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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_007
후편 _143 부록 나쓰메 선생과 나 _215 해설 | 아껴 먹는 마음으로 _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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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먹어도 맛있어하지 않는 나를 위해 이모는 특유의 말재간으로 음식에 맛을 더해주었다. 대합 무침은 예쁜 조개가 용궁의 공주님 앞으로 혀를 빼고 기어 온다는 이야기가 좋았고, 죽순은 맹종의 효도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좋았다.
--- p.37 가끔씩 어리광을 부리며 내가 직접 젓가락을 들지 않으면 이모는 채색된 작은 밥공기를 내 입에 살짝 갖다 대며, “새끼 참새야, 새끼 참새야. 아 해봐.” 하고 떠먹여주었다. --- p.38 언제나 이렇게 어린아이처럼 경탄하며 주변 사물을 바라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많은 것에 익숙해지면서 그것이 그저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며 지나치기 마련이지만, 생각해보면 매년 봄마다 새싹을 틔우는 나무도 해마다 새삼 우리를 놀라게 하기 마땅하며,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 작은 누에고치에 감싸인 약간의 진실마저도 알지 못하는 것일 테니. --- p.172 우리는 각각의 계절마다 열매가 열리는 나무를 찾아 작은 새처럼 돌아다닌다. --- p.184 가장 기대되는 건 밤송이였다. 한 사람은 대나무 장대를 들고, 또 한 사람은 소쿠리를 안고서 매의 눈으로 무덤가를 걷는다. 반짝반짝 이슬이 맺힐 만큼 도톰한 녀석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란. 장대 끝으로 툭툭 치면 밤송이가 통통 흔들리며 대단히 맛있을 것 같은 기운이 샘솟는다. 그때 와락 한 방 친다. 우수수 떨어진다. 냉큼 가서 주워 담는다. 세 개 중 하나는 시험 삼아 먹어치운다. --- p.184 만찬 식탁에는 순백의 보자기가 깔려 있고, 할머니는 옆에, 누나와 나는 맞은편에 앉았다. 수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 p.210 손수 만든 새하얀 두부 표면에 접시의 푸른 무늬가 스며들듯 보였다. 누님은 유자를 강판에 갈아주었다. 연둣빛 가루를 홀홀 뿌려 녹아드는 것을 훅 하고 쓰유에 담뿍 적시자 진한 새우 빛이 사르르 돈다. 그것을 가만히 혀에 얹는다. 은은한 유자 향, 다부진 간장 맛, 차고 매끈한 촉감이 느껴진다. 그것을 입에 넣고 두세 번 굴리는 사이에 희미한 녹말의 맛을 남기고 녹아버린다. --- p.210∼2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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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고 먹이는 사람이 줄 수 있는 사랑의 풍미
맑은 영혼으로 유년을 돌아보다 주인공은 “날 때부터 허약 체질인 데다 운동 부족으로 소화불량에” 시달렸다. 마치 “여왕벌처럼 먹을 것을 입안에 떠밀어주기 전에는” 밥을 먹어야 한다는 걸 잊고 살았기에 “이모를 부단히도 힘들게” 한다. 주인공의 이모는 “뭘 먹어도 맛있어하지 않는” 주인공을 위해 말재간을 발휘해 음식을 먹이는데, 이모가 어린 주인공을 돌보며 밥을 먹이는 장면은 아름다운 문장들로 가득 차 있다. “대합 무침은 예쁜 조개가 용궁의 공주님 앞으로 혀를 빼고 기어 온다”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먹였고, 주인공이 어리광을 부리며 젓가락을 들지 않으면 “채색된 작은 밥공기”를 입에 살짝 갖다 대고 “새끼 참새야, 새끼 참새야. 아 해봐”라고 하면서 떠먹여준다. 잘 성장한 주인공이 오랜만에 이모를 만나러 가는 날. 많이 늙고 눈도 어두워진 이모는 주인공을 퍼뜩 알아보지 못한다. 그러다가 “이모가 환영의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생각할 여유도 없이 생선 가게로 달려가 거기 있던 가자미를 있는 대로 다” 쓸어 와 “불 위에 올려둔 냄비 속에서 김이 모락모락 솟는 익힌 가자미”를 내온다. 주인공은 더 필요 없다고 말하며 가자미를 잘라주려 하는 이모를 막지만, 이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이모의 사랑인 걸 알고는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마음”으로 가자미를 배부르게 먹는다. 서로를 향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음식에 대한 묘사도 탁월하다. 사탕을 조금씩 빨아 먹으면 나오는 “사람 얼굴이 녹아 울거나 웃”는 모습. 