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10월 19일 |
---|---|
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518g | 152*210*15mm |
ISBN13 | 9791190403238 |
ISBN10 | 1190403234 |
발행일 | 2020년 10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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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0쪽 | 518g | 152*210*15mm |
ISBN13 | 9791190403238 |
ISBN10 | 1190403234 |
MD 한마디
광고인 박웅현과 디자이너 오영식의 대화. 30년 넘게 현업에서 굵직한 업적을 쌓아올린 두 대가로부터 일 잘하는 방법에 관해 듣는다. 업의 본질, 배움, 영감 얻는 법, 고객 설득, 직장생활 등에 관해 두 사람이 기탄없이 대화를 나눴다. - 손민규 인문MD
고백─박웅현 들어가며─오영식 첫 번째 대담 창작자가 되기까지 1 노란색 바지를 입던 중학생: 오영식의 유년 시절 2 책과 영화, 음악을 자양분 삼아: 박웅현의 유년 시절 3 언론고시에 떨어지고, 광고인이 되기까지 4 금속공예를 포기하고, 그래픽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5 반면교사와 스승 6 광고인에게 배움을 주는 곳은 교실이 아니라 거리 두 번째 대담 브랜딩, 광고와 디자인의 접점 1 광고의 진실성 2 브랜드 디자인은 첫인상을 만들어주는 일 3 브랜드 네임,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된 이름 4 지속성이 만들어내는 브랜드 헤리티지 세 번째 대담 영감에 대하여 1 영감은 어떻게 오는가? 2 관찰, 평범한 것에서 비범함을 보는 능력 3 컬렉션과 독서, 양보다 깊이 4 창의적 관심 5 최초의 영감, 아이디어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려면 네 번째 대담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 1 디자인의 예술적 감각 2 광고 카피의 문학성 3 종합 예술로서의 광고와 디자인 4 자율성과 혁신성 5 앞서갈 것인가, 트렌드를 따를 것인가? 다섯 번째 대담 클라이언트 1 클라이언트와의 관계 2 클라이언트 마음 읽기 3 설득과 동기 부여 4 클라이언트 대응하기 5 클라이언트라는 존재의 가치 여섯 번째 대담 변화하는 환경 1 디지털 모바일 시대 2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자이너와 광고인 3 세대 차이를 대하는 태도 4 젠더 문제 일곱 번째 대담 직장생활 1 직원과 관리자 2 사무 환경과 기업 문화 3 직장에서의 시간, 그리고 리추얼 4 회의의 밀도 여덟 번째 대담 창작이라는 일 1 창작의 즐거움 2 아이디어 발상 3 창조와 몰입 4 상품과 작품 5 생각의 증류, 이미지의 정제 6 동기, 내가 일을 하는 이유 7 열정과 진정성의 의미 더 나눈 이야기─우리가 맞이한 변화에 대하여 후기─김신 |
박웅현 대표와 오영식 대표는 이미 이름만으로 브랜드이자, 업계의 상징적인 존재 같은 사람들이다. 두 대표를 ‘월간 디자인’ 편집장과 대림 미술관 부관장을 지낸 김 신 작가가 인터뷰했다는 것만으로 책은 이미 증명되었다고 생각하고 책장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 증명을 넘어, 전에도, 후에도 이 정도의 내공으로 나올 수 있는 책은 드물거라는 확신 같은 것이 들었다.
인터뷰이가 누구이든 인터뷰를 엮어 낸 책은 가독성은 좋지만, 내용의 밀도는 떨어진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기 마련인데 ‘일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페이지마다 줄을 치다 포기했을 정도로 행간 사이 빈틈이 없다. 개인적으로 가끔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비법이 궁금할 정도였다. 수백 장의 방대한 리포트를, 수천 장의 이미지들을 정제하고 정제해 한 줄, 한 장에 담아낼 줄 아는 내공을 가진 이들의 말이기에 가능했고, 한 두 번이 아닌 열 번이 넘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협지로 치자면 고수 셋이 오랜 시간을 들여 단금질한 천하제일검이 탄생했다고 할까...
