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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 FIC-PICK

책소개

목차

배예람 〈수직의 사랑〉 7
이수현 〈여우 구슬은 없어〉 77
아밀 〈하나뿐인 춤〉 131
김수륜 〈누가 진짜 언니일까?〉 193
진산 〈협탐: 좁은 길의 꽃〉 265

작가의 말 331
프로듀서의 말 345

저자 소개 5

앤솔러지 『대스타』에 「스타 이즈 본」을 수록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사단법인 한국괴물관리협회』, 『살인을 시작하겠습니다』, 『좀비즈 어웨이』, 에세이 『소름이 돋는다』 등을 펴냈다. 느슨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를 쓰는 삶을 목표로 한다. 끔찍하고 잔인한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깊이 파고드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무섭고, 기괴하고, 피가 쏟아지고 내장이 너덜거리는 와중에도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무악의 손님」 역시 그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배예람의 다른 상품

SF작가이자 번역가다. 평생 상상문학을 사랑했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패러노말 마스터』로 제4회 한국판타지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으며 소설 작품으로 민속 코스믹호러 『외계 신장』과 도시 판타지 장편 『서울에 수호신이 있었을 때』 등을 썼으며, 『원하고 바라옵건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이웃집 슈퍼히어로』 등 앤솔로지에 참여했다. 창작자로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SF 판타지 작품들을 탁월하게 번역해 한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피버 드림』,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SF작가이자 번역가다. 평생 상상문학을 사랑했고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패러노말 마스터』로 제4회 한국판타지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으며 소설 작품으로 민속 코스믹호러 『외계 신장』과 도시 판타지 장편 『서울에 수호신이 있었을 때』 등을 썼으며, 『원하고 바라옵건대』,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이웃집 슈퍼히어로』 등 앤솔로지에 참여했다.

창작자로서 장르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SF 판타지 작품들을 탁월하게 번역해 한국어로 소개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피버 드림』, 『나는 입이 없다 그리고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 『살인해드립니다』, 『멋진 징조들』, 『대우주시대』,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의 『체체파리의 비법』, 코니 윌리스의 『양 목에 방울 달기』,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과 『블러드차일드』, 어슐러 르귄의 『빼앗긴 자들』과 『로캐넌의 세계』 등의 헤인 연대기와 서부해안 시리즈, 테리 프레쳇과 닐 게이먼의 『멋진 징조들』, 알렉산더 매컬 스미스의 『꿈꾸는 앵거스』와 『천국의 데이트』, A. M. 홈스의 『사물의 안전성』, 제프리 포드의 『유리 속의 소녀』와 『환상소설가의 조수』,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존 스칼지의 『작은 친구들의 행성』과 [노인의 전쟁] 3부작, 닐 게이먼의 그래픽노블 [샌드맨] 시리즈, 릭 라이어던의 [퍼시 잭슨과 올림포스의 신] 시리즈, [다이버전트] 시리즈, [얼음과 불의 노래] 시리즈 등이 있다.

이수현의 다른 상품

김지현 (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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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밀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 ‘아밀’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발표하고, ‘김지현’이라는 본명으로 영미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과 번역 사이, 현실과 환상 사이,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적인 담화를 만들고 확장하는 작가이고자 한다. 소설집 《로드킬》 《멜론은 어쩌다》, 장편소설 《너라는 이름의 숲》, 산문집 《생강빵과 진저브레드: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사랑, 편지》등을 썼다. 《로드킬》은 2025년 영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옮긴 책으로는 《그날 저녁의 불편함》 《흉가》 《캐서린 앤 포터》 《조반니의 방》 《사생아》 《이별할 땐 문어》 등이 있다.

김지현 (아밀)의 다른 상품

웹진 [거울]의 필진이다. 경기도 양평 한구석에서 고양이를 키우고 꽃을 가꾸며 소설을 쓴다. 앤솔러지 『이웃집 슈퍼히어로』에 단편 「소녀는 영웅을 선호한다」를, 환상문학웹진 [거울] 대표 중단편선 2 『누나 노릇』에 「모계유전」을 수록했다.
모모와 산책을 하다 주운 햄스터 키키(RIP), 크리스마스 이브에 구조한 리트리버 주주 등의 이력으로 혹시 진짜 직업은 드루이드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조했던 길고양이 새끼가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고양이 꼬리』를 발표하면서 동물무협을 쓰게 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94년 ‘하이텔 단편무협 공모전’을 통해 무협을 쓰기 시작했으며, 한국 창작 무협소설을 쓴 최초의 여성작가이기도 하다. 무협, 로맨스, 판타지, 게임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혹은 아우르며 진산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유려한 문장력, 예측이 불가능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모모와 산책을 하다 주운 햄스터 키키(RIP), 크리스마스 이브에 구조한 리트리버 주주 등의 이력으로 혹시 진짜 직업은 드루이드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구조했던 길고양이 새끼가 세상을 떠난 일을 계기로 『고양이 꼬리』를 발표하면서 동물무협을 쓰게 됐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1994년 ‘하이텔 단편무협 공모전’을 통해 무협을 쓰기 시작했으며, 한국 창작 무협소설을 쓴 최초의 여성작가이기도 하다.

