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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매화나무에는 고리가 있다 촛불 하나 돌배나무가 건넨 목간 색을 붓다 그림자를 빚는 동안 날개의 위치 몸 맞닥뜨리는 것들―블랙 카본 절대 잃어버리지 않는 우산 굴렁쇠 풀밭 보르헤스 우산 속 미스터리, 당신 토리노의 말 즈음과 요의 사이 아미, 붉은등을 켜야 할 것이어서 동제가 있는 저녁 해산하는 여자들 2부 청사과―르네 마그리트의 「리스닝 룸」에 부치는 시 모서리에 피는 꽃 행화 부고―아현동 63-11번지 판화 자루 치레 깃 펼 때 백 년 드라마 ***나도 내가 한동안 궁금하다 그로테스크 글썽이는 눈 고등어구이 시냇물 버킷 리스트 어서 오세요- 신선설렁탕집 사설 한마디 소리꾼 권달분 승강의 감정 단면이 전송되고 있다 3부 안타레스 괴강 1―영옥이 괴강 2―꽃바위 괴강 3―갯장어 숯불구이 돌담 괴강 4―구기자와 오미자 괴강 5―백중 한가운데서 만수 구혼을 하는 방식 1989, 비무장 지대 1907, 정미왜란 그날 신사임당 테베의 신전 꽃잎 붉게―기소불욕 물시어인 동화 동그랗게 날들이 가고 4부 알래스카 어린 왕자 라쇼몽, 그날의 외계인 만수 1―베르?窩凰? 제1차 세계대전 사과를 깎는 시간 라쇼몽, 그날의 외계인 만수 2―그들은 자기 묘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거미와 진동 동짓달 만수 동무 만수 의병일기 북항의 유예 동백 강강술래 강가에 정자가 있었다 월레 소잉카 섬초롱―소녀상 앞에서 그곳 작은 유리창을 눈에 대고 해설 / 시인의 품격만큼 과거와 현재를 사유하는 빛나는 여정 / 송병호 |
심상숙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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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가지 다녀가자
여우 발자국 돋아났다 덤불 속 어린 여우 죽은 새 한 마리를 물고 사투를 벌인다 어미 여우가 살아 고물거리는 쥐 한 마리를 물어다 준다 ---「시인의 말」중에서 어떤 매듭이든 실마리 하나 풀어 내면 전말이 보이는 법, 어긋나서 뒤틀린 맨 처음의 매듭부터 술술 피어나는 것 봄도 매듭들의 분분한 조약이다 ---「매화나무에는 고리가 있다」중에서 돌배나무 잎사귀 사이 해마다 자전과 공전 중인 열매가 맺혀 있다 잎맥의 무늬들, 계절을 새겨온 목간木簡이다 (…) 돋아난 잎사귀 그늘에서 나지막한 언덕이 넘실거리고 있다 돌배나무가 제 과실을 떨구는 건 어록을 내게 내어 주는 일이다 ---「돌배나무가 건넨 목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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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중심이 반듯한, 빈틈없이 틀을 짠 시적 자아는 결국 독자 안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참된 언어의 조탁(彫琢)이란 무의식적이고 선험적인 경험에서 보이지 않는 본질을 응시해야 하듯이 자연이라는 광대한 어떤 하나도 변하지 않는 세계는 우리의 삶 속에서 존재의 뒤틀림과 낯설게 하기로 시인의 시적 자아에서 ‘소리로 표시되는’ 시니피에(signifie)로 전환, ‘귀로 들을 수 있는’ 시니피앙(signifiant)으로 발화한다. 심상숙 시인은 이렇듯 선문답을 하듯, 이야기를 하듯, 때로는 근엄하게 단호하게 예측을 허물어 간다. 여전히 우주에 가득한 시인의 숲에서 환원되지 않은 말들이 딱 그만큼 독자들의 마음 한켠에 각인되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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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시간을 흡수해 피와 살을 얻는다. 그러므로 기억에 의해 한 편의 시가 쓰인다는 건 날것의 문장에게 생명을 입히는 것과 같다. 심상숙의 시편은 팩트인 과거가 시인의 정서에 들어서게 되면 어떻게 생동하는지를 보여 준다. 시인은 유년과 어머니, 역사의 기억 너머까지 자신의 감각을 보내 놓고 다시 한 번 시로 살게 한다. 이러한 시간적 왕래가 시집 전반에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그 안에서 고전적 어휘를 통한 우리말의 말결을 헤아리고 살핀다. 내면에서 넘실거리는 심상이 긴 호흡의 시편에 펼쳐진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시집은 쓰여 지는 것에 바쳐지지만, 시인은 그 바쳐진 세계에서 시적 유랑을 멈추지 않는다. 그 기록은 심상숙의 방식으로 계속될 것이다. - 윤성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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