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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퍼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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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베카, 쇼핑의 유혹에 빠지다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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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523쪽 | 499g | 128*188*35mm
ISBN13 9788960301979
ISBN10 896030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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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갑자기 내 눈이 번쩍 뜨이고 심장이 멎는다. 데니 앤드 조지의 쇼윈도에 요란하지 않은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짙은 초록색 바탕에 크림색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세일!
나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본다. 가슴이 터질 듯 뛴다. 그럴 리가 없어. 데니 앤드 조지가 세일을 할 리가 없어. 노 세일 브랜드인데. 이 상점의 스카프와 파시미나는 워낙 인기가 좋아서 두 배 값을 주고라도 사려고들 난리인데. 전 세계의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하나 가져보는 게 소원인데.

“안녕하세요?” 나는 진정하려고 애쓰며 말한다. “저기…… 세일을 하시나봐요?”
“예.” 금발의 아가씨가 미소를 짓는다. “아주 특별한 경우죠.”
내 눈길이 매장 안을 휩쓴다. 깔끔하게 일렬로 개어 놓은 스카프들이 보인다. 그 위에는 짙은 초록색으로 “50퍼센트 세일”이라는 표시가 걸려 있다. 벨벳 날염 스카프, 비즈 장식이 된 실크 스카프, 수를 놓은 캐시미어 등 모두 떡하니 ‘데니 앤드 조지’ 상표가 달려 있다. 온통 마음에 드는 것뿐이라서 어디서부터 고르기 시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또 다시 공포가 밀려 올 것만 같다.

실키 벨벳 소재에 차분한 파랑색 무늬를 박고 진줏빛 영롱한 비즈로 장식을 한 스카프를 바라보는 사이 눈에 보이지 않는 줄이 나를 그 스카프 쪽으로 소리 없이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만져봐야만 한다. 걸쳐봐야만 한다. 이제껏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카프다. 점원 아가씨가 내게로 다가와서는 목에 스카프를 둘러준다. 나는 거울 속의 내 모습을 멍하니 바라본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스카프를 손에 넣으리라. ‘기필코’ 갖고 말리라. 이 스카프를 하니까 눈도 더 커 보이고, 헤어스타일도 더 세련되어 보인다. 나를 전혀 딴 사람처럼 보이게 한다. 아무 것이나 받쳐 입어도 좋을 것 같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데니 앤드 조지 스카프를 한 그 아가씨’라고 부를 것이다.
나는 무심결에 그 스카프를 꼭 쥔다.
“살게요.” 나는 누가 뒤쫓아 오기라도 하듯 말한다. “내가 살게요.”

지폐를 세어서 계산을 치르고는 기다린다. 그녀가 카운터 뒤로 몸을 숙여서 초록색 상자를 꺼내는 동안 거의 전율에 가까운 기분을 느낀다. 그녀는 상자를 짙은 초록색 끈으로 된 손잡이가 달린 두툼한 코팅 쇼핑백에 넣어 내게 건넨다. 그 기분이 어찌나 황홀한지 나는 하마터면 눈을 감을 뻔했다.
바로 그 순간! 내 손가락이 반드르르하고 빳빳한 새 쇼핑백의 손잡이를 감싸 잡는, 그리고 그 안에 들어 있는 온갖 찬란한 새 물건들이 당신의 것이 되는 바로 그 찰나의 기분이 어떠냐? 며칠을 쫄쫄 굶다가 버터를 바른 따끈한 토스트를 한 입 가득 베어 물었을 때의 그 기분 같다. 자고 일어나서 그날이 주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그 기분 같다. 그 밖의 모든 것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것은 순전히 자기 자신만을 위한 쾌락이다.
나는 아직도 기쁨에 휩싸인 채 천천히 상점을 나선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샀다. 데니 앤드 조지의 스카프를 내가 샀다고! 내가!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대학을 갓 졸업하고 경제지 기자로 근무하는 레베카 블룸우드. 그녀의 유일한 관심사는 쇼핑. 옷부터 화장품, 액세서리 등 쇼핑한 물건들을 보며 행복해 하고, 쇼핑을 하며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갖고 싶은 물건을 사지 않고는 못 견디는 쇼핑광인 그녀는 늘어난 카드빚과 연체로 위기에 몰린다. 절약을 해서 카드빚을 갚으려고 결심을 해 보지만 참을성이 부족한 그녀에겐 잘 되지 않고, 부업을 해서 돈을 더 벌어보려고도 하지만 망신스러운 사고만 칠 뿐이다. 빚더미는 더욱 커져가고, 위기를 벗어나고자 많은 이야기를 꾸며내게 되는데……. 그러다 그녀는 자신의 실수로 큰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된 이웃을 돕고자 유명 금융회사의 비리를 파헤치는 신문기사를 쓰고, 이 일을 계기로 TV에 출연하게 되고 잘 생긴 사업가인 루크 브랜던과도 가까워지게 된다. 과연 레베카는 경제적인 위기를 극복하고 젊은 사업가 루크 브랜던과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카드빚을 지고도 쇼핑을 멈출 수 없는, 귀엽지만 대책 없는 스물다섯 살 여성의 쇼핑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책을 읽으면서 백만 번쯤 웃었다. 내가 레베카와 똑같아서. 한심하기 짝이 없으면서도 너무 낙천적이라서. 이 책은 소비중심사회의의 시스템이 아닌 쇼핑이 주는 감정적 원천을 다룬다. 구매 자체가 주는 만족 외에 흥분, 의기양양함, 죄의식까지 덧붙여진. 그건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충족의 문제이다. 결국 뭔가를 찾을 거란 희망의 문제이다.
이충걸 (GQ KOREA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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