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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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124쪽 | 1556g | 134*195*90mm |
ISBN13 | 9791155812686 |
ISBN10 | 1155812689 |
발행일 | 2020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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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 1124쪽 | 1556g | 134*195*90mm |
ISBN13 | 9791155812686 |
ISBN10 | 1155812689 |
1. 비밀의 화원 2. 키다리 아저씨 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4. 메리 포핀스 |
두근거렸다. 마치 그 소녀가 막, 비밀의 화원을 발견했던 그 순간처럼. 내게 이 책은 잠겨 있던 화원과도 같다. 읽은 지 너무 오래되어 주인공의 이름도 잊고 그 소녀라고 할 만큼 내게 잊힌 그 소녀의 비밀의 화원. 메리 아가씨는 똑바로 서서, 마치 겁에 질린 듯한 표정으로 손끝에서 달랑거리는 열쇠를 바라보았다. “어쩌면 이건 10년 동안 땅에 묻혀 있었을지도 몰라.” 메리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정원의 열쇠일지도 모른다고!” 맞다! 메리, 메리였지. 손에 들고 있는 <비밀의 화원>은 아마 이 책을 끔찍이도 사랑했던 과거의 나를 찾는 열쇠일지도. 정말 딱, 10년 정도 땅에 묻혀 있었을지도 몰라.
메리는 커튼처럼 치렁거리는 덩굴을 잡아서 옆으로 치우고, 문을 밀어 천천히 열었다. 아주 천천히. 잠시 후 메리는 문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문을 꼭 닫았다. 그리고 문에 기대 서서 흥분과 경이로움과 환희로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메리는 비밀 정원 ‘안’에 들어와 있었다. 몇 번을 읽어도, 언제 읽어도 두근거리는 장면은 바로 메리가 비밀의 화원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부분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봤잖아요, 비밀의 화원? 다양한 종류의 꽃과 비밀이라는 단어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 해준 <비밀의 화원>. 이런 화원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아직도 유효하다.
마법은 항상 밀어올리고 끌어당겨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요. 모든 것이 마법으로 만들어져요. 잎사귀도, 나무도, 꽃도, 새도, 오소리도, 여유도, 다람쥐도, 사람도 말이죠. 그러니까 마법은 우리 주위에 있어요. 이 정원에도, 온갖 곳에 다 있어요. 어린 시절 만화로 읽었기 때문에 완역본을 통해 작은 디테일들을 발견하는 게 참 즐거웠던 <비밀의 화원> 다시 읽기. 특히 마법의 또 다른 이름은 기적이라는 표현이 참 예뻤다. 몸이 허약했던 콜린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도, 심술궂은 메리의 성격이 유해진 것도, 모두 비밀의 화원에서의 아름다운 시간 덕분이었다. 아, 이젠 비밀의 화원이 아닐 수도 있겠다. 마법의 화원 혹은 기적의 화원이라고 불릴 수도.
<비밀의 화원>과 함께하는 내내 행복했다. 거짓말처럼 <비밀의 화원>의 첫 장을 읽는 순간, 처음 만화를-글보다는 그림을 더 좋아했다- 읽을 때의 생각이 되살아나 추억에 젖기도 했다. 오직 완역본을 통해서만 만나볼 수 있는 다양한 관점과 더 디테일한 묘사는 상상 속에서 나만의 비밀의 화원을 만들어내는 데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즐겁고, 반갑고, 애틋했던 <비밀의 화원> 읽기. 내 첫 번째 <비밀의 화원>을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마저 선물해준, 고마운 책.
한 고아 소녀가 이름 모를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해 써내려간 편지 형식의 이야기. 밝고 유쾌한 주인공이 새로운 세계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과 두근거리는 풋풋한 로맨스까지 가미된 재밌는 책: 여기까지가 내가 아는 <키다리 아저씨>였다. 내가 기억하는 주디, 내가 기억하는 키다리 아저씨. 어린 시절 읽었을 때도, 2년 전 마지막으로 읽었을 때도 감상은 여전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내 기억과 감상을 의심하게 됐다. 결국 제가 위대한 작가가 되지 못하고 평범한 여자에 그친다면, 깊이 실망하실 건가요, 아저씨? 모든 건 주디의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내가 기억하는 것과는 좀 달랐다. 아니, 많이 달랐다. 내 기억 속의 주디는 늘 밝고 통통 튀는,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편지 곳곳에는 슬픔, 우울, 좌절, 외로움 등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왜지? 왜 과거의 난 주디의 밝은 모습만 보고 어두운 모습은 발견하지 못했을까? 학업의 부담감,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생각이 고작 열일곱 정도 된 이 아이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그동안 네 고통과 어려움을 눈치 채지 못해서 미안해, 주디.
