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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바다
최은영최경식 그림
마루비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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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비 어린이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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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할머니는 이상해 / 7
2. 백호의 얼굴 / 19
3. 내 꿈은 선장 / 31
4. 백호는 누나 편 / 45
5. 투표소는 난장판 / 58
6. 총성이 울리다 / 70
7. 백호가 사라졌다 / 86
8. 고작 열두 살인데 / 99
9. 그날, 뒷이야기 / 113
10. 사월, 백호의 바다 / 128
작가의 말 / 140

저자 소개 2

방송 작가로 활동하며 어린이 프로그램을 만들다 동화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2006년 푸른문학상과 황금펜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습니다. 《살아나면 살아난다》로 우리교육 어린이책 작가상을, 《절대딱지》로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쓴 책으로 《멀쩡한 하루》, 《크리에이터가 간다》, 《아주 특별한 책잔치》, 《미운 멸치와 일기장의 비밀》, 《우리 반 갑질 해결사》, 《김 따러 가는 날》, 《귀신 선생과 공부 벌레들》, 《비밀 가족》, 《꿈꾸는 모시와 힙합 삼총사》, 《우리 책 직지의 소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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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최경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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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LG화학에서 해외에 건축 자재를 팔다가 그만두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림책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일본 그림책 강의를 하고 있다. 쓰고 그린 책으로 『파란 분수』, 『꼭꼭 숨었니?』, 『어서 오세요! ㄱㄴㄷ 뷔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아빠, 또 올라갈래요!』, 『아빠, 또 목욕할래요!』, 『걱정 선생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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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80g | 153*220*9mm
ISBN13
9791191917857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출판사 리뷰

1960년에 멈춰진 할머니의 기억

전교 어린이회 부회장에 출마한 수지는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선거운동을 준비 중이다. 때마침 나라에서도 국회의원을 뽑고 있었고 그러느라 집 밖에서는 연신 후보들의 유세 차량에서 들려오는 구호 소리가 넘쳐난다. 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구호소리만 들릴 뿐 무엇을 열심히 하겠다는 공약은 온데간데없다.

“도대체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걸까?”
수지가 중얼거렸다.
“공약이 뭔지 하나라도 제대로 알려 줘야 하는 것 아니야?”
서윤도 말을 붙였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본문 12쪽

수지는 다시 분위기를 다잡고 선거운동 연습을 시작하지만 갑자기 병원에 가셨던 할머니가 들이닥쳐 다짜고짜 화를 내며 수지와 친구들이 애써 만들어놓은 선거 때 사용할 손피켓을 구기며 달려드신다. 영문도 모르는 수지는 그런 할머니가 원망스럽다.

“할머니가 왜 저러시는지 궁금해?”
이모할머니가 물었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수지가 씩씩거리며 이모할머니를 보았다. 이모할머니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본문 17쪽

집안의 희망, 백호

1960년 열다섯 살이던 수지의 할머니, 백금은 바다가 훤히 보이는 마산에서 살았다. 백금이 다니던 중학교에선 학생들을 집권당의 자유당 선거유세장에 동원하거나 그 반대당인 자유당 후보의 선거를 방해하는 행사에 나가게 했다. 모범생이면서 공부를 좋아하던 백금은 그런 학교의 지시에 불만이 많았지만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벌이 주어져 참을 수밖에 없었다. 백금은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들한테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잘못한 일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 입장을 알려야 한다는 마음으로 학생회 선거에 출마한다.

“공약은 또 뭐야?”
백금의 입에서는 연신 낯선 단어들만 나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할 건지, 미리 약속하는 거야. 우리 학교 학생들은 그 약속을 보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약속을 하는 사람에게 투표를 하는 거지.”
“우와, 멋지다!”
백호가 엄지손가락을 번쩍 들었다. -본문 48쪽

백금의 아버지는 집안의 장남인 백호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컸다. 그래서 백호가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가기를 원하셨다. 하지만 정작 백호는 자신보다 누나 백금이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누나가 하는 일은 뭐든 믿고 따랐다. 누나가 학교 부회장 선거에 나가는 것도 아버지가 모르게 하기 위해 누나 대신 선거 공약에 사용할 먹물과 종이를 사가기로 약속한다.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백호는 학교를 마치고 바로 화방이 있는 마산시청 쪽으로 가던 중 거리에 쏟아져 나온 부정선거를 반대하는 시민들 속에 휩쓸리게 된다.

