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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은희경 장편소설

[ 양장 ]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015이동
리뷰 총점9.2 리뷰 11건 | 판매지수 1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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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4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04쪽 | 550g | 128*188*35mm
ISBN13 9788954623377
ISBN10 8954623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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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5
은희경 장편소설 새의 선물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1995)은, 은희경 소설세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열두 살 이후 더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소녀 진희를 통해 삶의 진실을 가차없이 폭로한다.

어린 화자의 성장과 함께 당대 인물군상들의 삶의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새의 선물』은,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란 호평을 받았다. 인생 자체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진희의 시선은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빚어내는 갖가지 희극적인 삽화들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동시에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의 본질과 삶의 심연에 흐르는 위악적 경험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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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015
은희경 장편소설 새의 선물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새의 선물』(1995)은, 은희경 소설세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작품으로, “열두 살 이후 더이상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고 단호하게 선언하는 소녀 진희를 통해 삶의 진실을 가차없이 폭로한다.

어린 화자의 성장과 함께 당대 인물군상들의 삶의 모습까지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새의 선물』은, “환멸의 학습을 통해 인간 성숙을 그린 뛰어난 성장소설이자 지난 연대 우리 사회의 세태를 실감나게 그린 재미있는 세태소설”이란 호평을 받았다. 인생 자체에 대한 냉소로부터 비롯된 시니컬한 진희의 시선은 다채로운 등장인물들이 서로 부대끼며 빚어내는 갖가지 희극적인 삽화들에 사실성을 부여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삶의 진실이란 무엇인가, 진실한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한다. 동시에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비밀스런 관계의 본질과 삶의 심연에 흐르는 위악적 경험의 비합리성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인생의 희비극적 단면에 대한 절묘한 포착, 상식을 뒤집는 역설과 잠언의 적절한 구사, 일상적 경험을 형이상학적 인식으로까지 끌어올리는 치열한 탐구정신 등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이 작품은 우리 문학의 중요한 수확이며, 이제는 한국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가 된 은희경의 영혼과 정신의 거센 출렁거림과 인간의 삶과 세계를 꿰뚫는 빛나는 통찰이 돋보이는 역작이다. 조숙한 소녀 진희의 시선을 통해 제시되는 삶에 대한 모험적, 도전적 통찰은 그간 우리를 지배해왔던 삶의 금기와 규범체계, 지식 따위의 고정관념들을 통렬하게 해체하며 『새의 선물』 출간 20주년을 앞둔 오늘날까지 그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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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희의 성장 과정은 기존의 보편성을 넘어서는 스스로의 지성을 확립하는 단계도, 그를 통해 공동체와의 화해를 모색하는 시도도 따르지 않는 성장이다. 다만 어린 시절에 얻은 삶에 대한 사소한 성찰을 진리라 믿으며 그것을 자기기만과 끝없는 긴장을 통해서 연장해나가는 성장일 뿐이다. 한마디로 『새의 선물』은 진희의 성장 없는 성장 과정을 통하여 한편으로는 한국사회에 깃들어 있는 절망의 징후를 표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용기와 결단의 부족으로 부조리한 현실세계를 냉소할 뿐인 진희를 냉소하는 중층적 주제 제시 방식이 돋보이는 소설이며, 가차없는 시선과 인간적인 다감을 가장 조화롭게 결합시킨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소설사의 소중한 거점인 것이다.
-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미성년의 시기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자신에게만 집중하느라 곧잘 상처입고 연민에 빠지는 불완전한 ‘서정시대’로 내던져지는 것에 다름아니다. 뿐만 아니라 되돌아간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성장은 이미 이루어졌거나, 혹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다. (…) 『새의 선물』은 앞날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는 청신한 아침의 소설이 아니라, 문득 하루의 과오가 뚜렷해지는 어느 황홀하지 않은 저녁의 소설이다. 소설은 우리에게 해바라기 씨앗 대신, 세상에 대고 잠시 웃을 수 있는 한줌의 농담을 남겨두었다. 은희경은 이렇게 농담은 오래 지속된다고 속삭인다.
강지희(문학평론가)

