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3년 07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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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1쪽 | 386g | 140*205*30mm |
ISBN13 | 9788972752646 |
ISBN10 | 8972752649 |
발행일 | 2003년 07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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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1쪽 | 386g | 140*205*30mm |
ISBN13 | 9788972752646 |
ISBN10 | 8972752649 |
1. 빈센토 2. 성탄절의 아이 3. 종달새 4. 드미트리오프 5. 집 보는 아이 6. 찬물 속의 송어 작품 해설-고요하고 광막한 모험, 가브리엘 루아 - 김화영 |
언제 어른이 될까? 어른이 되고 싶어서 빨리 시간이 갔으면 좋겠다고 어린 날의 나는 생각했었다. 학교 다니는 일이 두려웠고 수업시간에 이해 못하는 내용을 지적받을까 봐 겁냈다. 이해 못하는 것에 대해서 질문할 용기가 없었고 뭘 질문해야 할 지도 모르던 터라 그때 그때 눈치만 보다가 대강 넘어가고 시험을 치루면 보통 점수보다 못하게 나오는 과목들에 대해선 불안을 넘어선 공포감이 내 안의 모든 걸 송두리째 빼앗아갔다. 그런 수업시간과 상냥하지 못한 선생님은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결국 비극으로 끝나고 말 어린 날의 내 운명이라 여겼다. 선생님에 대한 공포감! 아니 나중에 대인기피증과도 약간 관계가 있을 그런 어린 날의 트라우마가 내겐 분명히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가끔씩 생각나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왜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선생님들이 내겐 없는지, 하필 그 시기의 나에겐 어려운 일이기만 했던 말하기와 제대로 이해하기가 안되어 약간 덜떨어진 아이로 인식되었는지, 왜 성적표의 학교생활란에는 나도 모를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는지 당황스러워했다. 그걸 받아보는 어머니는 내게 되물으셨고 덜떨어진 나는 제대로 변명도 못하고 고개 숙이고 입만 삐죽대고 속으로 가슴만 졸였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 무척 활달하고 똑똑하다 여긴 어머니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살 어린 나이의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켰다. 유치원도 건너 뛰고 그저 동네 흙밭에서 뒹굴고 노는 목소리 크고 걸음 빠른 아이였을 뿐인데 그걸 대견하게 여기신 건지 학교에 집어넣고 보니깐 엉망이어서 아차 싶으신거다. 정말 그 당시의 나는 엉망이었다. 지금도 그 때가 잊혀지질 않은 걸로 보아 아마도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어린 날에 가질 소중한 마음들이 이래저래 망가져서 고스란히 남아 가끔씩 나를 건드리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바뀌는 담임선생님, 지금도 학년 올라갈 때마다 담임이 바뀌는지 궁금하다. 어린 아이의 학습성장과 더불어 또래집단에서 각자 사회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법을 배우고 판단과 감성의 짜임새있는 구성력을 인지하게 하고 한 아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기에 일년이란 시간은 담임선생님에게 짧지 않나 싶다. 장단점이 분명 있겠지만 한 선생님이 초등교육동안 한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독일식 얘기하면 국내시스템상 안맞겠지만 초등학교 4년동안 담임선생님은 한 분이시다. (지금은 초등학교가 6년으로 개편되었다) 거기에 부담임선생님이 한 분 더 계시거나 두 분일 경우도 있다. 초등학교를 떠나 김나지움(인문계)이나 레알슐레(실업계)등 7~8년의 기간동안 두 번 담임이 바뀐다. 아이들을 최소한 4~5년동안 한 선생님이 다른 선생님들과 관계지어 바라보는 입장이 되고 이는 집의 부모들보다 아이들을 더 확실하게 파악하게 되는 대단한 특징이자 장점이다. 과목별 선생님도 아이들과 함께 이동해서 학습성적에 관하여 상담시 아이의 발달상황을 한 눈에 그리고 부모들과 학기에 한두번씩 이루어지는 공식 만남속에서 편안한 대화와 학생의 발달상황을 서로 깊이있게 이해하고 공감한다.
