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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공중, 기억의 길이 있다
계절을 잊은 무화과
가곡의 밤
특별한 공생
꿈에서 다짐하다
연인들
이해한다는 것
서로 사랑하여
소소한 일상
만약, 정말 그렇다면
향신료의 바닷길
설해목
세상 읽기
가라, 외로움
가족
길
퍼블섬

제2부

물방울의 혼
쇼팽을 따라간 여인
시월의 가을
그녀의 무언가
보라 튤립
고립의 벽, 그 안에서
행복
길 위에 길을 만들다
고백
매미의 노래, 고전이 되다
눈동자
시간을 걷다
출산의 진통
태풍 속 가자미
세수
도서관에서 여행하다

제3부

폐선
여름 제라늄
가을꽃
해루질
푸른 먹물
그냥 1
그냥 2
그냥 3
밤바다-거제도에서
포레 무언가
화해
낙동강의 여름 한 수
노루귀
길
마냥
봄을 따라가다
미슐랭가이드 북을 잘 읽은 달팽이

4부

설날
강서마을의 아침
요람으로 향하다
강서의 들판에서
바닷길 산책에서
무화과
대구 수성못에서
부산 사람들
내 고향의 토성고개
느리게 가는 시간
벅수
부산 신선대
나의 펜과 종이
습설을 퇴고하다
삼락 생태공원의 봄

5부

약손
마당극-안동 하회마을에서
사람
한낮 흑의 장막
봄비
봄엔 더 그립다
호접란
가을 자두
절망
환기
어느 날의 일기
비 멈춘 그날
탐욕의 제국
우박 소동
입춘, 여기에 있다

해설| 보랏빛 화해(和諧)의 시적 지향-구모룡

저자 소개 1

경남 통영 출생으로 신라대에서 한국어문학 문학박사를 취득, 인제대, 가야대 외래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현재는 신라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사상구보 편집위원, 강서문화원에서 문학강좌를 맡고 있다.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와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산문인협회, 한국창작가곡협회,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주간, 박문하문학상 운영위원을 역임하였다. 부산영호남문인회 회장, 한국바다문학회 부회장, ‘은가람문학’ 발행인이며 부산문학대상, 한국해양문학상, 영호남문학상 대상, 부산여성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
경남 통영 출생으로 신라대에서 한국어문학 문학박사를 취득, 인제대, 가야대 외래교수로 강단에 섰으며 현재는 신라대 평생교육원 외래교수, 사상구보 편집위원, 강서문화원에서 문학강좌를 맡고 있다. 1994년 《한맥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와 부산시인협회 부이사장, 부산문인협회, 한국창작가곡협회, 사상문화예술인협회 부회장, 부산문인협회 주간, 박문하문학상 운영위원을 역임하였다. 부산영호남문인회 회장, 한국바다문학회 부회장, ‘은가람문학’ 발행인이며 부산문학대상, 한국해양문학상, 영호남문학상 대상, 부산여성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으로 『맥놀이』, 『제라늄의 분홍미소』, 『쇼팽을 따라간 여인』 등 10권과 수필집 『해무를 벗기다』, 『베란다』, 학술저서 『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 평론집 『은유의 인문학』, 공저 『언어의 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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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0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35*210*20mm
ISBN13
9791156062912

책 속으로

계절을 가르는
새 떼의 날갯짓에
따뜻한 만남의 길 닿아있다

빙정이 부드러운 털을 반짝이는
구름을 배경 삼아 날아다니며
오묘한 소리 외침으로
눈과 귀를 공중에 빠지게 하는

이때쯤
강물이 반짝이는 것은
만남을 환호하는 갈채이며
가을의 풀밭을 유난히 눈부신 것 또한
갈채의 번짐이라

나는 그 언젠가 공중을 날던 꿈을 꾸어
선물 받았던 풍어의 날들이 있어
해심의 비늘로 달았던 날개
공중에 있다
--- 「공중, 기억의 길이 있다」 중에서