정말 중요한 건 커다란 기쁨이 아니에요. 사소한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거예요. 저는 행복의 진정한 비결을 발견했어요, 아저씨. 그건 현재 속에 사는 거예요. 과거를 끝없이 후회하거나 미래를 고대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값지게 사는 거예요. 그런데 내 기억 속 주디의 모습도 여전히 발견할 수 있었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훌쩍 자라 성숙해진 주디를 보며, 아, 그래, 내가 기억하는 주디다, 하는 반가움도 있었다. 주디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냈다. 주디는 말한다. 작은 것에 감사하는 것,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게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역시, 난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
제 경우에는 제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삶의 매 순간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어요. 그리고 아무리 불쾌한 일이 일어나도 행복한 마음을 잃지 않을 겁니다. 불쾌한 일을 재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며, 그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어 기쁘게 여길 겁니다. 부쩍 성장한 주디와 시간을 보내고 나니, 하루의 소중함, 감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어 더없이 행복한 오늘을 보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요즘이지만 그 속에서도 감사할 조건을 찾고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 연습 하기. 이게 2년 만에 만난 주디가 나에게 준 숙제다. 즐겁게 풀.
앨리스의 신비로운 모험을 다룬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랫동안 나에게 어쨌든 결론은 꿈이라는 아주 단순명료한 결말만 안겨준 책이었다. 읽으면서 특별히 좋아하는 부분도, 등장인물도, 딱히 기억에 남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표지가 예뻐서 산 걸 클래식 컬렉션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포함됐을 때, 이번엔 한번 제대로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역시. 어차피 결말은 꿈이란 공식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아, 그런데 하나 다른 게 있긴 했다. 작지만 무척 의미 있는 발견이었다.
저…… 저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제가 누구인지 알았는데, 그 뒤로 여러 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도 저를 설명할 수가 없어요. 저는 지금 제가 아니거든요. 단순히 신비롭고 재밌다고만 치부했던 앨리스의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요즘 책들이 입이 닳도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자아를 찾아 떠나는 여행. 나도 마땅히 떠나야 할, 우리가 모두 떠나야 하는 여행. 이걸 깨닫고 나서 제목에 집중했다. 왜 하필 이상한 나라였을까? 루이스 캐럴의 시대에서부터 지금까지도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걸 하지, 뭐 이런 느낌, 이런 뉘앙스 풍기면서.
그런데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고전 명작으로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교훈적인 이야기보다 기발하고 창의력 풍부한 아이의 꿈 내용 자체가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한 열 번을 내리읽었더니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맨 처음에 읽었을 땐 이 내용으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써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열 번을 읽으니 비로소 앨리스가 답을 줬다. 답은 앨리스의 말 속에 있었다.
영화로도, 책으로도 만나본 적 없는 미지의 인물 메리 포핀스를 만나게 됐다. 줄거리를 모르는 고전은 정말 오랜만이라 두근거렸다. <메리 포핀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마법을 쓰는 유모 메리 포핀스는 벚나무길 17번가에 홀연히 나타난다. 그런데 그동안 봐왔던 전형적인 유모 캐릭터와는 다르게, 무뚝뚝하고 다소 불친절한 인상을 풍기는 메리 포핀스. 뭐야, 이런 식으로 아이들을 대한다고?
자신들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경찰을 부르겠다며 조용히 하라고 협박을 하질 않나, 아기들에겐 주스를 주면 안 된다고 말하는 아이를 노려보질 않나……. 하여튼 절대 좋고 친절한 유모는 아니다. 그러나 메리 포핀스는 능력 있는 유모였다. 자유자재로 공중에 뜰 수 있고, 강아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아이들을 미지의 세계로 데려갈 수 있는 유모! 어디 이런 유모 없나요? 모르는구나?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동화 나라가 있는 거야. 와, 메리 포핀스! 난 당신한테 반해버린 것 같아.
걔들도 한때는 알고 있었어. 걔들은 나이를 먹고 더 커서 그래. 무뚝뚝하고 정은 절대로 주지 않을 것만 같던, 차갑고 도도한 메리 포핀스가 외로워 보인 장면이 있었다. 어른들도 한때는 어린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말해주는 부분에서, 메리 포핀스는 정말 혼자인 것처럼 보였다. 동심을 잃었구나, 오직 메리 포핀스만이 기억하는구나. 마치 피터팬 여자 버전인 듯했다. 피터팬에겐 원더랜드 아이들이라도 있었는데, 메리 포핀스에겐 오직 자신뿐이었다. 혼자 기억을 가지고 산다는 건 정말 외롭고 슬픈 일인데.
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이름만 알고 있던 메리 포핀스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꼈기에 슬픔은 배가 됐다. 이별의 순간에 제인과 마이클, 그리고 쌍둥이까지 눈물짓게 만든 메리 포핀스. 차갑고 냉정했지만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에, 외롭고 쓸쓸한 인간적인 면모도 발견할 수 있었기에 더 힘들었던 메리 포핀스와의 이별. 그래도 나에겐 아직 <메리 포핀스 어게인>이라는 영화가 남아 있지! 그럼, 오 르봐르, 메리 포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