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이 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무척 당황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생돼지고기를 멜론에 얹어 먹어?” 하지만 그 음식을 입에 넣고서는 감동에 휩싸인 표정을 짓는 이탈리아 친구를 보고 저도 얼른 한입 베어 물었죠. 숙성시켜 얇게 저민 돼지뒷다리살과 멜론의 향긋한 향, 그리고 혀를 감싸는 부드러움. 이 절묘한 궁합의 맛을 처음 느꼈던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해서, 지금도 이걸 먹으면 시간 여행 하듯 그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 음식이 뭐냐고요?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슈토(prosciutto), 스페인에
서는 하몽(jamon)이라 불리는 음식입니다. 저에겐 아주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돼지고기와 과일의 충격적인, 하지만 즐거운 조합의 발견! 아주 인상적인 순간이었죠. 이렇듯 일상의 작지만 새로운 발견은 우리를 설레게 하고, 더 배우게 하고,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_「‘발견’의 즐거움으로 일상을 가득 채워보세요」 중에서
미국인의 손에 총이 쥐어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전쟁(1776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독립전쟁을 벌이기 전, 영국은 전 세계의 식민지 확보 경쟁에서 번번이 부딪치던 프랑스와 7년 전쟁(1756~1763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이때 미국에 정착해 있던 식민지 자치 정부와 시민들이 영국의 편에 서서 프랑스를 좇아내는 데 큰 힘을 보탰죠. 문제는 오랫동안의 전쟁으로 재정 파탄 위기를 맞은 영국 정부가 재정을 확충하고자 식민지에 엄청난 세금을 부과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식민지 시민들로서는 목숨을 걸고 도움을 줬더니 보상은커녕 오히려 푸대접을 넘어 세금 박해를 받은 꼴이니 분개할 수밖에요. 그때 이런 상황을 개탄한 언론인이자 사상가였던 토머스페인(Thomas Paine)이 1776년 1월 10일〈상식(Common Sense)〉이라는 49페이지 분량의 팸플릿을 발간하며 “미국의 대표가 영국 의회에서 발언을 할 수도 없는데 어떻게 과도한 세금만 낼 수 있는가?”라고 주장을 합니다. “대표 없는 곳에 세금 없다”라는 그의 주장이 억울한 식민지 시민들에게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죠. _「총과 아이언맨, 그리고 뱀파이어: 미국」 중에서
설렘, 기쁨, 즐거움, 환희, 뿌듯함, 사랑처럼 긍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실망, 답답함, 창피함, 짜증,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에도 소중한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감정들이 주는 귀한 메시지를 읽는 데에 그리 능숙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결국엔 부정적인 감정들은 불편해하거나 빨리 사라지기만을 바라고, 반대로 긍정적인 감정들에는 필요 이상으로 휩쓸려 에너지를 낭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의 무의식이 보내는 귀중한 메시지를 제대로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나 자신의 감정을 찬찬히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던 숨겨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진짜 화가 난 이유를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한 가지 이유만은 아니겠지만, 실망, 짜증, 화, 분노의 감정을 내는 가장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거기에는 바로 내 스스로의 ‘기대치’가 숨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 기대치는 100인데 80 정도가 채워지면 실망을, 60 정도가 채워지면 짜증을, 50도 채워지지 못하면 화를, 그리고 그것이 옳지 않은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때는 분노의 감정이 솟구치는 것입니다. _「감정도 근육이다: 영국」 중에서
한국의 ‘한(恨)’이라는 단어를 다른 언어로, 그것도 한 단어로 번역하기란 쉽지 않은데요. 저는 포르투갈 여행 중, 포르투갈 전통 민요 파두(fado)를 듣기 위해 일부러 저녁 식사를 리스본의 알파마(Alfama)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구성진 파두를 듣는 순간 곧바로 우리의 한의 정서와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죠. 노랫말은 몰랐지만 포르투갈 기타(Guitarra Portuguesa)와 절묘하게 어우러진 여인의 음색을 듣고 있노라니 그녀의 어머니와 할머니가 겪었을 굴곡진 삶들이 오롯이 배어나는 느낌이 들더군요. 마치 포르투갈의 역사를 공부가 아닌, 그냥 단번에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 같은 설레는 착각이랄까요? 파두는1800년도 초중반 리스본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음악 장르입니다. 음악에 시를 결합해 그때그때 가수가 즉흥적으로 부르는 독특한 장르죠. 한때 브라질을 포함해 전 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강대국 포르투갈에서 어떻게 이런 한이 서린 민요가 생겨나게 되었을까요? _「한의 정서가 담긴 민요, 파두: 포르투갈」 중에서
참 특이한 곳이 있습니다. 웅장한 바로크풍 건물들에 둘러싸인 광장에 서면 분명 스페인의 어느 도시에 있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광장 뒤편 골목으로 들어서면 굶주린 동물처럼 뼈대가 드러난 벽과 녹이 빨갛게 슨 경첩에 걸려 기우뚱 서 있는 낡은 가정집 대문이 보입니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이 파고든 창문 안으로 까맣게 탄 할아버지의 주름진 얼굴에서 도시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한가한 도로에는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 우아한 자태의 클래식 자동차들이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줄지어 서 있습니다. 맞은편 모퉁이 카페에는 내 안에 숨어 있는 리듬을 깨워주는 라틴음악이 시원 상큼한 칵테일 속으로 녹아듭니다. 바의 긴 테이블 한쪽에는 앉아 있는 모습의 헤밍웨이 동상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헤밍웨이의 글귀와 라틴음악의 음표가 절묘하게 섞인 듯한 차가운 모히토를 홀짝이며 도시의 열기를 잠시 잊습니다. 웅장, 퇴락, 쓸쓸함, 경쾌함, 열정, 화려함이 모두 타임캡슐에 담겨 있는 듯 느껴지는 이곳은 삶의 여러 단면들이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펼쳐내는 곳입니다. 사실 방금 말씀드린 장면은 제가 쿠바를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의 가슴에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풍경들의 기원을 천천히 거슬러 올라가면 쿠바의 역사와 그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_「50년의 시간이 멈춰버린 타임캡슐: 쿠바」 중에서
결론적으로 걱정은 쓸데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걱정의 실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나간 과거에 대한 걱정 반, 앞으로 일어날 것에 대한 걱정 반이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걱정한다고 지나간 게 바뀌지도 않고, 또 미래도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개의 경우 걱정을 한다고 해서 문제에 대한 현명한 대책이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를 도전 의식으로 바꾸어 자신감을 조금씩 높이면 의외의 묘안이나 해결책, 또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걱정이 너무 많다면 방 청소를 하듯, 옷장을 정리하듯 훌훌 털어버려야 합니다. 걱정에도 먼지가 쌓이고, 곰팡이가 피고, 독소가 자라나니까요. 반대로, 걱정이 너무 없는 경우도 문제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포기하면 걱정할 필요 없어”, “포기하면 편해”와 같은 포기를 전제로 한, 즉 걱정하는 것마저 포기하는 경우를 말하는데요. “포기하면 편해”라는 말에는 하루하루 사는 게 힘겹고,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바꾸기 힘든 절망스런 사회구조에 대한 냉소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_「쓸데없는 걱정: 이탈리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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