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시인의 말 / 5
1부 뽀드득 / 12 첫눈으로 너에게 / 14 말랑말랑 / 15 봄이 오는 소리 / 16 내일을 위한 기도 / 17 노랑지갑 / 18 꽃샘 / 20 육친 / 21 루시가 온다 / 22 젤소미나 / 24 머리를 빗기며 / 26 잠깐 / 28 놀다 / 30 필체의 계보 / 31 전주 / 32 2부 두근두근 방 1 / 34 두근두근 방 2 / 35 아기는 출렁인다 / 36 장마 / 38 그대라는 섬 / 40 서로 / 42 새해를 위한 기도 / 43 지나간 사람 / 45 이불 털기 / 48 아내의 화장대 / 50 골목을 보내며 / 52 옌쓰[燕絲] / 54 내성천 / 56 나와 라이카와 원앙 한 쌍 / 57 너에게 오는 길 / 60 3부 명자가 돌아왔다 / 64 대기의 역사 / 66 젖은 운동화를 신고 / 68 돌아온 별 / 69 퇴적층 / 70 광주 / 72 부표의 집 / 74 후리덤 / 76 메아리 / 78 이사 / 80 항해 / 86 1.5도 / 88 4부 통화 중 / 92 해저에서 / 93 감기지 못한 창 / 94 겨울 인력시장 / 96 악기들 / 97 숨바꼭질 / 98 소녀의 방 / 100 베스트 포토 존 / 102 출렁이는 폭낭 / 104 혈육 / 106 식구들 / 108 감자와 시간 / 110 해설 말랑말랑한 아버지의 세계(노지영) / 111 |
|
사람들은 그것을 돌멩이라고 말했다
나도 그것이 돌멩이라서 돌멩이라고 생각했다 돌멩이는 돌멩이와 다를 게 없었다 돌멩이를 지나갈 뿐이었다 그렇게 돌멩이는 세상 밖에 우두커니 오래도록 박혀 있었다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고 돌멩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그렇게 돌멩이는 돌멩이다워 보였다 아이가 물었다 저것은 뭐야? 돌멩이는 돌멩이야 말하려다 저것은 어쩌면 돌멩이만은 아닐지 몰라 생각하는 순간 돌멩이는 말랑말랑해졌다 아이와 나는 돌멩이를 삶아 나눠 먹었다 --- 「말랑말랑」 중에서 오늘은 아무도 울지 않기로 해요 사랑은 사랑의 맨얼굴로 곁에 서고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기로 해요 그제도 어제도 흘린 눈물 오늘은 아무도 흘리지 말기로 해요 소년의 부르튼 손이 소녀의 손을 잡고 하루치의 밀가루를 들고 돌아오듯 서로를 바라보기로 해요 젊은 아들을 묻고 손주의 저녁밥을 챙기러 가는 노모의 걸음으로 서로에게 돌아가기로 해요 내일은 우리 아무도 죽이지 않기로 해요 내일은 그래서 아무도 아무도 울지 않기로 해요 --- 「종이비행기」 중에서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은 같은 속도다 나는 할머니가 내 심장에 넣어준 박자를 가슴에 기댄 아기에게 넣어주고 있다 할머니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는다 나도 머지않아 지워질 얼굴이지 이 박자는 아기의 바깥까지 따라나설 보폭이다 그러니 아가야 어디서든 누구라도 혼자 두근거리지는 않는단다 --- 「두근두근 방 1」 중에서 버스 창가에 앉은 어린 딸이 내게 기댄 채 잠들었다 저를 모두 올려놓고 돌처럼 고요한 아이 버스는 정체되고 나는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이 경건해진다 우리가 겹치기까지 멀고 먼 시간을 생각하면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우린 잠깐 이토록 눈부시다 --- 「서로」 중에서 떠돌다 돌아온 고향 밤하늘을 바라보다 돌아온 눈이 까끌거린다 빈집에서 혼자 깨어 잠든 동네를 떠돌 때 거울 같은 바다 위에 뜬 별들 눈물에 번져 빛나던 괜찮다 아가 우리 모두 혼자여서 함께 빛나고 있단다 --- 「돌아온 별」 중에서 죽은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잠수부는 아이의 얼굴을 가슴팍에 묻었다 그의 가슴은 산 채로 무덤이 되었다 --- 「해저에서」 중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돌아왔을 때 밭에는 마을 사람들이 쌓여 있었다 이듬해 밭에서는 머리통만 한 감자들이 발굴되었고 움막 안에서 감자를 숨죽여 삼키던 여자들은 감자 같은 아기들을 낳았다 젖을 물리는 동안 백년이 흘러가버렸다 --- 「감자와 시간」 중에서 |
|
새로운 사랑의 발명!
