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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창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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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 4

1부

꽃비·14
오월·16
꽃그늘·17
허수아비·18
벚꽃·20
귀동냥·21
모자(母子)의 꽃·22
바다의 일·23
이른 낙화·24
강·25
폭풍 전야·26
하늘 날던 가을 기억·27
모래성·30

2부

입관·32
애완인·34
준희 엄마·36
울 이모·38
장마·40
쓰고 싶었던 반성문·42
첫 마음·44
할머니의 목소리·45
지금 몇 시죠?·46
매화 몇 송이, 툭·48
배꽃 나무 한 그루·49
통유리 막힌 하늘로·50
신천 떡볶이 2인분·52
I M Father·54
가을·58

3부

몸살·60
홍시·62
성모당 성모님·63
외롭다는 것은·64
비·65
말무덤·66
나, 수평선, 너·68
성애·70
유령 1·72
유령 2·74
가을이 봄에, 낙서·76
저는 어디로 가죠?·78
대화법·80

4부

저들의 입·84
못·85
구스·86
고인 말·88
허기·90
사회적 약자·91
304·92
어느 날의 유서·94
기습전·95
하늘 기지국·98
사람 人·100
걷다·102
바보에게 바보가·104
힘내라는 말·105
친구·106
둑·108

추천사 1·110
추천사 2·113

저자 소개 1

1987년 수원 출생. 대구에서 학교를 마치고, 달구벌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관광활동가로 일했다. 2022년부터 영남일보 시민기자단 활동을 하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10월 21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28*205*20mm
ISBN13
9788966551828

책 속으로

피자마자
우수수 우수수
떨어지는 가녀린 잎들

열흘 째 피고 가는 꿈들은
왜 피었으며,

왜 나는 서성일까?

몽우리 져
한 잎 두 잎 퍼뜨릴 때마다
말로는 못 할 애

인이 박일 만큼 차오른 나는
하늘거리는 그 아래

멍하니 하루쯤
온몸의 관절 풀어줄
꽃비 맞을 테다
---「꽃비」중에서

한 톨 한 톨 달궈진 여름날 해변
누군가에게는 희망, 사랑, 정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소망으로
해지는 줄 모르고 쌓은 모래성

종일 바다와 하늘 가르는 갈매기
찾아들까?

못 보고 지나치는 발에도
저 멀리 밀려올 파도에도
언제 와르르
앗아갈지 모르는 모래성이
하나씩은 있다
---「모래성」중에서

당신 옷깃
발 앞에 떨어지는 잎새처럼

나도 그 곁에 떨며 내리고 싶다.

반년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
당신 눈앞에 띈 게
우연이라 마라

지난봄
연두 잎사귀들에
너의 꿈 실어 보내던
그 한 장일 수 있다.

그것들처럼,
37년 전
울음 터트리지 못하고 온 세상

애타던 모든 날
고이 안겼지만

돌아섰을 때
무너져 내리는,

부르고 싶어도
저만치 가는
엄마의 젊은 날
---「쓰고 싶었던 반성문」중에서

몸살이라 해야 맞겠다.

한 발자국
다른 발자국 지나치면
중심이 흐트러지는 내 가슴에
빠져나가지 않는 그대 있으니

사랑한다 말고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거 같단 말조차
죄스러워 할 수 없는 벙어리

몸살이라 해야 맞겠다.

매일 밤 수십 번
그대 그리워하는 내 존재를 지워달라
그리움 반쪽 초승에게 빌어보지만
해가 오르고 날이 흘러갈수록
밀물처럼 가슴을 치는 그대

마음대로 말할 수 없고
움직일 순 없어도 늘 밝았던 내게

건성건성 지나친
생의 물음을
되던져 주는 그대 있으니

몸살이라 해야 맞겠다.
---「몸살」중에서

넘어질까 다칠까 부끄러움에
떼는 발 보며 걸었던 날들

낯선 거리를 헤매는 것처럼
한번 취하지 않은 자세를
되지 않는다고 막 부려 먹었던 몸으로 서른 넘으니
되었는데 안 되는 자세도 있고
치열한 근육들의 사투로 반나절은 떠는 날 있다