손수 만든 새하얀 두부 표면에 “연둣빛 가루를 홀홀 뿌려 녹아드는 것을 훅 하고 쓰유에 담뿍” 적셔서 “다부진 간장”의 맛과 “차고 매끈한 촉감”을 느끼며 먹는 장면을 읽으면 당장이라도 어떤 음식인지 찾아보지 않을 수 없다. 음식은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은수저』 말미에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떠나보낸 인연에 대한 아쉬움과 그리움에 “도담하게 잘크라진 물복숭아”를 손바닥으로 가만히 감싼 채 입술에 한참을 대고 있으면서 “농밀한 표면을 뚫고 새어 나오는 달콤한 향을 맡으며” 눈물을 흘린다. 언제나 “어린아이처럼 경탄하며 주변 사물을” 바라보고 싶다는 주인공의 고백처럼 『은수저』에는 함께 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다시금 곱씹으며 기억하는 한 시절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으며, 독자가 경험하지 않았던 것을 경험하게 하고, 나아가 이를 그리워하게 하는 힘이 있다. 책에 나오는 음식, 추억, 놀이는 주인공의 개인적인 경험처럼 보이지만, 독자는 어느새 ‘영혼이 맑은 주인공의 시선’을 잠깐 빌려 자신의 유년을 채색하게 된다. 유년이 생생하든, 기억나지 않든,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더라도 『은수저』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유년’이 있다는 것. 이것이 『은수저』가 100여 년의 세월을 견뎌 지금까지 사랑받는 작품인 이유일 것이다. 간스케보다 『은수저』를 더 사랑했던 나쓰메 소세키와의 인연 둘의 인연은 도쿄 제국대학 영문과 시절 간스케가 소세키의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된다. 간스케는 졸업한 후에도 소세키의 집에 자주 방문했지만, 자신의 성격상 원하는 만큼 소세키와 가깝게 지내지는 못했으며 꽤 서먹서먹했다고 한다. 소세키는 『은수저』를 일본 문학 사상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라고 극찬했고 『아사히 신문』에서 연재할 수 있도록 추천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소세키가 평가에 박하다는 것을 떠올려본다면 이례적인 극찬이 아닐 수 없다. 간스케는 『은수저』 ‘전편’을 연재한 이듬해 여름 ‘후편’을 써서 소세키에게 보내는데, 존경한다는 내용이 담긴 편지까지 받는다. 소세키가 죽고, 추모 잡지에 간스케가 실었던 〈나쓰메 선생과 나〉를 살펴보면 소세키가 얼마나 『은수저』를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소세키는 작품에 대한 몇 가지 비평을 해주었을 뿐 아니라 “『은수저』를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 홀로 변호”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자신이 서문을 써도 좋으니 『은수저』를 책으로 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간스케는 “어쩌면 선생은 나보다 『은수저』를 더 사랑했는지도 모른”다고 적었는데, 100여 년이 흘러 이와나미 서점 100주년 기념 ‘내 인생의 문고본’ 설문 조사에서 『은수저』가 3위에 오른 것을 보면 소세키의 작품 감식안이 탁월했음을 알 수 있다. 천천히 읽기, 깊이 읽기 슬로 리딩의 대표 도서 『은수저』 1950년 일본 고베시의 한 중학교에서 국어를 담당했던 하시모토 다케시 선생님은 『은수저』에 나오는 역사적인 사건, 장난감, 놀이, 노래에 대해 묻는 편지를 당시 예순다섯 살이었던 간스케에게 보낸다. 다케시 선생님은 정성스러운 답변을 받는데 이를 토대로 만든 수업 방식이 3년 내내 『은수저』 한 권을 아주 천천히, 깊게 읽는 슬로 리딩이다. 작품 속에 역사적인 사건이나 재미있어 보이는 장면이 나오면 그것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흔히 ‘경험하는 독서법’으로 알려져 있다. 연 날리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연을 만들어 날렸고, 오늘날 사용하는 단어들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이 수업은 하시모토 선생님이 퇴직할 때까지 30년 동안 이어졌는데 평범한 공립학교가 도쿄대 합격률 전국 1위를 기록하며 이 수업이 알려졌고, 이후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금방 배워서 써먹는 것은 금방 잊어 결국 써먹지 못한다’라는 것이 하시모토 선생님의 지론이었다고 한다. 한 권의 책에서 파생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차리는 태도는 어쩐지 『은수저』의 주인공이 자신의 유년을 대하는, 허투루 대하는 기억 없이 하나하나 정성껏 입안에서 굴려보는 태도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