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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7
1장 재회 … 27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115 2장 급변 … 119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228 3장 와해 … 231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300 4장 어둠 … 303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363 5장 결단 … 365 6장 반전 … 415 마지막 장 … 509 2063년 8월 가나가와 현 가마쿠라 시 … 521 |
Takuma Okazaki,おかざき たくま,岡崎 琢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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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로미 교코는 나의 이모다.
20대 후반에 유명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데뷔했고, 내가 말을 트기 시작했을 무렵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치밀한 구성. 군더더기 없이 읽기 쉬운 문체. 페미니즘이나 루키즘, 정신의학 등 시대를 반영한 다양한 주제들. 그리고 진정한 의미를 깨달은 순간 머릿속이 번쩍이는 감각을 맛볼 수 있는 정교한 제목. 무로미 교코의 작품이 갖춘 이 같은 특징은 문단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모가 단순히 잘 팔리는 작가를 넘어서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추앙받게 된 것은 단지 필력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고향 마을을 흐르는 무로미 강에서 따온 성씨에, 본명인 고가 교코의 이름을 가져다가 붙였을 뿐인 단순한 필명과는 달리, 무로미 교코는 공식적으로는 생년월일 이외의 프로필을 완전히 숨기고 얼굴 사진도 일절 공개하지 않는 이른바 ‘복면 작가’로 살았다. 작품만큼이나 수수께끼투성이인 정체에 대해 소문이 소문을 불렀고, 한 매체에서 이모의 얼굴 사진을 한 장 게재했다. 이모는 격분해 그 매체와 절연하기까지 했다. 사진 속 이모가 매우 아름다웠기에 지금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미모의 작가’로 극찬하던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모는 조카인 내가 봐도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은 봄의 따사로움도 여름의 뜨거운 햇살도 아닌 겨울의 혹독한 추위를 연상케 했다. --- pp.11-12 “저는 이 단계에서 대대적인 수정을 해서 출판사나 디자인 사무실에 미움을 받을 걸 각오하고 다시 한번 3교를 읽었습니다. 위화감을 나열한 후 그 이유를 파악하고자 필사적으로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확신에 가까운 하나의 추론을 얻기에 이르렀습니다.” “추론이라 하심은?” 장지문이 흔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리로 데시가와라는 선언했다. “《거울 나라》에는 삭제된 에피소드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열에 들뜬 표정을 짓는 것이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특별한 일인가요?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의 생각이긴 하지만, 작품을 쓰다 보면 일단 쓴 에피소드를 삭제하는 것쯤 자주 있는 일 아닌가요?”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그런 뉘앙스를 남겨두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이모가 작품 속에 삭제된 에피소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해두었다고요?” “네. 맞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삭제하는 편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저는 그걸 지지합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프로 작가로서 의심할 여지 없는 일류였고, 작품에 불필요한 뉘앙스를 남기는 걸 허용할 분이 아니셨죠. 따라서 전 이게 선생님이 독자를 향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가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수수께끼…….” “가령 제 추론이 맞다고 가정하면, 삭제된 에피소드는 무엇일까. 그건 이 세상에 남아 있는가. 만약 남아 있다면 그 에피소드를 보지 않고 《거울 나라》를 출간한다는 건 오랜 세월 선생님과 함께해온 담당 편집자의 직무 유기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현재의 《거울 나라》에는 어떤 에피소드가 빠져 있고, 제 이모에 대한 인식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 그러니까 그 삭제된 에피소드 원고가 남아 있다면 저도 그것을 읽어봤으면 한다. 그런 말씀이신가요?” --- pp.21-22 “왜 그렇게 비굴해졌어? 아까부터 적에게 둘러싸인 것처럼 겁에 질려서 말이야. 전에는 그렇지 않았잖아.” 그래, 나는 비굴해졌구나, 하고 히비키는 생각했다. 그 감정의 근간에는 역시 아이돌 시절의 일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돌을 그만둔 건 자신감이 없어져서였어. 당시, 인터넷에서 욕을 많이 먹었거든.” “누가 뭘 하든 나쁘게 말하는 사람은 있어. 거기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잖아.” “나도 머리로는 이해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상처받지 않는가 하면, 그런 건 아니어서.” “……뭐, 그거야 알지만. 나도 방송을 하다 보면 심한 악플이 달리는 거야 일상다반사니까.” 방송 앱 기능으로 비방 댓글이 표시되지 않게끔 필터링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히비키도 일을 통해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비속어 등을 구사해 무례한 발언을 쏟아내는 시청자나 SNS에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도 있다 --- p.74 “가스미 씨, 잘 들으세요.” 당신은 병이 아닙니다. 히비키는 그렇게 말해주기를 기대했다. 등줄기를 쭉 편 히비키에게 의사는 진단을 내렸다. “가스미 씨는 ‘신체이형장애’로 의심됩니다.” “신체…… 뭐라고요?” 생소한 병명이었기에 히비키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었다. 오다는 반복했다. “신체이형장애입니다. 추형공포증이라고 말하는 편이 알기 쉬울지도 모르겠네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 히비키를 덮쳤다. 추형공포증. 아이돌 시절, 이런 소문을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다. “그 그룹에 있는 아이, 추형공포증이래. 페스티벌 같은 데서는 멀쩡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망가졌다더라.” 그때마다 히비키는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렇게 예쁜 아이가 왜? 자신이 그런 병이라니. 설마. “신체이형장애에 관해 아시나요?” “들은 적은 있어요. ……아니, 잠시만요.” 히비키는 지나치게 동요한 나머지 오다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건 아닌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제 외모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에요.” --- pp.91-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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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삭제된 부분이 있습니다.”
