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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지 않는 여름 1

사라지지 않는 여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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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댄스 대상 영화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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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414g | 134*200*20mm
ISBN13 9791130628097
ISBN10 1130628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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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우리 안의 편견과 혐오라는 벽을 부수는 도끼 책] 선댄스 영화제 대상 〈캐머런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 원작. 성적지향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고, 첫사랑의 열병을 치르는 10대의 성장통을 아름답게 그렸다. 누가 그에게 '정상'이 아니라며 '잘못된 교육'을 강요할 수 있으랴. 우리 안에 있는 편견과 혐오의 벽을 부수는, 도끼 같은 걸작. - 소설MD 김도훈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수영복 자국 다시 보여줘.”
“왜?” 나는 그렇게 물으면서도 이미 새카맣게 탄 목과 어깨 사이에 그려진 새하얀 수영복 어깨끈 자국을 보여주려고 셔츠를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꼭 브래지어 끈 같잖아.” 그러면서 아이린은 집게손가락을 들어 천천히 내 어깨에 새겨진 끈 자국을 쓸어내렸다. 그러자 내 팔다리에 소름이 돋았다. 아이린이 나를 보더니 웃었다. “올해에는 브래지어 할 거야?”
“아마도.” 방금 물구나무를 서느라 아직 내 가슴이 브래지어를 할 만큼 부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말았는데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너는?”
“나도.” 아이린이 다시금 내 어깨 위의 수영복 끈 자국을 손가락으로 덧그렸다. “중학생이니까.”
“교문 앞에서 브래지어 했는지 검사하는 것도 아닌걸.” 아이린의 손길이 좋았지만 그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두려웠다.
--- pp.18-19

그래서 엄마와 아빠, 그러니까 내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해주었다고 했다. 그때 내가 처음 한 생각, 머릿속에 맨 처음 떠오른 생각은 이거였다. 그러니까 할머니는 아이린과 나 사이의 일에 대해 모르시는구나. 아무도 모르는구나. 할머니가 그 말을 하고 나서, 그래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걸 알고 나서도, 적어도 내 귀에 그 이야기가 들리고 나서까지도 나는 곧장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 엄청난 사건, 내 세상을 온통 뒤흔들어버린 어마어마한 소식을 이해해야 하는데, 내 머릿속에는 여전히 엄마와 아빠는 우리 일을 몰라. 엄마 아빠는 몰라, 그러니까 우린 안전해, 하는 생각만이 맴돌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제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을 알게 될 엄마와 아빠는 세상에 없는데.
--- p.49

“이건…… 잘못된 거야.” 콜리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로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장난으로 끝났어야 해. 난 그런 거 되고 싶지 않아.”
“그런 거라니?” 내가 물었다. 갑자기 방금 한 일이 우리 둘이서 한 일이었음에도, 갑자기 내가 잘못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다이크.” 콜리가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인데?”
“무슨 뜻인지 알잖아.”
“누구한테 무슨 뜻이라는 소리야?”
“하나님.” 콜리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 질문에 대답할 말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린지라면 뭐라고 대답했겠지만, 나는 그만한 확신이 없었다.
“너에게는 큰일이 아니야?” 콜리가 물었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큰일이 아니냐고. 우리가 같이 시간을 더 많이 보낼수록 점점 더 그만둘 수가 없어져.”
“어쩌면 그만둘 일이 아니어서 그런지도 모르지.” 내가 말했다.
“어쩌면 애초에 시작부터 하지 말았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콜리가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내 예상과는 전혀 달리 콜리가 나에게 진하게 키스했고, 그 뒤에는 나를 침대에 눕힌 뒤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우리는 한참 동안 그 자세로 키스했다. 조금 전까지보다 훨씬 진한 키스, 마치 콜리가 나를 떨쳐버리고 싶어서, 그래서 온 힘을 다해 격렬하게 키스하면 나를 영영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기라도 하는 것 같은 키스였다.
--- p.313

