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을 하고 느낀 나의 첫 후기는 ‘어이없다'였다. 그리고 그것은 곧 ‘굉장하다'로 바뀌었다. 4계절 내내 나를 괴롭히던 암내는 자연식물식 5일 만에 사라졌다. 땀에서 나던 치즈 썩은 냄새도 사라졌다. 지방분해 시술까지 고려해야 했던 숨겨진 뱃살은 2주 만에 사라졌다. 몸은 가벼운데 체력은 갈수록 늘었다. 몸속에 남아있던 무거운 찌꺼기들이 사라진 기분이라 걸음걸이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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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피부는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피부가 아니라 갓 태어난 아기처럼 보송보송한 피부다. 비싼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고, 각질을 제거하고, 문지르고, 레이저로 지지면 피부장벽은 갈수록 얇아진다. 그래서 자꾸 화장품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그길로 나는 화장품도 끊었다, 폼 클렌징, 토너, 수분크림, 썬크림, 비비크림 등 모든 화장품을 다 끊었다. 화장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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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할 때 치즈랑 연어가 좋다고 챙겨 먹었던 게 지금 생각하면 너무 바보 같고 씁쓸해요. 저는 9월부터 고기, 계란, 우유를 끊었는데 그달 생리혈이 그동안의 검붉고 진득한 형태가 아닌 묽고 맑은 쨍한 새빨간 색으로 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더라고요. 몇 년 간 함께한 생리통도 하나도 없고요! 파우치에 타이레놀 항상 들고 다녔던 저인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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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식탁은 더욱더 간소해졌다. 반찬 가짓수가 많지 않아도 충분했고, 요리가 귀찮으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삶은 고구마, 찐 단호박은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 과일은 물에 씻어서 먹으면 끝이다. 자연식물식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현미밥 가득 넣은 현미 김밥이다. 우리 집에는 김을 둥글게 마는데 필요한 김발도 없다. 그럼 뭐 어때, 손으로 말자. 없으면 없는 대로 산다. . 단순해질수록 건강하고 편한 식사라는 깨달음이 온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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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과일을 실컷 먹으며 보냈던 여행은 앞으로 내가 살아가고 싶은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었다. 어딜 가든 그 나라의 제철과일만 있으면 즐겁게 여행할 수 있겠구나. 많은 돈도, 기념품도, 많은 짐도 필요 없이 그냥 그렇게 단순하게 살 수 있겠구나. 많은 것을 원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더 자유로워지기 시작했고 내가 더 사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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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맞이한 자연식물식의 여름도 전혀 괴롭지 않았다. 이제 화장까지 안 하니까 얼굴에 땀이 흘러도 개의치 않는다. 처음 화장품을 모두 끊고 물 세안을 시작했을 때는 얼굴에서 땀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세수를 해도 물이 얼굴 표면 위를 그대로 타고 흘러내렸다. 피부장벽이 건강하지 않으면 그렇다고 한다. 땀 냄새가 나지 않으니 땀이 나도 괴롭지가 않았다. 먹는 대로 몸 냄새가 달라지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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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겨울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나는 원래 가을만 되어도 목도리가 필수였다. 가을부터 시작해서 롱패딩이 겨울 내내 롱패딩이었다. 반팔, 긴팔, 니트, 가디건, 패딩, 목도리, 장갑으로 무장을 해야 밖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바지를 입던 사람이었다. 잘 때는 발이 너무 차가워서 수면양말 없이는 절대 잠을 못 잤다. 그런데 자연식물식을 시작하고 처음 맞은 겨울에 나는 처음으로 수면양말 없이 잠에 들었다. 그냥 겨울용 잠옷 바지 하나와 반팔 위에 가디건 하나 입고 자게 되었다. 전기장판도 필요 없고, 보일러도 필요 없고 그냥 이불 하나 딱 덮고 잠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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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수십만 원 하는 아이크림부터, 면세점 갈 때마다 화장품 골고루 사들였었네요. 이젠 무용지물. 저도 물 세안, 물 샤워를 한 지 8개월이 됐는데 이제 완전히 정착한 것 같아요. 아무 위화감이 없고 당당한 느낌... 세탁기 돌릴 때는 세제도 안 써요. 오래 묵혀두지 않고 미지근한 물에 바로바로 돌 리니까 겉에 묻은 먼지제거 정도만 되어도 좋네요. 장 볼 때 특히 다른 사 람들보다 클린한 제 장바구니를 보면 씨익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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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엄마가 나에게 메시지를 보내셨다. ‘인생을 항상 스스로 개척하고 사는 우리 딸이 대견하구나, 늘 응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평범하게 살아라, 남들처럼 살아라’며 속상해하시던 엄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음식을 바꾸자 인생이 바뀌었다. 인생에 ‘절대’나 ‘반드시’라는 것은 없다. 자꾸만 어떤 한계를 만든 것은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은 긴 여정, 그 여정 속에서 저항 없이 모든 가능성을 활짝 열어두자.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을 읽은 모든 분들 또한 각자의 여정을 즐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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