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정보와 건강한 관계를 맺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이 있는 것처럼 정보의 세계에도 나쁜 정보가 있다. 농업에서 산업형 농장이 쓰레기 음식을 대량 생산한다면, 미디어의 세계에서는 ‘콘텐츠 공장’이 쓰레기 정보를 양산한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무첨가 음식을 먹는 것이 우리 몸에 좋은 것처럼, 정보 원천에서 직접 나온 뉴스를 소비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전해준다.
그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고 자신과 정보와의 관계를 제대로 알아서 더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직장에서는 더 능률적으로 일하고, 커뮤니티에서는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
내게 이 책은 그저 책이 아니다. 사명이다. 정보 과소비는 모든 사람들에게 심각한 건강 문제이고, 우리는 그 증거를 국회의사당 홀에서, 월가 점령 운동에서, 티 파티 모임에서,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어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도, 결코 정보가 음식이나 물, 그리고 공기보다 더 강력히 규제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정보는 음식과 물, 공기 못지 않게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거의 모든 정보가 공짜인 지금, 개인의 책임이 개인과 사회의 건강에 필수적인 이유다. 우리의 공동체와 민주주의가 번영하기를 원한다면, 더욱 건강한 정보 다이어트를 실천해야 한다.
---서문 중에서
정보의 폭주, 정보의 범람, 정보의 홍수, 정보의 바다, 정보의 과부하… 숱하게 듣는 말이다. 하도 자주 들어서 별 감흥조차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 폭주, 범람, 홍수, 바다, 과부하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앞으로 정보는 더욱 늘어나기만 할 텐데, 정보 생성 속도는 더 빨라지고, 정보 공급 채널은 더 다양해지고, 그 치열한 정보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보는 더더욱 화려하고 자극적인 옷을 입을 텐데, 도대체 진짜 정보, 내게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얻을까? 아니, 어떻게 구별할까? 살려줘!
이 책의 지은이 클레이 존슨은 이러한 개념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폭주, 범람, 홍수, 바다, 과부하 등의 시각으로 보는 것, 정보의 내습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우리를 세우는 것이 잘못된 시각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정보 소비도 마치 음식 섭취를 따지는 것처럼 관리하기 시작하면 이해하기도 더 쉽고 해법도 더 명료해진다고 주장한다.
음식이 우리에게 오는가? 아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끊임없이 정보가 너무 많다고 불평하지만, “실상 정보는 우리더러 그것을 소비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 정보는 자율성이 없다는 점에서 프라이드 치킨과 다를 바 없다. 한 사람이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인류의 지식과 경험은 늘 존재해 왔다.”라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정보의 총량이 아니라 우리의 정보 소비 습관’이라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정보 범람이 아니라 ‘정보의 과잉 소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음식이 앞에 있다고 다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듯이, 정보가 넘쳐난다고 다 소비해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은이의 논점은 이것이다. 음식을 잘 가려서 우리 몸에 좋은 것을 의식적으로 찾아 먹듯이, 정보에 대해서도 그런 의식적이고 현명한 접근법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 어떤 정보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인지 아닌지를 가려서 유해한 정보는 내치고, 진실을 말하는, 혹은 진실에 근접하는 진짜 정보를 습득해야 한다는 것. 요즘의 TV와 신문, 잡지들에서 넘쳐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저급한 정보들은, 음식으로 치면 당장은 맛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 허리 둘레를 늘리고 건강을 해치는 지방처럼, 우리의 정신 건강을 해치는 유해 정보들이다.
문제는 그런 정보를 내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낚시성 기사’들이 왜 있겠는가? 정보의 건강성이나 진실성과는 상관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섹시함’을 가진 정보들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견준다면 우리가 늘 좋아하는 소금이나 설탕, 지방 성분이 거기에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지 심리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연구들은 정보가 우리 몸에 생리학적 효과를 초래할 뿐 아니라 우리의 의사 결정 능력에도 꽤 심각하고 통제 불가능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보여준다. 부실한 식이요법이 온갖 질병을 초래하듯이, 부실한 정보 다이어트는 우리에게 새로운 형태의 무지를 안긴다. 정보의 결핍에 의한 무지가 아니라 과잉 소비에 따른 무지이고, 자기 취향에 맞는 정보만 집중적으로 ‘편식’한 데 따른 무지이다.
음식에서든 정보에서든, 다이어트의 첫 단계는 결국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는 일이다. 텔레비전, 라디오, 영화관들이 흔히 시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정보 소비는 식습관처럼 적극적인 경험이다. 건강한 삶을 살려면 몸에 좋은 음식을 잘 가려 먹어야 하듯이, 우리는 정보 소비 습관도 수동적인 채널 돌리기에서 의식적인 선택의 문제로 바꿔야 한다. 그게 이 책의 주제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많이 배웠다. 정보를 음식에 비유한 지은이의 시각은 단지 새롭고 특이하다는 수준을 넘어, 대단히 깊고 넓은 사회적 함의까지 전달해 주었다. 미국의 정치 상황과 정보 소비 상황이 한국의 상황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도 자주 깨달았다. 나 자신의 정보 소비 행태를 반성하고, 현명한 정보 소비 운동이 필요하다는 자각도 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에는 ‘웰빙’ 바람이 불었다. 특히 음식 분야에서 거세게 불었다. 나는 이 책을 계기로 ‘정보’ 쪽에도 웰빙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정보 다이어트’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리가 먹는 음식의 산물이다. 왜 우리는 또한 우리가 소비하는 정보의 산물이 아니겠는가?
---옮긴이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