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크게 주권재민, 행복추구권, 경제민주화 등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자는 시종일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해법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경제민주화’에 주목한다.
끝으로 119조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나는 이것이 헌법 제3조가 되었으면 한다. 행복추구권과 체제 선택권이 보장되는 전제 위에서 경제민주화가 실질적으로 구현되어야 비로소 ‘민주주의 공화국’이 될 수 있다. 내가 소망하는 경제민주화란 단순히 재벌과 중소기업의 공존, 시골 마을의 도시화, 단편적 복지 프로그램 실시 등을 넘어선다.
참된 경제민주화란 사람들이 경제 활동의 실질적 주인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것은 노동자와 경영자가 지금처럼 나뉘지 않고 ‘통합’되는 것, 회사 대표를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 뽑고 결정 과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하는 것, 경영이나 경제 과정을 공유하고 생산·유통·분배·소비 등 모든 과정에서 책임성 있게 행위하는 것 등이다. -본문 23-24쪽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특히 금융 세계화의 시대가 오면서 사회 양극화가 세계화되었다. 차별과 경쟁이 아닌 평등한 세상, 우애로운 세상을 만드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내용이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민주 정부에 의한 재분배 정책이나 민주노동 운동 및 민주사회 운동의 힘에 토대를 둔 사회적 차별 해소가 선행되어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이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며,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사회 공공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기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의 기본권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본문 31쪽
진정으로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고자 한다면, 지난 50년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어 온 사람들(노동자, 농민, 서민, 학생, 여성, 이주민, 자영업자, 영세중소기업인 등)에게 겸손하게 다가가 그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토론하고 협의해 바람직한 제안을 하면 정부는 그 실현을 도와주는 형태로 개입해야 한다.
재래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악수하며 표를 달라고 부탁할 때의 그 마음(기득권을 버리겠다는 마음)을 절대 잊지 않되 10년 뒤, 20년 뒤에 사람들이 진실로 ‘행복한 나라’가 되었다고 칭송할 수 있을 정도로 중ㆍ장기 비전을 갖고 그 속에서 향후 몇년 동안이라도 철저히 경제민주화를 이뤄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재벌이나 보수 기득권층과 정면 대결하느냐 아니면 그들의 요구에 순치되고 마느냐, 바로 이것이 문제다. 강자 앞에 순치되지 않고 정도를 걷는 것, 바로 이것이 실종된 경제민주화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본문 43쪽
국가가, 정치인들이 경제민주화 조항을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펴나가야 한다는 주장 아래 저자는 그러나 우리들 개인 역시 삶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 우선 일류 대학이나 일류 직장이라는 기준에 자신의 삶을 옭아맬 필요는 없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일류 인생’을 삶의 기준으로 삼는 게 좋다. 그리하여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도 사회에 유익한 일을 한다면 삶의 보람을 느끼면서도 자연스레 행복해지지 않을까? 돈도 중요하지만 결코 돈이 삶의 목적은 아니다. 삶의 수단일 뿐이다.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돈벌이는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스스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주체성이다. -본문 106쪽
결국 나 홀로 살기보다 더불어 사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보람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무한 소유’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린다. 그런다고 해서 모두 성공하는 것도 아니요, 바람직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 말한 ‘빈틈’을 추구하는 개인적·집단적 실천들이 활성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고, 이런 실천이 왕성하게 이뤄질수록 기존 구조에 하나 둘 균열이 날 가능성은 커진다. 이와 더불어, 비록 부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희망도 커진다. 부유한 삶보다 ‘충분한’ 삶을 찾는 것이 우리의 공동 과제일 것이다. 부유하면서 긴장된 것보다 충분하면서 평온한 것, 바로 이것이 참 행복이 아닐까? -본문 110쪽
답답하기만 한 현실을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로, 개인적으로는 ‘무한경쟁’에서 ‘더불어 함께’ 마인드로 바꿔 나가야 희망이 보인다고 역설하는 가운데 저자는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해고 사건, 현대자동차 사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장 점거 투쟁, 밀양 송전탑, 제주도 강정의 해군 기지 건절,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직원의 자살 등 구체적인 사건들에 집중해 우리의 시선을 환기한다. 당장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면 결국 ‘우리 모두’의 일이 되어 결국 거대 자본이 우리 사회 전체를 잠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2010년 말 또다시 반복된 정리해고 물결에 한진중공업 노조와 민주노총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나흘간 농성을 벌였다. 회사는 꿈쩍하지 않았다. 마침내 2011년 1월 6일 새벽, 《소금꽃나무》의 저자이자 절반의 인생을 해고자로 살아온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무려 세 시간 동안 톱질로 자물쇠를 끊고 35미터 높이의 85호 크레인 위로 올라 190일이 넘게 “정리해고 철회”를 외친다.
바로 그 자리는 2003년 김주익 전 노조위원장이 살인적 손배가압류 등 극심한 노조 탄압과 열악한 노동에 저항하며 129일이나 외로운 싸움을 하다 극심한 절망감에 자결한 곳이다. 또 1991년 최초의 민주노조 위원장으로 밤낮 민주노조 운동에 전념하다 의문의 죽임을 당한 박창수 열사가 일하던 곳이다. 2011년 6월 11일의 제1차 희망버스에 이어 7월 9일 제2차 희망버스에 마음을 담은 1만여 지지자들에게 김진숙은 “앞으로 작은 희망의 꽃씨 하나가 어떻게 꽃밭이 되는지 기억해 달라”고 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한진중공업만이 아니라 쌍용자동차, 유성기업, 콜트콜텍, 발레오의 해고 노동자들을 기억하자 했고, 재능교육,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등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을 잊지 말자고 했다.
그렇다. 혁명가 김진숙은 온 사회가 인간답게 변혁될 것을 요구한다. 경영학 교과서의 ‘변혁적 리더십’이니 ‘경영 혁명’이니 하는 개념들이 얼마나 위선적인지 온몸으로 찌른다. -본문 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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