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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외전(外傳)
조현석
bookin(북인) 2023.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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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책소개

목차

1부

내가 봤다 · 13
알타미라 벽화처럼 · 14
오리무중 · 15
부석사 · 16
운주사 · 18
차마고도 · 19
차마고도 외전(外傳) · 20
물방울석 · 22
빛나는 경계 · 23
귓속의 바다 · 24
나무의 새벽 · 26
상현(上弦) · 27
개기일식 · 28
초승달의 위로 · 29
산책 · 30

2부

궁상각치우 · 33
붉은 편지 · 34
동백의 침묵 · 35
파르르 연두 · 36
우수(雨水) · 37
봄의 옆얼굴 · 38
구름의 독설 · 39
즐거운 횡포 · 40
춘경(春經) · 41
오월 · 42
불꽃 · 44
나비의 내통(內通) · 45
향기 만 리 · 46
아주 짧게 찰랑 · 47
관상점사(觀相占辭) · 48

3부

갈대의 자세 · 53
모래시계 · 54
뚝 · 55
휴일의 구름 · 56
안녕(安寧) · 57
모과의 11월 · 58
치명(治命) · 59
보름날 · 60
11월 11일 · 61
영하 1도와 0도 사이 · 62
침묵의 기억 · 63
첼로 듣는 아침 · 64
불볕독서 · 65
크리스마스 악몽 · 66
동짓날 금요일 · 68

4부

흑백사진 · 71
왕십리 · 72
마지막 학기 · 74
센베 과자 · 76
백발 민들레 · 77
설렁탕 한 그릇 · 78
곁 · 80
끝나지 않을 노래 · 81
못된 소 · 82
주렁주렁 아카시아 · 84
조용하게 한마디 · 85
마음으로 보라 · 86
손가락 끝 · 88
낙타 문답(問答) · 89
59분 59초 · 90

해설 에드바르트 뭉크의 ‘귀거래사’/ 김남호 · 91

저자 소개 1

196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로 등단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단행본 기획과 편집을 맡아 일했으며 중앙일보사 출판국의 계간지 『문예중앙』과 시사월간지 『월간중앙』에서 근무했다. 이후 경향신문 편집국으로 옮겨간 뒤 섹션 <매거진X> 취재기자를 끝으로 2001년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시집으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도서출판 청하, 1992년), 『불법,…체류자』(문학세계사, 1995년), 『울다, 염소』(현대시, 2009년), 『검
1963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와 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로 등단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단행본 기획과 편집을 맡아 일했으며 중앙일보사 출판국의 계간지 『문예중앙』과 시사월간지 『월간중앙』에서 근무했다. 이후 경향신문 편집국으로 옮겨간 뒤 섹션 <매거진X> 취재기자를 끝으로 2001년 직장생활을 정리했다. 시집으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도서출판 청하, 1992년), 『불법,…체류자』(문학세계사, 1995년), 『울다, 염소』(현대시, 2009년), 『검은 눈 자작나무』(문학수첩, 2018년) 등 네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현재 도서출판 북인(Bookin) 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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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28*210*20mm
ISBN13
9791165121518

책 속으로

그렇구나, 걸을수록 멀어지고
오를수록 오늘의 끝으로 다가가는
깎아지른 빌딩의 그림자 꼿꼿한 도시
자신을 되비치는 유리창 벽들 빛나고
또 빛나는 길이 시작하고 끝나는
인도 앞과 뒤와 옆, 또 그 앞과 뒤와 옆
그 어디고 천 길 낭떠러지로 이어지니
무작정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한다
뒤를 돌아보는 후회 따위는 남기지 말고

아하, 추락은 가능해도
상승이나 횡단과 추월은 허용되지 않는
어떤 것도 그림자 남기지 못하는
금빛 햇살이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바람마저 툭툭 끊겨 가쁜 숨소리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도시 한복판

백척간두, 아찔한 빌딩 꼭대기
발가락 닳고 짓물러 뭉개지기 전에
도착한 어느 곳
그저 삼보일배 고행을 강요하는데
걸음은 결코 더디어지지 않는다
벼랑이다 걸을수록 기어갈수록
멀어진 세상과 가까워지는
허공에 발 딛듯 안전하게 걸어야 한다
---「차마고도 외전(外傳)」중에서

살포시 실바람이 타는 천 갈래 구름의 현악(絃樂)
봄볕 좋은 물가에 앉아 귀에 고이는 소리 담는 게지

소리는 발가락을 적시고 무릎으로 허벅지로 굽은 등 짚고 척추 따라 정수리 거쳐 지그시 감은 눈동자 속으로 차가운 심장 한가운데 맴돌고 맴돌아 다시 목뼈 타고 백회혈 뚫고 더욱더 위로 오르고 올라서 동토(凍土)가 품었던 햇살의 추억에 닿지 그 하늘 끝에 되돌려놓는 게지 자잘하고 소소한 파문 무궁무진의 허공 뒤덮는 게지

파르르 파르르
흐르고 오래 흘러서 오래도록 길게
갓 피운 연두의 여운, 결코 멈추지 않는 게지
---「파르르 연두」중에서

며칠 전부터 듣기 시작한 비가 긋지 않네
늦은 밤부터 이른 낮까지 퍼붓는 빗줄기가 천지에 후줄근하네
흠뻑 젖은 삭신 몽롱몽롱 구름 속을 걷듯 헤매네

낮은 곳, 깊이를 모르는 곳
어두운 곳, 꽃향기 더러운 곳
그 어디에 떨어져도
소리를 울려 침묵이 되는

새벽 동트기 시작한, 딱 한순간 하늘이 맑게 개네
아직도 떨어지다 만 빗방울 몇 개 어디선가 떨어지네
갈증 길고 길어 메말랐던 목청마저 감미로워지네

---「궁상각치우」중에서

출판사 리뷰

‘자연’으로 돌아온 도시의 적자(嫡子) 조현석 시집 『차마고도 외전(外傳)』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 「에드바르트 뭉크의 꿈꾸는 겨울스케치」로 등단했던 조현석 시인이 시단 데뷔 35년 만에 다섯 번째 시집 『차마고도 외전(外傳)』을 현대시세계 시인선 151번으로 출간했다.

