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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와 태양

[ 양장 ]
리뷰 총점9.6 리뷰 157건 | 판매지수 8,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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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638g | 137*197*32mm
ISBN13 9788937417566
ISBN10 8937417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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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아마도 당신이 오래 잊지 못할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처음 발표한 장편소설. 이 책에서 작가는 인간 소녀와 그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의 사랑과 슬픔, 헌신을 그린다. 늦은 오후의 햇살처럼 고요하고 잔잔하면서도 사랑과 그리움의 정서를 짙게 담아내는, 오래 기억할 선하고 아름다운 작품 -소설MD 박형욱

YES24 리뷰 YES24 리뷰 보이기/감추기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들
도서2팀 김유리 (asalighter@yes24.com)
인간의 마음은 선천적인 것일까, 후천적인 것일까? AI이 고도 발달을 할수록 로봇은 인간과 닮을 수 있을까? 과학의 발전이 진일보할 때마다 인류는 인간 고유의 능력과 성질에 더욱 주목한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을 보다 오래 들여다보게 하는 일. 어쩌면 문학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클라라와 태양』 같이.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는 2017년 노벨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았다. 그래서 이번 신작은 더욱 기대가 컸다. 이번엔 조금 다른 세계를 펼쳐 보일 줄 알았던 그의 선택은 의외였다. 『클라라와 태양』은 작가 자신의 본래 세계관 속 연장선 같은 작품이다. 그가 인터뷰에서도 말했듯 이 소설은 기존 작품인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이 인공지능 로봇들의 시선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부터 시작해 많은 부분이 닮았다. 그는 이번 신작에서도 그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공을 던졌다. 기존 팬들이라면 마땅히 마음에 들을 우아하고 몽환적인 곡선을 그리며.

소설에는 소녀 두 명이 등장한다. 에이에프(Artificial Friend)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인 클라라와 아파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인간 조시. 클라라는 에이에프 매장에 있을 때부터 매니저에 뛰어난 관찰력, 공감능력으로 인정받는, 조금은 특별한 로봇이다. 이시구로의 다른 인공지능 로봇들과 다른 점은 이번 에이에프(AF)들은 태양광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햇빛을 받아야만 정상적으로 활동할 클라라는 위기상황에서 늘 ‘해’에게 기도한다. 차갑고 이성적으로만 보이는 인공지능 로봇이 무엇보다 햇빛을 사랑하고 뜨거운 태양을 숭배한다는 것. 이번에도 작가는 새로운 방식으로 이 이질적인 생명에 인간의 마음을 덧입힌다.

조시를 만나서 에이에프 매장을 나오지만, 클라라가 맞닥뜨린 현실은 비인간적이고 위선적이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더 교묘해져가는 계급사회 속에서 ‘향상’된 사람이 아니면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인간들을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모두 관찰해낸다. 죽음마저도 로봇으로 이겨내려는 비인간적인 행위도 오로지 ‘조시를 지켜야 한다’는 일편단심으로 차분히 해결해 나간다. 인간 관계에 서투른 조시에게 인공지능 클라라는 너무나 인간적인 대안을 제시해준다. 그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간다.

어쩌면 조시에게는 가족보다, 오래 같이 했던 소꿉친구보다 더 클라라에게 더 깊은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만큼 클라라는 조시를 절실하게 지켜냈다. 자신의 일부를 포기해가면서까지. 이 둘의 우정을 지켜보는 다른 인간들이 더 비인간적으로 느껴지는 상황이 계속된다.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는 그 속에서 거리를 두고 인간의 한계, 죽음과 상실을 목격한다. 담담한 클라라의 목소리로 소설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묻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

한 편의 동화 같은 이번 소설은 많은 이들이 상상하는 인공지능-미래 소설과는 무척 다른 풍경을 가지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SF는 늘 이랬으니, 놀라지 말고 즐겁게 그의 이야기에 흠뻑 빠지셨으면. 이 소설을 읽은 뒤 그의 작품이 더 궁금해졌다면, 새롭게 옷을 입은 『나를 보내지 마』를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클라라와 태양』이 더욱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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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사와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매장 중앙부 잡지 테이블 쪽에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도 창문이 절반 넘게 보였다. 그래서 바깥세상을 볼 수 있었다.(…) 이렇게 해가 움직이는 걸 볼 수 있는 운 좋은 날이면 나는 얼굴을 내밀어 해가 주는 자양분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했다. 로사가 곁에 있을 때는 로사에게도 그러라고 말했다.
--- pp.11, 12

우리와 같이 있던 소년 에이에프(AF) 렉스가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어디에 있든 해는 우리한테 올 수 있다고 했다. 렉스가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게 해의 무늬야. 걱정되면 저걸 만져 봐. 그러면 다시 튼튼해질 거야.”
--- p.12

