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03일 |
---|---|
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14g | 128*188*17mm |
ISBN13 | 9791160077810 |
ISBN10 | 1160077819 |
발행일 | 2022년 03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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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14g | 128*188*17mm |
ISBN13 | 9791160077810 |
ISBN10 | 1160077819 |
1부 7쪽 2부 187쪽 |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소설이다, 장편소설.
먼저 주인공 이름을 잘 외워두자.
주인공이 되는 인물들이 띄엄띄엄 시차를 두고 등장하는 바람에 소설 속에서 그 인물이 어떤 비중을 가지는지,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해서 이름 먼저 기억해두자.
게이코 (敬子) : 주인공, 여성. 회사원.
가가와 아유무 : 게이코의 회사 동료 (일본인 이름에 익숙하지 않아, 처음에는 남성인줄 알았는데, 여성이었다.)
미호코 : 게이코의 친구.
엠마 : 맨처음에는 여성인줄 알았다. 그런데 여성인 미호코와 부부사이라니, 남성인가 싶다. 소설을 다 읽었는데도 그게 불분명하다. 동성 커플인지도?
우나미 마나: 게이코의 후임, 전 아이돌 구마노 마나.
이 책에서는 주인공 격인 게이코를 중심으로 해서 ‘아저씨’의 문제가 펼쳐진다.
그녀가 회사에 다니다가 뜻하지 않은 일에 휘말려 퇴사하게 되고, 잠시 토론토에 다녀와서.....
게이코가 회사를 그만 두게 만든 문제의 그 ‘아저씨’
그 ‘아저씨’의 행태를 주의해서 살펴보자.
그 남자는 게이코와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아저씨다.
게이코와 아무런 접점도 없고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없는데,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되풀이하기 시작한다.
예컨대, 이런 행동이다.
게이코가 탕비실에서 머그컵을 닦고 있는데, 냉장고 안을 들여다 보고 있던 남자가 어느새 게이코 옆으로 다가와 “아, 괜찮으세요?” 하면서 게이코의 등에 손을 얹는다.
그때 아유무가 들어온다. 그러니 아유무 눈에는 그 아저씨와 게이코가 다정한 사이처럼 보이게 된다.
그 남자는 뜬금없이 다가와서는 묘하게 친한 척을 하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늘어놓거나 질문을 던지거나 하다가, 잠시 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자리를 떴다.
그럴 때마다 가볍기는 했지만 등이나 어깨와 팔을 만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어쩌다가 단 둘이 엘리베이터를 탄 일도 있는데, 그 아저씨는 진짜 괴상한 행동을 한다.
7층에서 1층까지 내려갈 때에는 아무 일도 없었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남자는 스윽 다가와 게이코의 머리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사람 중에는 그 순간을 목격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104-105쪽)
또한 게이코가 편의점에서 그 사람과 함께 역까지 나란히 걸어간 것을 아유무가 목격한 적이 있다. 그래서 아유무는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이고, 역까지 걸어가며 다정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나중에 듣게 된 그 날 일은, 그 사람이 편의점에 있는 게이코에게 다가와 “신발 밑창이 뜯어진 것 같은데, 역 안에 수선집이 있던가요?”라고 물어, 같이 가면서 알려준 것이라는 것.
그런 식으로 그 아저씨는 의혹의 씨를 뿌리며 목격자를 늘려나간 것이다.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있구나, 그런 암시를 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것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보고 있지 않은 장소에서는 게이코를 완전히 무시했다.
이런 식으로 회사 여러 사람 눈에 띄게 되자, 어느덧 게이코와 그 남자는 사내에서 사귀는 사이라고 다른 사람들이 수군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게이코가 그 아저씨를 그런 사실이 있다고 인사과에 이야기했을 때, 모두가 두 사람이 사귀는 줄 알았다고 말하고, 결국 게이코의 호소는 어느새 ‘히스테리녀’의 거짓말이 되어 있었다. (106쪽)
게이코는 회사 직원, 특히 나이 많은 남자들에게 조롱 섞인 설교를 들어야 했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진 퇴사라는 결론에 도달해 있었다. (106쪽)
그걸 나중에 알게 된 아유무, 이런 결심을 한다.