조현석의 시가 마침내 ‘자연’으로 돌아왔다. 도시의 적자(嫡子)였던 그의 시를 두고 ‘자연으로 돌아왔다’고 표현한 건 출발지로 회귀했다는 뜻이 아니라 서정시의 근원으로 회귀했다는 뜻이다. “도시의 외곽 마르고 검게 병든 나무들 사이/ 흔들거리는 신호등 ― 빨강, 파랑, 초록의 불/ 모두 켜져 나올 곳을 찾지 못하고/ 맴돌다, 주저앉고 말았다”(「벽에게 묻다」, 제1시집, 1992년)던 30여 년 전의 그의 시는 “살포시 실바람이 타는 천 갈래 구름의 현악(絃樂)/ 봄볕 좋은 물가에 앉아 귀에 고이는 소리 담는 게지”(「파르르 연두」)라고 노래할 만큼 변했다.

조현석의 시가 변했다. “현란하면서도 매끈하게 펼쳐지는 수사와 장식적인 이미지들, 세련된 감상성, 여성성”으로 무장한 채 “도시적 서정”(성민엽 문학평론가)을 유감없이 드러냈던 첫 시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불법체류자의 불안”(최인자 문학평론가)에 시적 자아를 기꺼이 투사했던 두 번째 시집, 시의 제목을 모두 “∼다”로 끝나는 서술형으로 통일하여 “내면의 고통과 우울”(이재훈 시인)을 끝까지 밀어붙였던 세 번째 시집, “실존적 결핍에서 비롯되는 갈증”으로 “견고한 고독의 세계”(고봉준 문학평론가)를 노래했던 네 번째 시집에 이르기까지 그의 시를 관통하는 정서는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불안과 절망이었다. 물론 이번 시집에서도 그 정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확연하게 줄어들었고, 그 자리를 ‘자연’의 발견(1부),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한과 성찰(2, 3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4부) 등이 대신하고 있다.

표제시 「차마고도 외전(外傳)」과 「차마고도」의 주인공들이 그랬듯이 이제 그는 그의 슬픔과 아픔과 절망을 미화하지도 과장하지도 않는다. 도통했다는 말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만큼 ‘내공’이 쌓였다는 말이다. 이번 시집에서는 오랫동안 그의 시의 전매특허처럼 여겨졌던 “현란하면서도 매끈하게 펼쳐지는 수사와 장식적인 이미지들”(제1시집 해설, 1992년)이 많이 사라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조현석의 시가 ‘도시적 서정’에서 ‘전통적 서정’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라 시의 형식도 눈에 띄게 단아해졌다. 시세계가 변하다보니 시형식도 변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의 이런 변화를 바라보는 주위의 평가는 갈릴 수 있다. 미학적 퇴행으로 받아들이는 비판적 시각도 있을 것이고, 인간적 성숙으로 받아들이는 옹호의 시선도 있을 것이다. 결국 시를 주목해서 보느냐, 시인을 주목해서 보느냐의 차이일 테다. 전자를 두고 ‘애정 없는 비판’이라고 몰아붙인다면 그들은 후자를 향해 ‘비판 없는 애정’이라고 맞받아칠 것이다.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비판의 치열함보다는 옹호의 공감 쪽에 설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시란 ‘잘 표현된 아픔’이라고 믿으니까. 시인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나 이해 없이 어찌 그 시인의 시를 평가하겠는가.

추천평

서울 촌놈 조현석은 아직도 서울에서 불법체류 중이다. 아무도 그에게 고통에 대해 알려주지 않았으므로, 그는 고통이 고통인 줄도 모른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고통의 근원에는 “퇴색한”, “갑갑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가족의 부재가 자리잡고 있다. 소식이 오리무중이었던 남동생, “부처님 오신 뒷날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와 감악산 아래 ‘요양병원 침대에 누워 말라가는 아버지’마저 돌아가신 후 그는 천애 고아가 되었다. 여간해선 가족사를 드러내지 않던 그가 이번 시집에선 내밀한 가족사를 덤덤하게 풀어놓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왕십리 집에서 홀로 살다가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죄송스러운 마음이 곳곳에 배어 있다. 하지만 그는 괴로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는 대신 안으로 더 단단해진다. 삶은 찰나이고, 괴로운 것이다. 괴로움과 고통은 살아 있기에 생겨나고, 집착과 탐욕을 버리면 인생은 즐거워진다. 그가 가끔 절을 찾아 합장하고, 만인 앞에서 웃을 수 있는 이유다. “낙타가 사막을/ 길 안 잃고 가는 건/ 울음을 따라가기 때문”이고, “그 낙타 울음소리 어디서든 들리는 듯”하기에 불법체류자 조현석은 오늘도 고통을 시로 승화시킨다. -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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