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위한 클래식,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 걸 클래식 두 번째 시리즈
『비밀의 화원』, 『키다리 아저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메리 포핀스』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소장하고 싶은 표지로 만나는 걸 클래식 컬렉션 2
오이뮤 스튜디오의 디자인으로 우리가 사랑한 주인공들을 다시 만난다
젊은 여성 번역가들이 현대적 언어로 번역해, 『작은 아씨들』 등 성인이 되어 읽는 새로운 고전을 발간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걸 클래식 컬렉션’. 걸 클래식 컬렉션 시즌 2에서는 출간 110주년을 맞은 『비밀의 화원』, 편지글 형식의 성장 고전 『키다리 아저씨』, 판타지 문학의 영원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영화로도 여러 번 만들어진 명작 『메리 포핀스』를 소개한다.
라이플 페이퍼의 일러스트레이터 애나 본드와 작업한 시즌 1에 이어, 이번 걸 클래식 컬렉션 2는 디자인 스튜디오 오이뮤가 커버 디자인을 맡았다. 메리, 주디, 앨리스, 메리 포핀스. 네 캐릭터를 네 가지 다른 컬러로 표현해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소장 가치 높은 디자인을 구현했다. 또한 콤팩트한 크기와 가벼운 무게, 적당한 활자 크기로 누구든 읽기 쉽게 했다. 고전의 감성을 담으면서도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걸 클래식 컬렉션 2.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혹될 디자인이다.
정여울, 이다혜, 김하나가 서문을 더해 책의 풍성함을 더했다. 그들은 독자들과 같은 시선으로 어른이 되어 자신들에게 다가온 작품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추천이 아니라 어떤 면에서 자신들이 이 고전들에 공감했는지 자기 이야기를 보탠다. 정여울은 『비밀의 화원』을 다시 읽으며 잊고 있던 꿈, 없는 줄 알았던 내면의 가능성을 찾았다고 말한다. 대답 없는 편지를 기다리는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를 보며 미처 보살피지 못한 마음속 내면아이를 발견한다. 김하나에게 메리 포핀스는 기묘하고 웃음 터지는 환상의 세계를 열어 보여주지만 자아를 멋지게 지켜내는 주체적인 여성의 전형이다. 이다혜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드러내 보이는 놀라운 작품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고전에는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함께 느끼게 하고, 생각해보게 하는 힘이 있다. 단지 추억 속 한 장면 같던 고전들이 이제 와, 어린 나와 지금의 나를 화해시키고 한동안 잊고 있었던 순수와 상상력을 자극한다. 고전은 영원히 새롭게 읽을 수 있다. 그 많은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100년 넘게 사랑받은 문학의 무한한 가치를 재발견한다. 고전의 힘은 그런 것!
고전 속 여성 캐릭터와 여성 서사의 재조명, 『걸 클래식 시리즈』
두 번째 시리즈를 맞는 ‘걸 클래식 컬렉션’은 고전 속 여성 캐릭터를 되살리는 작업이다. 오래전 우리가 보며 자랐던 여성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시 발견하는 것은 어른이 된 우리에게 색다른 의미를 준다. 『작은 아씨들』의 감독 그레타 거윅은 조 캐릭터를 다시 바라보니, 이 작품이 ‘돈’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남성의 결정에 인생이 좌우되던 시절, 여성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했고, 여성 예술가로서 돈을 벌고,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인물로 ‘조’와 ‘에이미’ 캐릭터를 새롭게 발견했다고 말한다. 100년이 넘은 고전인 『작은 아씨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2020년 각색되어 ‘조’라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열광과 여성 서사의 길을 열어주었듯이,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전을 통해 우리는 주체적인 여성의 캐릭터와 그 시절 여성이 만들어간 세계를 현재의 시점에서 더 특별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키다리 아저씨』는 고아 주디를 완전히 신데렐라로 만들어주는 키다리 아저씨와의 애정 어린 편지들로 유명했다. 하지만 다시 읽은 『키다리 아저씨』에는 여성의 참정권을 이야기하고 자신은 사회주의자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대학생 주디가 있다. 영문학을 전공하는 주디는 브론테 자매나 루이자 메이 올컷 등 여성 작가들의 책들을 읽으며 성장하고, 언젠가 작가가 되려는 자신의 자립을 위해 키다리 아저씨의 호의를 받는 것을 거절하기도 한다. 그 시절 여성이 자립할 수 있는 직업은 많지 않았다. 그렇기에 많은 소설 속에서 여성 주인공들은 ‘작가’를 꿈꾸었다.
