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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만발

도화만발

: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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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28쪽 | 436g | 128*188*20mm
ISBN13 9788961963541
ISBN10 896196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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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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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한 점을 놓고 30분 이상, 아니 단 5분만이라도 뚫어지게 바라본 적이 있는지요? 대부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겁니다. 학창시절에는 대학 입시와 상관없는 공부라서, 사회에 나와서는 밥 먹고 사느라 바쁘다고, 아무리 들여다보아야 점수가 나오나 돈이 나오나, 허튼 짓거리할 필요가 없었거든요. (중략)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의 마지막 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요.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옛 그림도 그렇다. --- pp.30~31

「월하정인」의 깨알 같은 이야기나 충격적인 달 모양, 「서당」에 감춰진 시대상은 그림을 잠깐 훑어보는 것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랫동안 자세히 지켜봐야 비로소 눈에 띄게 되지요. 자세히 들여다봐서 알게 된 속 깊은 옛 그림,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런지요. --- p.53

우리 옛 그림과 서양화, 두 그림에는 다른 점이 많습니다. 같은 회화예술인데도 왜 이렇게 다른지 놀라움마저 들 지경입니다. 그림을 그리는 바탕 재질이나 물감, 붓은 물론 표현 방식, 내용, 심미안까지. 심하게 말하면 ‘도구를 써서 무얼 그린다는’ 그림의 본질 외에는 모든 점이 다르다고 보면 됩니다. 그중에서도 바탕 재질이나 물감 같은 ‘재료의 차이’야말로 두 그림 양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점입니다. --- p.63

우리 옛 그림을 한마디로 말하라면 저는 서슴없이 ‘선의 예술’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옛 그림의 면면을 천천히 떠올려보세요. 산수화, 풍속화, 사군자, 초상화…… 대개의 작품이 선을 주된 표현 양식으로 삼았을 겁니다. 색칠을 해도 기어코 윤곽선을 그린 다음 그 안에 칠을 하거든요. 선에 대한 일종의 강박관념까지 드러냅니다. --- pp.71~72

어떤 분들은 우리 민족의 정서를 슬픔, 원통을 뜻하는 ‘한(恨)’이라고 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재미있고 신나는 ‘흥(興)’에 가깝습니다. 숱한 문학작품과 그림에 등장하는 익살이 이를 증명해주거든요. --- p.158

조선의 풍속화는 사람의 일상이 예술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입니다. 물론 이전에도 책을 읽거나 산책하는 선비들의 일상이 그림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풍속’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로서의 사람, 혹은 선비들의 이상을 나타내는 것이었지요. 풍속, 즉 세속사(世俗事)는 아무리 고결한 선비들일지라도 부정과 무시의 대상이었습니다. 예술은 현실이 아니라 이상을 반영하는 것이었거든요. 그런 그림에서 욕망하고, 질투하고, 울고, 웃고, 화내는 인간 본연의 감정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습니다. 선비들의 일상조차 무시되었는데 서민들 또는 여인들의 풍속이야 오죽했겠습니까. --- pp.203~204

1954년 12월 10일. 한국전쟁도 막 끝난 겨울 초입, 부산 용두산 판자촌에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피란민들이 모여 이룬 판자촌이라 미처 손쓸 틈도 없이 모든 게 잿더미로 변했지요. (중략) 이 화재는 대한민국 미술사에도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오고 말았습니다. 전쟁의 화염을 피해 판자촌 옆에 있던 한 약품회사의 자재창고에 그때까지 전해오던 어진 45점(원래 서울 창덕궁에 봉안되어 있었습니다)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그리로 불이 옮겨 붙어 깡그리 타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다시 볼 수 없는 귀하디귀한 보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거지요.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타다 남은 어진 몇 점만 겨우 건질 수 있었지요. --- pp.284~285

연꽃, 국화, 여뀌, 그리고 매화…… 옛 그림 속에 꽃이 만발했습니다. 그림이 스스로 꽃이 되어버렸네요. 말 그대로 옛 그림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알고 나면 진짜 꽃 못지않게 아름답고 화려한 우리 옛 그림. 진짜 꽃은 아니지만 진짜 못지않은 안복(安福)을 보는 분들에게 선물하지요. 그저 바라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습니까? 보는 여러분의 눈과 마음도 그림 속 꽃처럼 활짝 피어나길 바랍니다. 비록 향기는 없을지라도 안복만은 오지게 누리시길.
--- p.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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