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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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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4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94쪽 | 514g | 132*224*30mm
ISBN13 9788937461071
ISBN10 893746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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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남작은 잊어버리고, 계속 나무만 찾고 있다.
도서1팀 김성광(comma99@yes24.com)
이탈로 칼비노의 『나무 위의 남작』은 사실 여름에 읽으면 더 좋은 책이다. 아주 싱그러운 녹색의 내음, 정수리 위에서 떨어지는 태양의 빛깔, 슬쩍 느슨해진 나무등걸의 촉감이 갈피갈피에 배어있다. 여름날 나무 많은 공원에서 펼쳐 든다면, 주변의 모든 풍경이 이 책의 배경으로 연상되는 놀라운 체험도 할 수 있다. 11월에 출간되었던 이 책이, 2판으로 옷을 갈아입으면서는 8월에 출간되었다는 우연도 그런 면에서 운명적인 것만 같다. 모든 자연의 섭리처럼 제 자리를 찾아간 것이 아닐까?

이 책에 그런 섭리가 작용하고 있다면 그런 도저한 힘을 거슬러 겨울의 초입에 이 책을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일이다. 작가가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 그런 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자연스럽다고 여겨지는 것을 거부하는 일. 그리고 그 거부가 필요하면서도 아주 낭만적인 모험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일 말이다. 칼비노가 말하는 이 ‘모험’은 현실을 완전하게 벗어난 새로운 길을 개척하란 의미는 아니다. 그는 현실을 적당하게 벗어나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현실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땅과 나뭇가지 사이의 높이 정도 벗어나면 딱 좋다.

주인공 코지모는 달팽이 요리를 먹으라고 강요하는 부모님에 대한 반항으로, 식탁을 박차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절대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라고 선언한다. 그때 그의 나이는 열 두 살. 그는 이후 평생 그 말을 지켰다. 『나무 위의 남작』은 그렇게 한 평생을 나무 위에서 살아간 코지모의 유쾌한 모험담이다. 허리엔 단검을 차고, 덜 떨어진 삼촌과 마을의 수도관을 설계하고, 산적과 함께 책을 읽고, 해적들을 염탐하고, 스페인 사람들을 향한 먼 여행을 떠나고, 볼테르에게 편지를 쓰고 그리고 풋내나는 멋진 사랑도 한다. 단 한번도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채.

오로지 나무 위에서 살아가는 독특한 인물이지만, 코지모의 일상은 우리와 특별히 남다르지 않다. 먹고, 자고, 빨래하고, 연애도 하고, 책을 읽고, 여행도 하는 걸 사람들은 보통 ‘평범한 삶’이라고 한다. 땅에 발을 딛지 않으면 지금의 삶이 무너질 것 같지만, 꼭 해야 하는 것들은 어떻게든 이루어진다. 다만 땅에서와는 다른 방법으로 이뤄질 뿐이다. 오히려 땅에서는 줄 수 없던 도움을 사람들에게 주기도 한다. 살짝 위에서 내려다 보니, 땅에서 돌아가는 일들이 훤하게 드러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것은 코지모가 올라간 곳이 나무, 정확히는 ‘옴브로사의 나무’였기 때문이다. 칼비노가 배경으로 삼은 옴브로사는 “나무들이 울창해서 절대 나뭇가지에서 내려가지 않고도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가면서 몇 마일이고 갈 수 있는” 가상의 지역이다. 나무 정도 높이에 올라갔기 때문에 땅의 수확물과 사람들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고, ‘옴브로사의 나무’가 아닌 외딴 나무 위로 올라갔다면 코지모의 모험은 결코 지속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는 ‘나무’와 ‘옴브로사’가 중요하다.

땅 위의 삶에서 영구히 벗어나는 코지모의 삶은 누구나의 로망이다. 다만 새로운 삶을 향한 탈출이 객기어린 일탈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도 ‘옴브로사의 나무’가 필요하다. 우리 주변에서 ‘옴브로사의 나무’를 찾을 수 있을까? 기필코 찾아내고 싶다. 『나무 위의 남작』을 읽고 나서 남작은 잊어버리고 계속 나무만 찾고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도처에 자갈이 널려 있어 읷을 무기로 이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학 숯장수들은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무어인들도 돌을 던졌다. 드디어 돌을 던짐으로써 전투는 아주 질서 있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마른 대구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에 자꾸만 유혹을 느낀 숯장수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바르바리인들은 해변에 남아 있는 작은 배 쪽으로 달아나려고 했기 때문에 두 편이 싸워야 할 커다란 이유는 없었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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