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1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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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240g | 120*200*12mm |
ISBN13 | 9791190999045 |
ISBN10 | 1190999048 |
발행일 | 2021년 01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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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240g | 120*200*12mm |
ISBN13 | 9791190999045 |
ISBN10 | 1190999048 |
MD 한마디
음악을 배우고 가르쳐온 저자가 동네 음악 선생님의 따뜻한 목소리로 음악의 언어를 이해하는 법을 들려준다. 음악을 통해 배워나가는 매일의 이야기를 통해 음악이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한다. 인생에서 나만의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을 경험하게 해 줄 책. - 예술 MD 김태희
1부 악흥의 한때 Var.1ㅤ유리알 슈베르트, 나의 마들렌 | Var.2 습관처럼 좌절, 연습 | Var.3 노래하는 횡격막 | Var.4 깊은 밤을 향하는 오르페우스처럼 | Var.5 무대위의투명풍선 | Var.6 첼로를 감싸는 화려한 스카프 | Var.7 그대는 나의 안식 2부 연주자의 해석 노트길을 잃다 Var.8 길을 잃다 | Var.9 음과 음 사이, 마음이 피어나는 곳 | Var.10 초견 | Var.11 삶을 듣는 순간 | Var.12 앙상블, 타인은 음악이다 | Var.13 우리는 음악으로 무엇을 듣는가 | Var.14 은유, 여행의 시작 3부 흐르는 시간에서 음표를 건져 올리는 법 Var.15 메트로놈과 시간의 윤곽선 | Var.16 ㅤ600년의 춤, 폴리아 | Var.17 반복의 아름다움, 베토벤, 인생 변주곡 | Var.18 리스테소 템포: 동일한 속도로 | Var.19 피에로의 우울한 춤, 달빛의 사라방드 | Var.20 음악이 시간에 새긴 인상 | Var.21 북극을 향하는 속도 4부 음악일기 Var.22 존 다울런드: 언제나 다울런드, 언제나 슬픔 | Var.23 쿠프랭: 깊은 암흑의 시간에서 부르는 노래 | Var.24 슈트라우스: 마지막 매듭이 피워 올리는 꽃 | Var.25 파이프 오르간: 인간으로부터 한 걸음 멀리 | Var.26ㅤ하프시코드: 하프시코드의 불꽃놀이 | Var.27 클라리넷: 감각의 경계에서 | Var.28 트라베소: 그 무해한 식물성 소리 | Var.29 피아노: 틀린 음을 소화하는 법 | Var.30 라벨의 왈츠: 건반 위의 머뭇거림 | Var.31 블로흐의 〈유대인의 삶〉: 이방인의 기도 | Var.32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 840번의 반복, 고행 속의 희망 | Var.33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환희의 시, 환희의 노래 Coda 오늘은 오늘의 음악을 배운다 |
조성진의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 좋아하는 선배 언니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나는 음악에 대해 잘 모른다. 클래식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고 딱히 좋아하는 음악가의 리스트가 있지도 않다. 그래도 누군가 정성을 다해 곡을 연주하는 소리를 듣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알고 있다. 송은혜의 에세이 『음악의 언어』를 읽으면서 내게 음악을 선물하는 언니가 더욱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언니가 읽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음악’과 ‘언어’ 두 단어의 조합이 나를 이끌었다. 음악을 잘 몰라도 어린 시절 겨우 두 달 정도 피아노를 배운 게 전부여도 괜찮았다. 어른이 된 후에 여전히 피아노를 갈망하지만 실천은 못하고 있다.