회원리뷰 (11건) 리뷰 총점9.2

혜택 및 유의사항?
새의 선물 - 은희경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다*앤 | 2021.11.16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설이다. 같은 책을 다른 나이에 다시 읽는다는 건 여러모로 재미가 있다. 그때와 다른 곳을 밑줄 치는 재미도 있고,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는 재미도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진희가 그저 조숙한 어린이로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접하는 진희는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진다. 그의 생각에는 여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의 행동;
리뷰제목

오랜만에 다시 읽은 소설이다. 같은 책을 다른 나이에 다시 읽는다는 건 여러모로 재미가 있다. 그때와 다른 곳을 밑줄 치는 재미도 있고, 그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느끼는 재미도 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진희가 그저 조숙한 어린이로만 느껴졌었는데, 지금 접하는 진희는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진다. 그의 생각에는 여전히 공감 가는 부분이 있지만, 그의 행동에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너무 특화되어 있는 부분이 있어 실제로 주변에서 진희 같은 사람을 만난다면 마냥 솔직하고 편하게만 대하긴 힘들 것 같다. 그게 진희의 잘못은 아니고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생긴 거라는 것도 알지만, 어른이 된 진희를 보면 더 어려운 사람이 됐구나 싶은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소설의 후반부이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통해 자란 사람들의 앞으로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영옥과 홍기웅도 중간의 시련이 없었다면 지금의 만남 또한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혹여 그전에 스친 인연이 깊게 이어졌다 하더라도 (이형렬이나 허석이 아닌 홍기웅과 바로 교제했더라도) 그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을 헤쳐 나온 지금의 영옥과 홍기웅이기에 그들이 나눌 앞으로의 사랑 또한 기대할 수 있으리라.

 

마지막으로 그때는 몰랐던 새의 선물이란 제목의 의미를 이제야 가늠하게 되었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다 새의 선물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나는 지금도 혐오감과 증오, 그리고 심지어는 사랑에 이르기까지 모든 극복의 대상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대상을 똑바로 바라보곤 한다. 쥐를 똑바로 보면서 어금니에 고인 침 사이로 스테이크를 씹어넘기듯이. 그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다. (10p)

 

내가 내 삶과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나 자신을 보여지는 나바라보는 나로 분리시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나는 언제나 나를 본다. ‘보여지는 나에게 내 삶을 이끌어가게 하면서 바라보는 나가 그것을 보도록 만든다. 이렇게 내 내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로 하여금 나 자신의 일거일동을 낱낱이 지켜보게 하는 것은 이십 년도 훨씬 더 된 습관이다.

그러므로 내 삶은 삶이 내게 가까이 오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거리를 유지하는 긴장으로써만 지탱돼왔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거리 밖에서 지켜보기를 원한다. (12~13p)

 

누가 나를 쳐다보면 나는 먼저 나를 두 개의 나로 분리시킨다. 하나의 나는 내 안에 그대로 있고 진짜 나에게서 갈라져나간 다른 나로 하여금 내 몸밖으로 나가 내 역할을 하게 한다.

내 몸밖을 나간 다른 나는 남들 앞에 노출되어 마치 나인 듯 행동하고 있지만 진짜 나는 몸속에 남아서 몸밖으로 나간 나를 바라보고 있다. 하나의 나로 하여금 그들이 보고자 하는 나로 행동하게 하고 나머지 하나의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때 나는 남에게 보여지는 나와 나 자신이 바라보는 나로 분리된다.

물론 그중에서 진짜 나는 보여지는 나가 아니라 바라보는 나이다. 남의 시선으로부터 강요를 당하고 수모를 받는 것은 보여지는 나이므로 바라보는진짜 나는 상처를 덜 받는다. 이렇게 나를 두 개로 분리시킴으로써 나는 사람들의 눈에 노출되지 않고 나 자신으로 그대로 지켜지는 것이다.

진짜의 나 아닌 다른 나를 만들어 보인다는 점에서 그것이 위선이나 가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꾸며 보이고 거짓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나를 두 개로 분리시키는 일은 나쁜 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작위라는 말을 알게 된 뒤부터 그런 의혹은 사라졌다. 나의 분리법은 위선이 아니라 작위였으며 작위는 위선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부도덕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므로 이제 내가 아는 어른들의 비밀을 털어놓는 데에 나는 아무런 거리낌도, 빚진 마음도 갖고 있지 않다. (23~24p)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 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 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 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 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 정보다는 미운 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 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 없이 생기는 미운 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 정이 더해져 고운 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 게 사랑이다.

