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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홍 문’에는 누가 살까?
2. 박향기의 하루 3. 박진정 씨의 하루 4. 변명 5. 그날 6. 그녀의 신청곡 7. 몽 이비인후과 8. 까치가 날아오다 9. 손바닥 위의 그녀 10.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아침, 세 번의 점심 11. 김지나 씨가 달라졌다 12. 분홍 문 대청소 13. 셋이어도 둘처럼 14. 옆집 벨을 누르시오 15. 엄지 공주의 참관수업 16. 지나 모자 17. 나복순 여사의 닭백숙 18. 몽 천사 19. 건배 20. 괜찮아 21. 미션 수행 22. 그래도 행복한 우리 집 작가의 말 |
글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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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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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내 아내 김지나 씨…
우리가 다시 함께할 수 있는 마법 같은 72시간이 주어졌다 간절하고 소중한 마음이 깃든 판타지 이상한 건 날이 갈수록 슬픔은 옅어지는데 원망은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어떻게 화가 나지 않겠는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두 남자의 모든 것이었던 김지나 씨가 한순간 사라져 버렸는데. ‘분홍 문’은 평소에 분홍색이라면 끔찍하게 좋아하던 엄마의 흔적이다. 유난한 그 분홍색 덕분에 이들 가족은 동네에서 ‘분홍 문’ 사람들로 불린다. 두부를 사러 나갔던 엄마가 그대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행복하던 분홍 문 가족의 삶은 와장창 깨져 버렸다. 엄마, 그리고 아내가 사라지고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빠 박진정 씨와 아들 박향기는 여전히 울컥울컥 화인지 뭔지 모를 감정이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그 마음을 핑계로 박진정 씨는 늘 술 한잔 기울이느라 모자가게는 잘 챙기지도 않고, 아들 박향기는 게임에 코 박으며 학교생활은 뒷전이다. 감 씨가 목에 걸리면 까치가 찾아온단다. 양심 있는 까치라면 선물을 가지고 오겠지. 그동안 너한테 얻어먹은 게 있으니.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향기를 아들로 착각하고 막무가내로 감을 사 오라며 불쑥불쑥 집으로 전화를 건다. 이번에도 꼼짝없이 할머니 집에 갔던 날 할머니는 이상한 말을 남기고, 정말로 부자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적우적 감을 먹다 감 씨가 목에 걸려 버리고 만다. 아무래도 거슬리는 감 씨 때문에 부자는 근처에 생긴 ‘몽 이비인후과’를 찾아간다. 그런데 사람 한 명 없는 수상한 병원의 파마머리 괴짜 의사는 두 사람을 반가워하며 치료는커녕 감 씨가 몸에 저절로 흡수될 거라는 이상한 소리만 늘어놓는다. 집에 돌아와서는 더욱 놀랄 일이 벌어진다. 웬 까치 한 마리가 집 앞에서 기다리듯 앉아 있는 것! 향기는 까치가 남기고 간 씨앗인지 모를 무엇을 죽은 화분에 심는데, 다음 날 자라난 열매가 톡, 깨지며 엄마가 나타난다. 내레이션을 하듯 특유의 유머가 담긴 문체는 둘만 남겨진 아빠와 아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그리는 듯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두 사람의 마음에 자연스레 물들어 공감하게 한다. 또한 엄마를 잃은 향기뿐만 아니라, 아내를 잃은 아빠의 마음, 미션을 해내기 위해 다시 돌아온 엄마의 마음이 각자의 입장에서 고루 그려져, 따로 그리고 다 같이 더없는 아픔을 이겨 내는 가족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의 저녁, 세 번의 점심, 세 번의 아침 “무엇을 하기엔 무척이나 짧고, 아무것도 안 하기엔 눈물 나게 귀중한 시간” “아얏!” “거봐, 꿈 아니라고 했지?” 엄지 공주 김지나 씨가 씩 웃었다. “지금은 6시 42분. 앞으로 71시간 18분 남았어.”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고, 그 사람과 다시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면 뭘 하고 싶을까? 작가는 이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닌, 정말 간절한 이들이 ‘간절한 감 씨’를 삼켜서 얻게 된 사흘. 정말 특별한 시간이라서, 분홍 문 사람들은 이 시간을 정말 특별한 일로 채우기로 한다. 같이 밥을 해 먹고, 시장에 가서 떡볶이를 사 먹고 장을 보고, 잔소리하며 웃고 떠들며 얼굴을 마주 보는 일들. 그러한 일상을 한번 잃어버린 경험을 했던 분홍 문 사람들은 그 시간들이야말로 정말 특별하고 소중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엄마 김지나 씨가 없었던 1년 4개월 동안 집 안은 말도 못하게 지저분해졌고, 아빠와 아들은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 일쑤였다. 지상에 내려온 시간 동안 미션을 해결해야만 천사가 되어 사랑하는 이들을 지켜볼 수 있는 엄마는 남편과 아들을 단호한 태도로 부지런히 움직이게 한다. 언제까지 내 핑계 댈 거야? 누굴 위해, 무엇 때문에 사는 인생은 없어. 그냥 자기 삶을 사는 거지. 이건 내가 저세상 가 보고 나서야 알게 된 진리야. 미션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아빠와 아들은 자신들만 떠난 사람을 그리워했나 서운하기도 하고 더 어린애처럼 투정 부리고 싶기도 하지만, 투덜거리면서도 조금씩 변화에 따르기 시작한다. 사실 두 남자를 대하는 김지나 씨의 말과 행동은 모두 이제 다시 힘을 내어 살아가야 할, 다시 자신들끼리 소중한 일상을 만들어 가야 할 아빠와 아들에 대한 응원인 셈이다. 그리고 『분홍 문의 기적』은 다름 아닌 그 응원과 위로를 받아 다시 자기 자신의 삶을 잘 살아 낼 새로운 일상에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김지나 씨의 미션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다시 이별을 맞은 이들은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나누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