음악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묻고 또 물으며 오랜 세월을 보내고 조금씩 음악을 나의 삶으로 품을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의미는 나 자신이 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나의 좌절과 슬픔이 배어 있는 음악, 우리의 아픔을 기록한 음악은 온실에서 나와 현실을 마주한 진짜 음악이다. 서로를 음악으로 위로하고 품어줄 때 비로소 음악은 우리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12쪽)
음악을 거창하고 대단한 게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이며 삶을 위로하는 존재라는 걸 알려주는 게 좋았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런 책이었다.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접근할 수 있겠지만 나는 동네 음악선생이라 불리는 저자가 차근차근 다정하게 들려주는 음악의 언어, 음악의 기운, 음악의 숨결, 음악의 소리가 좋았다. 음악을 선택하고 그것을 향해 나가는 삶이 얼마나 처절하고 고단하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음악 안에서 거하며 음악과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음악이 주는 기쁨과 감동을 전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서는 알 것도 같다. 피아노를 배우고 곡을 해석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 작곡가가 원하는 연주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고민하고 결국엔 찾아냈을 때 느꼈을 희열을 조금은 상상할 수 있었다. 무대 위에서 온전히 음악과 하나가 되어 연주를 하는 일의 외로움, 그 안에 쌓이는 고독을 알지 못하지만 말이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을 끌어안는 음악의 추상성. 말도 그림도 우리의 마음을 담아낼 수 없다고 느낄 때, 한 소절의 선율로 우리를 위로하는 음악의 힘. (56쪽)
음악이 머리에서 몸으로 내려오는 동안 우리의 삶이 음표에 스밀 것이다. (80쪽)
책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작곡가와 연주가에 대해 나는 잘 모른다. 챕터마다, 하나의 꼭지마다 등장하는 음악가들, 그리고 그의 작품 목록을 소개하는 수고 덕분에 독자는 조금 더 음악에 빠져들 수 있다. 저자가 알려주는 연주의 방법, 혹은 작곡가의 의도를 생각하며 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무언인지 그 의도를 파악하거나 이해할 수 없더라도 조금 다른 느낌의 연주를 듣게 된다. 연주자와 작곡가가 원하는 건 완벽한 연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 완벽하지 않은 연주가 더 큰 감동을 준다. 오랜 연습으로 굳어진 손마디, 목 디스크, 긴장한 모습이 연주자가 지나온 순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음악은 어떤 의미인가 생각하게 된다. 예술의 삶이 아니라 음악이 전하는 이야기, 음악을 통해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을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우울과 절망에 빠진 마음을 달래주었던 연주를 떠올린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음악으로 연결된 하나의 웅장한 공연장인지도 모른다. 음악을 하는 이들, 악기를 연주하는 이들의 삶은 나와는 다르게 흐를 것이다. 연습으로 채워진 시간, 좀 더 완벽한 연주를 위해 매달리는 그들의 일상은 뭔가 특별할 것 같다. 그러나 그들이 음악을 선택했을 뿐 삶의 흐름은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은 그만큼 어렵고 험난하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삶 자체도 그러하니까. 실수하고 탐색하고 발견하고 변화하는 일이 음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원하는 음악,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음악을 연주하고 싶다면 계속해서 실수하면 탐색해야 한다. 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찢어질 듯한 큰 소리와 거친 소리를, 반대로 거의 들리지 않는 의미하게 스러지는 소리를 내보아야 한다. 