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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고 취하면 더 맛있는 우리술 이야기

리뷰 총점10.0 리뷰 9건 | 판매지수 2,046
베스트
가정 살림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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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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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년 03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82g | 130*225*20mm
ISBN13 9791171711666
ISBN10 117171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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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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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최악의 적’이었다. 솔직히 술을 미워했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은 어떻게든 이겨내야 하는 존재였다. 물론 싸움에서 지는 쪽은 언제나 나였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주량 이상으로 마시면 몸에 울긋불긋 두드러기가 돋았다.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술을 피할 순 없었다. 술과 정면승부를 하게 된 건 2021년, 당시 부장님이 연재 기획 기사인 ‘우리술 답사기’를 내게 맡겼을 때다. “우리 회사에서 술을 제일 못 마시니 취하지 않고 일만 하고 올 것 같아서”라는 농담 섞인 이유에서다. 하지만 술이라고는 한 모금도 제대로 못 넘기는 ‘알쓰(알코올 쓰레기,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을 뜻하는 은어)’가 맨몸으로 파헤치기엔 체급 차이가 컸다.
--- p.9 「들어가며. 취할 준비 되셨습니까?」 중에서

요즘은 워낙 MZ세대들이 많이 소비해주는 덕에 프리미엄 막걸리가 대중화됐지만, 여전히 막걸리는 1,000원짜리 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막걸리는 서민의 술’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다른 주종보다 가격 저항이 심한 편이다. (중략)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0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주 업체의 영업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원료 구입비(47.1%)였다. 그만큼 막걸리 가격을 크게 차지하는 것이 원료 가격이다. 과거 1,000원짜리 막걸리가 대세였던 시절엔 모두 외국산 쌀을 쓰거나 뻥튀기 쌀인 팽화미, 또는 밀가루 같은 저렴한 재료로 막걸리를 만들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쌀이 부족해 술을 빚지 못하게도 했다. 최근 들어 좋은 쌀로 막걸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막걸리 가격도 덩달아 오른 것이다.
--- p.44 「계획변태 ‘J’와 전통주 가격」 중에서

자꾸 높아지는 막걸리 도수에 물처럼 넘어가던 옛 막걸리를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막걸리는 작은 잔보다 큰 잔에 한가득 담아 목을 타고 넘어가는 게 보일 정도로 꿀떡꿀떡 삼켜주는 게 좋다. 가벼운 목넘김은 그야말로 술이 술을 부른다. 달거나 약한 탄산이 있어도 좋다. 이런 막걸리를 또 다른 말로는 ‘노동주’라고 부른다. 고된 노동을 한 다음에 마시는 막걸리다. 여름철 농번기에 농촌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참과 함께 마시는 가벼운 막걸리 한잔. 도수도 낮아서 쉽게 취하지도 않고 그저 일로 굳었던 몸을 가볍게 풀 정도로 취기가 돈다. 이런 막걸리에 파전 안주는 또 얼마나 기가 막히던가. 약간 신김치에 어울려 먹어도 산미 궁합이 알맞다. 이때 마시는 막걸리는 업무량의 바로미터다. 술이 달고 맛있을수록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다.
--- p.98~99 「소주는 순해지고 막걸리는 독해진다」 중에서

주류 업계 관계자의 통찰력처럼 “주류 트렌드는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알 수 있다”는 말은 어쩌면 정말 맞는지도 모른다. 강남 부촌의 의류 수거함엔 버려진 명품이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지 않던가. 물론 한 오피스텔의 모습이 모두를 대변할 순 없지만, 트렌드가 꽤 그럴듯하게 맞아떨어지는 게 흥미롭다. (중략) 와인병이나 맥주병이 널브러져 있는 것처럼 재활용 쓰레기장에 우리술이 널려 있으면 싶다. ‘나루생막걸리’ ‘댄싱파파’ ‘진맥소주’ ‘복순도가 손막걸리’ ‘가무치’ 같은. 강원 철원 두루미양조장에서 나온 막걸리 ‘오래된 노래’처럼 라벨에 술 정보 대신 스탠딩 에그의 노래 가사가 적힌 술병은 “이 술 독특하다. 뭐지?” 하다가 결국 사서 마시게 되는 그런 꿈을 종종 꾼다.
--- p.208 「분리수거함에서 찾아낸 우리술 트렌드」 중에서

오크통에서 숙성한 술도 전통주일까? 정답은 ‘원재료와 기간에 따라 다르다’이다. 현재의 주세법상 과실주를 오크통에서 일 년 이상 숙성시키면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대로 오크통 숙성 기간이 일 년 미만이면 전통주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지역 특산주인 과실주를 증류한 술을 오크통에서 일 년 미만 숙성시키면 ‘일반증류주’로 구분돼 전통주에 해당하지만, 일 년 이상 숙성시키면 전통주가 아닌 브랜디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곡식으로 만든 술을 증류한 소주를 오크통에서 일 년 이상 숙성시키는 건 전통주로 인정한다. 브랜디는 외국 술이지만, 소주는 독보적인 우리술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과실주 역시 우리 농산물로 만든 술이기 때문이다. 규제를 완화하면 우리나라에 좀 더 재미있는 오크통 숙성주가 나오지 않을까.
--- p.269 「취하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술 상식13: 오크통에서 꺼낸 우리술」 중에서

부재료를 넣은 술이 인기를 얻으면 매년 쌀 과잉 생산 문제로 고민하는 우리나라 농가도 다양한 작물 재배를 검토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특이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가가 많아지면 양조장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윈-윈’ 전략일 수 있다. 반대로 전통주인 지역특산주의 한계도 체감된다. 현재 지역 특산주는 양조장이 있는 지역과 인접한 지역에서 생산하는 농산물만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내가 원하는 부재료를 쓰고 싶다면 그 부재료가 나는 지역, 또는 인접 지역에서 술을 생산하거나, 혹은 여러 재료를 넣은 다음 마지막쯤에야 내가 원하는 부재료를 넣는 ‘꼼수’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 특산주도 원재료 가운데 세 번째로 들어가는 재료부터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는 주세법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부재료를 허용한다면 우리 농산물에 또 다른 피해가 올 수도 있고, 전통주의 정체성도 모호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여러모로 애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지역 특산주를 해당 지역과 인접 지역으로 규정하지 않고, 우리 농산물이면 전면 허용하는 안도 주장하고 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뚜렷하게 답을 내릴 수 없지만, 이전에 없었던 막걸리와 술이 나오는 만큼 기존의 법도 그에 맞춰 따라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 p.276~277 「무한대 경우의 수, 부재료가 독특한 우리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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