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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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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양장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367이동
리뷰 총점9.5 리뷰 54건 | 판매지수 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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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8월 14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292g | 132*225*12mm
ISBN13 9788937463679
ISBN10 8937463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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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이디는 야심만만한 아일랜드계 식료품 상인 마이클 이디의 아들이었다. 마이클은 비위를 잘 맞추고 또 뻔뻔한 방식으로 ‘약삭빠른’ 상술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스탁필드 주민에게 보여 준 사람이었다. 벽돌로 지은 그의 가게는 그 시도가 성공을 거두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입증했다. 아들 역시 아버지의 뒤를 따르는 것 같았고, 그사이 똑같은 기술을 스탁필드의 처녀들을 정복하는 데 쓰고 있었다.
--- p.32

매티를 가끔 저녁에 외출시켜 주자고 아내가 처음 제안했을 때 이선은 농장에서 고된 하루를 보내고 또다시 마을까지 왕복 3킬로미터를 걸어야 한다는 데 불만을 품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스탁필드에서 밤마다 즐거운 파티가 벌어졌으면 하고 바라는 단계에 이르렀다.
--- p.33

매티와 함께 있을 때 말고는 한 번도 즐거워 본 일이 없는 그에게 지금 그녀가 즐거워하는 모습은 그녀의 무관심을 똑똑히 입증해 주는 것 같았다. 같이 춤추는 상대방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이선을 대할 때 언제나 저녁노을을 받고 있는 유리창처럼 보이던 그 얼굴이었다. 어리석게도 그녀가 자신을 위해 간직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두세 가지 몸짓도 눈에 띄었다.
--- p.36

이런 달콤한 정신적 교감을 가장 강렬하게 느낄 때는 바로 두 사람이 농가를 향해 함께 밤길을 걷는 동안이었다. 그는 언제나 주위 사람들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이 주는 감흥에 예민했다. 도중에 그만둔 학업이 이런 감수성에 형체를 부여했다. 심지어 가장 불행한 순간에도 하늘과 벌판은 그에게 깊고 강력한 설득력을 가지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그 감정이 그것을 불러일으킨 아름다움을 슬픔으로 가린 채 마음속에 소리 없는 아픔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는 이렇게 느끼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자기 말고 또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이 애처로운 특권의 유일한 희생자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 p.34

말라비틀어진 넝쿨 한 줄기가 상갓집 문 앞에 매다는 검은 상장 리본처럼 현관에서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 순간 ‘만약 진짜 저것이 지나를 위한 것이라면…….’ 하는 생각이 이선의 뇌리에 번쩍 스쳐 갔다. 그러더니 아내가 침실에 누워 입을 살짝 벌리고 틀니를 침대 옆 컵에 넣어 둔 채 잠든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떠올랐다…….
--- p.51

장례가 끝난 뒤에 지나가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을 보고 이선은 농장에 혼자 남게 된다는 근거 없는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자기도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닫지 못한 채 지나에게 자기 집에 계속 머물러 달라고 부탁했다. 그 후로 가끔 그는 어머니가 겨울이 아니라 봄에만 돌아가셨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곤 했다…….
--- p.67

‘내일 이 시간쯤이면 아내가 저 의자에 앉아 흔들흔들하고 있겠지.’ 이선은 생각했다. ‘나는 지금껏 꿈속을 헤매고 있었던 거야. 오늘이 우리가 단둘이 앉아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구나.’ 이렇게 꿈속에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은 마치 마취제를 투여받은 뒤 다시 의식을 되찾을 때처럼 고통스러웠다.
--- p.89

“맷, 난 손발이 꽁꽁 묶였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그가 다시 말을 꺼냈다.
“이선 아저씨, 가끔 제게 편지해 주세요.”
“아, 편지가 무슨 소용이 있겠어? 난 손을 뻗어 너를 만지고 싶어. 너를 위해 모든 것을 하고, 또 너를 보살피고 싶단 말이야. 네가 아플 때, 네가 외로울 때 같이 있고 싶어.”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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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 책이 뿜어내는 암울한 분위기를 좋아한다. 혼자만 즐기고 싶어 다른 사람들에게 발견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 톄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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