(...) 어쩌면 미운 정이란 고운 정보다 훨씬 더 얻기 힘든 무르익은 감정인지도 모르겠다. (150p)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그런 떠남을 생각하며 아줌마는 사라진 버스 쪽을 그렇게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는 것이리라. (164p)

 

삶의 이면을 많이 알다 보면 매사에 의심이 많아지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이해심이 많아지는 면도 있는 것이다. (209p)

 

사랑은 자의적인 것이다. 작은 친절일 뿐인데도 자기의 환심을 사려는 조바심으로 보이고, 스쳐가는 눈빛일 뿐인데도 자기의 가슴에 운명적 각인을 남기려는 의사표시로 믿게 만드는 어리석은 맹목성이 사랑에는 있다. 허석이 다만 한번 쳐다본 것을 가지고 그것이 이렇게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바로 너라는 의미라도 되는 듯이 가슴이 설레는 걸 보면 진정 나는 사랑에 빠진 모양이다. (221p)

 

슬픔. 그렇다. 내 마음속에 들어차고 있는 것은 명백한 슬픔이다. 그러나 나는 자아 속에서 천천히 나를 분리시키고 있다. 나는 두 개로 나누어진다. 슬픔을 느끼는 나와 그것을 바라보는 나. 극기훈련이 시작된다. ‘바라보는 나는 일부러 슬픔을 느끼는 나를 뚫어져라 오랫동안 쳐다본다. 찬물을 조금씩 끼얹다보면 얼마 안 가 물이 차갑다는 걸 모르게 된다. 그러면 양동이째 끼얹어도 차갑지 않다. 슬픔을 느끼자, 그리고 그것을 똑똑히 집요하게 바라보자. (229p)

 

아이들은 그제야 자기들이 아무리 민주 선거의 원칙을 배워 실천해봤자 하늘이 볼까 무서워고무신 한 켤레 준 후보에게 투표한 할머니가 받아들인 바로 그 현실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여전히 시험문제를 풀 때는 정답을 쓰겠지만 현실에서는 정답을 다른 식으로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던 것이다. 아이들은 그것으로 세상을 아는 것처럼 생각되었고 그리고 그것을 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 어른스러운 태도라고 믿었다. 대의원들은 교과서에서는 배우지 못하고 직접 선생님을 통해 배운 그 방법을 반 아이들에게 써먹었다. 반장에게 잘 보이지 못한 아이들은 자습시간 내내 잠만 잤어도 가장 떠든 사람 1순위로 적혀서 선생님에게 보고되었다. (233~234p)

 

가려운 곳을 긁는다는 것은 짜릿한 맛이 있다. 바로 그 맛을 위해 할머니는 매일 가려운 곳을 일부러 찾는 건 아닐까. 가렵다는 것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가려운 곳이 없으면 어떻게 긁는 순간의 쾌감을 느낄 것인가. 할머니가 가려움증을 찾듯이 나도 일부러 그리움을 불러들이는 것인가. (274p)

 

사랑이 아무리 집요해도 그것이 스러진 뒤에는 그 자리에 오는 다른 사랑에 의해 완전히 배척당한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장소가 가지는 배타적인 속성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랑, 새로운 사랑은 언제나 가능한 것이다.

운명적이었다고 생각해온 사랑이 흔한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사랑에 대한 냉소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다시는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사랑에 빠지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얼마든지 다시 사랑에 빠지며, 자기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유지의 감각과 신랄함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착 없이 그 사랑에 열중할 수가 있다. 사랑은 냉소에 의해 불붙여지며 그 냉소의 원인이 된 배신에 의해 완성된다. (275p)

 

불안 때문이었을까. 아줌마처럼 강인한 사람은 아무리 힘든 삶이라도 자기가 익히 아는 일은 어떻게든 이겨나갈 자신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닥쳐올 일에 대해서는 불안하고 자신이 없다. 그것이 아줌마처럼 자기 생에 대한 의지는 강하되 자기 생을 분석할 줄 모르는 사람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296p)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험심이 부족하다. 진정한 자기의 삶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찾아보려 하기보다는 그냥 지금의 삶을 벗어날 수 없는 자기의 삶이라고 믿고 견디는 쪽을 택한다. (...) 우연히 닥쳐온 불행을 이겨내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만듦으로써 더 많은 불행을 번식시키기 때문이다. (301~302p)

