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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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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1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 『백치의 산수』 『그리고 나는 눈먼 자가 되었다』 『커다란 하양으로』가 있다. 시로여는세상작품상, 현대시작품상, 김현문학패 등을 수상했다. 프로젝트 록밴드 ‘엘리펀트 슬리브’ 보컬로 〈맴도는 나무〉라는 전무후무 저주받은 앨범을 냈다. 〈제네시스〉 등 4편의 연극에 배우로 출연했다. 장차 그림 유망자(?)가 되거나 무대를 불사르는 노인 말고 할 게 없는 철없는 중년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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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1996년 12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128*205*20mm
ISBN13
9788932008653

책 속으로

배우는 퇴장할 줄 모르고

이제, 세상은 충분히 낯설어져 있다.

배우인 나는 한 번도 죽어보지 않았기에 무대가 곧 나의 무덤임을안다. 나의 대본은 없다 나는 나를 펼쳐보고 모방할 뿐이다 조명이 입을 다문 침묵과 어둠의 한 귀퉁이, 나의 연기는 웅크림에서 출발한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을 걸지 못한다 하얗고 단단한 이빨로 팝콘을 씹으며 객석에 엉덩이를 내려놓을 뿐이다 조명이 입을 열어 싯누런 무대 위에 나를 뱉어낸다.......

--- p.72

- 미국 배우 조니 뎁의 사진을 보고 있다가 불현듯, 그가 내 멍한 눈동자를 뚫고 내 몸에 들어와, 내 입을 빌려서 하는 말이……
살아 있는 거죠
시뻘겋게 닳아 있군요
누군가 나 아닌 다른 것들이
내 손을 빼앗아 이상한 말을 지껄여요
그때마다 가슴팍을 열고
굉장한 새떼들이 움직이는 게 들려요
살아 있는 것 같지 않은데
누군가 나 아닌 다른 걸 빌려 입고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아요
목이 길고 몸통이 넓적한 그를
나는 그저 '너'라고만 불러요
'너'의 가느다란 혈관을 새들이 디디고
지날 적마다 그들이 죽어요
누군지 모를 내가
'너'의 혈관을 만지작거리던 손을 풀어
숱한 새들의 날개를 뜯어먹어요
살고 싶지 않은데
누군가 나 아닌 다른 것들 때문에
내가 사는 것 같아요
정말 사는 것처럼
나도 '너'를 흉내내어 울어보죠
피투성이 다섯 손가락 끝에서
죽은 새들이 그 힘줄만으로
날아오르고
큼직한 죽음의 길 한끝으로
시커멓게 그을은 달이 떠오르고 있어요
살아서는 한번도 보지 못한
진짜 내 얼굴이 떠오르고 있어요

--- pp.5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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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범 선수를 보면 김경주 시인이 생각난다” - 『콤마, 씨』 강정ㆍ허남준
    201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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