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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한 변명犬辯·10
이런 젠장, 어머니·12 취중작시·13 서울 나들이·14 대학생 면접·15 낚싯줄과 바늘·16 동네 술자리 조감도·17 서울 골목 화석·18 개 산책·20 시인의 술자리·21 Me Too/With You·22 삼지연 관현악단 2018 강릉공연·24 생활의 발견·25 다시 Me Too/With You·26 시를 위한 연금술·28 근무일지·30 봄날·31 대작對酌·32 장수시대·33 찰나·34 먹이사슬·35 창만리, 2018년 봄·36 문제부모·38 인간혁명·39 우스운 사람은 없다·40 쌍불·41 초고령 사회·42 회장님 오신 날·43 자살나무·44 미술 감정鑑定·45 백석을 그리며·46 단발斷髮·47 한국 고대사 읽기·48 시·50 최인훈과 노회찬·51 광복절과 말복·52 별거 아니다·53 시집과 말복·54 초승달·55 출판거절 1·56 출판거절 2·58 출판거절 3·60 출판거절 4·61 출판거절 5·62 가을밤 음악회·63 평양 간다·64 병아리 음주·65 서리·66 내비게이션 2018/19·68 멧돼지·69 새마을지도자의 기도·70 어정쩡·71 의좋은 형제·72 사립공화국·74 다람쥐 감사장·75 국제시골2·76 분단시대의 장난감·78 말·79 배우는 무엇으로 말하나·80 박근혜 정부 경찰청/기무사 보고 문건·82 자기, 집에 가지 마·84 강사 선언·86 한국 민주주의의 계보·88 새해 인사·89 낙수경제론·90 니체와 나·91 남북수로조사·92 대한민국 교육 목표·93 미투, 그 이후·94 할매시·95 세상의 모든 뚜껑·96 시 창작 교실·97 시인 對 시인·98 플라스틱 고고학·99 다큐 2019, 파주·100 식사동·102 위대한 작가가 되는 법·104 구상論·106 한국 맥주 세계 맥주·107 미래파 시인·108 시론·109 국립현충원 유감·110 히말라야 단상·111 어떤 역사·112 문학사 포에버·113 미투 다시 유감·114 억압의 귀환·115 주한 미군의 재발견·116 부엉이 우는 내력·117 자유·118 시론·119 좋은 시·120 소소한 일상·121 인도 기행문·122 대게 앞에서·123 경주 박물관에서·124 편집 후기(시인의 변)·1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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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위한 변명犬辯
지금부터 견자전지적犬者全知的시점으로 말할게 솔직히 넌 너무 늦게 일어나더라 열 시 열두 시 오후 한 시 두 시 대중없더라 구십 넘은 노모가 새벽같이 일어나 아침밥 하는데 넌 사람 새끼가 그 뭐냐 물론 요즘 세상에 누가 부모를 모시고 그 나이 되도록 살겠냐만 현대판 고려장이라고 양로원이나 요양병원 안 보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상하다만 그래도 그렇지 너무 하는 거 아냐 허구한 날 아버지 병원 어머니 병원 쌍으로 난리라 너도 물론 힘들겠지 하루에도 수십 번 효자모드에서 개새끼모드로 개새끼모드에서 효자모드로 왔다 갔다 하는 거 나도 알아, 그래도 어떨 때 보면 넌 영 우리 쪽에 가깝더라 도라지 먹고 돌았냐 미나리 먹고 미쳤냐 너무 왔다 갔다 하지 마 네가 알고 내가 보고 매화나무도 안다 내가 정말 견자전지적시점으로 말 하건데 네가 하늘이 낸 효자일지도 모르지만 시시때때로 넌 정말 개 같더라 개 좆 같더라 동포여 ――――――――――――――――――――――― 이런 젠장, 어머니 이런 젠장 막내아들 교수 만들고 큰 소리 좀 치려 했는데 교수 되자마자 해직되고 이런 젠장 며느리 앞에 기 좀 펴나 했는데 이런 젠장 염치없어 기도 못 펴고 이런 젠장 짜장면 하나도 입에 들어가는 거 죄스러워 이런 젠장 집 한편 구석에 찌그러져 구십 평생 이런 젠장 조상님 뵐 면목 없어 일찍 세상도 못 뜨고 이런 젠장 널 낳고 내가 미역국도 못 먹었다 이런 젠장 뭔 놈의 세상이 이 모양이냐 이런 젠장 할 ――――――――――――――――――――――― 취중작시 어제 저녁 포지션 송년회 가다가 학림다방 앞에서 김영탁 형을 만나 태환이 형 시와표현 작품상 수상 소식을 듣고 문화예술위원회 창윤이 형과 셋이서 함춘회관에 갔더니 앉을 자리도 없어서 그냥 뒤돌아 나와 빈대떡 신사로 갔지 거기서 앉자마자 김민서 시인 정산 형과 막걸리를 홀짝이다 보니 술이 꽤 됐는데 화장실 간 사이에 자리를 빼앗기고 창윤이 형도 자리가 어색한지 딴 데로 가자 해서 삼쿡인지 뭔지 하는 맥줏집에서 흑맥주 서너 잔 마시다가 핸드폰 가방 찾으러 왔다 갔다 하는데 2차 간 태환이 형 쪽에서 전화가 걸려와 다시 그리로 가서 술 몇 잔 마신 것까지 기억이 나는데 깨보니 파주 집이고 이튿날 보니 무릎도 깨지고 쑤시고 집까지는 어찌 왔을꼬 창윤이 형이 부모님 가져다드리라고 사준 빵 봉지는 또 어디로 가고 내 기억에 없으니 아무 일 없던 건가 솔찬히 거시기하네 ――――――――――――――――――――――― 서울 나들이 우리 집 마당 풀밭에는 소가 대여섯 마리 말이 세 마리 염소가 다섯 마리 낙타가 네 마리 당나귀가 여덟 마리 있는데 몇 년 전에 제천 원서헌 마당에서 풀 뜯고 있던 당다귀를 거기 시인 몰래 코 꿰어 우리 집 마당에 풀어놨더니 그새 다양한 새끼들을 그렇게나 많이 낳은 건데 마당에서 풀 뜯고 있는 쌍봉낙타 한 마리를 잡아타고 가끔은 소도 타고 중간에서 말로 갈아타고 읍내 가서 버스 타고 구파발쯤 가서 전철 타고 시내로 나갔다가 밤새 취해서 택시 타고 집 마당까지 들어오느라 타고 갔던 낙타나 말들이 자꾸 줄어드는데 그래도 다시 그 당나귀가 새끼를 자꾸 낳아서 우리 집 마당엔 늘 소 낙타 말 염소 당나귀가 득실거리고 나는 잊을 만하면 다시 낙타 타고 말 타고 가끔은 소까지 잡아타고 서울 나가고 정신 잃고 다시 그 몹쓸 택시 타고 마당까지 오느라 낙타며 말이며 소를 또 잃어버리고 그래도 마누라는 도망도 안 가고 ――――――――――――――――――――――― 대학생 면접 국정교과서나 조선일보를 읽고 있는 기분 ――――――――――――――――――――――― 낚싯줄과 바늘 꿈속에서 붕어를 잡는다며 큰 누이는 주먹만 한 낚싯바늘을 만지작거리고 그런 거로는 안 된다며 나는 붕어 낚싯바늘을 사러 가게에 갔는데 웬 아이가 앉아서 바늘 세 개를 삼십 원에 내밀고 낚싯줄을 달라니까 한 뭉치에 삼만 원이라고 하고 나는 10미터만 달라고 하고 삼천 원밖에 없다고 하고 아이와 아이의 아버지는 그렇게는 안 된다 하고 할 수 없이 바늘만 가지고 집에 돌아오니 동네 사람들이 연못에서 낚시를 하고 있고 나는 줄이 없어서 낚시를 매지 못하고 그놈의 줄이 없어서 낚시를 못 하고 아버지 고아드릴 붕어를 잡아야 하는데 줄이 없어서 줄이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낚싯바늘 세 개뿐 깨고 나서도 줄이 없고 그놈의 줄이 없고 ――――――――――――――――――――――― 동네 술자리 조감도 술자리 시작할 땐 환갑 다 돼가도록 장가도 못 간 상현인 바보로 시작해서 이장 새마을지도자 강 사장 화가 S씨 호기롭게 으쓱 인간아 또 술이냐 보일러 기름 떨어졌는데 뭐하고 자빠졌어 으이구 저 웬수 빨리 안 와 연이은 호출 닦달 술자리 끝날 때쯤이면 처 아내 부인 마누라 여편네 없는 상현아 니가 최고 오늘도 니들 다 의문의 완패다 ――――――――――――――――――――――― 서울 골목 화석 ― 종로장 여관 화재(2018. 1. 8. 03시 8분) 중식당 배달원 유모(50)씨 성매매 여성 불러 달라고 했으나 거절당하자 휘발유 10리터를 사서 여관에 불 질러 투숙객 6명 사망 전남 장흥에서 방학을 맞아 서울 구경을 하러 온 모녀 3명도 사망 어머니 박모(34) 딸 두 딸 이모(14)(11) 씨 등 소방차가 들어갈 수 없는 냄새나는 좁은 골목 다닥다닥 붙은 건물 얽히고설킨 전선 닫힌 비상구 1960년대 이후 누군가는 그 골목을 나와 강남으로 아메리카로 차이나로 갔지만 누군가는 아직 그 골목에 남아 또 굳이 그 골목으로 걸어 들어가서 재가 되고 고고학적 지층이 수평적으로 널려 있는 서울 역사는 아니 세월은 때론 수직적 지층이 아닌 수평적 지층으로 발굴이 아닌 발견을 기다리고 고고학적 지층의 수평적 현시, 서울. ――――――――――――――――――――――― 개 산책 세상은 온통 냄새로 