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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56쪽 | 604g | 145*210*30mm
ISBN13 9788954618878
ISBN10 89546188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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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은숙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SBS 특별기획 드라마 「태양의 남쪽」을 시작으로 그동안 SBS 드라마 「파리의 연인」을 비롯해 「프라하의 연인」 「연인」 등 ‘연인 3부작’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 외에 「온에어」 「시티홀」을 선보였으며 2011년 ‘현빈 신드롬’을 일으켰던 「시크릿 가든」으로 백상예술대상 극본상, 서울드라마어워즈 한류작가상, 코리아드라마어워즈 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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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그 사람이 왜 좋은지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어요.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았고 볼 때마다 더 좋았고 지금은, 안 볼 때도 좋으니까.” --- p. 129

몇 초나 흘렀을까.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간다. 아니, 흘러간다고 할 수 있을까. 옆 시간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한자리에 계속 멈춰 있는 시곗바늘. 고여 있는 시간은 그리움으로 변했다. 적어도 도진에겐 그랬다. --- p. 194~5

짝사랑이라는 단어가 비밀스러운 어감을 주는 이유는 상대방 모르게, 마음속으로 혼자 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수는 그런 점에서 짝사랑에 소질을 보이는 자신이 나쁘지 않았다. 그 사람이 나를 봐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순간부터 일방통행이 시작된다. --- p. 198

기분이 이상하다. 조금만 틈을 보여도 치고 들어오는 남자다. 한동안 잊었던 야한 망상을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하는 자다. 이수의 마음은 누군가 들어오길 기다린 것처럼 열리려고 한다. 그 문 앞에서 자꾸 서성이는 그자가 있고. 그게, 싫지만은 않다. --- p.276

“오빠, 내가 오빠 책에 낙서해놓은 일곱 살이에요? 왜 애 혼내듯 그래요?”
메아리는 아이 대하듯 나무라는 윤이 항상 서운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는 한 번도 후회해본 적 없다. 윤을 좋아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고민해본 적도 없다. 대가를 바랐다면 태산과 윤을 배려하지 않는 못된 행동을 서슴지 않았을 거다. 가슴이 봉긋하게 올라오기 시작하고, 키가 윤 어깨에 닿을 사춘기 무렵부터 윤 앞에서만큼은 여자이고 싶었다.
“나 정 싫으면 스물네 살한테 정식으로 거절해요. 난 오빠 앞에서 한 번도 일곱 살이었던 적 없으니까.”
메아리가 윤에게 잡힌 손목을 뺀다. 들어올 때완 달리 정중히 문을 닫고 나간다. 윤은 허전해진 손을 꽉 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누군갈 지켜본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문득 강변의 물음이 떠오른다. 행복이자 불행인 기분…… 윤이 씁쓸하게 읊조린다.--- p.332~333

“한동안 괜찮더니 뭔 일이 있어서 니 육체가 이렇게 지배당하냐. 화나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하거나, 그래, 요즘?”
최근 들어 수시로 찾아오는 감정들이긴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여자를 만난 뒤 계속 나를 사로잡고 있는 감정들. 스트레스의 근원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좋아한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신경을 자극하는 일이었다. 설레다가, 가슴 졸이다가, 눈이 확 뒤집힐 만큼 화가 나기도 하고,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아지고……
“셋 다요. 최근에 짝사랑을 시작했거든요. 더 최근엔 질투에 눈이 멀어 확!”
“사실 사랑보다 극심한 스트레스가 또 어디 있냐. 사랑, 그거 병이다. 만성 되기 전에 고쳐.”
결국 내 몫이란 거네. 도진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비싼 진료비를 낸 보람이 없진 않다. 덕분에 내 감정 중에 적어도 세 가지는 면죄부를 얻었으니까. 나는 화나거나 불안하거나 우울할 이유가 합당한 사람이었다.--- p.366

여자의 사랑스러움이란 때때로 보는 이로 하여금 고통을 동반하게 한다. 생물학적인 고통과 정신적인 고통을 함께. 동물로서의 본능과 그 본능을 억누르려는 이성이 싸운다. --- p.372

“전문가니까 말해봐요.”
“뭘요?”
“짝사랑은 처음이라 어디 상담할 데도 없고 해서 묻는 건데, 원래 짝사랑 삼개월차에는 이렇게 자주 화가 납니까?”
“왜 화가 나는데요?”
“난 왜 싫은데?”--- p.433

똑같은 패턴, 똑같은 대화, 똑같은 상황, 똑같은 결말. 짝사랑의 말로엔 이변이란 없다. 그를 품은 마음만이 무한반복될 뿐이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 뿐인 것들은 쓰러지게 되어 있다.--- p.449

태산아, 서선생이 내 전활 안 받는다?
태산과 세라는 현실의 연인이었다. 내 짝사랑은 백일몽이었는지도 모른다. 꿈에서 깼을 때 느껴질 공허 혹은 허무감. 나는 그게 두려웠던 거다. 그럼에도 몇 번이고 나는 왜 같은 꿈을 꾸었던 거지.
왜 안 받느냐고 따지면 안 되겠지? 좀, 서럽네. 짝사랑……
도진과 나는 지금 혹시, 같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패턴은 비슷하지만 등장인물만 다른 그런 꿈을. 나는 이미 휘둘리고 있다. 빠져나오기엔 늦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이 남자의 문자가 이리도 먹먹한 걸 보면.
--- p.45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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