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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 토바 마틴의 경이로운 사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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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688g | 170*230*18mm
ISBN13 9791187936527
ISBN10 1187936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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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3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 책에 담은 이야기는 일 년 동안 감각이 안내하는 대로 따라다니며 온몸으로 자극을 받아들인 오감의 기록이다. 정원의 연대기이자 정원이 내게 어떻게 말을 걸어왔는지를 기록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잡초를 뽑고, 괭이질을 하고, 손마디가 아프지 않을 만큼씩 땅을 파면서 정원을 더듬고 매만진 두 손의 연대기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몇 년에 걸쳐 정원을 바라보기는 했으나 마음을 쏟아 그 모든 아름다움을 눈에 들인 것은 처음인 사람의 애정 어린 고백이다. 의식적으로 감각을 동원해서 정원을 경험하기 전에는 그 아름다움에 눈뜰 수 없음을 나는 깨달았다.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정원은 침묵할 것이다. 나는 일 년 내내 정원이 주는 충만함을 경험했다. 이것은 나만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이 될 수 있다.
---「시작하며」중에서

봄은 살짝 열린 창문 틈으로 살며시 들어온다. 오랫동안 간절히 기다려온 신선한 공기 내음을 맡으려 창문을 조금 열었을 때 몰래 발을 들인다. 살짝 열린 창으로 따듯한 흙냄새가 들어온다. 깊고 윤택하고 매혹적이다. 원초적이고 구수하다. 밖으로 얼른 뛰어나가 넙죽 엎드려 손에 한 움큼 쥐고 그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고 싶다. 긴 결핍의 시간 동안 이 향기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불현듯 깨닫는다. (……) 너무 일찍부터 흙을 성가시게 했다가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진창을 만드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나도 너무 일찍 씨앗이나 모종을 심으려고 했다가 욕심부린 대가를 톡톡히 치른 적이 있다. (……) 대신 코를 앞세우고 돌아다니며 정원과 사귀어보자. 봄 내음을 처음 맡는 순간의 황홀함은 노동을 전혀 하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특별하다.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아직은.
---「그리웠던 흙냄새」중에서

우리는 여름밤의 세레나데를 당연하게 여기지만, 식물이 없으면 밤에 나는 소리도 사라질 수 있다. 나무와 풀과 숲 바닥에 떨어진 여러 유기물이 없으면 곤충들은 갈 곳이 없다. 그리고 곤충이 없는 곳에는 새도 오지 않는다. 이 말은 정원을 가꾸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심하게 가꾸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세심하게 다듬은 잔디밭에는 한여름 밤의 세레나데를 연주할 곤충들이 살 수 없다. 여름밤 내내 크게 울어대는 곤충 대부분은 정원 주변에 자연스럽게 내버려 둔 부분 덕분에 살아간다. 다듬기만 하지 말고 방치도 해야 한다는 의미다.
---「풀벌레들의 세레나데」중에서

행여 지나가다가 엉뚱한 곳에서 자라는 잡초를 발견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바로 뽑는 것은 절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저녁 데이트를 하려고 집을 나서다가 있어서는 안 될 곳에 명아주가 자라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치자. 신고 있는 신발도 그런 작업에 적절하지 않고, 장갑도 끼지 않았지만, 휙 잡아채면 그 침입자를 제대로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잘못된 생각이다. 그렇게 하면 문제의 잡초 윗부분만 뜯겨서 그대로 남은 뿌리가 몇 주 안에 훨씬 뽑기 어렵고 더 고약한 잡초로 성장할 것이다. 소리쟁이나 수영, 쇠비름, 석류풀 등등을 없애려고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전투 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나설 수 있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 굳은 흙을 부드럽게 해줄 도구를 써서 적을 쉽게 박멸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든 다음 공격을 감행하자.
---「잡초와의 줄다리기」중에서

나는 아스터가 코발트블루를 입은 마지막 꽃잎을 떨어트려도 곧장 달려들어 베어내지는 않는다. 잎에 색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한 그대로 둔다. 정향풀은 아마도 여러해살이풀 중 가장 오래 색을 유지하는 식물일 것이다. 하지만 매발톱꽃, 스토케시아, 사초, 아르메리아, 풍지초 모두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순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한 한 오래 그 자리에 머물도록 해준다. 작약은 터무니없이 아름다운 색으로 물이 든다. (……) 가을에는 정원에서 100분의 1초도 눈을 뗄 수가 없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 가을에는 정원을 청소하러 자주 나서야 한다는 게 오히려 다행이다. 갈퀴질을 하고, 가지치기를 하고, 여기저기 손질한다는 핑계로 마당에 나가 가을의 쇼를 지켜보자. 자리를 비울 때가 아니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중에서

솔직히 마당에서 막 딴 복숭아를 베어 물고 턱으로 흐르는 단물을 만족스럽게 닦아가며 즐길 때면 여기저기 난 흠집이나 생채기는 보이지도 않는다. 익자마자 따서 바로 입에 넣을 과일이 외모가 어떤들 무슨 상관이랴? 집에서 키우는 과일의 장점은 누구한테 보여주고 인정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유일한 기준은 잘 익어서 수확할 시기가 되었는가 하는 것뿐이다. 손수 정성껏 키워 수확한 과일의 미묘한 맛이 내는 뉘앙스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집에서 키운 복숭아를 한 입 맛보면 마트에서 파는 복숭아에는 손도 대기 싫을 것이다.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중에서

눈보라가 몰아친 뒤의 잠시 멈춤. 모든 것이 숨을 죽이는 순간의 정적. 밤새 온 세상을 뒤집을 듯 불어대느라 목이 다 쉬어버린 바람이 잠잠해진 후 메아리조차 사라져버린 아침의 소리. 엄청난 눈보라가 친 후 동이 틀 무렵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 치우는 기계가 도로를 누비기 전, 지나가는 자동차 바퀴 자국으로 눈 고랑이 패이기 전, 온 세상이 완벽한 침묵에 잠긴 드문 순간이 있다. 시시한 눈보라 정도로는 이런 침묵을 얻을 수 없다. 눈발이 날리는 정도로는 당연히 어림도 없다. 10센티미터 정도 눈이 쌓이면 물론 매우 불편하지만 온 세상이 멈추게 하지는 못한다. 세상이 입을 다물게 하려면 적어도 30센티미터 이상은 눈이 쌓여야 한다. 그런 눈이 오고 난 뒤에 흐르는 정적은 나중에 그 눈사태를 처치할 때 겪는 고통도 감수할 가치가 있어 보이게 한다.
---「고요의 소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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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오감을 모두 열고 정원에 나서는 토바 마틴. 그녀가 이끄는 대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만지고, 맛보다 보면 그곳이 정원이든, 공원이든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차원의 자연을 발견하게 된다. 열정은 감염성이 있는 듯하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나는 다가오는 새봄에 꽃 한 포기라도 심어보고 싶은 열망과 푸릇푸릇 새순이 돋고 있을 공원으로 뛰어나가고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 김희정 (『오감을 깨우는 정원 생활』, 『랩걸』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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