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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 전혜진 러브, 페어드 양제열 Scene of the sea 김효인 끝의 이야기 오정연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 김준녕 01000100 이정하 |
全慧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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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신 어른들은 말한다. 진짜 세계는 노바에 문두스 안에 없다고. 피와 살로 이루어진 리얼 월드에서의 삶만이 진짜라고. 그 증거로 학자들이나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자기 아이들에게 리얼 월드에서의 삶을 가르친다고. 학교에서 엔트리 디바이스를 나누어 주고, 열 살밖에 안 된 아이들을 가짜 세계로 몰아넣는 것은 아동 학대라고.
---「전혜진,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중에서 하지만 노바에 문두스에서는 달랐다. 그들은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들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사랑받았다. 우리는 존중받았다. 노바에 문두스에서 우리는 노력한 만큼 무언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것은 우리들의 리얼 월드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전혜진,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중에서 노바에 문두스의 세계에는 가난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이곳에서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외국어 단어를 많이 알아야 통과할 수 있는 던전에 들어가 아이템을 조달했다. 그 아이템으로 옷을 차려입고, 책을 사서 읽었다. 리얼 월드에서는 하지 못하는 공부를 이곳에서 다하고, 대학 입학시험 준비를 했다. 누군가는 이곳에서 의상을 디자인하거나 영상을 찍고, 그 수입으로 리얼 월드에서의 자기 자신을 부양했다. ---「전혜진,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중에서 그날, 우리 모두 처음으로 서로를 리얼 월드에서 만났다. ---「전혜진,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중에서 남편은 언어를 시대에 뒤떨어진, 비효율적이며 부정확한 도구라고 생각했다. 남편의 주장은 이랬다. ‘널 사랑해’라는 언어적 표현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어조를 싣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띈다. 그리고 우리는 생각보다 자주 상대방의 표정과 어조를 읽는 데 실패한다. 반면 감정 동조 장치를 사용하면 절대 오해가 생길 일이 없다. 반면 언어학자로서 언어에 대한 나의 믿음은 확고했다. 어쩌면 데이비드에 대한 사랑보다 굳건했는지도 모른다. 우리 인류는 남편의 금속 모자 없이도 지금까지 언어를 충분히 잘 사용하지 않았나? ---「양제열, 러브, 페어드」중에서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세요. 엄마는 언어학자잖아요! 거기엔 상대방을 향한 갈망이 사랑의 정의로 나와 있지, 상대를 향한 질투심과 독점하고 싶은 마음은 나와 있지 않아요. 엄마, 제발 사랑의 정의를 보세요. 정의되지 않은 것을 보지 마시고요!” ---「양제열, 러브, 페어드」중에서 불행한 기억은 더 이상 누군가의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잊고 앞으로 향해 나아가며 좋은 기억을 끌어안으면 그뿐이었다. ---「김효인, Scene of the sea」중에서 메리는 심해의 발광하는 것들을 저장한다. (…) 그 외에는 무언가를 특별히 저장하지도 삭제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게 두었다. ---「김효인, Scene of the sea」중에서 인간 세계에만 존재하는 나쁜 것들은 우주에 존재하는 항성의 수만큼 많고 많지만, 그중 으뜸은 ‘소유’가 아닐까. 지극히 최근에 태어나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자리 잡은 이 개념을, 인간 들은 땅과 하늘과 돌멩이와 꽃과 나무는 물론 움직이는 동물과 인간 자신에 이르기까지 적용한 뒤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여겼다. 인간이 겪는 문제의 대부분이 이를 둘러싸고 발생한다. ---「오정연, 끝의 이야기」중에서 하나가 웃자 뺨 한복판 광대뼈 부근에서 깊은 우물처럼 패였다. 서늘한 저녁이 쌀쌀한 밤으로 이어지기 전에 보금자리로 돌아가 하나와 함께 누울 생각에 도도는 기뻤다. 살아 있는 한, 인 간의 육체는 따뜻할 테니까. 그러니까 웃으며 인사할 수 있다. ---「오정연, 끝의 이야기」중에서 “정말요? 그럼 당신은, 외계 생명체가 있는 덴 어떤 곳이길 바라요?” 최가 모니터에서 완전히 고개를 돌려 말했다. “이왕이면,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었으면 해요. 여기는 그 반대거든요. 그렇다고 피클이 맛있는 건 또 아니라서.” ---「김준녕,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중에서 최는 희와 함께 그녀의 집으로 가는 순간이 꼭 외계 생명체를 찾아 떠난 우주여행과 같다고 생각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누군가와 대화하기 위해 무거운 짐을 챙겼고, 교통 규칙이 없는 우주처럼 서울 택시는 올림픽대로를 사방으로 가로지르며 중력 가속도를 충분히 느끼게 했다. 가본 적 없는 의정부 쪽으로 그는 가고 있었다. 멀리 연구실에서는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좌푯값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있었다. ---「김준녕,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중에서 소연은 장례식 내내 울지 않았다. 그녀의 남편인 영우는 얼마 전 시한부 선고를 받고, LDL 시스템 속에서 꿈 같은 삶을, 아니, 실제 삶 같은 꿈을 꾼 후 임종했다. 시스템 속에선 최대 3일간 머무를 수 있었고, 그 짧은 기간 동안 영우가 남긴 꿈속의 삶은 대략 316일, 정확히는 315일 하고도 9시간 23분 51초였다. 소연 은 사흘간의 장례 후, 그 꿈이 담긴 접속기를 건네받았다. 우스웠다. 장례 기간 내내 설레기까지 했었다. 남편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이정하, 01000100」중에서 소연은 도망치듯 꿈에서 깼다. 한동안 현실의 방구석에 웅크 리고 있었다. 구석이 필요했다. 남편에 대한 믿을 만한 구석이. 어쩌면 모든 건 오해일지도 몰랐다. 다시 기기에 접속했다. 가 급적 지켜주고 싶었던 영우의 사생활들을 구석구석 야금야금 들여다보기로 했다. ---「이정하, 01000100」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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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 무한히 변신할
