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 대한 시각적 오류도 한몫한다. 시각적 차원에서, 지도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과 얼추 비슷해 보인다. 메르카토르Mercator 방식에 따라 제작된 세계지도는 둥근 지구를 평면에 그려 넣어 고위도로 갈수록 실제보다 면적이 훨씬 커 보인다. 예컨대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인 그린란드는 메르카토르 기법에 따라 아프리카와 비슷한 크기로 보이지만, 실제로 아프리카 대륙이 그린란드보다 14배나 크다. 사실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 그린란드, 인도, 중국, 스페인, 프랑스, 독일, 영국을 모두 품고도 여유가 있는 크기다. 이처럼 거대한 면적만큼 지리적인 환경도 다채롭다.
--- p.14~15, 「프롤로그」중에서
이는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최초 인류 화석의 이름을, 발굴 당시 학자들이 비틀스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Lucy in the sky with diamonds?(1967)를 듣다가 ‘루시’로 지은 것과 유사하다. 이처럼 유럽의 식민지 팽창은 지리적 점령과 함께 서구식 지도 그리기mapping와 이름 짓기naming로 드러난다.
--- p.44~45, 「2장 아프리카, 노스탤지어」중에서
처음에는 속박된 관계에 대한 염증쯤으로 받아들였던 카렌은 온 정성을 다해 꾸려온 커피 농장이 한순간의 화재로 모두 소실되고 나서야 그 참뜻을 깨닫는다. 케냐의 땅도, 커피 농장도, 함께 일궈온 케냐 현지 직원들도 누군가에게 예속될 수 없음을, 그리고 그러한 생각 자체가 폭력적일 수밖에 없음을 아프리카 밖out of으로 나와서야 알게 되며, 아프리카의of 본질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케냐의 목가적인 풍경은 남녀 주인공의 서정적이면서도 애틋한 로맨스 서사와 맞물려 문명과 야만의 대립을 감춰버린다.
--- p.49, 「2장 아프리카, 노스탤지어」중에서
사실 이들은 원래 어부였다. 해적이 되기 전에는, 자연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면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1991년 소말리아가 무정부 상태가 되자 조업에 대한 규제나 해양 경비가 마비되었다. 이때 소말릴란드에서 아덴만을 두고 정북 쪽으로 200킬로미터도 안 되는 곳의 예멘 어부들이 소말리아 연안에서 풍부한 어자원을 마구잡이로 포획해 갔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크고 작은 배들이 유독성 불법 폐기물을 투기하여 사실상 고기잡이가 불가능한 지경이 되었다. 그리하여 소말리아 어부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지키기 위해 총을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내륙의 고위 관료는 소말리아 해역에 진입하는 외국 선박에 허가증을 무작위로 발급해 주거나, 해적의 산업화를 용인하며 인질 몸값의 일부를 나눠 갖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다. 악순환의 굴레 속에서 한때 소말리아인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바다는 그렇게 본래의 가치를 잃어갔다.
--- p.135, 「6장 무법자와 영웅」중에서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난민으로 내몰았을까? 우리는 오늘날 뉴스를 통해 끊임없는 분쟁과 그로 인한 난민 문제를 접하지만, 이는 아프리카의 과거 식민지 경험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오늘날 아프리카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식민의 잔재들은 제국주의가 성행하던 때 서구 열강의 이익에 따라 마구잡이로 그어버린 국경선에서 비롯된다.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학적 속성, 다시 말해 부족국가로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강요는 부족 간에 미움만 남겼다.
--- p.135, 「7장 겨우 목소리를 낸 이들의 거짓말」중에서
또한,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 주권, 영토의 기반을 자신들의 의지대로 다져오지 못했기에 식민지 독립 후 각 나라의 수장은, 타인에 의해 제한된 영토로 말미암아 서로 다른 토착어를 사용해 온 다양한 부족을 한 국가의 국민으로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 국민국가는 철저히 유럽식 근대 개념이었고, 수많은 부족이 뒤섞여 살아온 대륙에서 한 국가의 국민으로 모여 살도록 구획 짓기를 한 것은 아프리카의 인구학적 속성을 철저히 무시한 식민지 잔재였다.
--- p.160, 「8장 아프리카의 리더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