때로는 걸음을 멈춘 사람이 우리에게 아무 관심이 없을 때도 있었다. 그냥 운동화를 벗어서 뭔가 하려고 하려거나
혹은 오블롱을 들여다보려고 걸음을 멈출 때도 있었다. 하지만 유리창으로 다가와 안을 들여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주로 아이들, 우리와 가장 잘 맞는 나이대의 아이들이 많이 다가왔는데 우리를 보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아이들은 혼자, 혹은 어른과 같이 와서 우리를 가리키며 웃고 괴상한 표정을 짓고 유리를 두들기고 손을 흔들었다.
가끔은 아이가 다가와 우리를 보는데, 우리가 마치 무슨 잘못이라도 한 듯 슬픔 혹은 분노가 어린 표정일 때도 있었다. 이런 아이도 금세 돌변해서 다른 아이들처럼 웃거나 손을 흔들기도 했지만, 창문 앞에 선 지 이틀째에 나는 그래도 여러 아이들 사이에 뭔가 다른 점이 있음을 느꼈다.
--- p.21

조시는 행인들이 뒤쪽으로 다 지나갈 만큼 유리창에 가까이 다가온 다음 걸음을 멈추더니 나를 보고 웃었다.
“안녕.”조시가 창문 너머에서 말했다. “내 말 들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에 나는 아이를 돌아보고 마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정말?” 조시가 말했다.
“시끄러워서 나도 내 목소리가 잘 안 들리는데. 정말 내 목소리가 들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조시는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p.24

RPO 빌딩 쪽에 다다르자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해도 그 모습을 보고는 두 사람 위에 자양분을 한껏 쏟아부었다. 커피잔 아주머니는 여전히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남자가 눈을 꼭 감은 게 보였다. 행복한지 속상한지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저 사람들 만나서 무척 기쁜가 보다.” 매니저의 말에 매니저도 나처럼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네, 아주 행복해 보여요. 그런데 이상하게 속상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아, 클라라. 너는 놓치는 게 없구나.” 매니저가 조용히 말했다.
--- p.39

매니저는 자리를 뜨려다 말고 다시 몸을 돌렸다.
“그건 아니지, 클라라? 너 누구랑 약속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나는 매니저가 창문에서 거지 아저씨를 보고 비웃은 소년 에이에프 둘을 꾸지람했을 때처럼 나한테도 꾸지람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는 아까보다도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봐. 아이들은 툭하면 약속을 해. 창가로 와서 온갖 약속을 다 하지. 다시 오겠다고 하고 다른 사람을 따라가지 말라고 해. 그런 일이 수시로 일어나. 그런데 그래 놓고 다시 안 오는 아이가 훨씬 많아. 더 심한 경우는, 아이가 다시 오긴 했는데 딱하게도 기다렸던 에이에프를 외면하고 다른 에이에프를 고르기도 해. 아이들은 원래 그래. 너는 늘 세상을 관찰하면서 많은 걸 배웠지. 이것도 잘 명심해두렴. 알겠니?”
“네.”
“좋아. 그럼 이제 이 이야기는 끝난 걸로 하자.” 매니저가 내 팔을 쓰다듬고 돌아섰다.
--- pp.56, 57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나를 보내지 마』와 『남아 있는 나날』 사이에 다리를 놓는
가즈오 이시구로 최고의 작품


인간 소녀 조시와 그녀의 동반자가 된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
두 존재가 그려내는 가슴 저미는 슬픔과 사랑,
그리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헌신의 이야기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리기 시작한다. 그중 유난히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을 익히는 데 관심이 많은 소녀 AF 클라라는 AF 매장 쇼윈도에서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린다. 어느 날 거리를 관찰하고 있던 클라라에게 다가 온 조시라는 이름의 소녀. 조시는 클라라를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는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한국 독자에게 보내는 인사의 말을 통해 이 책이 그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 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 될 것이라 밝힌 바 있고, 유수의 언론 매체들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타자(他者)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 마』와 『파묻힌 거인』과 한데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 책의 출간을 맡은 영국 파버 출판사의 편집국장 앵거스 카질은 이 소설이 “다른 곳으로부터 ‘지금/이곳’에 간절하게 이야기를 건네는 인간의 마음에 관한 작품”이며 “이시구로가 늘 그랬듯이 가슴 떨리는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동시에 그의 전체 작품 세계와 여전히 맥을 함께하고 있는 소설”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한국어판 『클라라와 태양』은 예약 판매가 끝나는 3월 29일부터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으며, 초판 5천부 한정으로 작가의 사인이 인쇄된 책이 발매될 예정이다. 또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남아 있는 나날』 『나를 보내지 마』 『녹턴』도 새로운 표지를 통해 곧이어 재출간될 예정이다.