책은 두 대표가 창작을 하는 즐거움을 알기 시작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개인적인 서사를 시작으로 예술가로서의 생각, 클라이언트라는 존재와 함께 답을 찾아야 하는 협업자로서 생각, 조직을 운영하는 대표로서의 생각, 그리고 함께 지구라는 공간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로서의 생각까지, 일하는 사람을 넘어 ‘존재하는’ 사람의 생각들이 다채롭게 담겨있다.
아주 작지만 홍보 일에 한 발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두 대표의 일하는 방식과 노하우, 영감을 끌어내는 방법, 사람과 일을 대하는 태도 등을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오영식 저는 클라이언트가 말을 할 때 굉장히 집중하는데, 그 때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분들이 그리고 싶어 하는 걸 연상하지요. 제 작업은 이런 거예요. p107
중략
박웅현 임계점까지 가야지요.
오영식 주니어 디자이너 시절에는 하루에 스케치 100개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그렸어요.
누가 시킨 게 아닌데 혼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지요. p 108
결국 일을 잘 하는 방법은 클라이언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들어주고,
그것에 이르기까지 임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하는 끊임없는 노력하는 것,
이 간단하고도 어려운 두 가지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소소한 홍보일을 프리랜서로 하다 보니 큰 광고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일을 하는지 알 기회가 없었는데 책을 통해 헤리티지를 쌓아가는 것의 중요성, 브랜딩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 케미컬 미팅 등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었다.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주변과 스스로를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는 두 대표의 모습도 인상 깊었다. ‘아메리칸 사이코’라는 영화에서 그저 지나가는 장면 정도로 보았던 명함 씬에서 명함의 서체를 유심히 봤다는 오영식 대표의 ‘직업정신’에, 카톡도 하지 않는다는 박웅현 대표의 의외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전에는 무심코 보던 서체와 디자인들을 유심히 보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보람 중 하나이다.
어느 도시를 방문했을 때 도시 중심가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건물을 본 적이 있다. 외관 전체를 온통 황금색으로 치장한 천박한 건물을 보며 동행하던 건축가 친구에게 저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의 양심과 능력을 운운했더니 그가 짧게 말했다.
“클라이언트가 원했겠지.”
속을 알 수 없기에 더 두렵고, 매력적인 밀당의 고수 ‘클라이언트’을 이야기한 페이지에서 몇 번이나 감탄사를 내뱉고, 더 자주 소리 내 웃었다. 이 챕터의 첫 문장으로 나온 미국의 디자이너 솔 바스의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그런 이상적인 클라이언트는 이 세상에 없다.’와 ‘창작자에게 클라이언트는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자연이다’라는 말은 클라이언트를 상대하는 모든 이들은 무릎을 치게 하는 명언이다.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하다 가끔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묻게 될 때가 있는데, 그래서일까 박웅현 대표가 예로 든 벤츠라는 회사가 마케팅을 의뢰하는 방식은 참 부러웠다.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내 일을 해주는 업체를 제대로 대해주면 된다. 책을 읽다 박웅현 대표가 지은 카피처럼 ‘진심은 언젠가 통한다’는 것에 나도 조용히 한 표를 던진다.
그런 의미에서 책의 뒤표지에 ‘배움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 책으로 이끌었다’는 박웅현 대표의 말은 진심이었다. 업계 언저리에 있는 내가 보기에도 광고와 디자인 업계는 열려있는 것 같지만 무척 폐쇄적인 곳이다. 창의적인 분야란 다른 말론 매뉴얼이란 게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고, 그건 곧 여전히 입에서 입으로 비법들(?)이 전수되는 곳이란 말이다. 30년이 넘게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정보를 나눈다는 것은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장맛의 비법서를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고, 책을 다 읽고 더더욱 두 분의 진심을 느꼈다.
일을 하면서 내가 만나는 가장 큰 적은 너무 빠르게 변하는 환경도, 환경만큼 빨리 마음이 변하는 클라이언트도 아닌 항상 나 자신이었다. 과연 내게 맞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인지 매번 묻는 내게 박웅현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가 뜨거운 위로가 되었다. 책을 읽다 뭉클했던 부분을 마지막으로 서평을 마치고자 한다.