<내 생애의 아이들>은 오래 전 소개되었던 책인데 어른들의 궁색한 삶속에서 어렵지만 생생하게 기억되는 아이들의 티없이 맑은 모습에 내 어린 날의 비극들이 투영되었고 진정한 선생님이란, 진정한 가르침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담담하고도 사랑스러운 글이다. 요즘 교육에 관한 책들이 물밀듯이 밀려나오는 추세이지만 자극적인 제목과 어른들의 장단에 아이들은 그저 따라 춤을 춰야만 할 그런 허망한 얘기들로 가득하다. 자기계발서의 목적이 자기실천에 있듯이 많은 교육서들을 읽고 응용하고 참고하는 일은 필요하다고 본다. 교육이 양갈래로 나뉜 작금의 현실에서는 가당치도 않겠지만 지금의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그 어린 날을 추억할 때 내게도 좋은 선생님이 계셨다는 걸, 나를 정말로 위해 주는 그런 분이 계셨다는 걸 기억할 수만 있다면 좋겠다.
20세기 초반 캐나다의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시골 마을에 교사로 처음 재직하면서, 저자가 겪었던 일들을 소재로 형상화한 소설들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6편의 작품에는 저자가 처음 부임했던 시기로부터 그곳을 떠날 때까지의 교사 생활, 그리고 같은 교실에서 생활했던 아이들과의 추억이 소개되어 있다. 저자 소개 항목에 오랜 시간이 흘러 저자가 67세(1977)되던 해에 자신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며 썼다고 하는데, 아마도 처음 교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당시의 기억이 그만큼 생생하게 기억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처음 부임해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눈물을 흘리며 억지로 등교했던 빈센토와의 만남과 추억을 담은 <빈센토>가 첫 번째에 수록된 작품이다. 저자가 ‘어린 사내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냈던 젊은 신참내기 여고사 시절’을 추억하며, 가장 먼저 생각났던 아이가 바로 빈센토였던 것이다. 지금은 의무교육이라는 제도로 인해서 중학교까지 국가가 교육비를 부담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도 1950년부터 시작되었지만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세기 초반 캐나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배경은 광대한 평원에 위치한 작은 초등학교이다. 아이들의 교육보다는 당장의 생계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사회적 조건, 그리고 먼 길을 걸어서 학교를 오가는 어린 아이들의 현실이 충분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1시간 정도를 걸어 등교해야만 했던 나의 까마득한 중학교 시절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저자에게도 그 시절 아이들과의 만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새겨져 있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서도 그 서절을 회상하는 작품을 남겼을 것이라 여겨진다. <성탄절의 아이들>에서는 성탄절을 맞이하여 선생님에게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고, 매력적인 목소리를 가진 닐의 사연을 담은 <종달새>라는 작품 또한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피혁공장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는 아이들과 그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낸 <드미트리오프>, 병든 어머니를 돌보느라 학교에 올 수 없었던 아이의 집을 찾아나서는 교사의 모습이 그려진 <집 보는 아이> 등의 작품을 통해서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떠올려볼 수 있도록 만든다.
마지막 작품인 <찬 물 속의 송어>에서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메데릭과 괴팍한 성격의 그의 아버지와의 일화를 길게 형상화하면서, 첫 직장이었던 학교를 떠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특히 나이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학생 메데릭이 자신에게 애틋한 마음을 드러내는 마지막 작품은 젊은 여교사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메데릭과의 헤어짐의 순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기차를 타고 떠나가는 선생님에게 차창 밖에서 꽃다발을 던져주는 메데릭의 모습은 저자에게도, 그리고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울림을 안겨주고 있는 장면이라고 하겠다. 여전히 대학 교단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기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잘 기억나지 않는 초임 시절을 떠올리기 위해 애써보기도 했다. 누구에게나 젊은 시절의 ‘청춘’은 소중하기에, 저자 역시 그 시절을 기억하고 추억하기 위해 이 작품을 썼을 것이라 여겨진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