『클라라와 태양』은 (삶과 죽음에 관한) 명상을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가즈오 이시구로는 인간이 아닌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 삶에 관한 신학적 고찰을 응시하게 한다. 《뉴요커》


클라라는 마치 마음을 향해 겨눈 제논의 화살처럼 꾸준하면서도 아름답게 관계를 맺어간다. 독자들은 이 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 사랑을 배워나가는지를 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

고요하면서도 강렬한 감정을 통해 로봇과 고독에 관한 우화를 펼쳐내면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대가의 글솜씨를 다시금 인증하고 있다.《이브닝 스탠다드》

흠잡을 곳이 없다. 감정적으로 열려 있고, 우리 자신을 바깥에서 들여다보게 하며, 다정하고 감동적이며 진실한 인간애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 마』와 같은 DNA를 지닌 책. 《더 타임스》

엄청난 아름다움과 촘촘한 조절력, 그리고 무엇보다 명료함과 간결함을 담은 대가의 걸작.《파이낸셜 타임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나를 보내지 마』에서 그랬듯이 과학적 진보가 이뤄진 미래 세계의 아련함 속으로 독자를 이끈다. 사랑과 인간애, 과학에 관한 우화. 장르를 다루는 놀라운 솜씨로 독자에게 기쁨을 준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클라라가 조시를 위해 간절한 기원의 말을 달싹일 때 우리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클라라의 영혼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예정된 쓸쓸한 순간이 찾아올 때 우리는 기본 사양에 존재하지도 않는 클라라의 눈물을 대신 흘리고 만다. 어쩌면 책을 덮자마자 내뱉고 말 것이다. 이 지극함이 사랑이 아니라면 대체 그 잘난 사랑은 뭐란 말인가?
- 이주혜 (소설가, 번역가)
책을 다 읽을 때쯤 우리는 알게 된다. 클라라에게 영혼을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믿음이었다는 사실을. 조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조시 안에 있는 것이 아니었듯이, 클라라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의 인공지능 로봇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클라라에 대한 가즈오 이시구로의 사랑과 클라라를 지켜보는 우리의 사랑이다. 그와 함께한 시절을 살아보는 일이 그래서 그렇게 좋았나보다. 클라라, 너를 응원할 수 있어서 말이야.
- 겨울서점 (『책의 말들』의 저자, 북튜버)
초지능을 가졌으나 삶의 경험이 전무한 AF에게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인간을 위해 움직일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야기의 슬픔이 여기에 있다. 클라라에게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할 동료도(『나를 떠나지 마』), 체념과 함께 나이 들어 온 시간도(『남아 있는 나날』) 주어지지 않았다. 순진무구한 존재의 헌신적인 사랑이 망설임 없이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우리는 알게 된다. 순도 높은 사랑의 이면에는 결국 슬픔이 깃들어 있음을. 그러니 어떤 순간에도 태양이 빛나고 있었던 것은 얼마나 다행인지.
- moroo (에세이스트,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

회원리뷰 (157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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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와 태양, 인공지능로봇을 위한 '토이 스토리'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먼**로 | 2021.07.25 | 추천38 | 댓글0 리뷰제목
클라라와 태양, 인공지능로봇을 위한 '토이스토리'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면 어린 시절, 엄마 아빠조차도 이해 못하는 슬픔을 느낄 때 유일한 위로가 되었던 장난감도 주인공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가면 잊혀지고 버려진다. 그런데 만약 그 장난감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모습을 하고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하며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면 어찌할까?;
리뷰제목

클라라와 태양,

인공지능로봇을 위한 '토이스토리'

 

영화 '토이 스토리'를 보면 어린 시절, 엄마 아빠조차도 이해 못하는 슬픔을 느낄 때 유일한 위로가 되었던 장난감도 주인공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가면 잊혀지고 버려진다. 그런데 만약 그 장난감이 나와 비슷한 또래의 모습을 하고 누구보다 나를 더 잘 알고 이해하며 오로지 나의 행복을 위해 헌신하는 존재라면 어찌할까?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 '클라라와 태양'은 더이상 학교도 가지않고 친구와 어울리는 법을 배울 기회도 사라진 미래사회에서 아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만들어진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동화같은 이야기이다.