하지만 루스 이모가 따라 일어서더니 내 얼굴에 대고 송곳처럼 날카롭게 외쳤다. “할머니께서는 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시대! 할머니는 이 상황이 역겹다고, 역겹기 짝이 없다고 하셨어! 우리 모두 그렇다.”
루스 이모는 내 뺨을 후려칠 기세였다. 레이도 크로퍼드 목사도 입을 딱 벌린 채 이모의 말을 듣고 있었다. 내가 자리에 앉자 우리는 다시 우리의 대화를 이어갔고 한 시간 안에 우리는 모든 결정을 내렸다. 오는 금요일에 루스 이모가 나를 ‘하나님의 약속 기독 사도 프로그램’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나는 그곳에서 최소 1년, 그러니까 두 학기를 보내면서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에 각각 한 번씩 방학을 얻을 예정이었다. 그다음에 우리는 발전이 있는지 지켜볼 예정이었다.
크로퍼드 목사는 떠나기 전 신이 나의 회복을 도와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기나긴 기도를 한 뒤 모두를, 심지어 나까지도 안아주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고, 곧이어 크로퍼드 목사는 릭 목사가 팩스로 보내온 신청 서류와 입소 조건이 든 마닐라 봉투를 내게 주었다. 입학 비용은 1년에 9,560달러였는데, 부모님의 부동산을 팔아서 생긴 돈, 즉 내 학자금을 위해 두 분이 남겨놓은 돈으로 지불될 예정이었다. 단순하기 그지없는 결정이었다.
--- p.34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이야기를 기다려왔음을 절감했다. 많이 웃었고, 또한 설렜고, 결국 가슴을 치며 눈물을 삼켰다. 10대. 나를 압도하는 모험을 원하고, 몸과 마음이 다투듯 성장했던 시기에, 주인공 캐머런은 부모님의 사망이라는 큰 사건을 경험하고 남은 평생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될 성적지향을 받아들인다. 그 모든 과정에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는 시니컬한 감각이 매력적이다. 모든 장면이 생생하다. 이런 소설이 존재하지 않았던 나의 10대를 보상받는 즐거움을 느끼며 읽었다. 위험한 소설이다.
- 이다혜 ([씨네21] 기자, 작가)
모든 이에게는 성장을 위해 거쳐야 하는 각자의 길이 있다. 주인공 캐머런 포스트가 걷던 길은 가족이 강요하는 정상성에 의해 가로막힌다. 캐머런에게 성장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휘두르는 유사과학과 성경 문자주의의 무지함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는 과정이다. 스스로를 부인하고 혐오하는 곳에서는 의미 있는 성장이 있을 수 없기에.
- 듀나 (작가)
보통 일상은 시간이 지나고 무심코 돌아봤을 때에야 알아차리는 미세한 변화들로 가득하지만, 가끔 필연적으로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를테면 타인의 죽음과 같은. 죄책감이 정체성에 껌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을 때, 세상은 그다지 친절한 표정을 짓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캐머런, 캐미, 캠, 우리의 주인공은 달리고, 헤엄치고, 도망치고, 응시하고, 대면한다.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과. 여름은 잔혹하지만 아름다우며, 겨울과 도로공사의 계절이 지나가면 또다시 찬란한 여름이 온다. 언제고 한번은 모든 계절을 겪어야 한다면 먼저, 풀잎처럼 섬세하고 사진처럼 정밀한 시선을 지닌 주인공과 함께 차가운 호수에 몸을 담가도 좋을 것이다.
- 한유주 (작가)
상처로 얼룩진 어린 여성이 복잡한 세상에서 발 디딜 곳을 찾는 에밀리 M. 댄포스의 이야기는 놀랍도록 감각적이고, 완전히 입체적이며 현실적인 캐릭터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랑, 욕망, 고통, 상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살아남기에 관한, 영감을 주는 책이다.
- 세라 워터스 (『핑거 스미스』의 작가)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10대 레즈비언 소녀였다면 이런 이야기를 썼을 것이다. 에밀리 M. 댄포스는 10대 시절에 대한 정확한 기억으로 새로운 고전을 썼다.
- 커티스 시튼펠드 (『사립학교 아이들』의 작가)
이 소설은 젊은 레즈비언의 가장 훌륭하고 정직한 초상화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밝고 대담하며 재미있는 주인공이 당신의 가슴속으로 뛰어들 것이다. 긴장하며 밤새워 읽어야 할 중요한 책이다.
- 낸시 가든 (『내 마음의 애니』의 작가)
매력적이고 사유가 풍부한 아름다운 이야기다. 삶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책이다.
- 재클린 우드슨 (『희망은 깃털처럼』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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