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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16
쌀밥의 한국학
이규태 저
기린원 199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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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코너

책소개

목차

1. 씨받이와 씨내리 - 한국인 / 한국학 편
2. 소말리아 - 인물 / 문물 / 사상 / 지리 / 국제 / 심리 편
3. 망각지대 - 역사 / 유물 / 사적 / 풍속 / 세시 편
4. 조상의 쓰레기 활용 - 사회 / 윤리 / 생활 / 가정 / 교육 편
5. 왜 수컷이 예쁜가 - 박물 / 스포츠 / 천기 / 생리 / 과학 / 성 편

저자 소개

저자 : 이규태
1933년 전북 장수 출생
연세대 졸업
조선일보 문화부 사회부 차장
사이공 특파원 문화부장 조사부장 역임
한국신문상 서울시문화상 수상
현재 조선일보 전무이사

저서로 <한국인의 재발견><한국인의 의식구조><한국인의 생활구조> 등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7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43901028

책 속으로

우리 한국 사람들이 만났다 하면 혈연이니 지연이니 학연이니 하여 진득하게 붙고 엉키는
메주콩이라면 서양 사람들은 계약이라는 됫박에서 벗어나면 뿔뿔이 흩어져 나가는 한낱
한낱의 낱콩으로 종씨니 동창이니 하는 따위의 정서적 끈적임에 죄우되지 않는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한국의 도하 신문들은 이 새로 출세한 미국 사람이 다녔다는
대학의 한국인 동문들을 나열하며 마치 로비라도 할 것 처럼 보도들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
지나 연줄 사회의 전통에서 발상된 환상이요 해프닝일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학교에 다녔기
에 화제의 공통성을 보다 많이 찾을 수 있을지 모르나, 어떤 정서적 끈적임을 기대한다는
것은 자가당착이요 나무에서 고기를 잡으려고 드는 겻이다.

---p.71

고금을 통해 우리 한국에서 흥부처럼 가난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비교 문학을 하는 한 외국 학자의 말을 들으면, 우리 한국에서뿐 아니라 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 흥부라는 것이다. 그 이유로, 세계 문학을 통틀어 <흥부전> 이상으로 빈곤 묘사가 잘 된 작품이 없다는 것을 든다.

스물넷이나 되는 흥부의 자식들이 입은 옷을 보자. 멍석 하나 구해 구멍을 스물네 개 뚫고 콩나물 대가리처럼 목만 꿰어 놓으니, 한 놈이 측간에 가면 스물세 놈이 더불어 이동하여 들러리를 선다. 수숫대, 뺑대 반 짐으로 지은 흥부네 집에 들어가 기지개를 불끈 켜면, 두 발은 마당 밖으로 나가고 엉덩이는 울 밖으로 나가,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걸음에 거치적거린다고 성화다.

흥부 자식들, 그 와중에도 맛있는 음식만을 찾는다.
"애고머니, 우리 연고지탕에 국수 좀 말아 먹었으면......",
"애고, 나는 벙거짓골에 고기 지지고 계란 하나 톡 풀어 먹었으면......",
"애고머니, 나는 개장국에 흰 쌀밥 좀 말아 먹었으면......" 한다.

우리 나라에서 의식주의 이상적인 경지는 흥부와 그의 일당이 웅변해 주듯 고깃국에 쌀밥먹고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서 사는 것이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은 연두사에서 올해에도 작년과 다름없이 쌀밥에 고깃국 먹고 기와집에서 살게 한다는 비전을 내걸었다. 식량수급에 차질이 커 통계상 서너사람에 한 사람 꼴로 굶어야 한다는 연초의 보고도 있었다. 흥부전에서나 볼 수 있는 그 염원이 북한에서는 현실이라는 사실이 가슴에 맺힌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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