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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같은 정원이 있는 집
털 부츠 신은 아이 요런 뻥쟁이 이건 카레 맛이 아니야 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어? 777년 전 이야기 ① 777년 전 이야기 ② 정통 인도식 카레의 맛 오른발이 없는 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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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은편에 있는 칼국수 집 입구로 뛰어가서 반쯤 무너진 집을 쳐다보았다. 퍼붓는 소나기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크고 뚱뚱한 바람이 일어나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보였다.
“와!” 놀라는 사이 희끄무레하기도 하고 거무스레하기도 한 바람이 성큼성큼 걸음을 떼어 저 너머로 사라졌다. 잠시 후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햇빛이 났다. --- p.17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히 물어봤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거지가 밥을 못 먹은 건 당연한 일이다. 밥을 제때 못 먹으니까 거지인 거다. 그런데 거지한테 밥도 안 먹었느냐고 묻다니. 게다가 카레라면 내가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음식이 아닌데. 이제 어쩔 건데? 어떻게 책임질 건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았던 걸까. 거지 아이가 부탁 하나만 들어 달라면서 말했다. --- p.32 “코끼리를 기다리다니, 정말 어이없는 걸 기다리는구나. 난 차라리 개콘을 기다리겠어. 이번 주에는 무슨 이야기가 나오나, 어떤 새 코너가 등장할까, 그런 걸 기대하면서 상상하면 진짜 재미있거든. 그치, 민재야?” --- p.61 “너 지금 망부석 이야기를 나한테 꾸며서 하고 있는 거지? 신라 시대 박제상이라는 사람 이야기 나도 알아. 그 사람 부인이 사랑하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고 말았다는 거.”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었다고? 내가 기다리는 건 하티야, 나의 코끼리.” --- pp.101-1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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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어?
어느 뜨거운 여름날, 열한 살 양배는 수상한 아이와 마주친다. 그 아이는 양배에게 믿지 못할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코끼리와 함께 살다가 헤어졌는데, 700년도 넘게 그 코끼리를 기다리고 있어.’라고. 이 황당한 사연에 양배가 보이는 행동이 인상적이다. 양배는 상대의 말을 믿지 않으면서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아이의 초라한 행색, 안타까운 상황, 아픈 상실감에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양배는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상한 일들을 겪고 평소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마침내 마법 같은 변화를 맞이한다. 집을 뛰쳐나올 때만 해도, 돌처럼 단단했던 양배의 마음에 무언가 비집고 들어오게 된 것이다. 코끼리를 기다릴 수 있도록 정통 인도 카레를 부탁해! 양배는 가족들과 다투고 화가 나서 집을 뛰쳐나왔다. 뜨거운 한여름, 태풍이 올라오고 있는 날이었다. 정신없이 뛰어서 친구 집으로 향하는데, 정원이 멋졌던 집 한 채가 마구 부서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사이 천둥이 치면서 크고 뚱뚱한 바람이 일어서는 걸 목격한다.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자리를 피했는데 이상한 아이와 마주치게 된다. 세수 안 한 까만 얼굴에 구멍 난 옷을 입었고, 무엇보다 갈색 털 부츠를 신었다. 춥고 배고프다며 양배에게 카레를 먹게 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하는데! 양배는 그런 아이가 귀찮고 성가시면서도 완전히 떼어 놓지 못한다. 양배는 기묘한 사연을 품은 이 아이를 위해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아이는 왜 하필이면 양배에게 이런 부탁을 해 온 것일까? 둘 사이에 숨겨진 인연의 고리는 이야기를 보다 흥미진진하고 풍성하게 만든다. 독자를 ‘바람’의 영향력 안에 두는 감각적인 이야기 《코끼리는 내일 온다》를 읽고 있으면 바람의 움직임이 피부에 닿는 착각이 들 만큼 감각적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그만큼 바람은 주요 등장인물로 봐야 할 만큼 존재감이 강하다. 이야기 안에서 돌이 된 아이를 지켜주는 벗이자, 그 아이를 도울 만한 인연을 이끌어 당기는 역할도 한다. 은은하고 섬세하게, 때로는 세상을 뒤집을 만큼 강하게 움직이는 바람은 여러 사건들을 리듬감 있게 만들어 준다. 이처럼 작가는 바람이 그저 부는 대상이 아닌, 부는 데는 뭔가 의도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재미난 상상을 부여해 이야기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