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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카인드 womankind (계간) : 3호 [2018]
잡지

우먼카인드 womankind (계간) : 3호 [2018]

: 우리는 존엄하다

편집부 저 | 바다출판사 | 2018년 05월 04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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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5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788g | 180*245*25mm
ISBN13 256066514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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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슬프지만 기쁘다. 고통스럽지만 반갑다. 이제 그런 시대는 끝났음을 알리는 쓰나미 같은 선언들이기 때문이다. 반동의 장애물이 곳곳에 버티고 섰어도 이전으로는 결코 돌아가지 못한다. 지금 한국 사회는 ‘피해자는 죄가 없다’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을 집단 학습하고 있는 중이다. 그 어떤 범죄에서나 통용되지만 성폭력 범죄에서만 유독 예외가 되었던 ‘죄와 벌’의 근본 원리를 여성들이 나서서 다시 정초하고, 이를 한국 사회에 강력하게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미투 운동의 역사적 의의라고 나는 생각한다.
○ #미투: 불의에 맞선다, 고로 나는 존엄하다_박선영 p.28

여성들이여. 우리 함께 짐을 내려놓아보자. 여성에게만 강요된 의무와 억압은 애초에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내려놓음으로써 우리는 그간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지고 걸어왔는지 비로소 실감하게 될 것이다. 더 가벼워진 무게는 우리를 확실히 더 자유롭게 할 테고, 그 덜어낸 짐의 무게야말로 오랫동안 치우쳤던 저울추를 바로잡을 계기가 될 것이다.
○ 그 짐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_김하나 p.36

성적 대상화와 후려치기를 번갈아 당하며 맘껏 소비되던 2, 30대 여자가 40대가 되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진다. 직장은 물론 광고에서도 드라마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아내나 엄마 같은 가부장제 입맛에 맞는 역할을 제외하고는 다뤄지지 않는다. ‘보란 듯이 살아남겠다!’ 내가 알아서 퇴장하길 바라는 세상에 대고 시위를 하기로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고 잘하는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자. 저들 눈앞에서 계속 얼쩡거리고 시끄럽게 떠들자. 지워지기를 거부하는 나의 투쟁과 생존 자체가 콘셉트가 되게 하자. 이것은 내 개인의 이야기이자 여성 보편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 투명인간이 되지 않고 버티는 법_김진아 p.42

여자들이 리더십이 없고 이기적인 게 아니라, 이 구조 자체가 남성에게 유리한 경기장이라는 걸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체감했다. 한국의 회사는 군대와 비슷한 논리로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경우 쌓인 분노는 대개 아래로 흐르기 마련이어서, 사람들은 인력을 적게 뽑고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정시 퇴근을 하는 이를 이기적이라며 미워했다. 회식을 하며 사적인 친분을 쌓는 이들은 회사와 개인을 분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사회생활 할 줄 모른다며 비난했다. 그리고 이런 논리를 가진 이들은 대개 인사고과를 주는 리더의 자리에 있었다.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치밀하게 배제되어 직장에서 막내 역할만 하다가 사라지곤 했다.
○ 여자들이 이기적인 게 아니었어_정문정 p.47

스스로 자기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 고독은 정말 멋진 경험을 선사할 거예요. 문제는 자기 자신에게 우정을 느끼지 못하고 다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정작 자신의 내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데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단순한 현실도피에 불과해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스스로 내면의 평안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혼자서 내면의 평안을 찾을 수만 있다면 곁에 누가 있든 없든 크게 달라질 것이 없어요.
○ 수행에 집중하는 삶: 텐진 빠모_ p.59-60

히말라야 산맥 부근의 공기는 희박하다. 기압이 낮아지는 해발고도 1,400미터 지점에서는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이 그만큼 더 힘겨워진다. 하지만 네팔 카트만두에 있는 드룩 가와 킬와 수도원에서 행하는 아침 명상 수련에는 좀 더 혹독한 활동이 수반된다. 여승 수백 명이 불교의 어려운 수련 과제인 ‘무심(無心)’뿐 아니라 쿵후의 학 자세와 비틀기 자세, 고양이 자세를 수련하는 모습을 발견하면 놀랄지도 모른다. 드룩 가와 킬와 수도원에 무언가 급진적인 일이 일어났다. 무술을 통해 여승들은 수 세대에 걸쳐 내려온 성별 기준을 뒤엎고 수도원뿐만 아니라 그 지역사회에 서 남녀평등을 주장한다.
○ 쿵푸를 수련하는 여승들_ p.75

1959년은 어머니가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꾼 결정적인 해였다. 그녀에게 1959년 이전은 삶으로, 1959년 이후는 상실로 정의할 수 있었다. 어머니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티베트를 탈출할 수 있었지만 25년간 티베트에 남은 사랑하는 가족들의 생사도 모른 채 살아야 했다. 자라면서 듣고 또 들었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이름과 얼굴을 연결 짓고 그들의 실물을 직접 확인하기 전에, 스물네 살에 티베트에서 나의 외삼촌, 이모, 열다섯 명의 사촌과 처음으로 조우하기 전에, 나는 이미 돌아가신 분들과 친숙해졌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어머니의 사촌들과 고모들, 어머니가 난리통에 집을 떠나면서 허둥지둥 땅에 묻어야 했던 쌍둥이 신생아. 그래서 내게 티베트는 고향이기 전에 거대한 묘지였다.
○ 1959년, 어머니의 시간_ p.145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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