내가 무너뜨리겠어. (108쪽)
그래서 그런 결심을 듣고 난 후, 독자인 나는 기대에 부풀었다.
아, 이 소설이 그런 ‘못된 아저씨’를 혼내주는 이야기구나, 생각했다.
그렇게 혼내주는 장면, 과연 등장할까
뭐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등장한다. 이왕 할 거라면 좀 더 세게 후려치기라도 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쉽다.
여성의 위상, 일본에서는?
퇴사 후 캐나다에 다녀온 게이코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여자, 일본에서 살아가는 여자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해서 이 소설은 그녀의 눈으로 ‘아저씨’들이 어떻게 여자들을 대하는가를 자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이 소설에서 그런 세태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을 잘 살펴볼 수 있다.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 즉 미투 운동이 벌어진 이후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온몸으로 경험한 저자가 성차별이 난무하는 일본의 현실을 날카롭게 들여다보고 폭로하는 소설이다.
이런 사실은 일본도 그렇거니와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할 것이다.
저자가 소설 『82년생 김지영』이란 소설에 추천사를 썼다는 말에, 그 책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우리말로 출판된 책에는 추천사가 안 보인다. 아마 일본판에 썼나보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듣고 읽어서 그런지, 책 내용중에 일본의 여성에 대한 현황 리포트라 여겨질 정도의 글들이 많이 보인다. 마치 『82년생 김지영』 속에 여성관련 자료 및 통계들을 많이 집어 넣은 것처럼.
다시, 이 책은? - ‘지속가능한 영혼’이 의미하는 것은
이런 힌트 읽어보자.
영혼은 닳는다.
영혼은 지치고 닳는다.
영혼은 영원히 충만하게 채워져 있는 것이 아니다. 불합리한 일을 겪거나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영혼은 닳는다. 영혼은 살아있으면 닳는다. 그래서 우리는 영혼을 오래 지속시키며 살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취미와 최애를 만드는 것이다. (129쪽)
게이코는 이제 자신의 영혼은 아무리 가득 충전한대도 82%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게이코, 과연 그녀는 지속가능하게 영혼을 충전시켜 나갈 수 있을까
그 방법은 무엇일까
이 소설은 바로 그런 게이코의 모습을 통해, 여성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끝으로 ‘아저씨’의 모습을 다시 한번 살펴보자.
이런 아저씨를 만나지만 않아도 영혼을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시대착오적인 성차별과 고정관념을 이용해 게이코를 계략에 빠트린 남자, 자신은 아무것도 잃지 않고, 앞으로도 모르는 척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남자. (108쪽)
우리나라에도 이런 아저씨의 모습을 만나는 경우 많을 것이니, 그럴 때, 아유무처럼 ‘내가 무너뜨리겠어’라는 심정으로 한바탕, 욕이라도 해주는 게 어떨까? 아니면 이렇게 코웃음이라도.
“야, 너. 여자가 어디서 말을.....”
“아직 얘기중이거든. 말 끊지마.”
아유무는 코웃음을 쳤다. 코웃음을 친다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 신선하고 놀라웠다. (228쪽)
그렇게 해주면, 아유무처럼 ‘이렇게 기분 좋은 거구나’하면서 신선하고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일본 문단의 페미니즘 작가로 그 존재감을 드러낸 마쓰다 아오코의 소설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 제목이 꽤 의미심장하다. 일본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형식을 빌린 남성우월주의, 가부장적 사고를 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경고, 아니다 '아저씨가 사라진 세상에 관한 보고서'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아저씨(오야지)’와 ‘걸 그룹’ 이라는 두 축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발상이 신선하다. 혹여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한 고정관념이 있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을지도….
아저씨 눈에 보이지 않게 된 소녀들
아저씨는 권력이다. 남성우월주의로 똘똘 뭉쳐, 사회 전체를 가부장 질서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그 유지를 위해서 철저하게 여성들을 그림자 취급한다. 아저씨는 제1성, 여성은 제2성이다. 본질이 다르다는 것이다.