 

이모는 이형렬이 자기의 영원하고도 유일한 사랑이라는 지극히 서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가 알기로 세상을 서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상처받게 마련이다.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 따위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서정성 자체가 고통에 대한 면역을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이모처럼 감상적인 사람은 삶을 너무 낙천적으로 생각한다. 아니 삶이 자기를 배반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는다. 자기의 행복과 불행의 조종간을 통째로 타인의 손에 쥐여준다면 그 타인에게 매력적인 존재가 되는 것도 잠시일 뿐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언제 변할지 모르며 특히 젊은이를 변심하게 만드는 일은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그러므로 상대가 나를 사랑할 때 내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은 상대의 사랑을 잃을 때 내가 불행해진다는 것과 같은 뜻임을 깨닫고 그 사랑이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한편 그것이 사라질 때의 상실감에 대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타인을 영원하고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이 세상에 그런 사랑은 있지도 않다는 것을 이모는 진작에 알았어야 했다. (372~373p)

 

삶이란 장난기와 악의로 차 있다. 기쁨을 준 다음에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에 장난기가 발동해서 그 기쁨을 도로 뺏어갈지도 모르고 또 기쁨을 준 만큼의 슬픔을 주려고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삶이란 언제나 양면적이다. 사랑을 받을 때의 기쁨이 그 사랑을 잃을 때의 슬픔을 의미하는 것이듯이. 그러니 상처받지 않고 평정 속에서 살아가려면 언제나 이면을 보고자 하는 긴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 (380~381p)

 

사람의 마음에 선과 악이 함께 있다는 것은 굳이 할머니 말씀을 듣지 않아도 나 스스로 체득한 지 오래이다. 나는 선이나 악 모두가 내 마음 깊이에 똑같이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중 어느 한쪽만을 나의 진실한 모습이라고 주장할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선한 것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이지만 악에 대해서는 실수라거나 충동이라거나 하는, 자신의 통제로부터 이탈되었다는 뜻의 이름을 달아 진정한 자기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들은 삶을 위대하고 진지한 것, 아름다운 것으로만 보려는 서정적 인간임에 틀림없다. (381p)

 

물론 순간적인 느낌일 뿐일 것이다. 아무리 실연의 상심이 컸다 한들 이모는 이모이고 며칠 사이에 다른 사람으로 바뀔 수는 없다. 내가 유의한 것은 이모가 변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이모의 내면에 다른 모습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이모의 내면에는 수많은 다른 모습들이 함께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 모습들 중에 하나씩을 골라서 꺼내 쓰는 제어장치, 즉 이모의 인생을 편집하는 장치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되면 이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는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 (395~396p)

 

이상하게 보이냐? 내가 벌레를 먹는 것이나 내 몸이 벌레들에게 뜯어먹히는 것이나 다 좋은 일이지. 벌레들한테 뜯어먹히면서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게 바로 죽음이고. 진희야, 그러니 죽는다는 건 얼마나 평화로운 일이냐……” (421p)

 

삶도 그런 것이다. 어이없고 하찮은 우연이 삶을 이끌어간다. 그러니 뜻을 캐내려고 애쓰지 마라. 삶은 농담인 것이다. (445p)

 

심장. 그곳은 내 이성이 통제할 수 없는 유일한 육체였다. 내 몸을 모두 내 마음대로 정지시킬 수 있건만 심장만은 그럴 수가 없었으며 그 박동은 나 스스로 원치 않는데도 무의미한 열정을 가속시킬 때가 있다. 나는 마치 심장을 쥐어짜듯 작은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나의 심장의 박동이 무의미한 열정을 싣고 가속될 때가 있었다. 그리고 목이 비틀어진 뒤에도 여전히 죽음의 공포로 팔딱거리는 닭의 심장처럼, 박동이란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한순간 멈춰져버리는 것도 아니었다. 심장의 박동은 생명력이기도 하지만 한편 자기 존재에 대한 무력감이기도 했다. (446p)

 