 

남들보다 나은 삶을 사는데 유리한 비교우위를 갖도록 아이들에게 유전자 조작 시술마저 마다하지 않는 무한경쟁 사회. 그 시술을 견뎌내지 못한 부작용으로 언니를 잃었고 자신마저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갖게 된 소녀, 조시. 이런 조시마저 잃을까 걱정하던 엄마는 망설임 끝에 '클라라'라는 인공지능 친구를 데려오게 된다. 클라라는 최고의 기술을 탑재한 신제품은 아니지만 관찰력이 특별히 뛰어난 모델이라 병약한 조시의 마음을 금방 이해하고 조시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조시의 병은 갈수록 깊어지고 조시의 엄마는 마지막 남은 딸마저 잃지 않기 위해 클라라에게 특별한 부탁을 한다. 클라라는 조시를 위한다면 무엇이든 해야하는게 자신의 존재 이유라 굳건히 믿기에 엄마의 계획에 동의한다. 그렇지만 조시와 조시 주변 사람들의 태도 또한 주도면밀하게 관찰해 갈수록 클라라의 눈에는 과연 엄마의 선택이 최선의 방법인지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시구로의 작품들은 따사하다. 구름에 가려있어도 어디에서인가 지켜보는 태양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가 그리는 세상에서는 인공지능로봇마저도 따뜻한 심장을 가졌다. 부모마저 포기해가는 아이에게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을 정도로.

 

비슷한 주제를 다룬 전작,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병들어 못쓰게 된 인간의 장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키워지는 복제인간을 다뤘다. 성인이 되면 최대 네 번의 장기기증 수술 후 버려지는 복제인간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 그러나 그들에게는 잔인한 소모품으로써의 존재만을 부여한 고약한 시스템을 만든 인간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은 없다. 다만 어떻게하면 자신들도 인간과 비슷할 수 있음을 입증해서 장기기증의 의무를 다하는 중에 잠시라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휴지기를 누려 볼 수 있을 지를 염원할 뿐이다. '클라라와 태양'에서의 인공지능로봇 클라라도 마찬가지이다. 오직 자신의 주인이 된 클라라와 그 가족의 행복이 존재가치이자 목적일 뿐, 클라라 자신의 욕구나 운명에 대한 의구심이나 불평은 전혀 없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인간을 위해

완전히 이타적으로 고안된 기계.

이야말로 최적의 해법이 아닌가.

 

 

이시구로가 상상한 복제인간이나 인공지능로봇들은 마치 자연이 부여한 생명과 삶을 지탱하기 힘들어하는 인간의 고됨을 이해하 듯 인간의 편에서 돕고, 인간이 가능한 더 많은 행복을 누리도록 도와주는 존재들이다. 그러나 자신은 실천하기 힘든 수준의 헌신과 배려를 자신과 꼭 닮은 모습을 한 인공의 존재로부터 받는 수혜자가 된 인간은 그들에게 감사한 마음보다는 불편함과 두려움, 가학성까지 느낀다.

 

이 불편함의 근원은 무엇인가?

 

마치 조시의 엄마가 마지막 대안으로 믿고 찾아간 박사의 실험실에서 깨달았던 결론처럼 문제는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다워질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의 모습을 한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가치를 지니고 실천할 수 있을 때 이를 과연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시구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가능성을 생각할 때 우리가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인간 대 기계'라는 대립관계에서 어떻게 기계를 통제해서 인간이 승자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가 아니라 기계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와 보일 때 인간이 어떤 방식으로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즉, 우리의 시선이 더 깊고 더 냉철히 머물러야 할 대상은 기계가 아니라 바로 우리들,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얼마든지 준비가 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는 얼마나 준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는 이전에 마가렛 애트우드가 '매드아담 3부작'에서 제기한 근원적 문제와도 상통한다. 현존 인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이 디자인 된 신인류마저 결국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관습과 제도를 되풀이하고야 말 것이다.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시스템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 하는 질문말이다.

 

결국 문제는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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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파워문화리뷰 클라라와 태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스타블로거 : 골드스타 모**자 | 2021.04.11 | 추천18 | 댓글6 리뷰제목
 2017년 10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던 여운과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태양을 상징하는 듯 빨간색 표지와 해의 모습이 비친 창문을 연상하는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은 있지만, 소설로는 처음 만났다.    작품의 내용은 가까운 미래에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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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0월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던 여운과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태양을 상징하는 듯 빨간색 표지와 해의 모습이 비친 창문을 연상하는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본 적은 있지만, 소설로는 처음 만났다.

 

 작품의 내용은 가까운 미래에 AF(Artifici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되어 팔려나가고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아가는 환경에서 빚어내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는 클라라다. 로사와 클라라는 매장에서 매니저의 지휘를 받으며 인간 친구를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태양광을 받아야 몸에 자양분을 받아서 활동할 수 있다. 자리에 따라 빛의 양이 달라지니 그것 때문에 다른 에이에프 친구들과 옥신각신하기도 한다. 소년 에이에프 렉스와 단짝 친구인 로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로사와 클라라는 이 매장에서 대표로 여길 만큼 중요한 존재다. 이들은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며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는데 그 중 단연 클라라가 월등하다.