바이올린을 꺼내다 무릎에 현이 닿았다

오래도록 아팠던 것이 닳은 그 자리
잃었던 소리는 현을 더듬더듬

끊어진 줄이 다시 이어지는
그 길, 멀면 얼마나 멀다고
능청스럽게
허공에다 연주하며 살던 삶

마음의 근육은 그렇게 느슨하면서도
긴장하였다는 변명으로
넋두리를 쏟아내는 입술이 붉다

쓸쓸하면서도 기쁜 날
나는 낡은 일기를 꺼내 놓고
조율을 하며
다시 오늘의 일기를 쓰고 있다

구름의 휘장을 젖히자
보아야 보았다고 하던 내 안에 갇힌 것들이
우-루-루 쾅쾅
몸을 비틀고 빠져 나와 소란 후 침묵

청아한 별의 노래가 나를 향하여
오선지 위의 도돌이표가 즐겁게 발을 찍고
있다. 가곡의 밤, 내 안에 돌아와
--- 「가곡의 밤」 중에서

쇼팽을 따라
호기심 많은 시선을 피해
시인 하이네와 선문답을 즐기기 좋은
산책길은
아직 가을이 번잡하지 않은
낙동강 둘레길이다
길 위의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다가
조용조용 독백으로
기억 찾기를 하며
물들이는 붓을 들기 시작하는
그 길 위에서
여민 옷깃을 세우고
길을 옮기려다
“너의 길을 걸어라”
단호하게 말하는 단테를 만나
쇼팽도 버리고 하이네도 버리고
찻집에서
빠른 강물의 소리에
몰입하는 눈빛이 아름답다
“영혼은 물 같다, 바람은 운명 같다”
귀엣말로 속삭이는 괴테의 말에
커피 향기를 음미하던 어깨를
낮추고
시간의 문장들을 꿰맞추며
단조롭지 않은 음악 속으로 안겨든다
--- 「연인들」 중에서

신라대 평생교육원 229호실에서
나는 이층에서 너를 보고
너는 언덕에서 나를 보고 선
목요일 오후 두 시와 네 시 사이
격자무늬가 있는 유리창 밖
너는 바람에 흔들리거나
햇살에도 가만있거나
때론 비에 젖거나
그 변화무쌍한 표정을 자연스럽게
보내는 목요일
나의 시혼은 너에게 스며들어
너처럼 흔들리거나
가만있거나
젖어
나목의 계절에도
푸르렀던 너의 계절을 떠올리며
뼈를 드러낸 꿈을 읽고 기다리는 중이다
--- 「서로 사랑하여」 중에서

토요일 오후
그를 만나고 싶어
빗방울 전주곡을 틀었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창에 빗금을 치며 흐르는
빗방울의 전주곡을 따라
지중해의 섬, 마요르카로 들어가서
그가 사랑한 한 여자가 되어
그의 각혈을 의식하는
오선지 위 고음의 몸부림 속에서
음울한 졸음을 요구하기도 하는
격렬한 소란을 멈췄다
그의 터치에서 톡톡 튀며
빗방울을 건너다니는 환한 웃음을
복사하여
여든여덟 개의 건반을 가지런히
귀에 꽂았다
--- 「쇼팽을 따라간 여인」 중에서

저온을 거친
튤립 구근 넷을 같은 화분에 심고
다른 하나는 따로 심었다

시선은 유독 뾰루지인 듯 나와 있는
그것을 향해 있다가
이른 봄 초급에 불과해 잠재하던
드로잉 솜씨가 발동했다

외따로 심은 화분에 피는 보랏빛에
보랏빛 뿔 슬리퍼가 떠올랐다
아버지가 사다 주신 거기에 발을 담그면
유난히 하얘서
여름방학이 신났던 때가 있다

가끔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 보랏빛에 찍혀 피어나던
나만의 꽃 튤립을
어머니는 칭찬하고 벽에 붙여주셨다

이 봄날에
부모님을 그립게 하는
보라 튤립을 보며 이슬을 닦는다

꽃대와 꽃잎이 여위어 안쓰럽지만
발열이 아니기를 바라며
봄볕으로 더 가까이 향해 앉혔다

--- 「보라튤립」 중에서

추천평

시인에게 시를 만나고 표현하는 일은 삶의 방법이자 과정이다. 이러한 사실은 열 번째 시집을 내는 박미정 시인의 경우에 특히 도드라진 표정이다. 실존의 감각을 말하려는 존재론적 시학이 유난한데 시에 관한 시편(meta-poem)인 「출산의 진통」은 자기의 시법을 “나의 삶 나의 동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낭만주의를 이끈 아우구스트 슐레겔은 “모든 시는 시의 시다”라고 하였다. 먼저 마음에 내재한 시가 있어 이를 언어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시인의 삶은 마음속에 시를 품고서 이를 표출하는 과정인데, 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적지 않아 이를 읽어내려는 “철저한 플롯의 강박”에 사로잡히면서 “서로를 구해내기 위한” 긴장된 수행의 시간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때론 어긋나 멈추고 외면하면서 고독하게 기다리기도 하고 때론 감정을 절제하면서 제대로 된 시를 불러내어 직조하는 일로 분주하기도 하다. 이처럼 「출산의 진통」이 말하고 있듯이 시인은 시를 부르고 서로 환기하며 만나는 “동행”의 삶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또 다른 시편인 「길」은 시인의 시법과 수행을 ‘길’에 비유한다. “길은/늘 열려 있어/누군가가 걷고 싶어 한다면/길을 보여 준다/길을 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마치 시인이 시를 찾아 헤매면/시가 보이는 것처럼/길도 그렇다”라고 진술하듯이 시와 존재의 길이 상통한다. 가깝게는 실존의 수행이고 멀게는 깨달음의 도(道)와 이어진다. - 구모룡 (교수, 문학평론가, 전 한국해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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