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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삶의 저편으로
2. 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 3. 마지막 사람들 4. 사랑하는 신 이야기 |
Rainer Maria Ril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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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릴케가 발표한 단편소설집을 모은《릴케전집 7》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삶의 저편으로》《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마지막 사람들》《사랑하는 신 이야기》등 네 부분으로 묶인 29편의 작품을 통해 릴케는 다양한 주제와 문체를 보여주면서 인간과 자연, 예술과 신이 조화를 이루는 근원으로의 회귀를 구현하고 있다. 릴케의 단편소설의 주제적 특징은 가족 내의 갈등, 표피적인 시민적 삶에 대한 거부, 기독교적 신앙에 대한 회의 등으로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부정적인 세계 인식의 반대편에는 일탈적인 삶, 더 정확히 말하면 예술가적 삶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원초적인 힘의 근원으로서의 신에 대한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다. 릴케의 작품에는 다양한 성격의 예술가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모든 인간 관계로부터 단절된 채 고독 속으로 빠져든다. 그러한 고독은 비록 당장 세계를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인간성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의미와 가능성을 제시한다. 릴케의 예술가상은 바로 인간이 처한 암울한 상황을 반영하는 동시에 모든 가식과 욕심을 벗어던진 인간의 모습이다.
릴케가 1898년에 발표한《삶의 저편으로》는 원래 12편으로 기획되었지만 그 중에서 7편이 빠지고 6편이 새로 추가되어 11개의 노벨레와 소품으로 출판되었다. 이 작품집에는 릴케 문학의 중심 모티브들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첫번째 작품〈가족의 제일(祭日)〉은 매년 가문의 추모일에 가족들이 모여 엄숙한 교회 의식을 치르지만 실제로는 행사 뒤의 식사에 커다란 관심을 보이는 모습을 통해 어리석음과 허위 의식을 폭로하는 풍자적인 작품이다. 〈아기 예수〉와〈하나로〉에는 가족에 대한 비판, 그 중에서도 어머니에 대한 반발 심리가 극적으로 나타나 있다.〈아기 예수〉에서 어린 엘리자베트는 크리스마스에 매정한 계모로부터 쫓겨난 후 홀로 숲속으로 들어가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축제를 치르고 행복감 속에서 영원히 잠든다. 하얀 눈, 불꽃, 별 등과 같은 원초적인 요소들이 아이의 순수한 마음과 어우러지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 작품에서 아이의 영혼은 지상에서 해방되어 구원된다.〈하나로〉의 게르하르트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벗어나 객지에서 스스로의 삶을 찾기 위해 몸부림치다가 결국에는 죽을병을 얻어 집으로 돌아오지만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의 삶에 간섭하고 모든 것을 신에 의지하는 맹신적인 종교적 태도를 보여준다. <모두를 하나로〉는 조각가 베르너가 만드는 성모 마리아 상마다 자신이 은연중에 사랑하는 여인의 얼굴 표정이 새겨진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경건함과는 동떨어진 세속적인 모습에 절망하여 조각가는 자신의 손을 자르고 마는데 그 이면에는 초월적 존재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에 대한 사랑의 감정 사이에 기본적으로 아무런 차이도 없다는 암시가 숨어 있다. 다음해(1899)에 발표된《두 편의 프라하 이야기》에 실린〈보후쉬 왕〉과〈남매〉는 공통적으로 민족주의 운동이 싹트기 시작할 무렵의 체코 프라하의 정치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후쉬 왕〉의 곱사등이 주인공은 역사적 인물을 모델로 했다. 이 실존 인물은 곱사등이 도배장이 루돌프 므르바로, 체코의 비밀 결사 조직인에 침투하여 와해 공작을 수행하는 등 경찰 첩자로 활동하다가 1893년 11월 프라하의 클라인자이테에 위치한 허름한 집에서 이 단체의 조직원에 의해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었다. 이와 비슷하게〈보후쉬 왕〉의 주인공은 우연히 은밀한 정치적 집회를 목격했다가 비밀 누설을 두려워 한 레체크에 의해 살해된다. 프라하 출신의 독일인이었던 릴케는 독일인과 체코인 사이의 민족 분쟁에서 어느 한쪽을 편들기보다는 상류 계층의 예술가와 가난한 민중 사이의 괴리감을 부각시킨다. 