 

 어느 날 클라라가 창가에 서 있는데, 불편한 걸음걸이로 다가오는 한 소녀를 발견한다. 바로 14세 반 나이가 된 조시다. 사람들의 나이도 추정하고 슬픔, 기쁨 등 감정을 읽어낼 줄 하는데, 다정하게 웃는 조시의 얼굴에서 한 조각 외로움도 읽어낸다. 인간의 감정을 읽을 줄 아는 에이에프라니. 이 부분에서 몇 해 전 읽었던 정재승의 열두 발자국에서 접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과 공생을 말하는 부분에서 인공지능에 대해  ‘제대로 ’ 배워야 한다는 조언이었다. 아직 까지는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보다 잘하는 것이 더 많다고 했다인공지능의 한계는 바로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문제를 풀려고 하기 때문에 어이없는 실수를 한다고 했다. 반면 인간은 사람이나 물건환경을 이해하고 상호작용을 하는 고등한 영역이 있기에 인공지능을 좋은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안도했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사람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감정 읽기 능력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데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그런 날이 올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해졌던 기억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그렇게 인간의 감정을 읽기 위해 노력하고 인간의 아이와 친구가 된 클라라를 만나게 된 것이다. 꼭 찾아오겠다던 조시와의 약속이 이루어지고 드디어 클라라는 조시의 집으로 왔다. 새로운 환경은 왠지 조금 불편해 보인다. 늘 깔끔하게 정리된 매장과 달랐다. 더구나 가정부 멜라니아는 클라라를 대놓고 싫어한다. 같은 동료인 에이에프들끼리 있다가 인간의 가정에서 어떻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까 궁금했다. 조시의 이웃집 친구 릭과 그의 어머니, 조시의 언니 샐을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조시의 어머니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매장에만 있던 클라라는 새 환경에서 제법 당당한 모습이다. 교류 모임 때문에 조시의 집으로 몰려든 손님들 속에서 짖궂은 친구들의 장난에 시달리다가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B3 에이에프로 살 걸 그랬다는 조시의 푸념을 듣기도 한다. 그때 클라라의 마음은 어땠을까. 감정을 느낄 줄 아는 클라라지만 내색할 수도 없다. 모건 폭포에 조시의 어머니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하다가 죽은 언니 샐의 이야기를 했다가 혼나기도 하고, 조시 흉내를 내달라는 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는 등 지금은 아프지만 조시가 좋아지리라는 희망을 얘기하며 돌아왔었다.

 

 하지만 그때부터 조시와 어머니는 클라라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면서 클라라를 힘들게 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지만, 자신의 감정은 표현하지 않아도, 아니 표현할 수 없어서 편리한 존재가 인공지능 로봇일까. 사람들 사이에서는 감정이 상하면 관계가 틀어질 텐데 클라라와 조시 사이에서는 그런 게 없었다. 그저 조시를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조시에게 좋은 친구가 되면 바랄 것이 없었다. 여기서 남아있는 나날의 집사 스티븐스가 오버랩 되었다. 달링턴 가의 위대한 집사35년을 살면서 나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복종하며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했던 스티븐스 말이다. 사람과 로봇이라는 성격만 다를 뿐이다. 스티븐스는 나중에 일에 파묻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 대해 회한을 품지만 클라라는 끝까지 희망을 이야기는 부분이 대조적이었다.

 

 클라라의 희망과 달리 조시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 가고 어머니 등 주변 사람들은 체념하기에 이른다. 이제 조시는 어떻게 될까. 이 작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을 꼽는다면 멕베인 씨의 헛간에서 조시를 위해 기도하는 장면이 아닐까. 꺼져가는 생명 조시를 살려 릭과 연결시켜 달라고 클라라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영혼의 기도를 들어주듯이 어두운 밤 갑자기 태양이 떠오르며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데... 이 장면은 그야말로 환타지였다.

 

 어느 정도 사람의 감정을 읽으며 공감하는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사이에서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했는데, 인간과 동일한 속마음을 가진 인공지능 로봇이 탄생하는 날도 올까. 왠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첨단 과학 변화의 과도기를 지나는 상황에 로봇이 가정의 구성원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또 사람의 빈자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특성을 보면. 그래서 가즈오 이시구로의 이 작품은 사람과 인공지능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사람이 채워주지 못하는 따뜻한 정을 로봇이 채워줄 수도 있다는 희망. 그래도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 

본문 번역 내용 중에 이런 표현이 있었다.(자주 나온다)

등급이 높은 양복이나 등급이 높은 드레스이런 문장 말이다. 그런데 내 생각은 그것을 고급의 양복이나 고급의 드레스또는 고품격의 양복이나 고품격의 드레스가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차피 같은 의미인데, ‘등급이 높다는 표현은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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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우수작 클라라와 태양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체****서 | 2021.12.17 | 추천17 | 댓글13 리뷰제목
이 책.... 우선은 재미있다. 어제 내 손에 들어오고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재미만으로 그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남아 있는 나날'의 가즈오 이시구로... 그리고 '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와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클라라와 태양'의 주인공은 클라라이다;
리뷰제목

이 책....