박웅현 대표님도 좌절할 때가 있으신가요
좌절하지 않은 적보다 좌절한 적이 훨씬 많지요. 저는 33년간 일했고요. 쉬지 않고 카피를 썼는데 지금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한 줌이에요. 그러면 나머지 기간 동안은 일을 안 했다는 소리인가? 다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하고, 경쟁 PT에 떨어지고, 만들었는데 반응 없고, 이런 것들이 수두룩 빽빽해요. 드문드문 가뭄에 콩 나듯이 성공한 게 몇 개 있는 거지요.
p. 184~185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야흐로 창작의 시대이다.
창작이라는 일에 대하여
<일하는 사람의 생각>을 읽고
[들어가며] 직장생활자로 살면서 내가 하는 일을 창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흔히 창작하면 예술가의 전유물이라 여겼고, 21세기에 들어 스티브 잡스와 같은 혁신 기업가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창작(創作)은 새로운 걸 만들어 내거나 또는 그렇게 만들어낸 것을 뜻한다. 일하는 방식의 하나로 본다면 어떤 의미에서는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창작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창작이라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한 권의 책을 통해 풀어보려 한다. 그 책은 바로 <일하는 사람의 생각>이다.
이 책은 사회 초년생 시절에 탐독했던 <책은 도끼다>와 <여덟 단어>의 저자, 박웅현 카피라이터와 이번에 처음 알게 된(<토탈임팩트의 현대카드 다자인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한) 오영식 디자이너의 '창작'에 관한 생각과 이야기를 대담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광고와 디자인 업계를 대표하는 두 사람은 머리말에서 30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힌 것들을 창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밝힌다. 창작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내게도 일잘러 선배들의 생각을 함께함으로써 무뎌지고 굳어가는 내 생각에 금을 내고, 현재 하고 있는 일들에도 쨍한 영감을 줄 수 있길 기대하며 책을 펼쳐본다.
지금의 내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석하는 건 나의 의지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구나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고 보는 태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세상에 우연히 던져진 만큼, 나는 어떤 사람도 될 수 있다, 이런 태도를 갖고 의지를 발휘해 자신의 재능을 펼친다면....(37쪽)
[책속으로] 책은 <여덟 단어>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창작에 대하여 여덟 가지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다. 두 저자의 유년 시절부터 창작자가 되기까지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어서 광고와 디자인의 접점을 '브랜딩'이라는 개념을 통해 찾을 수 있다고 알려준다. 기업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추상적인데, 그것을 눈에 보이게 실체화하는 작업이 곧 브랜딩이라는 것이다. 또한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에서 디자인과 광고가 각각 갖고 있는 예술성과 문학성, 자율성과 혁신성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다.
오늘날 디자이너를 예술가라 부르지 않고 카피라이터를 문학가라 부르지는 않지만, 이들은 모두 예술적 재능과 예술성을 필요로 한다. 디자인에서 예술성을, 광고 카피에서 문학성을 찾을 수 있을까? 분명한 타깃층이 있는 창의적인 작업에서 목적에 충실할 것인가, 표현에 충실할 것인가? 디자인과 광고 작업이 가질 수밖에 없는 제한과 한계는 창작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업적 동기에 의해 창조된 예술에서 개성과 주관성이란 어떤 의미일까?(113쪽, 「예술과 비즈니스 사이」中)
디자인과 광고에서는 자신의 독창성보다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먼저 고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같은 맥락으로 보자면 상품과 작품의 차이 역시 배려와 표현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인다.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들어간 게 광고와 디자인이고, 개인의 표현력을 더 중요시한 것이 작품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창작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피할 수 없는 클라이언트를 자연에 비유하며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도 귀담아 들을만하다.