책 첫머리부터 가까운 미래 일본 사회에서는 ‘아저씨’들 눈에 ‘소녀’들이 보이지 않게 됐다. 이로 인해 소란이 일었다. ‘소녀’ ‘교복’으로 상징된 눈요기에 손대면 똑하고 터질 것 같은 물건이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아저씨들에게 자리한 여성의 모습, 주인공 걸그룹을 좋아하는 30대 여성 게이코(敬子=늘 존중하는 사람)는 비정규직이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40대 아저씨가 치근덕거린다. 아주 영리하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또는 보이는 장면을 연출하여, 두 사람이 사귀는 것처럼 오해하도록 환경을 만들고, 심심하면 성희롱을 해댄다.
게이코는 회사에 이 남자를 인사과에 성희롱으로 신고한다. 결론은 아저씨가 만들어 낸, 착하고 일 잘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란 이미지에 남성이고 여성이고 모두 속아 넘어가고, 게이코는 한때 사귀다가 사이가 틀어져 복수하려는 무서운 여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분위기에 짓눌려 피하듯 회사를 떠난다.
'아저씨'들이 출퇴근 길에 지하철을 타건 버스를 타건 타자마자 찾는 것이 '교복' 입은 소녀다. 그 옆으로 바싹 다가가서 몸을 비벼대고(우리는 이런 사람을 변태라 부르겠지)…. 교복=함부로 해도 좋은 장난감, 교복은 학생을 표상하는 것으로 아끼고 우선 보호해야 할 대상음을 알리는 것, 아니다. 그들이 학생이기에 어리기에 소녀이기에 '아저씨'들은 느끼한 눈으로 전신을 훑고, 만지고….
회사는 통상직과 한정직으로 통상직은 말 그대로 성별이 없다. 일과 삶의 양립 같은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단신 부임, 출장, 여성, 모성보호 이 모든 것이 없는 중성 집단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집단이다. 여기서 출세하면 여성의 모습을 한 남성 '아저씨'가 된다. 한정직은 대부분 지역 대부분 붙박이다. 이제는 이런 한정직은 비정규 계약직으로 대체한다. 한때 OL(오피스걸), 오차구미(사무실에서 차나 타 나르는)라 불렸던 여성들,
이 소설을 읽다가 떠오르는 책, 미켈라 무르지아의<아직도 그런 말을 하세요?>(비전코리아, 2022)-여자가 어디서, 남자가 말하는데 조용히 안 해, 어디 건방지게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겠다- 똑같다. 이탈리아의 남성우월주의자나 일본의 '아저씨'나 본질에서는 어쩌면 닮은 꼴인가,
게이코가 좋아하는 걸그룹, TV 화면 비칠 때의 모습과 다른 이미지들이다. 의상은 아저씨들이 환장하는 '교복', 생기발랄한 소녀들이라기보다는 훈련된 병사처럼…. 라이브쇼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이들 뒤에서 프로듀싱을 하는 '아저씨'들에게 반항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룹리더….
일본 사회의 구석구석,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짚어내고 있다. 가네코의 동생 미호코와 그의 파트너 엠마, 캐나다에서 산다. 일본에서 살 때 미호코는 흐릿한 세상에서 침묵이 미덕이라는 숨이 막히는 통제 속에서 해방되고 싶어, 그곳으로 옮겨갔다. 그저 눈치로 때려잡는 암묵지 같은 것은 없다.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 일본의 남성우월주의에 숨 막혀 죽을 것 같아, 캐나다로 도망한 여성, 영주권을 얻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한다. 죽어도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며,
지속가능한 영혼이 되려면
자신을 잃어버리고 집단의 부속품으로 흡수되는 개인이면서 개인이 아닐 때는 이미 '영혼'이 없는 것이다. 고독한 군중,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 여성들이 '나는 혼자 있는 편이 더 강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하면, 그 사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등장인물들, 전직 걸그룹 멤버, 낳은 지 얼마 안 된 아이에게 젖을 주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혁명은 그렇게 시작됐다. 시위가 없는 일본,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 무관심 속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것들(아마도 이 대목은 지지 파파차리시의 <민주주의 그 너머>,뜰북, 2022를 함께 읽어보는 게 좋겠다)에 대해….