우선은 재미있다.

어제 내 손에 들어오고 단숨에 읽어버리게 되었다.

그리고 재미만으로 그치지 않는 책이기도 하다.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된다.

 

 

'남아 있는 나날'의 가즈오 이시구로...

그리고 '클라라와 태양'...

 

 

 

 

'클라라와 태양'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클라라와 태양'의 주인공은 클라라이다. 클라라는 인공지능 로봇인 에이에프(AF)이다. 이 인공지능 에이에프가 바라본 사람들과 세상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시대는 아마도 멀지 않은 미래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멀지 않다는 시간의 관념은 지극히 개인의 주관적 경험과 판단이겠지만 말이다. 이 시대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 인간을 향해 적용이 되어 있고 이로 인해 '향상'된 인간들과 그렇지 않은 인간으로 구분되어지는 세상이다.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은 소설에서 보여주는 에이에프들과 같이 감정을 느끼는 수준까지 발전을 하게되고 다수의 인간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대체'되어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간다. 이런 사회적 배경은 디스토피아일까? 하지만 유토피아 또는 디스토피아와 같은 이분법 구분에 대한 평가는 중요해보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배경으로 깔고 있는 두 가지 핵심은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인간의 생명공학에 대한 도전은 후천적인 조작을 통해 '향상'된 인간을 만들어 낸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조시'는 이런 과정을 통한 인간이다. 반면 조시의 친구인 '릭'은 이 과정을 포기한 집단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이런 '향상' 과정은 완전치 않아서 부작용이 따르게 되고, 이에 대한 부작용으로 생명 자체를 위협 받을 수 있다. 조시는 이에 해당하는 소녀이다. 그럼에도 '향상'된 인간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이들 집단에 들어가야만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관념이 지배를 하고, 실제로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세상이 소설 속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인공지능이다. 주인공 에이에프인 클라라는 공감능력이 있는 인공지능이다. 인간에게 충성하지만 감정과 공감 능력을 보유한 모델이며, 데이터를 기준으로 추론과 공감을 할 수 있다. 게다가 일정 부분 창의력까지 갖추었다고 볼 수 있는 인공지능이다. 그럼에도 인간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나 인간과 같지는 않은 기계로서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인공지능 로봇은 점점 사회에 침투하게 되고 사람의 영역을 잠식해 가고 있는 사회를 이 소설에서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 두 가지 배경을 보면 얼마전 읽었던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가 생각이 난다. 인간의 마음을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를 인공지능에 녹여낼 수 있으며, 인간 자체는 후천적인 조작을 통해 더욱 뛰어난 형태의 새로운 인간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이런 모든 배경은 어쩌면 우리가 조만간 마주해야할 세상에 던지는 질문들일 수 있겠다.

 

 

하지만....

무거운 이야기는 잠시 뒤로 빼고, 소설의 이야기는 클라라의 생(인생이라는 단어는 아직 쓰기 어렵다. 인생은 사람의 생이니까.)에 관한 이야기이다.

 

 

클라라는 태어나자마자(제작되어) 전시되고, 최초로 매니저라는 사람을 인식하며 세상을 바라보고 배워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시라는 소녀에게 선택받아 그녀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조시는 '향상' 과정 중의 생긴 부작용으로 매우 건강하지 않았으며, 이런 그녀를 클라라는 진정 걱정한다. 클라라는 매장에서의 기억으로 태양(해)에게 기도(이런 표현이 맞겠다.)를 하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들과 조시의 건강 회복, 그리고 사용가치가 다 한 이후의 폐기처분으로 이어지는 삶(이 부분에서는 이런 표현을 쓰고 싶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제작되었을 때에는 기계로, 하지만 사람과 같이 느끼며 살아가는 인공지능으로 역할을 하다가 다시 기계처럼 폐기되는 그런 여정을 그리면서 그 공간과 시간들 사이에 인간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클라라가 들어가게 되는 조시의 집은 도시에서 벗어난 교외 지역에 있다. 이웃집이라고는 릭의 집이 유일하다. 클라라는 어머니 크리시와 가정부 멜라니아와 함께 살고 있고, 아버지는 이 시대의 희생양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릭은 어머니 헬렌과 함께 살고 있으나 조시와 다르게 '향상'을 선택하지 않는다. 조시는 많이 아프다. 생명이 위협받을 정도로... 그리고 이는 매우 중요하다. 조시의 어머니인 크리시가 클라라를 구입한 이유이기도 했으니까...