창작자에게 클라이언트는 피할 수 없는 일종의 자연이다. 자연은 시련을 주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자연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전하도록 만들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창작의 세계에서 클라이언트는 자연처럼 존재한다. 그리고 창작자 역시 어느 순간 클라이언트 노릇을 하게 된다. 어쩌면 일하는 모든 사람이 창작자이자 클라이언트라는 두 가지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153쪽, 「클라이언트」中)
또한 관리자이자 선배로서 직장생활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성공적인 기업은 인재를 많이 채용한 회사가 아니라 인재들이 조화롭게 일하도록 하는 회사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말은 팀 작업을 수행하는 광고와 디자인 업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저자들은 창의적인 근무 환경과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환경뿐만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며 배울 점을 찾아려는 관리자의 태도, 직원들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교육과 워크숍, 회의의 밀도 조절 등의 소프트웨어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조언한다. 아울러 자기만의 알맞은 업무 습관과 건강 관리도 잊지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광고주한테는 사무 환경이 문화를 바꾼다는 슬로건을 제안해놓고 정작 그 슬로건을 만든 광고 회사의 사무 환경이 그 말에 미치지 않으면 카피의 진실성이 없는 거니까요.(229쪽)
"이거 괜찮은 것 같네."라고 한 다음에 그 아이디어를 계속 숙성시키는 거지요. 아이디어가 많다고 좋은 게 아니라 확신을 갖는 게 중요해요. "이걸로 가자."라고 결정한 다음 보통 다섯 번 손댄 걸로 최종이 나온다면, 제대로 된 것은 결정한 다음에 스무 번을 더 정제하는 거에요.(270쪽, 「창작이라는 일」中)
<일하는 사람의 생각>에서 가장 관심있게 봤던 부분이 「창작이라는 일」와 「영감에 대하여」이다. <여덟 단어>에서 "모든 선택에는 정답과 오답이 공존합니다. 지혜로운 사람들은 선택한 다음에 그걸 정답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고, 어리석은 사람들은 그걸 선택하고 후회하면서 오답으로 만들죠."라는 문장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저자는 이걸 고스란히 일의 현장으로 가져와 실천하고 있었던 것이다. 창의력이 의지의 발현이라는 발상, 몰입을 돕는 체력(건강)의 중요성, 생각을 증류한다는 표현 등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영감은 절대로 날로 오지 않기에 계속 관심을 갖고 집중하고 생각해야한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지속적인 소통과 교감을 통해서도 영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일깨워준다.
제가 '돈키호테力'이라는 말을 쓴 적이 있는데, 돈키호테 같은 무모함이 필요한 것예요. 창의력은 곧 발상이라기보다는, 발상은 일부일 뿐이고 어쩌면 업무를 대하는 태도, 내가 이걸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이기도 하죠.(252쪽)
저는 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몰입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늘 에너지를 준비하고 있어야 해요. 불교에서는 건강, 집중, 지혜, 이 세 가지가 수행의 기본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젊은 시절에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절감하죠.(254쪽)
저는 광고를 만드는 과정을 '생각의 증류'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하는 일은 두 달 동안 회의를 하고 500장쯤 되는 문서를 읽은 다음에 고민을 하는 거죠. 두 달 동안 생각을 증류하다 보면 '사람을 향합니다'처럼 한 문장으로 정리가 됩니다. 이게 증류인 거지요.(269쪽)
단테에게는 혼자의 영감이겠지만, 우리의 일은 집단이 하는 일이거든요. (중략) 다른 사람과 어떻게 섞일 수 있느냐가 아이디어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감이 나오려면 그런 케미가 맞는 사람들하고 같이하는 시간이 필요해요.(84쪽)
[나오며] "생각의 시작은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어떠한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궁금증이나 의문이 생기는 그 순간부터 우리는 생각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생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여덟 마당을 시작하는 각 장마다 던져진 여러 개의 질문들이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는 걸 새삼 발견하게 된다. 여기서 두 저자는 질문들에 대해 각자의 소신과 생각,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그것들이 반드시 정답이라기보다는 다양한 답에 이르는 길을 제시하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생각을 해보라고 귀띔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현재 창작하는 일을 하고 있거나 혹은 꿈꾸며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마주한다면 얼마나 공감하게 될 지 사뭇 궁금하다. 저자의 표현을 빌려 다시 묻고 싶다. 이 책은 시간 낭비일까, 아니면 배움일까. 앞서 말했듯이 나 같이 창작에 깊이 관여하지 않는 사람의 시선으로 읽어나간 이 책은 광고인과 디자이너라는 이름표를 달고 또 다른 영역에서 고유한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해주었다. 또한 내가 하는 일들에서도 '창작의 영감'이라는 씨앗이 싹을 잘 틔울 수 있게 하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