음의 연결을 연습할 때도 소리가 완전히 겹치도록 연주하거나 극단적으로 짧은 스타카토로 끊어서 연주해보거나 공기의 울림을 이용해 두 음을 연결하는 등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혀봐야 한다. (101쪽)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을 알려주듯 독주가 아닌 합주, 앙상블에서는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다른 연주자와 친하면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없다는 저자의 말처럼. 박자를 맞추고 빠르기를 섬세하고 조절하고 선율에 자신의 고유한 언어를 실어 전해야 하는 일, 몇 백 년 전의 예술가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고 닮으려고 애쓰는 마음. 그 마음을 내가 듣고 있다고 생각하니 연주를 듣는 자세와 태도를 바르게 고치게 된다. 나는 특정한 곳을 연주할 때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 설명해도 알 수 없고, 음악적 용어, 기호에 대해 알려줘도 잘 모르지만 이 책을 통해 단순하게 듣기만 했던 음악이 전하는 소리, 그 고유한 언어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일상과 음악에 대한 담담한 사유가 아름다운 책이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을 읽기 전, 우선 짚고 넘어가야 중요한 점 한 가지! 음악에도 여러 가지 범주가 있는데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다. 나도 처음부터 그러리라 기대하고 예상했다. 책 제목이 콕 집어서 클래식의 언어가 아니라 음악의 언어인 것은 음악하면 가장 먼저 클래식이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에게는 “클래식”하면 떠오르는, 잊을 수 없는 흑역사(!)가 있다. 아아... 이거 정말 비밀인데...(소곤소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직장 생활을 하던 무렵에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하는 클래식 연주회에 처음으로 가본 적이 있다. 그것도 데이트 신청으로 비싼 초대권을 선물 받았다. 상대방에게 고백을 받고 서로에게 조심스러웠던 연애 초기여서 꽤나 신경이 쓰이는 자리였다. 그 당시 클래식 음악회에 1도 관심이 없었던 나는 공연 관람이 처음이 아닌양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연주를 들었으나, 이내 졸고 말았다;;; 정신줄을 아무리 붙들고 목에 힘을 줘도 티가 안 날리 없었고, 상대는 매너있게 모른 척 해준 걸로 기억한다. 아흑;;; 지금도 가끔 자기 전에 문뜩 생각나면 이불킥을 절로 하게 된다. 내가 음악적 취향을 가지지 못한 이유는 학교 다닐 때 음악 수업 시간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학창 시절을 되돌아 보노라면, 음악 수업은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보다는 곤욕스러움을 더 많이 안겨주었다. 음악실에서 한 명씩 앞에 나가서 노래 시험을 치르는 시간은 나를 움츠려들게 만들어서 학창 시절 내내 내가 음치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대학에서 노래방이라는 문화를 접하고 나서야 자신감을 회복했고, 심지어 제법 잘 부른다는 소리를 듣고,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것도 알았다. 음악 감상 시험은 또 어떻고. 수업 시간에 한 번 들어본 클래식 곡들로 실기 시험 때 음악가와 곡명을 듣기평가 당한 덕분에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고 좋아할 겨를도 없이 정을 뗐다. 성인이 되어서도 팍팍한 생활 덕분에 노동요를 들었으면 들었지, 우아하고 고상하게 클래식을 틀어두고 감상을 즐길 시간적 여유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음악도 수학이나 물리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나이가 더 들기 전에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즐기려면 일단 알아야겠기에(아는 만큼 들릴 테니까) 클래식에 관련된 책들로 리스트를 만들던 중에 이 책을 만났다. 동네 음악선생이라는 친근한 명칭도 좋았고, “음악은 언어다. 소리로 마음을 주고받는 언어”라는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다. 그래서 미리보기로 볼 수 있는 만큼 내용을 먼저 읽어 보았다. 첫 장부터 베토벤이 에밀리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글을 만났다.