혁명
혁명은 절망을 직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저씨'가 움직이는 사회, 그 어디든 결과는 똑같다. 사회가 아저씨 손에 돌아가게 된 이상 여자아이는, 여성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아저씨'의 손과 눈으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다.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저씨'가 정하지 않는 세계를, 아저씨가 사라진다면 사회구조를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아저씨는 멸종돼야 한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러, 일본은 깨끗이 사라졌다. 우리가 육체를 잃고 나서 발견한 것은 자신의 몸이 오롯이 제 것일 때, 육체 자체가 필요 없어진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한국의 실정과도 딱 들어맞는다. 더 보면, 일란성쌍둥이처럼….
아저씨가 외국에 나가서 질펀하게 노는 꼴도 그렇고, 나이로 아저씨를 개념 짓지 않는 것도 그렇고, 아저씨, 오야지,
꼰대, 뉘앙스는 비슷하지만, 조금은 결이 달라 보이기도….
아무튼 소설은 시원하다. 주인공 가네코의 울분과 절망 그렇지만, 걸그룹의 화려한 이면에 당차게 자신을 찾으려는 실마리를 찾아내 희망으로 이어가려는 것들,
우리가 육체를, 육체는 껍질이다. 성을 표징 하는 것, 여성이라서 받아야 하는 대우를 한 마디로 묶은 '여성스러움'이라는 아저씨의 규율과 음습한 법칙도 없어지고, 지속가능한 영혼으로 존재할 수 있다.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아저씨' -일본여성작가5인의 <발칙한 그녀들>(작가와비평, 2022)-그들에 대한 저항은 100년 이상 이어져 왔다.
이제 일본은 아저씨에 의한, 아저씨를 위한, 아저씨의 나라가 아니게 됐다.
청소년청소녀들이 그리고 2030, 베이버부머들까지 이 책은 두루두루에게 각자의 느낌으로 다가설 듯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지속가능한영혼의이용#마쓰다아오코#한스미디어#아저씨오야지꼰대#남성우월주의가부장질서깨뜨리기#몽실북클럽#몽실서평단#일본문학#장편소설
"만약 이 세상에서 '아저씨'가 사라진다면'"
마쓰다 아오코의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을 읽고
"더 이상 '아저씨'들이
우리의 영혼을 망치게 두지 않아."
어느 날 세상에서 ‘아저씨’들이 사라져버린다면
만약 미래의 어느 날 '아저씨'들이 사라진다면? 아니면 '아저씨'들이 '소녀'를 볼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소녀들에게 '아저씨'는 위협적이고 두려운 존재이다. 왜냐하면 '아저씨'들은 소녀들을 순수하게 보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아저씨들이 소녀들을 그렇게 음흉하고 성적인 대상으로 보지 않겠지만, 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에서 아저씨는 소녀들을 음흉하고 성적인 시선으로 보고 성적인 대상으로 취급한다. 그래서 소녀들은 항상 아저씨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위협을 느껴 불안에 떨곤 했다. 그런데 그런 '아저씨'들이 갑자기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되면 소녀들은 '시선'에서 벗어나 불안에 떨 필요도 없고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소녀들은 자유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책 「지속가능한 영혼의 이용」의 저자는 일본 페미니즘을 대표한다. 해시태그 미투가 전 세계적 성폭력 고발 운동으로 번진 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페미니즘을 경험한 작가는 일본의 성차별적 사회를 날카롭고 냉철하고 들여다본다. 그녀의 눈에 비친 일본 사회의 모습을 '아저씨'와 '소녀'의 대립과 소녀의 성적 차별과 성불평등으로 보여주었다.
아저씨로 대표되는 중년 남성들은 소녀들, 처녀들의 존재를 성적인 상품으로만 보고 그들의 존재 가치를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는다. 저자에 따르면 그렇게 일본 사회는 아저씨로 대표되는 남성들에 의한 성적 차별과 착취의 역사가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저씨들이 소녀들을 보지 못하게 된다. '아저씨'들의 성적인 시선에서 벗어난 소녀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어저씨'들을 향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말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렇게 소녀들의 복수와 소녀들에 의한 혁명이 시작된다. 그들은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세계를 보고 싶고 아저씨가 사라져서 변해버린 사회 구조를 보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사회는 가능할까? 이 세상에서 '아저씨'가 사라질 수 있을까.
