를 따라 어렸을 때부터 편집실을 놀이터처럼 여겼던 에즈미에게 단어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스크립토리엄에서 사전 편집 조수로 일하게 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첫 생리가 시작되어 이불, 침대 등을 빨갛게 물들였을 때 에즈미는 아빠의 단어 분류 상자에서 ‘menstruate(생리하다)’를 찾아 그 뜻을 읽어보지만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여성을 나타내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쓰였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에즈미는 여성들의 단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여성들이 쓰는 단어와 그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사용한 사람의 이름을 넣어 표기했다. 메이블을 만난 것도 리지와 함께 간 시장에서였다. 죽음을 앞에 둔 메이블은 에즈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울증Morbs은 왔다가 가는 슬픔, 즉 슬픔에서 파생되었다고 한 것이다. 사전에는 문자로 된 출처가 없는 단어들을 포함할 수 없었다. 글로 쓰인 적이 있어야 했다. 그러한 이유로 에즈미가 수집한 단어들은 리지의 침대 밑 잃어버린 단어들의 사전이라 쓰인 상자에 오랫동안 갇혀 있어야 했다.

 


 

작가는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성차별적인 표현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 소설을 썼다. 사전 편찬 작업에 참여했던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여 역사적 사실을 밝혔을 뿐 아니라 에즈미라는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켜 소설적 묘미를 더했다. 남성적인 시각에서 편집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의 사전을 만드는 과정과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우는 Suffragette(서프러제트)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단어의 중요성과 단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노고,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서프러제트들의 활동은 작가가 어떠한 생각과 의도로 이 소설을 썼는지 그 진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에즈미의 아버지가 아내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던 부분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첫 생리를 했을 때의 난감함을 릴리가 있었다면 달랐을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즉 엄마의 부재, 여성으로서의 역할과 권리, 그 중요성을 표현한 부분이었다.

 

어떤 단어들은 다른 단어들보다 중요하다. 스크립토리엄에서 자라나는 동안 나는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어째서 그런지를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2페이지)

 

사전은 말의 바다를 건너는 배야라고 했던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 배를 엮다와 조선어를 말살시키려는 일제 강점기, 우리말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말모이는 또 얼마나 감동적이었는가. 남성 편중적인 시각에서 제작된 성차별적인 단어들이 사전에 실려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에즈미가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를 나타냈던 것처럼 이 시대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언어로, 각자의 단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

 

* 예스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잃어버린단어들의사전 #핍윌리엄스 #엘리 # #책추천 #책리뷰 #도서리뷰 #소설 #소설추천 #영미소설 #영미문학 #옥스퍼드영어사전 #영어사전 #여성서사 #여성인권

댓글 1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한줄평 (6건) 한줄평 총점 9.0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잘 읽었습니다~!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골드 b**********t | 2022.05.24
구매 평점5점
여성의 날 추천도서여서 구매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유*을 | 2021.04.19
구매 평점5점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d*****6 | 2021.03.28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6,65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