하지만 아무래도 이번 시집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에서 두드러진 서정은 아이에 대한 사랑이다. 어쩌면 김일영 시인은 아이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 새로운 사랑을 발명했는지도 모른다. 밝고 따뜻하고 읽는 이를 까닭 없이 설레게 하는 「봄이 오는 소리」에서 화자는 영락없이 사랑에 빠진 존재로 나타난다. 단발머리 팔랑거리며 친구 만나러 가는 소녀처럼 소녀의 반짝거리는 내일처럼 작은 손에 쥐어진 돌멩이처럼 -「봄이 오는 소리」 부분 위 시에서 시인은 “처럼”이라는 부사의 반복을 통해 독자의 감성에 자신이 느낀 사랑의 감정을 “토닥토닥” 넣어주는 것만 같다. 일단 “처럼”이 주는 음향적 효과도 그렇지만 “처럼”이 본래 역할을 충실히 해 독자에게도 화자가 느낀 사랑의 감정과 비슷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런 청량한 감각은 시인 자신이 청량한 사랑에 빠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감각과는 다른 것이지만 독자는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도 희한한 ‘맑음과 밝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할미 옆에 앉아 손녀는 무심히 노래하네 나뭇잎 배를 흔들던 공기의 방향으로 새잎만큼 돋아나는 말들 -「대기의 역사」 부분 시인이 시의 제목을 대기의 ‘역사’라고 삼은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음미하기 전부터 이 시는 화자의 어머니를 리얼하게 묘사한 다음에 손녀의 ‘무심한 노래’로 곧바로 이행함으로써 할미의 “주름진 웃음”이나 “니가 사 준 잠마가 겁나 커져부렀어야” 같은 지나가는 시간의 어떤 형태들을 미래로 이어주며 소생시켜준다. 그것도 아주 감각적인 방식으로! 김일영 시인의 이번 사랑 시집은, 구체적 감각과 사랑의 서정,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도시에 품은 역사가 묘하게 뒤엉켜 있는 보기 드문 예이다. 시인의 말 고통은 돌멩이들처럼 무수하다. 몇 개라도 주워 눈물로 바꾸는 마술을 하고 싶다. |
|
첫눈을 밟는 듯 설레는 ‘뽀드득’ 소리와 ‘두근두근’대는 아기의 심장 소리는 “울음을 토닥거”려야 들린다. “숨죽이던 울음도/ 아기와 함께 잠이 든다”(「아기는 출렁인다」). “남은 일말의 선량함을 모두 모아” 딸아이의 “머리를 빗기”며(「머리를 빗기며」), “반짝 빛나는 한마디 탄성”을 들려주는 김일영의 시는 아름답고 짧은 시간들에 대한 감사이자 헌사다(「잠깐」). “할머니가 내 심장에 넣 어준 박자를” “가슴에 기댄 아기에게 넣어주”는(「두근두근 방 1」) “토닥토닥과 두근두근은 같은 방이다”(「두근두근 방 2」). 겹쳐지고 안겨 스며드는 김일영의 시는 우리가 이승에서 잠깐 만난 존재들과 포개져 빛나는 순간들에 감사하게 한다.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느라” 잠깐 눈부신 순간, “새잎을 올려둔 고목같 이 경건해”지고 무구해진다(「서로」). - 김해자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