‘아저씨’가 소녀들을 보지 못하는 현실은 소녀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것은 가히 극적이라 할 만했는데, 다만 소녀들은 그 변화,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를 조금씩 깨달아갔다. 그리고 그것을 뭐라 불러야 좋을지, 저마다 자신의 감각으로 알아냈다.
그것은 자유였다.
소녀들은 ‘시선’으로부터 해방되었다.
-p.16~17
그리고 그런 혁명의 씨앗은 아저씨들에 의한 성차별을 경험하고 느낀 여성들에 의해 시작되고 있었다. 성희롱과 성차별로 인해 퇴사한 게이코는 퇴사 후 한 달동안 캐나다에 다녀온다. 캐나다의 자유로운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인 일본 사회 속 여성의 모습에 게이코는 절망한다. 존재감없이 순종하고 침묵을 지키기를 강요하는 일본 사회 속 여성의 굴레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XX가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그들의 저항 메시지에 반하여 그들을 최애로 삼게 된다. 이 아이돌 그룹은 '아저씨'들에게 순종하고 귀엽게 보이려고 노력해왔던 여타의 다른 여성 아이돌 그룹과는 달랐다. 특히 그 아이돌 그룹의 '센터'를 맡고 있는 XX는 저항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며 전혀 '아저씨'들에게 순종적이지 않다. '미숙함' '귀여움'으로 대표되는 일본 여성 아이돌 그룹들과는 달리 '완벽함'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저씨들에게 귀여움과 예쁨을 받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저자가 그리는 일본 사회는 저출산으로 인해 출산률이 떨어지고,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 의존한 채 순종적이고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아저씨로 대표되는 남성들이 정한 사회적 규범과 그들의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학교, 직장, 어디를 가나 ‘아저씨’가 있다.
하나, ‘아저씨’는 겉모습과 상관없다.
하나, ‘아저씨’는 이야기를 나눠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하나, 본인이 ‘아저씨’라는 사실을 아무리 숨기려 해봤자 소용없다. 가면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벗겨진다.
하나, ‘아저씨’는 나이와 상관없다. 아무리 젊어도 속에 ‘아저씨’를 탑재한 경우가 있다.
하나, ‘아저씨’ 중에는 여성도 있다. 이 사회는 여성도 ‘아저씨’가 되도록 장려한다. ‘아저씨’ 급으로 행동하는 여성은 ‘아저씨’로부터 높이 평가받는다.
-p. 115-
해시태그 미투처럼 개이코와 여성 아이돌 그룹을 포함한 여성들은 그들이 당하고 있는 성적 차별과 성폭력의 현실에 눈을 뜨고 미투운동과 새로운 혁명의 길을 모색한다.
과연 그들의 새로운 혁명은 성공할까? 그들이 바람처럼 '아저씨'가 정하지 않은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최후의 순간 만큼은 '아저씨'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 '아저씨'기 사라진다면 사회 구조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그 사회를 보고 싶다. 작금의 사회 구조에 진저리가 나고, 신물이 나고, 절망할 대로 절망했으니 새로운 구조를 보고 싶다.
-p. 271-
"영혼을 지치고, 영혼은 닿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닿게 하지 말고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취미와 최애를 만들어야 한다. 여성들이 서로 만나 취미 활동을 하면서 우정을 나누어야 한다. 또한 게이코가 최애인 여성 아이돌 그룹을 통해 용기와 힘을 얻고 행동하고자 다짐한 것처럼, 우리들 또한 그렇게 연대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도 전개된 미투 운동을 통해 많은 성폭려과 성차별이 폭로된 것처럼, 우리도 이제는 연대하고 행동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이다.
요즘 페미니즘 소설들을 읽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을 읽게 되어 페미니즘과 우리 사회 속에 아직도 만연해 있는 성차별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우리 나라와 같이 일본 내에서도 성차별이 심하다고 하니, 아직도 우리 여성들이 갈 길은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성폭력과 성차별이 점차 근절되어야가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성적 평등을 위해 할 일이 많겠지만, 그래도 많은 여성들이 과감하게 'NO' 라고 외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작은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사회 속에서도 이 책의 내용처럼 '아저씨'들이 사라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