일주일의 하루
벌벌벌 떠는 근육들 풀어주고
머리에다 제 역할들 알아차리게 하면
모든 중심이 아래로 모여 또박또박

걷는다는 것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보다
다리 허벅지 엉덩이 근육들이
인도를 잇는 다리처럼 서로를 위해
버티어 서야 한다는 것을,

걷는다는 것
몸 사용법을 익히는 시간

---「걷다」중에서

출판사 리뷰

살과 살 맞대며
옹알이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순간
꾹 참아왔던 현생의 설움으로 어디로 튈지 모를 그것
비워내지 못한 채 도둑고양이처럼
_「폭풍 전야」 부분

매일 밤 수십 번
그대 그리워하는 내 존재를 지워달라
그리움 반쪽 초승에게 빌어보지만
해가 오르고 날이 흘러갈수록
밀물처럼 가슴을 치는 그대
_「몸살」 부분

이 욕망과 사랑의 감정은 이준희 시인의 시의 뿌리가 의지나 의식에 있지 않고 몸과 마음에 묻혀 있음을 잘 보여준다. 누구나 동등한 존재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결국 한바탕의 몸살로 끝나는 것을 단지 인간적 안타까움으로 볼 필요는 없어 보인다. 시라는 것은 어떤 실패와 좌절에서 그 싹을 내니는 거니까.

울음 이후를 시로 쓰다

한 존재가 자신의 삶을 밀고나가는 일은 그 자신이 가진 욕망과 생명 의지가 일차 동력이지만 그 동력을 꺼지지 않게 하는 것은 그가 처한 환경과 공동체의 역할이다. 특히 행동이나 언어 앞에 높은 장벽이 있는 존재에게는 그를 둘러싼 환경과 공동체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읽어야 이 시집을 전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왜냐면 『쓰고 싶었던 반성문』에는 시인의 가족이 다수 호명되기 때문이다.

돌아섰을 때
무너져 내리는,

부르고 싶어도
저만치 가는

엄마의 젊은 날
_「쓰고 싶었던 반성문」 부분

일단 이준희 시인은 ‘엄마’라는 존재를 자주 부른다. 왜 아닐까. 엄마가 이준희라는 존재의 동력이 꺼지지 않게 해준 가장 큰 버팀목이었을 텐데. 「쓰고 싶었던 반성문」에서 이준희 시인은 자신을 “울음 터트리지 못하고” 왔다고 하거니와 그렇다면 그 울음은 분명 엄마가 대신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시인 자신에게 울음이 없을 리 없다. 이 시집에 실린 대부분의 작품들은 그 울음에서 솟았거나 아니면 울음이 잠시 멈췄을 때 움이 텄다.

새벽녘 부슬부슬 내리는 비
사람들 마음에는 얼마만큼의 비를 가두고 있을까?
비 내리는 날이면
별일 없어도 한바탕 울고 싶다
_「비」 부분

그렇다고 이준희 시인이 내내 울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시인은 그 울음을 딛고 가족 너머의 공동체 문제에도 깊은 열정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 울음의 밭이랑 위에 맑은 서정시를 피우기도 한다. 그래서 이준희 시인의 맑은 서정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배꽃 나무 한 그루」에서 보여준 “배꽃”의 “할머니 수의”로의 변신. 이 변신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이준희 시인이 이번 시집을 통해서 울음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울음이 터지지 않으면 마음에 그늘이 생기고 급기야 검게 병들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내내 울기만 하면 그 또한 난처한 생이 되지만, 이제 이준희 시인은 “배꽃”으로 “할머니 수의”를 만들 줄 알게 되었다.

시인의 말

어릴 적 언어장애로 방바닥에 썼던, 시인이란 꿈은 지금 걸어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하고 싶은 말만 쓰면 되리라 여겼던 시는 산으로 바다 위 뜬구름 같았습니다. 한 해 두 해 지나면서 포기하고도 싶었지만 ‘사는 동안에 무엇이든 해야지’ 쉼 없는 어머니의 기도와 묵묵히 믿어주는 가족들의 응원에 다잡았습니다. 특히 ‘너는 시’라고 단언 해주셨던 詩母 고희림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예상보다 더 느린 성장에도 시를 놓을 수 없었던 것은 시가 하늘에서 내려 준 동아줄 같았기 때문입니다.