 

 

사실 조시의 어머니인 크리시는 클라라를 조시가 죽을 경우를 대비해 새로운 에이에프 모델에 클라라를 조시와 똑같이 재생(탄생이라고는 못하겠다.)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을 한 것이다. 이 시대에는 아직은 완전한 기술을 갖추지 못했지만 지속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그런 시대이다. 여기서 책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과연 인간의 감정과 마음을 태어날 때부터 생겨난게 아니라 만들어진 것인가. 그렇다면 이것을 만드는 것 또한 가능한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말이다.

 

 

조시는 클라라를 좋아하고 친구로서 여기지만 인간으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인간을 위해 설계된 클라라는 불만이 없다. 항상 불만이 없는 그런 존재이다. 그러나 클라라가 인식하는 세계는 기계들의 세계가 아니다. 내가 소설에서 본 단어는 '어머니'와 '아버지'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클라라는 매니저를 떠나 조시의 집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 일관되게 조시의 어머니가 아닌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라는 단어를 클라라를 중심으로 뱉어내고 있다.(물론 이 단어를 조시를 기준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이는 클라라가 조시 가족의 구성원으로 인식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클리시는 조시의 대체로서 클라라를 보았기 때문에 '아가'라는 단어를 클라라에게 사용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클라라의 위치는 불명확해진다고 볼 수 있겠다.

 

 

클라라는 조시를 위해 해와 약속을 한다. 아마도 제작되었을 당시 필요한 지식들은 모두 프로그래밍되었을 것이지만, 인공지능의 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해를 신격화(소원을 들어줄 수 있다는 믿음)하는 듯한 모습은 태초의 인간과 비슷해 보인다. 알고 있는 지식을 배경으로 새로운 믿음을 만들어가는 모습은 수천년전 인간의 모습과 겹쳐짐은 나만 느낀 것일까. 클라라는 해와의 약속을 이행하면 조시가 나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를 위해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한다. 이런 인공지능의 자율성과 창의적인 생각은 인간의 진화 초기의 모습과 같아서 클라라는 인간과 같은 존재인가를 물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조시는 우연의 일치라고 설명하는게 맞겠지만, 기적적으로 건강이 회복된다. 우연의 일치라는 표현은 해가 조시의 몸을 비추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클라라는 자신의 기도가 실현되었음을 확신하게 된다. 하지만 클라라의 기도는 아이러니하게 클라라의 쓸모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음으로 귀결되게 된다.

 

 

 

 

한편, 저자인 가즈오 이시구로는 그럼에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음을 말한다. 그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마음도 창의성도 자유의지도 아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통찰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이유는 '인간에 대한 마음'이다. 홀로 존재하는 인간이 아닌 '함께' 존재하는 사람들의 마음인 것이다. 조시를 잃고 클라라가 조시를 대체한다고 하더라도 조시의 육체와 마음은 클라라로 바뀌겠지만, 조시를 향해 있던 많은 관계 속의 사람들의 마음은 클라라가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간은 애초에 홀로 존재하는 독립된 개체가 아닌 집단이라는 구조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마음을 나누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간의 마음의 교류가 존재하는 한 대체될 수 없다고 결론을 짓고 있다.

 

 

하지만 클라라가 매장에서 다른 에이에프들과 교감하고자 시도했던 부분들, 매니저와의 교감을 통해서 가즈오 이시구로는 탈출구 또한 만들어 놓은 것 같다. 감정을 느끼는 인공지능, 태초의 인간과 비슷한 형태까지 구현된 이들은 이들만의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과연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여지 또한 함께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우리의 존재에 대한 질문과 앞으로 나아갈 세상에 대한 질문.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책의 내용들 중에서 일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서 생각을 가다듬어 말을 하기 시작했다. 실제 입 밖에 내어 말하지는 않았다. 해에게는 그런 언어가 필요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대한 확실하게 하고 싶어서 머릿속에서 단어를 조용히 빠르게 떠올렸다.

"조시가 좋아지게 해 주세요. 거지 아저씨한테 한 거처럼요."

~ 중략 ~

마음에 고마움과 존경이 솟아서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해의 마지막 빛이 땅 밑으로 사라질 때까지 서 있었다.

 

 

클라라가 해에게 기도를 한다. 조시의 건강을 위해서. 그리고 '거지 아저씨'로 표현된 과거의 경험을 활용한다. 입 밖으로 말을 할지, 아닐지 판단하는 인공지능 클라라이지만 인간친구(또는 주인)를 향한 마음은 진심으로 느껴진다.

 

 

어머니가 나를 '아가'라고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내가 "네, 그럼요."라고 대답하고 보니 벽돌 건물이 바로 우리 앞에 있었다.

 

 

클라라를 조시의 '대체'로 점찍어 놓은 조시의 엄마 크리시. 클라라는 과연 인간 자녀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 될 것인가.

 

 

이걸 알아야 해요. 새로운 조시는 모조품이 아니에요. 진짜 조시가 될 거예요. 조시가 계속 이어지는 거라고요.