마지막 장이 열리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일본의 애거서 크리스티’로 불리던 미스터리의 여왕 무로미 쿄코, ‘나’의 이모가 죽었다. 마지막까지 이모의 곁을 지킨 나는 저작권을 상속받고 출판사 편집자와 함께 유고 『거울 나라』 출간 작업에 매진한다. 출간을 앞둔 어느 날, 담당 편집자가 원고에 삭제된 부분이 있다는 의혹을 제시하고, 나는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한다. 『거울 나라』는 신체이형장애로 고통받는 주인공 히비키를 비롯해 얼굴에 화상을 입은 사토네, 안면인식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또 다른 인물 등 외모로 삶이 뒤흔들린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모의 젊은 시절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이모를 존경하고 동경해온 나였지만, 『거울 나라』를 읽으며 나는 이모를 조금씩 싫어하게 된다. 생의 마지막 순간, 이모는 왜 이 글을 썼으며 그중 무엇을 지웠을까? 마침내 삭제된 부분을 찾는다면 나는 이모를 사랑하게 될까, 혹은 증오하게 될까. 소설의 도입부에서 작중 인물들이 마주하는 ‘거울’은 ‘외모를 가치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사회적 시선’이라는 단선적인 상징성만을 가진다. 그러나 시대도 배경도 다른, 언뜻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 보이던 두 이야기가 하나의 진실로 수렴하는 순간, 거울의 역할 또한 소설의 토대를 이루고 반전의 장치로 기능하는 등 무한히 확장된다. 작중에서 곧잘 언급되는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원제가 일본 및 한국에서 알려진 제목과 달리 『거울을 통해, 앨리스가 그곳에서 발견한 것(Through the Looking-Glass, and What Alice Found There)』이라는 사실 역시 작가의 의도를 명확히 드러낸다. 앨리스가 마주한 거울 속 세계는 원래 세계와 대칭을 이루면서도 완전히 같지 않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거울 나라』에서는 두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작중 소설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현실 역시 바뀌는 것이다. 거울처럼 서로를 비추는 이중 미스터리 구조는 결말을 향해 갈수록 주제 그 자체가 된다. 『거울 나라』가 단순 액자식 구성이 아닌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세상이야말로 ‘거울 나라’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이름의 디스토피아 『거울 나라』는 근미래(2063년)를 배경으로 이모의 유작을 출간하려는 ‘나’와 과거(20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 『거울 나라』가 교차하며 전개된다. 이야기 속 인물들은 하나같이 외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아이돌로 데뷔할 정도로 외모가 빼어나지만 신체이형장애에 시달리기도 하고, 어린 시절 화재로 얼굴에 화상 흉터가 남은 채 살아가기도 한다. 또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도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룬다. 잃어버린 우정, 자매간의 갈등, 삼각관계 등 인간관계의 갈등과 균열이 섬세하게 그려지는 가운데, 아이돌 산업과 스트리밍 방송 등 현대의 ‘외모 산업’이 이 갈등을 증폭시키는지도 첨예하게 드러난다. 데뷔작인 『커피점 탈레랑의 사건 수첩』과 그 후속 시리즈로 20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베스트셀러 작가로 자리매김한 오카자키 다쿠마가 3년의 집필 끝에 완성한 『거울 나라』는 라이트노벨과 순수문학의 경계에 있던 기존 작품과 다소 결이 다르다. 텍스트의 밀도는 농밀해졌고, 특유의 서정적 문체는 더 깊고 날카로워졌다. 이처럼 스스로를 갈고닦은 이유에 대해 작가는 ‘외모로 인해 고민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며 외모지상주의라는 ‘현대사회의 병(病)’을 정면으로 바라본다. 특히 미래의 화자가 독자에게는 현재에 해당하는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디스토피아라는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세상이야말로 ‘거울 나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