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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큰돌고래

남방큰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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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288g | 140*198*20mm
ISBN13 9788960787049
ISBN10 8960787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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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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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눈을 뜨기 시작했다. 아침 햇빛이 거무스름한 수면을 두드리자 바다는 반짝이는 빛을 천천히 빨아들였다. 햇빛의 손가락은 매우 가늘고 긴 실처럼 바다속으로 스며들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열다섯 살 남방큰돌고래 체체는 일렁이는 물결에 몸을 맡겼다. --- 본문 중에서

“체체야, 여기가 아닌 다른 세상을 꿈꿀 줄 알아야 우리는 완전해질 수가 있지. 바깥의 영혼, 바깥의 힘, 바깥의 에너지가 네 운명을 결정하지 않아. 네가 가야할 길은 네 속에 숨어 있단다.” --- 본문 중에서

육지의 끝에 바다가 펼쳐져 있는 게 아니다. 바다가 끝나는 지점에 육지가 있다. 바다가 숨을 멈추는 곳, 바다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기 시작하면 거기가 바로 육지다. --- 본문 중에서

고등어떼가 비좁은 터널 속으로 달아나자 체체 역시 터널로 들어갔다. 터널은 어부들이 쳐둔 그물 속이었다. 그들은 재빨리 검은 헝겊으로 열두 살 체체의 눈을 가렸다. 체체가 눈을 떠보니 그곳은 작은 수영장이었다. --- 본문 중에서

혹독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매일 돌고래 쇼 공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묘기를 부릴 때마다 관객들은 환호했으나 체체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었다. 엄마가, 제주 바다가 그리웠다. 체체는 밤새 꺽꺽 울었다. --- 본문 중에서

3년 만에 제주 바다를 다시 보게 된 체체는 매일 새로운 영화를 한 편씩 보는 것 같았다. 고등어, 오징어, 돌돔 같은 물고기들이 바다의 주인공들이었다. 체체도 길들여지지 않은 돌고래, 바람 같은 돌고래가 되고 싶었다. --- 본문 중에서

유난히 눈이 반짝이는 소녀가 찾아왔다. 소녀는 몸이 날씬하고 분홍빛을 띤 흰색 배에는 자잘한 반점들이 별무늬처럼 수놓아져 있었다. 그녀는 지느러미에 가는 모자반을 걸치고 몸통을 돌리면서 체체에게 말했다.

“너, 이름이 뭐니?” --- 본문 중에서

“내 입이 이렇게 왼쪽으로 비틀어졌는데……, 넌 괜찮니?”

나는 다가가 가슴지느러미를 흔들면서 너의 부드러운 몸을 쓰다듬어주었다.

“내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아.”

그제야 너는 가슴에 품어 두었던 말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 본문 중에서

제주 바다로 돌아온 직후, 나리는 아기를 낳았다. 하지만 유산이었다. 나리는 자그마한 아기의 몸을 입으로 비볐다. 그리고 부끄러운 듯 몸을 한 바퀴 비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고귀함을 모르는 자들은 사랑도 슬픔도 모르지.” --- 본문 중에서

돌고래들이 빠르게 지나간 자리마다 바다에는 구멍이 뚫렸다. 뒤따르는 돌고래가 그 구멍을 재빨리 메우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근육들이 꿈틀거릴 때마다 파도가 일었다. 끊어진 것을 다시 잇고, 이어진 것을 다시 끊으며 남방큰돌고래 무리는 바다와 하나가 되었다. --- 본문 중에서

“내 몸에 감겨 있는 아름다운 이 초록을 잊지 말아줘.”

나리가 말했다.

“너를 만나면서 나는 자유로워졌어. 네가 나한테 자유를 가져다 준 만큼 너도 자유로워야 해.” --- 본문 중에서

범고래 올커스는 해변의 바다사자들을 머리로 들이받거나 꼬리로 내리쳐 제압하기도 하고, 무리를 지어 향유고래를 공격해본 적도 있었다. 자신보다 덩치가 큰 백상아리를 들이받아 백상아리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올커스가 말했다.

“커다란 것은 작은 것들에게 겸손해야 해. 우리에게는 그게 일상이지만 작은 것들에겐 착취이거나 폭력일 수도 있어.” --- 본문 중에서

잠수함이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에게는 어뢰와 미사일이 있어. 육지의 도시 하나를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지.”

체체는 궁금해졌다.

“당신은 실제로 참전한 적이 있어요?”

잠수함은 대답 대신에 프로펠러 주변을 보여주었다. 불에 그을린 검은 흉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세상을 넘어 무한의 세계로
가라, 한 끼의 밥을 굶을지라도
한 걸음이 천 걸음이 되는 그 길을
찾아가라, 한순간이 영원인 것을
여기 머무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너를 이끄는 힘은 너에게 있으니 --- 본문 중에서

붉은어깨도요는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보낸 뒤 시베리아로 가기 위해 1만킬로미터를 비행했다고 말했다. 그것도 2천미터 상공에서 말이다. 오로지 날기 위해 그는 먹이를 입에 대지 않았다. --- 본문 중에서

“체체야, 한 가지만 기억해두렴.”
“뭔데요?”
“여기를 떠나는 것은 여기로 돌아오기 위해서야. 네가 떠난다고 해서 여기를 버리면 안 돼. 여기를 까맣게 잊어서는 안 되는 거야.”
“왜요?”
할머니가 혼자 중얼거렸다.
“그게 운명이지…….” --- 본문 중에서

사랑하는 당신, 돌아올 거지? 멋진 등지느러미를 곧추세우며 돌아올 거지? 돌아와 내 비뚤어진 입에 따듯하게 입맞춤해 줄거지?
언젠가 당신이 했던 말이 생각나네. 마음의 야생지대, 생명의 근원을 찾아서 떠날 거라던 말. 나는 당신이 반드시 그곳을 찾을 거라고 믿어. 당신은 내가 사랑하는 당신이니까.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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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세계적으로도 아주 특별한 돌고래들이 산다. 인간에게 납치되어 돌고래쇼를 하다가 돌아온 돌고래들과 야생 돌고래들이 함께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자유를 찾은 그들이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고 어떻게 어울려 살아갈지 항상 궁금했다. 그들이 느낀 자유는 어떠했을까? 안도현 시인의 『남방큰돌고래』에는 첨예하게 자유를 속박당했다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자유를 찾은 돌고래 ‘체체’의 그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실 속에서도 7마리의 남방큰돌고래가 고향 제주 바다로 돌아가 자유를 찾았다. 어떤 돌고래는 가족을 만났고, 어떤 돌고래는 사라졌다. 제주 바다에서 매운바람을 맞으며, 오지 않는 돌고래를 기다리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안심했다. 온몸으로 세계를 받아들이며 진정한 자유를 찾고 있느라 조금 늦는 것뿐이라고.
‘체체’야, 안녕! 다시 만나 반가워.
- 남종영 ([한겨레] 기자, 환경논픽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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