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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뜸 누리

으뜸 누리

조은 | 도깨비 | 2006년 12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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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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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95쪽 | 236g | 175*224*15mm
ISBN13 9788989843245
ISBN10 8989843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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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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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문은숙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했습니다. 졸업 후 광고기획 일을 하였으며, 어린이 책에 흥미를 가져 ‘한겨레 에스아이 일러스트레이션 학교’에서그림책 공부를 했습니다.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아빠는 총각 때부터 털이 복슬복슬한 발바리 누리를 길렀다. 외로운 아빠에게 누리는 큰 위안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 개를 싫어하던 엄마는 아빠가 한갓 똥개에 불과한 누리에게 잘하는 것을 보고 아빠를 좋은 사람이라 여겨 사랑도 하고 결혼도 했다. 그러나 엄마가 임신했을 때 아빠는 개가 산모와 태아에게 해롭다는 이유로 누리를 버리려고 했고, 영주가 태어났을 때는 신생아에게 해롭다며 안락사 시켜 버리려고 했다. 아빠에겐 누리보다 식구들의 안전이 너무도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마다 엄마는 아빠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면서까지 누리를 지켜냈다.
어느 날,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하여 엄마와 영주는 죽을 뻔 하는 큰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누리 덕분에 엄마와 영주는 목숨을 건졌지만 아빠는 여전히 누리를 가족들의 건강엔 해로운 개로 여길 뿐이다. 어쩌다 누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영주에게 으르렁거리기라도 하면, 아빠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누리를 쥐어박았고, 결국엔 아파트 베란다로 내쫓아버렸다. 그렇다고 아빠가 언제나 누리를 무섭게 대한 건 아니다. 아빠는 나름대로 오래도록 같이 산 누리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곤 했다. 외식을 하고 나면 누리에게 줄 뼈다귀를 챙겼고, 누리에게 줄 과자를 사오기도 했다. 그런 아빠를 보며 엄마는 “잘해줬다 못 해줬다 하면 오히려 누리에게 상처가 될 뿐”이라고 했지만, 아빠는 피식 웃기만 했다.
어느 덧, 누리는 눈에 띄게 늙어갔다. 엄마는 그런 누리를 더 안쓰러워하며 지극정성을 다 해 돌봤다. 그럴수록 영주는 엄마가 자기보다 누리를 훨씬 사랑한다며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곤 했다. 누리는 늙어갈수록 고약한 냄새를 풍겼다. 그러자 아빠는 “이만큼 길러줬으면 됐다.”면서 또 누리를 병원에 데려가 영원히 잠재우려고 했다. 아빠는 “길러주던 사람 손에 잠들 수 있으면, 그건 개한테도 좋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엄마에게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영주네 가족이 티격태격하건 말건 늙어 기력이 쇠한 누리는 엎드려 잠만 잤고, 결국 눈도 멀고 귀도 멀게 되었다. 이빨도 다 빠져 혀는 입 밖으로 밀려나왔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도 엄마는 누리에게 정성을 다 했다. 그런 엄마를 냉소적으로 지켜보며 아빠와 영주는 “당신은 개를 가족보다 더 위하는군.” “엄마는 누리만 사랑해!” 하며 투정을 부렸지만, 엄마의 행동엔 변함이 없었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누리가 죽어 있었다. 앞발로 엄마의 양말을 모아 쥐고 빙그레 웃으며 죽은 누리의 모습을 보자마자 영주와 아빠의 눈에서는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그러나 진작 누리에게 정성을 다 했던 엄마는 울지 않았다. 영주와 아빠는 그런 엄마를 냉정하다 여기며 저마다 불평을 쏟아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엄마도 울고 있었다.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해 누리를 돌봐 후회하는 마음이 있을 리 없는 엄마는 두 사람과는 달리 조용히 울고 있을 뿐인데도 그들 중 가장 슬퍼 보였다. 엄마는 “나는 두 사람처럼 뒤늦게 후회하며 울 일은 처음부터 만들지 않았단 말이에요.”하고 말했지만, 엄마 역시 누리를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영주는 그토록 정성껏 누리를 돌봐줬던 엄마가 “누리야, 네게 더 잘해 줬어야 했는데, 우리 생각만 하느라 미처 그러질 못했다.”라며 슬퍼할 줄은 정말 몰랐다. 영주는 그런 엄마의 모습과 웃으며 죽은 누리를 보며 이리저리 뒤엉켜 잘 몰랐던 누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뒤늦게 알고 펑펑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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