‘시네마틱 노블’ 시리즈 마음과 마음이 합쳐져 제곱을 만드는 사랑에 대한 여섯편의 SF 로맨스 아이작 아시모프가 SF의 정의를 “SF란 과학기술의 발달에 대한 인간의 반응을 서술하는 장르”라고 정의한 바에 따르면, ‘사랑’을 테마로 한 이번 앤솔러지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감정이 발달된 과학 기술과 엮였을 때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지에 주목한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에서 만날 여섯 편의 작품들을 통해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 감정을 즉각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 등으로 새로운 관계 맺기가 가능해진 근미래에서 변하는 것은 무엇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를 살피다 보면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의 근원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사랑은 양가적인 감정이다. 사랑은 현자를 어리석게 만들기도 하고, 겁쟁이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며,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끔 원동력을 주었다가 반대로 더 못난 사람으로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의 힘이 강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강력한 감정이 SF라는 장르를 만났을 때 과연 어떤 울림을 우리에게 남길지는 직접 확인해 보자. ‘SF’를 제곱으로 만드는 로맨스이자 ‘로맨스’를 제곱으로 만드는 SF 우리는 현재 뇌 과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이제 ‘사랑’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이 가능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도파민과 세르토닌, 옥시토신, 엔돌핀 등등 이제는 친숙해진 몇몇 호르몬들의 이름과 효과는 이제 익숙하다. 사랑에 대해 과학적인 정의를 내린다면,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작용하는 화학적 신경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보며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이나 두근거림 같은 것들, 사랑에 빠졌을 때 나타나는 수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은 모두 호르몬 때문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분석이 발표되더라도 결국 설명하지 못하는 질문이 남는다. 바로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라는 물음이다. 사랑에 빠진 나에게서 이런저런 호르몬들이 분비되고, 그 호르몬이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호르몬들이 왜 하필 특정한 누군가와 있는 순간에 발산되는지는 사랑에 빠진 당사자만이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의 미스터리함은 바로 그 당사자도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그 부분을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오직 문학일지 모른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는 SF에 로맨스를 조미료처럼 뿌린 것도 아니고, 로맨스를 SF라는 그릇에 담은 것도 아니다. SF와 로맨스를 곱해서 만든 ‘거듭제곱’과 같은 여섯 편의 이야기를 모았다. 이 이야기들은 마치 새의 양 날개가 날갯짓하듯 우리를 더 먼 차원으로 데려간다. 전혜진 작가의 「처음으로 안녕, 마지막 안녕」은 ‘가상 현실 게임’에서 착안해 온라인에서 게임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는 새로운 교육 기관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단순히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온라인 게임처럼 하나의 방대한 세계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양제열 작가의 「러브, 페어드」는 서로의 감정을 동기화해 느낄 수 있는 ‘감정 동조 장치’라는 새로운 기술을 설득력 있게 서술한다. 이 장치만 있다면 상대가 과연 나를 사랑하는지 불안에 빠질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올바른 사랑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김효인 작가의 「Scene of the sea」는 발달된 과학 기술이 인간의 기억에 끼치는 영향을 사랑스럽게 그린 작품이다. 뇌와 함께 연동되는 기억 보조 장치를 통해 무엇을 기억할지, 기억하지 않을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계에서 아무것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 여자 메리가 소중하게 자신만의 기억을 간직하는 남자 조와 만난다. 기억 보조 장치 ‘씬’, 해저 도시 ‘덤’ 등 귀여우면서도 통통 튀는 독특한 SF적 장치들이 매력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오정연 작가의 「끝의 이야기」는 동식물이 멸종해 가는 지금의 지구 환경을 배경으로 초월적인 존재와 한 인간의 사랑을 애틋하게 직조해 나간다. 시간을 초월한 존재들의 눈으로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사랑의 불가항력을 절묘하게 포착해낸 작품이기도 하다. 김준녕 작가의 「피클보다 스파게티가 맛있는 천국」은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 중 지금 우리 현재의 모습과 가장 밀접하다.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는 남자와 지금 당장 눈앞에서 펼쳐진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여자는 도무지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처지이다. 하지만 자석의 N극과 S극이 끌리는 것처럼 사랑은 ‘나’와는 정반대인 그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질 때 가장 강력한 인력을 발휘하는 법이다. 이정하 작가의 「01000100」은 죽음이 갈라놓은 사랑을 과학이 오작교가 되어 다시 만나게끔 마법을 부린다. 이미 하늘로 떠나보낸 사람이 죽기 전 꾼 긴 꿈에 접속해 그 사람과 다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은 과연 축복일까 저주일까? 그 답은 직접 읽은 독자만이 판단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에 수록된 여섯 편의 작품은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사랑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사랑과 기침은 숨길 수 없는 것처럼, 뛰어난 작품도 감출 수 없는 법이다. 『사랑이 제곱이 되었다』는 ‘제곱’으로 독자를 만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