『메리 포핀스』 또한 마찬가지다. 생태와 사회에 대한 시각, 직업적 자부심을 가지고 발언권을 가지는 메리 포핀스의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 발견하지 못한 여성 캐릭터의 면모를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이 소설들이 출간되었던 100년 전에는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도 적었고, 참정권조차 없었다. 사회적 제약 속에서 여성 작가들은 여성 주인공들을 내세워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시간의 흐름과 무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여성으로서 뚜렷한 자아상을 확립했던 매력적인 주인공들을 만난다.
약자 소외 표현 배제, 성적 중립 표현, 지역 중립성을 유지한 번역
100년 가까이 된 작품들을 지금 읽을 수 있으려면, 번역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시즌 1과 동일하게 젊은 여성 번역가들이 참여하여, 현대적 감성을 담은 언어로 번역하고자 노력하였다. 100년이 넘은 고전인 만큼 새로 쓸 수는 없을지라도, 언어를 통해 남녀의 동등한 관계성은 만들어낼 수 있다. 영어에는 존댓말이 없음에도 남녀와의 대화에서 여성들만 존대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부분은 번역으로 되살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녀’라는 표현도 ‘하인’으로 대치했다. ‘유모차’의 경우 ‘유아차’로 바꾸었다.
남녀 차이뿐 아니라 지역의 평등성도 중요했다. 고전 번역에서는 흔히 특정 지방의 방언을 사용함으로써, 계급의 차이를 드러내기도 하는데 비밀의 화원에서는 일명 서울 사투리로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를 표현하였고, 방언을 살리는 표현일지라도 약자에 대한 차별적인 언어가 있는 경우는 순화하였다. 가령, 『비밀의 화원』에는 Hunchback를 꼽추가 아니라 곱사등이로, ‘불구의 몸’이 아니라 ‘몸이 온전치 않다’로 순화하였다.
『키다리 아저씨』에서는 오랫동안 고아원이라는 표현이 그대로 사용되었는데, 보육원으로 바꾸었으며, ‘벙어리 장갑’은 ‘엄지 장갑’으로 순화하여 사용하였다. 100년이 지난 고전을 지금 읽기에 불편함과 무리가 없도록 번역 단계부터 공을 들였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 나와 주변, 그리고 세상을 바꾸는 네 주인공들 이야기
『비밀의 화원』 메리는 고집불통에 사랑 자체를 알지 못한다. 하지만 메리가 비밀의 정원을 발견하고, 정원을 되살리면서 메리의 몸과 마음은 변한다. 자연의 생명력을 마주하면서 부정적인 메리의 마음들은 좋아하는 것들과 새로움으로 가득 찬다. 『키다리 아저씨』 속 주디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마주한 대학이라는 세상 속에서 주디는 보육원이라는 이전의 세계를 부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점차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딛고, 세계와 사회를 보는 시선을 만들고, 동시에 보육원에서 자라온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인정해나간다. 주디의 성장은 주디뿐 아니라, 키다리 아저씨까지 성장시킨다. 『비밀의 화원』 메리는 비밀 정원을 되살리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처음으로 도움을 구하게 되고, 사회성을 배우고, 주변 사람들의 닫힌 세계까지 활짝 열게 만든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캐릭터들을 통해 우리는 현재 삶을 보다 의미 있게 살아갈 힘을 얻는다. 어두운 마음을 밀어내고 나의 세계를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남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나를 먼저 바꾸고, 내가 변한 모습을 통해 남을 변화시키는 것만큼 대단한 일이 있을까. 나를 바꿀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일, 변화를 받아들이는 일, 주변인과 세계까지 바꿔나가는 일은, 어른의 세계 속에서 잊고 있던 무언가를 발견하는 일이다.
사회와 세상, 생태계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 직업적으로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메리 포핀스를 보며 가치관과 행동, 발언으로서 나를 온전하게 드러내는 법을 배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현재를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임을 깨닫는 『키다리 아저씨』 속 주디를 보며,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나의 삶에 감사하게 된다.
어른이 되어 만나는 그들의 이야기는 상상보다 더 큰 울림을 준다. 그것이 지금, 청소년, 어린이들뿐 아니라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고전을 발간하는 이유다. 단순히 추억만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한 주인공들은 성인이 되어 만났을 때 ‘지금’의 나에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다. 고전이 영원히 다시 읽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