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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역자 해설: 〈개츠비〉처럼 살고 〈닉〉처럼 쓰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연보 |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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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츠비는 내가 대놓고 경멸하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그러나 인간의 성격이란 것이 성공적인 제스처의 연속이라면, 그에게는 뭔가 멋진 게 있었다. 마치 만 5천 킬로미터 밖에서 발생한 지진을 계측하는 저 정교한 지진계에 연결된 것처럼, 그의 내면에는 인생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고도의 감수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그의 이런 감수성은 〈창조적인 기질〉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저 구태의연한 감수성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비상한 재능, 일찍이 어느 누구에게서도 본 적이 없었던, 앞으로 영원히 보지 못할 낭만적인 감수성이었다. 그래, 결국 개츠비가 옳았다. 내가 사람들의 쓰라린 슬픔과 숨 가쁜 환희에 잠시마나 흥미를 잃어버린 이유는 바로 개츠비를 삼켜 버린 것들,그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
--- p.13 세면대에서 시계가 똑딱거리고 바닥에 어지러이 널린 옷을 달빛이 촉촉이 적실 때면, 실을 잣듯 이루 말할 수 없이 화려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몰려드는 졸음이 생생한 장면을 망각으로 에워쌀 때까지, 그는 매일 밤 상상에 무늬를 늘려 나갔다. --- p.135 「그들은 썩어빠진 족속이에요.」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 빌어먹을 족속을 다 합친 것보다 나아요.」 그 말을 해서 나는 지금도 기쁘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게 그에게 해준 유일한 칭찬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점잖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중에는 그 뜻을 이해한 듯 얼굴 가득 밝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가 그에 대한 비밀을 줄곧 간직해 왔다는 듯이. 그의 화려한 분홍색 정장이 하얀 계단을 배경으로 밝은 점이 되었을 때, 석 달 전 처음으로 그의 고풍스러운 저택에 왔던 날 밤이 떠올랐다. 잔디밭과 차도는 그의 부패한 과거를 의심하는 사람들의 얼굴로 붐볐었다…… 그리고 그는 저 계단에 서서 자신의 순결한 꿈을 감춘 채 그들에게 손을 흔들며 작별 인사를 했었다. --- p.205 그리고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래된 미지의 세게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데이지의 선착장 끝에서 빛나는 초록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로움을 떠올려 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까지 먼 길을 왔고, 그의 꿈은 너무나 가까이, 틀림없이 손에 잡힐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는 알지 못했다. 그 꿈이 그가 지나온 곳, 도시 너머 광막한 어둠 속 어딘가, 밤하늘 아래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들이 펼쳐진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개츠비는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물러나는 환희의 미래를 믿었다. 그것은 우리를 피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며,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러면 어느 맑은 날 아침에는. 그래서 우리는 조류를 거슬러 가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 pp.238-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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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선정
정수만을 담아 간결하고 간편하게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시즌 4 열린책들 세계문학에서 꾸준히 사랑받아 온 작품들을 엄선해 선보인 모노 에디션이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세계문학 전집의 정수만을 담아 한층 간결하고 간편한 형태로 펴낸 모노 에디션은 작품 선정에서 책의 장정까지, 덜어 내고 또 덜어 내 고갱이만을 담았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풍성한 목록과 견고한 하드커버 장정으로 독자들과 만나 왔다면 모노 에디션은 엄선한 목록과 가벼운 장정, 8,8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좀 더 친숙하고 쉽게 고전들을 만나는 기회를 열어 준다. 최대한 덜어내되 디자인과 품질에 대한 고민은 깊게 녹여 내 최소한으로도 모자람이 없는 완결성을 추구했다. 현대 단편 문학의 초석을 놓은 체호프의 걸작부터 생의 마지막 불꽃을 그린 다자이 오사무 선집, 선구적인 페미니즘 고전을 쓴 버지니아 울프의 대표 에세이까지, 우리가 사랑하는 세계 문학으로 향하는 가벼운 발걸음, 모노 에디션을 더욱 풍성해진 목록으로 다시 만나자.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요!」 1920년대 〈재즈 시대〉의 충실한 재현, 통속적 사랑 이야기에 맞닿아 있는 〈아메리칸드림〉,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라는 공간적 배경에 담긴 동부와 중서부의 관계……. 어떤 독자들은 〈개츠비〉를 미국 사회에 대한 적확한 예언으로 읽는다. 환희의 시대에 불안을 직시한 예리한 통찰력은 피츠제럴드가 고전 작가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독자들에게 〈개츠비〉는 현실과 환상, 사랑과 사랑, 욕망과 욕망이 맞물린 이 세계에 대한 다분히 통속적인 묘사인 동시에, 술과 파티가 끊임없이 이어진 피츠제럴드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모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개츠비〉는 실제의 사람으로,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 자신으로 끊임없이 재현되며 질문을 던진다. 〈다만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바쁜 자와 피곤한 자가 있을 따름〉이며, 〈새로운 세계, 실체 없이 물질적이며,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마시며 정처 없이 떠도는 세계〉가 〈잿빛 환영처럼〉 다가오는 이 시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