무협, 로맨스, 판타지, 게임시나리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혹은 아우르며 진산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유려한 문장력, 예측이 불가능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통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협소설 『청산녹수』 『홍엽만리』 『대사형』, 『사천당문』 『더 이상 칼은 날지 않는다』, 『색마열전』, 『정과 검』, 『결전전야』, 『오디션』, 『리허설』, 『일곱 개의 숟가락』, 『진산무협단편집』, 『바리전쟁』, 로맨스 『가스라기』, 『커튼콜』, 판타지 『바리전쟁』 『테라의 전쟁』, 에세이집인 『마님 되는 법』 등을 썼다.

진산의 다른 상품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412g | 130*205*30mm
ISBN13
9791191193817

책 속으로

최하층에서 오고 가는 모든 대화는 무엇을 주제로 하고 있든, 네온사인을 손가락질하는 것으로 끝났다. 우린 3층에 있잖아. 제일 아래에 살잖아. 무엇도 기대할 수 없잖아. 하영은 그런 결말이 지겨웠다. 베개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가장 먼저 잡히는 편지 한 통을 꺼냈다. 잠들기 전, 베개 아래 숨겨져 있는 추억을 다시 맛보는 것은 하영의 오랜 습관이었다. 위층에서 온 마지막 편지. 하영은 변색된 종이 위에 새겨진 문장들을 손가락 끝으로 훑었다. 그렇게 하면 편지 너머의 상대에게 닿을 수 있기라도 할 것처럼.
---「수직의 사랑」중에서

“인간처럼 생긴 요괴가 왜 있을까 생각해 본 적 있느냐?”
은화가 휘적휘적 내젓는 손이 언뜻 반투명해 보였다.
“전설에는 요괴가 도를 닦으면 인간으로 변한다거나, 인간이 되고 싶어서 별짓을 다한다는 이야기들이 있지. 뭐라더라, 구미호였나? 사람이 되고 싶어서 사람 간을 빼 먹는다고? 하늘과 땅의 이치를 깨달아 놓고 그 능력으로 인간이 되려 한다고?”
소리 내어 웃지 않아도, 은화의 목소리와 표정에서 세상 다시없이 얼빠진 소리라는 경멸이 전해졌다.
“인간이 모든 생물 중에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야 그런 이야기를 당연히 받아들였을지 모르지. 하지만 너희는 현대인이니 한번 생각해 보렴. 왜 굳이 다른 존재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할까.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여우 구슬은 없어」중에서

남성용 정장을 입고 여자 춤을 추자. 처음 떠올렸던 아이디어는 그것이었다. 의상과 춤의 성별을 일부러 정반대로 해서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흩트리려는 의도였다. 원래는 드레스를 입고 남자 춤을 춰 줄 파트너도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졸업 무도회 무대에서 그런 과감한 시도를 해 줄 파트너를 찾는 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고민하던 카릴은 ‘그렇다면 파트너 없이 하지 뭐’라고 결정했고, 그러자 모든 것이 오히려 더 명쾌해졌다. 왜냐하면 노랫말 속에서 화자의 연인은 곁에 없었으니까. 그러니 카릴의 곁에 파트너가 없는 것은 노래의 의미에 고스란히 부합했다. 카릴은 드레스를 부여잡고 춤을 추며 연인의 빈자리를 그리워하고, 동시에 음악으로 말미암아 마치 연인과 함께 있는 것처럼 춤을 췄다. 그 역설을 춤으로 구현했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연인과의 춤.
---「하나뿐인 춤」중에서

