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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

이은소 | 새움 | 2018년 07월 1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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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76쪽 | 544g | 136*201*35mm
ISBN13 9791189271022
ISBN10 11892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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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희가 미쳤다는 거요?”
“아닙니다. 단지 병증일 뿐입니다.”
“그게 그거 아니오? 의원님 눈에만 병으로 보이지 결국 사람들은 우리 연희가 미쳐서 밤에 돌아다닌다고 할 거요.” --- p.23

“사람들은 기억 때문에 괴로워한단다. 하여 세월이 요술을 부려서 기억을 희미하게 만들었지. 한데 세월이 그만 실수를 해 버렸단다. 좋은 추억마저 희미하게 만들어 버린 게지. 사람들은 추억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잊을까 걱정했어. 그때 세월이 말했단다. 기억이 희미해지는 대신에 사랑은 짙어질 거야. 네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 p.31

“네 자진하면 너를 가엾게 여길 것이다. 유성이가 네 제사도 받들게 할 것이야.”
“전 죽을 수 없어요. 제가 어찌 살아서 돌아왔는데요?”
“차라리 살아서 돌아오지 말지 그랬느냐? 그럼 널 화냥년이 아니라 열녀로 기억했을 텐데.” --- p.98

“의원이 병자를 돌보는 데 가장 우선시할 건 병자의 마음이고, 병을 낫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병자의 마음을 고치는 거지. … 침술이나 진맥, 약 처방은 기술이야.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지. 하나 심의가 되는 길은 배울 수도 없을뿐더러 배운다고 되는 게 아니야. 병자의 마음에 관심을 두고 돌보려는 마음이 있어야 해.” --- p.116

“언제부터 우리가 그 법도를 지키고 살았답니까? 세상이 요상하여 여인들에게 채우는 족쇄가 왜 법도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되도 안 한 법도를 지킨 지는 백 년도 되지 않습니다.”
“하나 이 나라 조선은 그 법도와 함께 가고 있네. 내 국록을 먹는 관리로서 법도를 무시할 수는 없네.”
“그럼 국록을 먹지 않는 제가 그 법도를 깨부수지요.” --- p.164

“팔자가 어디 있는가? 제 의지와 노력에 달린 것이지.”
“하여 의원님의 생은 의지와 노력대로 가고 있습니까?”
세풍은 말문이 막혔다. 맹인이 웃으며 일어섰다. --- p.257

병자는 구름을 탄 듯 황홀하게, 별이 된 듯 반짝거리며 웃었다.
“마음이 울적할 때 마시는 술은 푸른 하늘 맛. 기쁠 적에 마시는 술은 하얀 구름 맛. 그리운 이를 생각하며 마시는 술은 먼 달 맛, 사랑하는 이를 보며 마시는 술은 빛나는 별 맛. 바람 맛, 숲 맛, 어머니 맛, 빛 맛도 있지요.” --- p.308

“그래도 나 굴복하지 않을 거야. 밟으면 일어나고 때리면 들이받고 욕하면 대거리해서 내 행복을 찾을 거야.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죽으면 그만이잖아. 내 인생이잖아. 남들이 대신 살아 주지 않잖아. 예쁜 의원님도 남들이 개소리 쳐도 맘 쓰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요.” --- p.335

“사내도, 여인도 똑같이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
“과부는 감정이 없어야 한다. 국법이 정한 것이다.”
“개가를 말라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 자손은 관리로 등용하지 말라 하였지. 그것이 개가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장차 태어날 자식들 생각은 하지 않느냐?”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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