90년대지만 지금도 세상은 나의 유년과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 여전히 세계 어느 곳에선가는 베트남전이 일어나고 있고 아이들은 선생님에게서 위선과 악의를 배워가며 이형렬들은 군대에서 애인을 구하고 뉴스타일양장점의 계는 깨졌다가 다시 시작되며 신분상승을 위한 미스 리의 교태가 반복되는 한편에서 광진테라 아줌마는 둘째아이를 가짐으로써 뒤웅박 팔자 속에 구덩이를 판다. 정여사 아줌마의 남편들은 아직도 감옥에 있으며 유지공장의 불 같은 뜻밖의 재난이 끊임없이 사람들을 떼죽음으로 몰아가고 그 사고는 이내 잊혀진 뒤 반복되며 사고가 잊혀진 뒤까지도 그때 대동병원이 번 돈처럼 돈들은 증식을 계속한다.

그때 젊은이였던 이들이 장년이 된 지금도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탄식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사랑은 여전히 배신에서부터 시작한다. (473p)

 

누가 누구를 배신한 것이며 누구의 배신이 더 심각한가 따위, 배신의 진앙과 진도를 따지는 일은 무의미하다. 그런 것을 따지다보면 결국 우리는 스스로 의도하진 않았다 할지라도 누군가를 배신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마치 서로에게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처럼 심상하게 얽혀 짜여져 있지만 이 삶 속에서 누군가의 적이 되지 않고 살기란 불가능한 것처럼, 삶 속에는 타의가 있는 법이니까. (474p)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집착으로써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 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에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지금 나는 무궁화호를 보고 있다.

90년대가 되었어도 세상은 내가 열두 살이었던 60년대와 똑같이 흘러간다. 열두 살 이후 나는 성장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무궁화호를 보고 있다.

나는 아폴로 11호를 보고 있다.

나는 쥐를 보고 있다. 수챗구멍과 변소 구덩이를 오가는 쥐의 태연하고 번들번들한 작은 눈, 긴 꼬리의 유영, 그리고 그 심각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회색의 일과들을. (4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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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은희경 _ 새의 선물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자* | 2021.11.15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이 너무 생생하고 펄펄 뛰어오르는 느낌이라 이 소설이 쓰여진지 20여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다. 이 소설의 화자인 진희. 진희는 12살 이후로 성장을 멈췄다고 하는데, 이미 12살에 정신적인 성숙이 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진희는 스무살이 넘은 성인인 자신의 이모보다도 훨씬 더 냉철하게 상;
리뷰제목

은희경 작가의 작품을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이 너무 생생하고 펄펄 뛰어오르는 느낌이라 이 소설이 쓰여진지 20여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정말 놀랐다.

이 소설의 화자인 진희.

진희는 12살 이후로 성장을 멈췄다고 하는데, 이미 12살에 정신적인 성숙이 다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진희는 스무살이 넘은 성인인 자신의 이모보다도 훨씬 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한다.

사실 나도 내가 진희보다 더 성숙한 사고방식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영 자신이 없다.

그런 진희의 모습 때문에 소설을 다 읽고나면 굉장히 안쓰러워지는 지도 모르겠다.

철이 없어서 제 멋대로 굴지만 상처를 받을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도 사랑과 걱정을 받는다는 진희의 이모.

그 이모의 소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이 다 행복해졌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삶의 호의를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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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새의선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 | 2021.10.29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치밀한 배경 묘사와 재치 넘치는 통찰력, 그리고 흥미로운 주변인들도 너무 좋았다 심각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삶을 살아가는 법 진희의 삶을 보면서 경계와 방어적이면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진희의 삶을 의미를 느낄수 있었다 안스럽다고  그리고 그것이 냉소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하지만, 냉소에는 막연한 쓸슴함에 늘 함께한다.  다 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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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한 배경 묘사와 재치 넘치는 통찰력, 그리고 흥미로운 주변인들도 너무 좋았다

심각하지도 비루하지도 않은 삶을 살아가는 법 진희의 삶을 보면서 경계와 방어적이면서 자신의 본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진희의 삶을 의미를 느낄수 있었다 안스럽다고 

그리고 그것이 냉소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함께 하지만, 냉소에는 막연한 쓸슴함에 늘 함께한다.

 다 자란 진희모습속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음에도

어딘지 모르게 무언가를 잃은 듯한 분명한 공허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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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나 " "바라보는 나" 편하게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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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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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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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p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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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받아 읽고 있는데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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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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