여자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고 있었다. 이상하게 긴장되어서 목이 뻣뻣했다. 불편한 침묵이 흘렀다.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엄마가 찾으러 올 텐데. 등을 돌려 어머니를 찾는 짧은 순간 여자가 바짝 다가왔다. 긴 눈매에 대비되는 도톰한 입술이 너무 가까워서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틴트를 떨어뜨렸다.
“어머니를 막아.”
“네?”
전혀 생각도 못 했던 말에 목소리가 갈라졌다.
“양평에 오지 말라고.”
홍차색 눈동자가 나를 꿰뚫을 듯이 주시했다. 나도 모르게 변명하듯이 대답해 버렸다.
“엄마는… 내 말을 듣지 않아요.”
“최선을 다해 봐. 안 그러면 땅을 치고 후회할 테니까.”
여자는 바닥에서 틴트를 주워 내 손에 쥐여 주었다. 차가운 손가락이 손을 스쳤다.
“나는 경고했어.”
---「누가 진짜 언니일까?」중에서

사부의 말을 들으며, 그제야 사매의 말을 이해했다. ‘사저도 내 입장이 되면 이해할걸요’라던 말. 기대받는 입장이 되자 느껴지는, 목이 졸리는 것 같은 답답함. 평생 기대받는다는 상상조차 못 했던 나는,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공포에 질렸다. 나는 사매와 겨루고 싶지 않았다. 만에 하나 그 애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사부의 뒤를 잇고 싶지 않았다. 저 망나니 사제 녀석들이 나이 먹고 수염을 길러 강호의 명사입네 하고 위세 떠는 세상에서, 그들과 장단 맞춰 가며 무림의 어른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도망쳤다. 보름이 오기 전에 사문에 칼을 되돌려 드리고 산에서 내려왔다. 그 모든 일을, 사매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서. 작별 인사조차 남기지 않고 하산했다.

---「협탐: 좁은 길의 꽃」중에서

줄거리

〈수직의 사랑〉

오염된 땅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독가스로 인해 땅이 더는 안전한 장소가 아니게 된 근미래. 사람들은 땅을 떠나 건물 안으로 도망친다.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오염된 대지를 피해 건물 위층에 자리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부에 따라 사는 층이 구분된다. 최하층 시민인 ‘하영’은 유일한 이동 수단인 계단을 오르내리며 배달 일로 먹고 산다. 성인이 된 하영은 ‘혁명단’에 들어가게 되고, 전복을 꿈꾸며 최상층에 사는 국회의원의 딸을 납치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인질인 ‘상미’와 꼭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것만 같은데…….

〈여우 구슬은 없어〉

요괴 사냥꾼 ‘이선’은 연인인 ‘옌’과 함께 카멜레온 요괴를 처치하느라 지하에서 꼬박 일주일을 보내고 올라온 날, “요괴도 생명입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대형 전광판에 떠 있는 첫사랑 ‘여은화’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참지 못하고 은화를 보러 간 ‘이선’은 광신도 테리리스트에게서 ‘은화’를 구해내고, 그 일을 계기로 경호 일까지 맡게 된다. 연인을 배신한 죄책감에 시달리던 ‘이선’에게 ‘옌’은 ‘여은화’가 요괴라는 소문이 있다고 말하는데…….

〈하나뿐인 춤〉

모든 라뮈스 성인 아이들은 무성(無性)의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나, 함께 사고하고, 행동하고, 성장하며 자란다. 그러다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유전 형질이 달라지면서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다. 열다섯 살부터 이미 감관이 퇴화하며 여성기가 생겨난 쌍둥이 동기 릴카와 다르게,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카릴은 남자로 분화하지 못했다. 남자 파트 춤이 서툴러서 성인식이나 마찬가지인 졸업 무도회에서 함께 춤을 출 파트너를 찾지 못한 카릴은 모두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여자 파트 춤을 연습하는데…… 카릴은 졸업 무도회를 잘 치를 수 있을까?

〈누가 진짜 언니일까?〉

대학생인 ‘나’는 어머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와 함께 양평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양평 집에 간 첫날, 상견례 때 잠깐 봤던 새 언니가 자신의 진짜 새 언니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어머니를 막으라고, 양평에 오지 말라고 했던 여자는 그럼 누구지?’ 산 넘어 산이라고, ‘나’는 정원을 걷다가 ‘이 집에서 여자들이 계속 죽어 나간다’는 얘기까지 듣게 되는데…… 새아버지와 새 언니, 그리고 양평 집에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걸까?

