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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실록 1 태조

조선왕조실록 1 태조

: 혁명의 대업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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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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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8년 07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372쪽 | 662g | 153*215*30mm
ISBN13 9791130617589
ISBN10 113061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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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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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면 병마사 이성계를 찾아간 불우한 지식인 정도전은 두 개의 경구를 가슴속에 새기고 있었다. 하나는 순자의 말이다. “임금은 배요, 백성들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물은 배를 엎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맹자(孟子)의 말이다. “백성이 귀하고, 사직이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
그런데 가장 귀한 백성들이 땅을 빼앗기고 노비로 전락해 한을 품고 있었다. 물인 백성들이 자신들의 고통 위에서 환락을 즐기는 배에 원한을 품고 있었다. 이런 백성들의 원한이 하늘을 움직이면 그것이 곧 천명이다. 순자와 맹자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이성계의 상소문은 천명을 향해 내디딘 첫 발이었다. 이 첫 발의 의미를 읽지 못한 고려는 곧 거센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만다.
_〈변방 무장 이성계의 토지 개혁 상소문〉(30~31쪽) 중에서

왜적 중에 용맹한 소년 장수가 있었다. 흰 말을 타고 달리면서 창을 휘두르면 고려 군사들이 낙엽처럼 쓰러졌다. 고려군은 그를 아지발도라고 부르면서 피했다. …이성계가 말 그대로 정자를 맞히자 투구 끈이 끊어지며 기울어졌다. 아지발도가 급히 투구를 바르게 썼지만 이성계가 다시 정자를 맞혀 투구가 떨어졌다. 이지란이 그 틈을 타서 쏘아 죽이니, 적군의 기세가 단숨에 꺾였다. 이를 본 고려 군사가 일제히 달려들자 전세가 바뀌었다. 왜적은 말을 버리고 산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고려군은 이들을 추격해서 큰 승리를 거두었다. 냇물이 왜적의 피로 물들어 물을 그릇에 담아 맑아지기를 기다렸다가 마셔야 할 정도였다.
_〈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의 등장〉(125쪽) 중에서

유학 경전만 공부할 때가 아니었다. 홍건적에 왜구에 전쟁은 일상이 되었고, 위정자들은 무능했다. 춘추시대 손자와 전국시대 오자의 병법서를 공부했지만, 그의 머릿속 전략을 사려는 자가 없었다. 먼지 낀 책상 위의 병법서를 폐해버린 정도전은 이성계를 찾아갔다. 정도전의 머릿속에는 천 리 밖 계책을 결정지을 수 있는 지식이 있었고, 이성계에게는 그 계책을 실현시킬 수 있는 군사력이 있었다. 이성계는 일곱 살 어린 정도전을 기꺼이 스승으로 삼았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주군으로 삼았다. 정도전은 이성계의 신하이자 스승이었고, 이성계는 정도전의 군주이자 제자였다. 두 사람의 만남은 그 자체로 고려 왕조를 폭풍 속으로 몰고 갈 조짐이었다.
_[개국의 설계사 정도전의 등장](145쪽) 중에서

철령위의 위치에 대해 식민사학자 이케우치 히로시[池內宏]가 함경남도 남부와 강원도 북부라고 주장한 것을 따라 지금도 국사 교과서 등에는 같은 주장이 담겨 있다. 그러나 《명사》[병지]에 요동도사가 관할하는 지역 중 철령위가 서술되어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철령은 당연히 요동에 있었다. 이 땅은 이미 18년 전 지용수가 이성계를 거느리고 요성을 함락시키면서 고려 강역으로 포함시킨 땅이다.
_[말머리를 돌려라](149~150쪽) 중에서

공양왕 4년(1392) 4월 4일, 유학자이자 친명파이자 고려의 마지막 수호자였던 정몽주의 일생이 끝났다. 유학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주원장이 천자로 보였다. 정몽주가 걸었던 모순된 행보의 핵심은 여기에 있었다. 최영에게 고려 임금은 천자였지만 정몽주에게는 제후국의 임금이었다. 그래서 위화도 회군을 찬성했다. 위화도 회군의 끝이 새 왕조 개창이란 사실은 알지 못했다. 뒤늦게 고려 왕실을 붙들려 한 것도 유학자다운 처신이었다. 공자가 제후국 노나라 군주에게 충성한 것처럼 고려 왕실을 붙들려고 하였다. 그래서 이방원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라는 [하여가]로 회유했을 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라는 [단심가]로 거절한 것이다. 그의 죽음은 고려 왕조를 지키려는 마지막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것을 뜻했다.
_[공양왕의 마지막 저항](272쪽) 중에서


조선군이 압록강을 건너 북상한다면 지금의 요동만 차지하고 끝날 전쟁이 아니었다. 1368년 개국한 신생 명나라와 1392년 개국한 신생 조선이 천하의 패권을 두고 맞붙는 것이었다. 당시의 논의가 이에 이르렀으니 그간의 사대는 천하의 패권을 쥐기 위한 위장 전략임이 분명해진다. 14년 전(1383) 함주의 이성계를 찾아가 “이 군대로 무슨 일인들 성공하지 못하겠습니까?”라면서 임금이 되는 길을 제시했던 정도전이 이제는 중원의 황제가 되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동북면 변방에서 태어나 개국의 위업을 달성한 이성계에게 “동명왕의 옛 강토를 회복”하고 중원의 황제가 되는 것은 새 나라를 건국한 데 이은 생애 다음 사업으로 삼을 만한 일이었다. 비록 환갑이 훨씬 넘은 나이였지만 영원한 청년이었던 이성계에게 나이는 큰 의미가 없었다.
_[명나라와 충돌하다](323쪽) 중에서

태조 이성계는 마지막 과업을 완성함으로써 황제 국가를 물려주고 싶어 했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사대를 명분으로 말 머리를 돌린 위화도 회군의 덫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태조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혁명적 토지 개혁을 단행해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랑과 고려를 멸망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 짊어질 수 있는 극도의 증오를 동시에 받으면서 이 세상을 떠났다. 그가 가는 저승에는 함께 이 왕국을 만들었으나 먼저 왕국을 떠난 많은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그랬듯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_[황제국의 꿈과 좌절](356쪽) 중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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