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6년 0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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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4쪽 | 598g | 135*195*35mm |
ISBN13 | 9788972757573 |
ISBN10 | 8972757578 |
발행일 | 2016년 01월 1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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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4쪽 | 598g | 135*195*35mm |
ISBN13 | 9788972757573 |
ISBN10 | 8972757578 |
『라플라스의 마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 30주년 기념작으로 2015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80여편의 단행본을 발표하면서도 매순간 번뜩이는 반전과 트릭을 구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다음에 이어질 궁금증을 유발시킨다. 내가 읽은 그의 소설은 불과 여섯 편 정도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의 작품 중 단연 최고다. 방대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다음 장면이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증이 활화산처럼 타올라서 도저히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들어 화장실에서도 읽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하는 등 틈새시간을 이용해 이틀 만에 읽게 만드는 마력을 지녔다. 의학으로 신인류를 탄생시키고 과학에 근거한 트릭으로 절묘한 미스터리를 조합한 측면에서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를 연상시킨다.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사람이 있다면?"으로 출발한 작가의 구상은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경력이 이 소설을 다루는 데 있어 커다란 장점으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전체 스토리를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과학적으로 조작된 복수극 매커니즘으로 규정하고 싶다.
우하라 마도카는 갑작스런 토네이도의 영향으로 숨을 거둔 엄마의 모습에 오열한다. 같은 시각, 뇌의학계의 권위자인 마도카의 아버지 우하라 젠타로 박사는 한 소년에게 세계 최초로 시도하는 수술로 재난을 면한다. 8년 뒤, 전직 경찰 다케오 도오루는 가이메이 종합대학의 수리학 연구소에 머물고 있는 신비한 능력-천재(天災)를 미리 예측하고 제어하는-을 지닌 마도카의 경호 업무를 맡게 된다. 마도카의 곁에는 명석한 두뇌를 지닌 기리미야 레이가 그림자처럼 그녀를 지키고 있다. 한편, 나카오카 유지 형사는 아카쿠마 온천지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사망한 영상 프로듀서 미즈키 요시로의 사인에 의심을 품는다. 육십 대인 미즈키의 젊은 아내 치사토를 의심한 형사는 사고 검증을 맡은 지구화학 전문가 아오에 교수를 찾아가지만 불행한 우연에 의한 사고로 판단한다. 하지만 두 달도 안 돼서 또다른 고장 도마테 온천에서 사망한 무명 배우의 황화수소 중독사를 접하면서 아오에 교수는 자연현상에 대해 혼란을 겪는다. 그리고 두 사건 현장에서 연이어 목격된 마도카와 마주치면서 아오에는 예상치 못한 사건의 국면에 접어든다.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사몽라플라스'는 이런 가설을 세웠다.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하게 예지가 가능하다." 그 존재에는 나중에 라플라스의 악마라는 별명이 붙었다. 우하라 박사에 의해 정상적인 뇌 이상의 모습을 보인 아마카스 겐토의 예측 능력은 라플라스의 악마의 이미지다. 수리학 연구소에서는 겐토의 능력에 대한 연구를 라플라스 계획이라 명명했다.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은 유체역학에 관한 아직껏 풀리지 않은 난제였고 장기간의 연구를 통해 겐토의 예측 능력이 그 방정식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꼽았다. 슈퍼컴퓨터로도 100퍼센트 시뮬레이션이 불가능한 난류를 수학적으로 해석해낼 수 있게 되니 이론적으로는 100년 후의 날씨까지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도카 엄마의 목숨을 앗아갔던 토네이도의 발생도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
마도카는 겐토와 같은 능력을 갖고 싶어했고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의 수수께끼를 풀어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어했다. 스스로 멀쩡한 뇌를 가지고 라플라스 계획의 피실험자로 지원한 것이다. 물리학의 난제로 작용한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만 풀면 토네이도의 예측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마도카는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은 슬픔 뒤에 부친 우하라의 손을 빌어 라플라스의 마녀가 되었다. 문제는 황화수소 사건이 있기 얼마 전, 겐토가 돌연 사라졌다. 그리고 그를 찾겠다던 마도카 역시 행방을 감췄다. 겐토가 수리연구소에서 계속 연구를 매진했다면 그야말로 빛나는 미래가 보장된 귀한 인재였겠지만 그는 그 모든 걸 내던지고 복수를 계획한 것이다. 누나와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마저 생사를 오가게 했던 것에 대한 복수, 자살로 위장한 타살을 행한 누군가에 대해 말이다.