그는 레체크의 입을 통해 민중이 '젊고 건강하지만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반면에 예술가는 가깝고 친숙한 민중과 대지와 유리된 채 파리에서 빈 껍데기만 수입하여 하루아침에 성장해버린 탓에 비만증에 걸린 노인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예술가는 더 이상 천박한 도취에 빠질 것이 아니라 민중의 힘과 용기와 자유를 노래하고 민중을 향해 '그대는 아름다워라'라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중을 바라보는 릴케의 시각은 영혼의 안식처인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참고 기다리는 강인한 생명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매〉의 주인공 역시 레체크의 영향을 받아 정치 사회적 질서의 부당함에 눈을 뜬다. 여기에서도 레체크는 민중을 식자층인 '노인들 밑에서 성장하는 아이'로 규정하고 '영원한 언어로 된 시'인 민요에 애정을 보인다. 이상주의자인 대학생 즈덴코는 비합법적인 정치 활동에 앞장섰다가 결국에는 공권력에 희생된다. 그의 죽음은 이상이 현실의 벽에 부딪쳐 깨지고 만다는 것과 함께 자아 상실을 의미한다. 1901년에 발표한《마지막 사람들》의〈대화에서〉〈연인〉〈마지막 사람들〉은 각각 예술, 사랑, 사회적 참여 문제를 다루고 있다. 〈대화에서〉는 헬레나 파블로브나와 카시미르를 통해 예술에 관한 두 가지 견해를 대립시키고 있다. 헬레나에게 예술은 종교적인 경건함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을 의미한다. 반면에 카시미르가 파악하는 예술은 세계를 새롭게 창조하는 동시에 완성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려는 시도의 산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예술은 성서에서 말하는 신의 천지창조를 완결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한계를 뚫고 나가려는 독자적인 삶의 표현이다. 이와 같은 카시미르의 예술관은 릴케 자신의 입장을 대변한다. 〈연인〉은 사랑과 결혼의 조건 사이의 관계를,〈마지막 사람들〉은 제목이 암시하듯이 한 귀족 가문의 종말을 각각 보여준다. 마지막으로《말테의 수기》에 버금가는 성공작으로 손꼽히는《사랑하는 신 이야기》는 출판 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으며, 릴케 문학의 새로운 성격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집에 실린 열세 편의 단편들은 릴케의 두 번에 걸친 러시아 여행 사이에 씌어졌는데 그 영향으로 러시아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체험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신의 두 손에 관한 동화〉〈돌에 귀를 기울인 사람〉〈골무는 어떻게 사랑하는 신이 되었는가〉〈거지와 사랑스러운 아가씨〉등 각각의 단편은 화자가 제삼자를 통하여 아이들에게 전하는 동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이들은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범주에 머무르지 않고 '서열이나 관직은 물론이고 시대적인 위엄이나 이름도 거의 없는' 사람과 동일시된다. 즉 선입견이나 타성에 물들지 않고 순수하고 열려진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 의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바로 이 이야기들을 향유할 권리를 지닌다. 이러한 상황은 이 이야기들의 공통적인 주제인 신과 인간과의 관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릴케의 범신론적인 입장을 보여주는 이러한 종교관은 러시아에서의 체험에 영향받은 바 크다. 서구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러시아의 신은 인간의 삶의 근거인 대지와 호흡을 함께하며 남김 없이 베푸는 자애로운 존재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집의 신은 농부의 모습이나 억압에 항거하는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노인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즉 신은 인간에게 다가오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고 판단하는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당연히 신은 진정한 예술가들에게는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며 무엇보다도 위대한 예술품을 마주할 때의 '보고, 듣고, 느끼고, 인식하고 동시에 이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속에 잠재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