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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가자, 세헤라자데 무서운 수다 자폐의 책 콤플렉스는 사소死笑하다 무임승차 적막의 그물에 걸린 마음을 멜랑콜리라 말하고 싶지 않다 익숙한 판타지 포박된 오후 백 년 동안의 고독 꿈의 배후 블루 (불안)이라 읽어주세요 단단한 잠 어제와 다른 해가 떴다 도망자 페이드 아웃 2부 불면 씻김 동그라미 위에 살다 눈병 저녁의 기억 더럽히지말아요에 갇히다 매달려 있는 섬 적막 매미는 타협하지 않는다 수평으로 내리는 눈 날개는 날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설 직설적 경고 믿어주실래요? 버려진 것의 무거움에 대하여 언니의 노래 바보들이나 유통기한을 믿는다 폐기처분 3부 지글지글 쿨하게 구지가口旨歌 존재의 뿔 내일 저녁 본 영화 날아라 犬 한랭전선 엄마를 사러 갔어요 앵무새가 웃을 일이야 기이한 아침 시지프의 돌 울컥하는 이유 투명인간의 고자질 점시視 경배하는 자들 단단한 위로 3막 4장 4부 자폐의 의자 문득 로드킬 겨울밤 사막을 건너며 알프스 잘 가! 신기루 산자고 나무의 시간 걷다 이성적 종말 이름을 불러주세요 할미꽃 문패 눈 풍장의 계절 해설 / 보편성의 승전가 / 박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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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은 산도 바다도 신기루 바람이 건너간 자리에 익명의 모래섬이 존재했다 사라지고
피의 흔적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 세헤라자데 쓸모있는 것들의 세상에서 쓸모없는 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사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입안 가득 모래를 씹으며 사는 이유라면 언젠가 신기루가 되기 위해 모래를 삼키는 것도 그리 탓할 일 아니건만 ---「가자, 세헤라자데」중에서 엄마는 겨울에 세상을 향해 그 애의 목을 잡아 뺐다 엄마는 그 애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여름이 좋겠다고 말할 기회를 잡지 못한 그 애는 콜록거리며 기어 나왔다 엄마는 삼신할미의 뜻에 따라 한 일이므로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노라 했다 ---「무서운 수다」중에서 아파트 공사장 대형 크레인 꼭대기에 흰 바탕 붉은 글씨의 플래카드가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바람을 흔들고 있었다 지하동굴에서 뼈를 맞추며 시작되는 사내의 아침 허공에 매달려 엮어 놓은 수천의 아파트 사내의 몸을 받아줄 허공은 없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대형 크레인 꼭대기 플래카드에 붉은 글씨로 매달리는 일 그날 밤 바람은 성난 파도로 사내를 위로하고 눈은 수평으로 내려 땅에 떨어지지 못했으며 공사장 가로등 불빛은 고드름 속에 갇혀 흩어지지 못했다 성난 파도 목쉰 새벽 나뭇가지의 야윈 그림자가 얼어붙은 땅에 맨몸을 누이고 있었다 ---「수평으로 내리는 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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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 없이 모래를 씹고, 또 씹는 자의 詩
내재성의 승전가, 이른바 ‘내재적 논리’에 충실한 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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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화자는 “쓸모없는 것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시인의 숙명이라고 절묘하게 비껴간다, 절묘하게 표현했다. 시인은 쓸모없는 일을 하는 자가 맞다. 벽돌 한 장 찍으면 생겨나는 그 생산성이, ‘그 소득’이 없다. 시 한 편을 쓰는 행위와 벽돌 한 장 부리는 일의 차이는 소비행위와 생산행위의 차이이다. 시작(詩作) 예술은 절대적 소비행위이다. 시인의 자부심-자긍심은 생산행위가 아닌, 소비행위에서 비롯된다. 자본주의 논리[생산성 원리의 절대화―이익의 절대화]를 거부하는 것이 여전히 시인 예술가의 자긍심이다. 문제는 모래다. 할 일 없이 모래를 씹고, 또 씹는 자가 시인 예술가이다. 詩 「가자 세헤라자데」는 詩人의 詩이다.
사라지는 것은 사라진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사라져 갈 뿐이다; 시詩도 그렇다. 시에 대해서도 그렇게 많이 알지 못한다. 사라지기 전에 많이 알지도 못하고 사라진다. 삶이 포함된 시가 있고, 삶이 제외된 시가 있다? 「수평으로 내리는 눈」은 내재성(Immanenz)의 승전가, 이른바 ‘내재적 논리’에 충실한 詩이다. - 박찬일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