이 책은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과 라플라스의 악마 등 수학적인 사고와 난제들을 위시하여 뇌과학의 놀라운 포문을 연다. 근대의 물리학 분야에서 미래의 결정성을 논할 때에 가상하는 초월적 존재의 개념,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과학적 난제에 어쩜 이리도 초연한 미스터리를 녹여냈을까. 그 무엇보다 핵을 찌르는 것은 천재 뇌과학자 우하라의 입을 빌어 나온 '부성 결락증'이다. 포유류라면 유전적으로 뇌에 프로그래밍 되어 있어야 할 자식에 대한 애정을 애당초 품고 있지 않은 '부성 결락증'이 부른 살인 말이다. 그야말로 사랑이라는 것이 상식처럼 통하지 않는 기이한 뇌구조이지 않은가. 그야말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우리는 어디까지가 쇼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주변을 의심하면서 조금은 불편한 심정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지도 모르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의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소설은 이제 읽지 않을 거야~ 다짐하면서도 또 손에 잡고 말았다. 데뷔 30주년 기념작이라는 <라플라스의 마녀>는 '제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수상한 데뷔작 <방과 후> 이후 통산 80번째 단행본'이라고도 한다. 살인의 방식을 놓고 물리학의 라플라스 가설*¹을 테마로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²이 등장하고 뇌의학에 의한 예지력이 전체를 관통하니 흥미롭기는 했다. 여기에 부성결락증*³이란 일본스런 가족의 비밀이 더해지니 제법 구색을 갖춘 추리소설이 되었다. 연휴에 가볍게 읽을거리를 찾다보니 이만한 책도 없어 보였다.
*1) "만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원자의 현재 위치와 운동량을 파악해내는 지성이 존재한다면 그 존재는 물리학을 활용해 그러한 원자의 시간적 변화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 미래까지 완전히 예지가 가능하다(387쪽)."는 프랑스의 수학자 라플라스의 가설.
*2) 나비에 스토크스 방정식, 유체역학에 관한, 아직껏 풀리지 않은 난제(389쪽).
*3) 보통 사람은 인간의 아기뿐만 아니라 강아지나 새끼고양이, 아기펭귄 등을 보면 본능적으로 귀엽다고 느낍니다. (중략) 그것을 부성 패턴이라고 합니다. 연약한 것을 지켜주려고 할 때 나타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겐토 군의 경우, 그게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중략) 우리는 이것을 '부성 결락증'이라고 하고 있습니다.(453쪽)
간단히 출발의 줄거리를 읊어보면,
엄마와 외갓집에 간 초등학생 마도카. 이걸 복선이라고 해야 할지 암시라고 해야 할지 애매하지만, 그날 아버지도 같이 오려고 했었는데 급하게 한 소년의 수술 일정이 잡혀 못 오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런 토네이도에 마도카는 엄마를 잃고 만다.
전직 경찰 다케오. 영화로 만들면 의외로 매력적인 조연으로 등장할 듯... 열여덟 살 마도카를 경호하는 그는 마도카가 어떤 '능력'이 있다는 걸 느낀다.
사망 사건 둘. 온천지에서 영화업계 관련자가 단 두 달 사이에 연달아 황화수소 중독으로 죽었는데 이게 우연한 자연현상에 의한 사망인지 어떤 타살에 의한 건지 헷갈린다. 그래서 전문가(아오에 교수) 등장... 소설은 그렇게 펼쳐진다...
소설의 첫 출발을 보면 마도카의 예지 능력과 '라플라스 마녀'라는 제목이 어우러져 뭔가 호기심을 가지게 하였는데 그게 좀... 추리 소설의 특성상 모두 까발릴 수는 없고...
추리소설의 평가 잣대로 많이 활용되는 엘러리 퀸의 10가지 관점에서 정리해 보자. 구성, 살인의 방법, 해결방법의 합리성, 문장, 성격묘사, 무대, 단서, 독자와의 대결 등 여덟 개 분야에서 별 다섯 ★★★★★, 서스펜스(긴장감), 의외의 결말 두 분야에서는 별 넷 ★★★★을 준다.
다소 서스펜스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추리 소설 전체를 통틀어 보면 중상 또는 상하 수준이라고 느꼈지만 영화로 만들면 제법 볼거리와 긴장감을 살릴 수 있을 거라 느껴졌다. 세밀하긴 하나 스케일이 작은 일본 추리에 지친 마니아는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하겠다.
교정
351쪽7 겐토의 손맡이 ===> 겐토의 손밑이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만큼 다작을 하는 작가도 없는 것 같다. 그가 작가로 나선지 30년이 되었고 80권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작가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인 동시에 그의 80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의 작가 생활 30주년의 역작이라는 것 외에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작품이라는 것과 '라플라스의 마녀'라는 제목이 뜻하는 바가 무얼까 궁금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가독성이 뛰어나다. 소설이 끝날때까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하고 읽던 소설인만큼 충분히 재미있는 소설이었고,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이었다.