가득하다 코 두 개로도 모자라 온갖 벌레들의 발 냄새 방귀 냄새 식물들의 겨드랑이와 자궁 냄새 도저히 코를 뗄 수가 없다 난 오늘도 땅의 동서남북 위아래 샅샅이 스캔하느라 분주하지 너 따라가면 결국엔 똥 나오더라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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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가 아니면 자위”라고 선언하는 이동재의 시는 요즘 보기 드문 통렬한 웃음을 일으킨다. 타락한 현실을 향한 직접적인 발언이 사라진 지 오래인 지금, 시인이 날리는 고강도의 냉소 펀치는 차라리 신선하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욕되고 비루한 삶을 발가벗기는 그의 웃음은 쓰리고 저리다. 더 오래된 질박하고 흥겨운 웃음을 내장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는 따뜻한 언어를 포기하고 세상과 자신에 대한 풍자와 딴죽과 이죽거림을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재 시인이 노래하는 풍자의 언어는 칼이 되어 세상 속물들의 목을 치지 않고, 화살이 되어 우리 가슴에 들어와 박히지 않는다. 문득 스치는 바람이 되어 꽁꽁 싸맨 우리들의 옷 속을 파고들어 감춰진 가식과 위선을 들춰낸다. 그러나 아무런 폭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물러나고 없다. 그래서 신랄하고 거침없는 언어를 구사하지만, 그의 시에는 모두 어느 정도의 슬픔이 배어 있다. 세상을 풍자하고 풍자하는 자신을 또 풍자해서 결국은 허무의 힘을 보여주는 시들이 읽는 우리를 다시 풍자한다. 추방당하고 실직하고 거세당한 말들이 다시 일어나 마음속에 바람을 일게 한다. 이동재의 작업은 단순히 풍자로 치부하기엔 너무 여리고, 해학으로 읽기엔 너무 아프고, 역설로 규정하기엔 너무 적나라하다. 위태롭기 짝이 없는 이러한 행보는 가정사와 사회사와 정치사를 종횡으로 아우른다. 얼핏 김병연이나 송욱, 1970·80년대의 소위 참여시 계열의 생산품들을 환기하는 그의 품목은, 그러나 그것들에 비추어 선명한 단층면을 노출한다. 그의 야유와 환멸의 향방이 부조리한 세계뿐 아니라, 과연 그 세계 안에 참여하는, 참여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관통한다는 사실은 유의미하다. 시집의 행간에는 부조리한 세계에서 소외된(엄밀하게 말해서 복무해야 하는) 자신에 대한 야유와 환멸의 기미가 짙게 투영되어 있다. 이동재의 시편은 그의 의도와 별개로, 부조리한 세계를 추궁하는 삼엄한 코뮈니케보다는 부조리한 세계에 대응하는 소시민의 무력한 메모랜덤에 가까울 수 있다. 무차별적으로 전개되는 거대담론 이면에 촘촘히 도사린 소시민의 좌절과 분노와 잡념과 자해(自害)와 불안과 위악과 자기연민의 흔적들. 이 모습은 뜻밖에 그가 소환한 에피소드들을 성마르고 경직된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한층 윤기 있게 생동하도록 유인한다. 동시에 그의 작업물이 무슨 박물관이나 전람회 따위에 숱하게 전시되어 있는 ‘세탁된 민중시’가 아니라, 어느 농협지점이나 부녀회관 앞에서 지금 살아 돌아다니는 ‘진짜배기 민중시’라 여길 유효한 근거를 마련한다. 『이런 젠장 이런 것도 시가 되네』는 위선과 욕망과 속물근성과 자본이 풍미하는, 참을 수 없이 초라한 당대의 시문학사에 건네는 역전패장의 오만하고 정결한 항서(降書)다. 이는 지상의 모든 반거들충이와 나무거울과 얼음고드름과 애꾸와 꺼병이가 이동재라는 실물과 수세(守勢)를 차마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니 사랑해야 하는 비극적인 이유가 되기도 할 것이다. "무턱대고 괜히 잘 쓸 뻔했다. 바늘을 도끼처럼 휘두르며 대책 없이 살아왔다." ― 한국시의 말초신경 당거螳拒 이동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