〈협탐: 좁은 길의 꽃〉

검의 시대가 끝난 태평성대의 시대에, ‘나’는 불혹을 넘긴 나이의 혈혈단신 떠돌이 여자 무림인이다. 협을 찾는다는 미명 아래, 탐정 일을 하며 살고 있다. 말이 협탐이지 불륜의 뒷조사라든가 잃어버린 개나 고양이를 찾아 주는 청부가 주 일이다. 그런 ‘나’에게 어느 날 남편이자 천하제일인인 강호신제의 뒤를 조사해 달라는 무림천후의 의뢰가 들어온다. ‘나’를 ‘사저’라고 부르는 ‘천후’와 ‘천후’를 ‘사매’라고 부르는 ‘나’ 사이엔 과연 어떤 말 못 할 인연이 있는 걸까?

출판사 리뷰

다섯 가지 빛으로 읽는, 다섯 가지 여성 서사

소설이란 장르 안에서 여성 서사는 어디까지 뻗어갈 수 있을까? 여성이 창작하고, 여성 인물이 주인공인 것에 더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소설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에도 주목한다.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벡델 테스트’에 의하면 ‘첫째,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최소 두 사람이 나올 것’, ‘둘째, 이들이 서로 대화를 나눌 것’, ‘셋째, 해당 대화 소재나 주제가 남자 캐릭터에 관한 것이 아닐 것’이라는 세 가지 항목으로 성 평등 관점에서 영화를 평가한다고 한다. 혹시 소설에도 이런 테스트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안전가옥 옴니버스 픽션 시리즈 FIC-PICK의 다섯 번째 책 『우먼 인 스펙트럼』은 SF, 무협, 고딕스릴러, 판타지, 디스토피아라는 다섯 가지 장르를 통해 다섯 가지 여성-퀴어 이야기를 묶어낸 앤솔로지 소설집이다. 주체적이고 입체적인 여성 인물과 그들이 연대하며 나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기존 여성 서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매력적인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의 든든한 한 축이 되고 있는 배예람, 이수현, 아밀, 김수륜, 진산 작가가 각기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각자의 스타일대로 깊이 있게 그려 냈다.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연대에 관한 이야기

『우먼 인 스펙트럼』은 소설이란 장르 안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사랑하고, 동경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지지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없는 여성 서사를 읽는 재미는 언제나 남다르고 특별하다.

배예람 작가의 단편 〈수직의 사랑〉은 환경오염이 극심한 근미래의 세계를 배경으로, 상층민과 하층민으로 나뉜 채 혁명단과 인질로 만나게 되는 두 여성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설이다. 이야기의 중반부를 지나며 마침내 서로를 알아보고 기억해 낸 두 여성은 기쁨과 설렘, 그리움을 뒤로하고 당면한 죽음의 위기를 함께 극복해 간다. 이수현 작가의 단편 〈여우 구슬은 없어〉는 요괴 사냥꾼 ‘이선’과 요괴 ‘은화’의 기이한 인연을 보여준다. 세 여자의 아름답지만은 않은 사랑, 집착, 배신! 이 삼각관계는 과연 어떻게 끝날지? 아밀 작가의 단편 〈하나뿐인 춤〉은 졸업 무도회를 앞두고 남자 춤을 추는 걸 거부하는 카릴을 통해 성정체성의 혼란을 다룬다. 지구인이 아닌 다른 종족의 성을 통해 우리에게 익숙한 성적 고정관념을 뒤집어 보는 이 퀴어소설은 여성성의 범주가 어디까지인지 질문한다. 김수륜 작가의 단편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엄마의 재혼으로 새아버지의 집에서 살게 되면서 기이한 사건에 휘말리는 나의 이야기다. 새로운 가족인 의붓언니를 기대하며 집에 들어간 ‘나’는 서로 상대를 공격하는 언니들 사이에서 무서운 진실에 근접해간다. 진산 작가의 단편 〈협탐: 좁은 길의 꽃〉은 여성의 연대가 무엇보다 빛나는 소설이다.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나’와 사건을 의뢰한 ‘무림천후’의 엇갈린 인연을 통해, 우정 그 이상의 감정을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 낸다.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여성-퀴어 소설

모두에게 완벽한 이야기는 없듯이 『우먼 인 스펙트럼』 속 다섯 편의 소설도 누군가에겐 다소 아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퀴어들이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신의 성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이 책은 당당히 하고 있다. 당장은 부족할지 몰라도, 그런 세상을 만들기 위한 한 걸음으로서 이 이야기들은 특별하고 가치 있다. 누군가는 소설을 쓰는 행위로써, 또 누군가는 소설을 읽는 행위로써, 우리에게 필요한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걸 『우먼 인 스펙트럼』이 보여준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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