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시간, 모두들 씩씩한 목소리로 교과서를 읽고 있었다. 그때 똑똑, 교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 밖에는 통통한 여자 아이 하나가 하얀 강아지를 안고 서 있었다. 여자 아이는 새로 전학온 배꽃님이었다. 꽃님이는 하얀 강아지를 교문 앞에서 주워 왔다고 했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강아지는 바로 학교 앞 문방구 예삐네집 복실이였기 때문이다. 예삐네 할머니가 얼마나 복실이를 좋아하시는데… 나는 꽃님이에게 정말 못된 애라고 소리쳤다. 게다가 꽃님이는 복실이를 집에 돌아가라고 하면서 복도 바닥에 휘익 던져 버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런 꽃님이가 내 짝이 된 거다. 난 늘 개구쟁이 짓만 해서 여지껏 짝도 없이 혼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사마귀, 꽃돼지, 메주 덩어리, 뚱뚱보라고 서로 놀려 대며 싸우고 말았다. 난 꽃님이와 절대 말 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연 관찰 시간, 우리는 강둑에 나가 관찰 학습을 하였다. 곤충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려 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오분 만에 송충이를 쓱쓱 그리고 정신없이 뛰어 놀았다.
호르륵― 집합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에 반 아이들이 하나 둘 모였다. 그런데 꽃님이만 보이지 않는 거다. 다들 꽃님이를 찾아 나섰다. 얼마 안 있어 나무 위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꽃님이를 발견했다. 선생님은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셨다. 꽃님이는 스케치북에 아무 곤충도 그리지 않고 잠만 잤나 보다. 나는 내가 그린 송충이를 보여 주며 잘난 체를 했다.
결국 꽃님이와 옥신각신 싸우다 우연히 꽃님이 손톱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다.
나는 꽃님이의 두 손을 붙잡으며 손톱을 찬찬히 살펴 보았다. 빨강, 파랑, 분홍, 초록…… 꽃님이의 손톱에는 색색가지의 무당벌레가 그려져 있었다. 왼쪽 새끼 손톱만 빼고…… 꽃님이는 관찰한 곤충을 스케치북 대신에 자기 손톱에 그린 것이었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꽃님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나는 꽃님이에게 왼손 새끼 손톱에는 왜 무당벌레가 없는지 물어 보았다. 꽃님이는 날아가 버렸다며 배시시 웃었다. 웃는 모습이 어쩐지 귀여워 보였다. 꽃님이가 어떤 무당벌레가 가장 마음에 드냐고 물어 보길래 나는 날아가 버린 새끼 손톱의 무당벌레를 가리켰다. “그럼, 너 가져.” 꽃님이가 왼손을 내밀었다.
꽃님이랑 나는 방긋 웃으며 손을 마주 잡고서, 하나 둘 발맞춰 아이들을 뒤쫓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