오래전에는 잘 맞지 않던 날씨 예보가 요즘엔 거의 정확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휴대폰 앱에서도 시간대별로 날씨가 예보되어있고 거의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변한다는 걸 알수 있다. 그래서 어딘가로 출타하거나 할때는 미리 날씨 예보를 보고 그에 따른 대비를 하게 된다. 만약 이런게 주어지지 않고도 날씨 등을 예측할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꽤 살아가는데 있어 편리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자신들의 삶까지도 예측할 수 있을까. 만약 예측하더라도 그들이 예측한 대로 삶은 흘러가지 않는다고 본다. 알수 없는게 우리 삶이므로. 우리의 미래에 시련이 다가올지, 행운이 다가올지 어떻게 알까.
소설의 시작점엔 우하라 마도카라는 소녀가 있다. 열 살의 소녀는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댁에 왔다가 토네이도로 엄마를 잃는다. 그리고 한 온천에 들었던 미즈키 요시로가 그의 젊은 아내 치사토와 함께 숙박을 했고 산책을 나갔던 부부중에 요시로가 죽는 사고가 발생했다. 온천에 있는 화산가스인 황화수소 중독으로 인한 사고사였다. 이후 또다른 온천에서도 한 남자가 역시 같은 이유로 죽은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이 사고가 발생한 신문기사를 본 경찰 나카오카 유지는 미즈키의 어머니로부터 받았던 편지를 떠올리고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대학교의 지구화학교수인 아오에 역시 온천에 일어난 황화수소에 의한 사고를 조사하는데 도움을 주기로 하고 나름의 조사를 시작했다.
요시로와 결혼한 치사토는 그가 죽기 3개월전에 3억엔이 넘는 보험을 가입했고, 함께 간 온천의 산책길에서 죽었다. 치사토가 누군가와 계획하에 살인을 한 것일까. 그렇다면 두번째로 다른 온천에서 죽은 나스노 고로는 누가 죽인 것일까. 아무도 다니지 않은 산책길에 눈위에 찍힌 발자국이란 나스노의 발자국밖에 없는데. 더군다나 온천 주변에서는 황화수소가 필요이상으로 검출되지도 않았을뿐더러 동물의 사체 또한 발견되지 않았다. 누가 이들을 죽인 것일까. 죽은 미즈키 요시로와 나스노 고로가 황화수소가스로 인한 중독사였다면 이들의 접점은 무얼까.
추리소설의 형태는 살인범을 숨겨두고 책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살인범을 추리해나가는 과정이 있는 추리소설이 있는 반면 처음부터 독자에게 '이 사람이 살인범이다'라는 것을 가르켜주고 책 속의 인물들이 살인범을 유추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라플라스의 마녀』는 후자의 경우에 속했다. 처음부터 한 남자가 의심스러웠고 그가 살인범일 것이다라는 확신이 생겼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고 해야겠다. 이제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챘으므로 그가 왜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느냐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을까. 그는 어떤 것을 숨기고 있었나. 현재의 살인에서부터 과거 8년 전의 살인 혹은 자살 사건으로 옮겨가게 했다.
사건을 조사하는 경찰 나카오카와 아오에 교수는 사건의 핵심으로 점점 다가오고 그들 또한 황화수소 중독 사건을 일으키게 했던 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또한 황화수소 가스 중독 사건을 일어난 곳에서 누군가를 찾는 마도카의 정체와 마도카와 함께 머물렀던 수리학 연구소에서의 한 소년, 그리고 소년의 아버지가 쓴 블로그에서의 이야기까지 진실에 거의 다가서게 되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소설 속에서 언급되었던 '부성 결락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인간 남자나 수컷 쥐를 보게 되면 짝을 지어 새끼나 아이를 낳았던 아버지에게는 부성이 있기 마련, 새끼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전적으로 부성이 결여되어 있다면 가족을 보호하거나 자식을 보호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부성이 없으면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크게 이슈화되었던 사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친자식임에도 살인도 마다하지 않았던, 인간이라면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사건 말이다. 소설 속에서는 자식이나 가족이 완벽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완벽하게 바꾸어 버리려는 남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몇몇 천재들이나 당신 같은 미친 인간들로만 움직여지는 게 아니야. 얼핏 보기에 아무 재능도 없고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중요한 구성 요소야. 인간은 원자야. 하나하나는 범용하고 무자각적으로 살아갈 뿐이라 해도 그것이 집합체가 되었을 때, 극적인 물리법칙을 실현해내는 거라고. 이 세상에 존재 의의가 없는 개체 따위는 없어, 단 한 개도. (497페이지)
이후 드러나는 진실은 추악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혹은 자신의 완벽한 이미지를 위해 가족을 이용하는 것도 모자라 새로운 가족으로 지어낼 수 있는 것인지. 범인의 단순한 이기심. 인간이 저지른 추악한 이기심이 드러나는 장면을 보고 있자니 이런 인간들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허탈했다. 이 세상이 아무리 물리법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지만, 과연 우리의 삶도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일까. 우리의 삶은 절대 예측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