장애의 현실 속에 숨 쉬고 있으면서도 늘 웃었던 나날은 거대한 파도가 올 리 없다는 안도감이었을까요? 사람들도 잘 만나고 존재에 대해 타인보다 시간만 더 걸릴 뿐, 긍정적이던 제게 어린 시절 말 하나 못하고 좋은 건 좋다는 식의 지나온 삶의 파편들은 슬픔, 분노를 동반한 태풍이었습니다. 어쩌지 못하는 저의 원망이었고, 어쩌면 죽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여긴 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힘든 1, 2년이란 시간에 부지런히 시에 매달렸습니다. 그랬기에 제 나름대로는 시를 재정립할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단어 나열이 아니라 어느 단어 하나가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시간에 따뜻하게 안아달라는 게 시였습니다.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스스로 밀어내지 못하는 용기는 시를 씀으로써 느리게 느리게 위로 받았습니다. 그리고 위축되었던 제 잠재력과 가능성으로 영남일보 시민기자단에 추천해주신 김호순 심리상담소 소장님(시민기자단 회장님)과, 서홍명 시민기자 전 회장님이 계셨기에 예전 저를 찾았고 꿈의 씨를 뿌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한 분들이 너무 많습니다. 김인숙 교수님, 김미숙 유경예술단 단장님, 부족한 작문 아래 사랑으로 코멘트를 달아주시던 권기홍 선생님, 항상 엄마처럼 제 장애는 아무렇지 않게 보시는 김영재 선생님, 윤필희 선생님 등 저를 보듬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중고교 시절 웃음소리, 걸음걸이도 비슷해 학교 아버지라고 불렸었던 양경규 선생님, 갓 졸업했을 때 ‘니는 니 맘에 실린 짐 내려놓으면 꼭 잘 될 거라’ 하시던 그 말씀이 생생합니다. 곁에 계셨더라면 아직도 꾸지람을 듣고 있었을 제자가 모진 길들을 뚫고 첫 시집을 내었습니다. 너무 그립고 존경합니다. 지난여름, 7, 8년만에 다시 뵈었을 때 이제 시집 내자고 권해주신 김채원 모D 민주시민교육공동체 사무국장님, 꿈에 그리던 첫 시집을 정성스레 출판해 주신 삶창의 황규관 시인님과 직원분들께 두 손 모읍니다. 이 밖에도 제 삶의 온기를 채워주는 모든 인연들에게 앞으로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날씨보다 더 오락가락인 뇌병변이란 제 친구, 어쩜 길게 사랑하는 법을 지금 이 시간에도 배우고, 다른 몸보다 더 험하게 쓰는 몸에게 수고한다고, 감사하다고. 마지막으로 호주 유학 중인 내 동생 혁아! 느린 힝아가 미안하고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힝아가 많이 사랑한다!!

2024년 10월 1일 단골 카페 ‘라일락뜨락 1956’에서.
松? 준희.

추천평

그렇다. 송재의 눈에는 항상 수만 마디의 단어들이 담겨 있고 손끝으로 채 나오지 못한 말들은 눈을 통해 쏟아낸다. 그렇게 쏟아내는 사연들은 또 얼마나 많이 허공에 흩어졌을까. 목적지에 닿지 못하고 허공 속에 사라지던 송재의 주옥같은 사연들이 시집이 되어 허공이 아닌 사람들의 가슴에 새겨진다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 최동우 (우리발달장애인주간활동지원센터 사무국장)
그는 평범한 자신의 일상생활을 압축시켜 몇몇 단어로 심장을 점령해 버리는 놀라운 재주를 갖고 있다. 그의 시 속에 한결같이 자리 잡고 있는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가족(Family : Father and mother I love you)에 대한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끔 주저리주저리 늘어진 문장을 부여잡고 줄여보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를 마주할 때면, 단 몇 줄의 시로 가슴을 훑어 내리게 만드는 그의 재주가 많이 부럽기만 하다. - 김호순 (김호순가족상담연구소장, 영남일보 시민기자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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