 

 

클라라, 너한테 새 조시를 훈련하라는 게 아니냐. 조시가 되라고 하는거야.

 

 

인공지능을 인간으로 대체하기 위한 과학의 노력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만드는 구절이다.

 

 

"이런 걸 묻고 싶어. 너는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믿니? 신체 기관을 말하는 건 아냐. 시적인 의미에서 하는 말이야. 인간의 마음. 그런 게 존재한다고 생각해? 사람을 특별하고 개별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 만약에 정말 그런 게 있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조시를 제대로 배우려면 조시의 습관이나 특징만 안다고 되는게 아니라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걸 알아야 하지 않겠어? 조시의 마음을 배워야 하지 않아?"

 

 

"내가 카팔디를 미워하는 이유가, 마음 깊은 곳에 카팔디의 말이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 카팔디의 주장은 실은 옳다고. 내 딸만의 고유한 무언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현재 기술로 파악해 복사하고 전송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과학이 확실히 입증했다고. 사람들이 지금까지 수세기 동안 내내 서로 사랑하고 증오하며 함께 살았지만 모두 잘못된 가정에 근거해서 그랬던 거라고. 우리가 무지했기 때문에 일종의 미신 같은 것을 지니고 살아온 거지. ~ "

 

 

조시의 아버지는 인공지능 클라라의 조시 대체를 반대한다. 인공지능의 한계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시각을 조시의 아버지를 통해 이 소설은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그 반대는 과학기술이라는 객관적 증거로 인해 무너지고 있음도 함께 말하는 양면성이 드러난다.

 

 

"능력이 더 뛰어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에게 기회가 더 많이 주어지는 게 지당한 일이죠. 책임도 마찬가지로 더 많이 주어져야 하고. 인정해요. 다만 나는 릭이 버젓하게 살 수 없다는 건 못 받아들이겠어요. 세상이 냉혹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향상되지 않았어도 릭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많은 걸 이룰 수 있어요."

 

 

향상된 아이들에 주어지는 기회, 그리고 이 길을 가지 않은 아이들이 겪에될 차별적인 세상이 그려진다. 하지만 릭의 어머니 헬렌의 말을 통해, 그리고 소설 후반부에 성장한 릭이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을 통해 어렴풋이 그 세계 속에서도 각자 사람들은 자신만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옥스퍼드 빌딩을 소개하는 계획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입니다. 현재 건물 안에 직장에서 대체된 사람 423명이 살고 그중 86명은 어린이입니다."

 

 

"처음에는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이제는 극장 좌석까지 차지해?"

 

 

인공지능 로봇의 발달이 불러오게되는 갈등과 디스토피아적 세계관도 소설에는 묻어 나온다. 하지만 이 문장들이 전부는 아니며,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가 뒤섞여 어떻한 답도 명쾌하진 않지만, 우리가 답을 찾을 수 있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해는 계속 빛을 가차 없이 조시에게 쏟아부었다. 조시는 뒤척거리더니 몸을 돌려 베개와 침대 머리판에 머리를 기댔다.

 

 

클라라는 자신의 기도가 해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직감했을 것이다. 인공지능 클라라의 마음.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저는 조시를 배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고, 그래야만 했다면 최선을 다해 그렇게 했을 거예요. 하지만 잘되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제가 정확하게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요.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머니, 릭, 가정부 멜라니아, 아버지. 그 사람들이 가슴속에서 조시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는 다가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지금은 그걸 확실하게 알아요.

 

 

"카팔디 씨는 조시 안에 제가 계속 이어 갈 수 없는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했어요. ~ 하지만 저는 카팔디 씨가 잘못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해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분명히 있지만 조시 안에 있는 게 아니었어요. 조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안에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카팔디 씨가 틀렸고 제가 성공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 속에 가장 중요한 문장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어떻게 정의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은 하나의 객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집단으로서의 인간, 관계로서의 인간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을 배제하면 객체로서의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되고 일자리를 잃겠지만, 관계로서의 인간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인간은 여전히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고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 로봇 클라라와 조시, 그리고 그 주변인들을 통해 미래의 사회를 보여준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좋았다는 평을 하고 싶으며...

 

 

마지막으로,

결국 쓸모를 다하고 야적장에 폐기된 인공지능 로봇 에이에프 '클라라'.

하지만 클라라의 영원한 안식을 기도하며...

마치고자 한다.

 

 

1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7 댓글 13

한줄평 (110건) 한줄평 총점 9.2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4점
민음사는 저 제목 폰트 좀 버렸으면
5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5
YES마니아 : 플래티넘 루* | 2021.07.06
구매 평점5점
사용되고 폐기되면서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인간적"인 것일까?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B****s | 2021.08.22
평점3점
작가의 명성에 기대가 많았으나 적어도 나에겐 졸작이다.
2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2
k****9 | 202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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