사랑하는 에밀리, 나의 친구에게
너만의 길을 따라가면 된단다. 그저 예술을 행함에 그치지 말고 내면으로 파고들기를 바란다. 예술과 과학만이 인간을 신성에 가깝게 이끌 수 있기 때문이지. 사랑하는 에밀리, 정말 힘들 때는 나를 믿고 내게 편지를 쓰렴. 진정한 예술가는 자만하지 않아. 예술에는 한계가 없음을 아는 이는 자신이 목표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막연하게나마 느낄 수 있는 법이거든. 다른 이들이 아무리 자신을 찬양해도, 머나먼 곳에서 반짝이는 한 줄기의 빛으로 작품을 만들어내는 천재의 수준에는 결코 도달할 수 없음을 괴로워하지. 화려함으로 내면의 빈곤함을 감추는 이들 말고, 너를 보러, 너의 작품을 보러 가고 싶구나. ―루트비히 판 베토벤 (p11)
베토벤의 편지를 받았을 에밀리가 부러웠고, 저자 역시 수많은 에밀리 중 한 명이 된 마음으로 힘든 시기에 베토벤의 상냥한 조언에 힘입어 음악의 목표가 자신을 발견하는 것임을 깨달았다는 글귀가 와닿았다. 나도 저자처럼 상냥한 음악의 언어로 자신을 발견하는 한 명의 에밀리가 되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음악을 해석하고 연습하고 연주하듯 기록한 일상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서른세 개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독자들 앞에서 강연하듯 큰소리를 내지 않고, 옆에서 조곤조곤 대화하듯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근한 목소리처럼 들리는 문체에 이내 귀를 기울이고 음악 이야기에 마음 한켠을 내어주게 된다. 전공자의 음악 연습에 관한 이야기는 나랑 아무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다. 내가 고심하는 글쓰기 연습에 대한 이야기로도 들리고, 인생 연습에 대한 이야기로도 들려서, 음악이 가지는 메타포에 새삼 놀랍기만 했다. 무언가 절실하게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것이 있는 사람이라면 음악에 담긴 의미를 다층적으로 해석하여 자신에게 비추어 볼 수도 있으리라.
저자는 서문 격인 프렐류드(prelud)에서 베토벤의 편지에 대해 얘기했고, 33개로 이루어진 일상 변주곡의 중심부(Var.17)에서 베토벤의 변주곡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지막 장(Var.33)에서 다시 베토벤의 교향곡 중 환희의 노래를 언급하며 “음악은, 우리 모두를 향해 사랑하라고 전한다.”는 말로 이야기를 맺는다. 그리고 저자 후기 격인 악장의 종결부(coda)에서 베토벤을 향한 질문의 방식으로 삶과 음악의 의미를 확인한다.
오늘은 오늘의 하루를 살았고, 오늘도 오늘의 음악을 배웠다. 이렇게 일상을 변주하며 나를 연습한다. 변주에는 끝이 없으니까. 그렇죠, 베토벤 선생님? (p230)
베토벤으로 시작해서 베토벤으로 끝나는 세심한 구성을 가진 잔잔하고 다정한 음악 같은 에세이였다. 처음 접한 저자이고, 저자의 첫 책인데 기대 이상으로 나에게는 의미있었기에 저자의 이름 세 글자를 가슴에 새겨두었다. 그리고 나의 종결부는 아래와 같다.
“음악이라는 언어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부터 기꺼이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베토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들을 잔뜩 빌렸답니다. 음악도 공부도 끝이 없으니까요. 그렇죠, 동네 음악 선생님?”
[노년이 되어서라도 꼭 배우고 싶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그리고 베토벤에 관한 책들 중 몇 권]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책을 읽으면서 참고하면 더 좋은 내용들 모음 *
요즘 음악 관련 책들은 QR코드가 대세이던데 이 책에는 그게 없어서 아쉬웠건만 이렇게 리스트가 있어서 반가웠다.
< 저자가 만든 유투브 플레이 리스트가 있는 주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ZBSsp5eRJ1QasYzAQgEY-82PM_4mZjAh
책의 1장(Var.1)에 언급된 바렌보임의 연주 모습이 너무 궁금했는데 다행히 유투브에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니엘 바렌보임의 시라크 대통령 장례식 피아노 연주 동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66saQMea0kI
책의 10장(Var.10)에 언급된 이야기로 사르트르가 말년에 피아노를 연주했고 그 모습이 남아 있어서 놀랍다!
<사르트르의 피아노 연주 동영상 주소>
https://www.youtube.com/watch?v=twzqvIHtVqU
책의 28장(Var.28)에 나오는 트라베소 이야기. 살면서 처음 들어본 악기 이름이라 폭풍 검색!
<바르톨드 쿠이겐의 트라베소 연주 동영상 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