“부정선거 더는 두고 볼 수 없습니다!”
쨍한 소리가 사람들 사이에서 솟구쳤다.
“민주당은 오늘의 선거를 거부합니다!”
“선거의 기본은 비밀투표입니다. 그런데 몇 번을 찍었는지 세 명씩, 다섯 명씩 조를 짜서 서로 확인을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본문 65쪽

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모여들고 그러자 몽둥이를 든 반공청년단이라는 사람들이 몰려와 시민들을 때리고 위협한다.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쓰러지고 싸우고 순식간에 투표소는 난장판이 되고 만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백호는 누나와 약속한 종이와 먹물을 사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어린 초등학생의 몸으로는 밀려오는 인파를 헤치고 가기에는 힘들기만 하다.

총성이 울리다

학교에 남아 마지막으로 선거공약을 점검 중이던 백금은 대통령 선거가 중단되었다는 소식에 친구들과 함께 마산시청으로 몰려가는데 바로 그 순간 자기 대신 화방에 가고 있을 백호가 떠오른다.

“백호!”
백금이 머릿속에 전선 하나가 뚝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따 큰 종이랑 먹물 사다가 영주 누나네 갖다 놓기!”
등굣길에 백호는 다짐하듯 백금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 백호는 마산시청 앞에 있을 거였다. 백호는 내뱉은 말은 꼭 지키는 아이였다.
“우리도 가 보자!”
백호 때문이 아니더라도 백금은 시청 앞에 가야 할 것 같았다. -본문73쪽

백금이 도착했을 땐, 화방의 문은 이미 굳게 닫힌 채였고 그곳 역시 몰려나온 사람들로 인해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다. 처음엔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대부분이었던 시위는 점점 더 시민들이 가세하면서 백호를 찾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진다. 백금은 그저 백호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기만을 바라며 시위에 동참한다.

“부정선거를 즉각 중단시키세요. 민주투표를 실시하게 해 주세요!”
사람들의 소리가 왕왕거렸다. 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들리지 않았다.
“길을 비켜라!”
“우리를 막지 말아라!”
사람들이 목청을 높였다. 그때였다.
탕! 탕! 탕!
총성이 울렸다. -본문 84쪽

백호는 그날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백호가 발견된 건 마산도립병원. 온몸이 멍으로 뒤덮인 채 백호는 핏빛으로 물든 하얀 천에 싸여 죽어가고 있었다.

“총을 맞다니! 이제 고작 열두 살인데 누가 얘한테 총을 쏘노?”
아버지가 성난 소리로 물었다. 고등학생은 고개를 푹 숙였다. 고등학생의 옷과 손도 피로 범벅이었다.
“백호야!”
백금이 백호의 어깨를 잡았다. 백호가 한쪽 눈을 갸름하게 떴다.
“누…… 미안…….”
백호는 말을 잇지 못했다. -본문 104쪽

달라지지 않은 세상, 또다시 일어난 국민들

열두 살 아이가 경찰에 쏜 총에 숨을 거두었지만 세상은 달라진 게 없었다. 선거는 자유당의 승리로 끝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팔십이 훌쩍 넘은 할아버지는 다시 대통령이 되었다. 부정선거를 외친 시민들을 공산당으로 몰았으며 그날 백호처럼 사라져서 끝내 돌아오지 않는 아이도 있었다. 이에 사람들은 다시 일어났다.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지!”
백금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영주가 덥석 백금의 손을 잡았다.
“실종된 학생도 찾아야 해!”
“선거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려야 해!”
아이들의 목청이 한 겹 한 겹 쌓였다. -본문 112쪽

사라졌다는 아이는 백호와 마찬가지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참혹한 시신으로 마산 중앙부두에서 떠올랐다. 아이의 참혹한 모습은 마산을 넘어 신문기사를 타고 전국으로 번졌고 마침내 서울에 있는 대학생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그러자 정부는 또 다시 경찰을 시켜 학생들에게 마구 총을 쐈고 수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었다. 시위는 점점 확산되었고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나라에선 계엄령을 내려 저지에 나섰지만 국민들은 이에 굴복하지 않고 대통령 하야를 외쳤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되던 날 마침내 대통령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4.19 혁명은 이렇게 국민 모두의 힘으로 얻어낸 승리의 결과였다.

다시 돌아온 사월, 그리고 우리가 사는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그 후로도 혼란을 거듭하더니 부정선거를 몰아내기 위해 그렇게 많은 희생을 치러 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도 거치지 않은 채로 갑자기 군인이 군부대를 이끌고 나타나 자신이 나랏일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 군인 아저씨는 국민들이 뽑은 거야?”
순금이 다시 물었다. 순금도 작년에 있었던 부정선거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백금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군인 아저씨가 그냥 대통령을 해도 돼?”
순금의 질문은 야무졌다. 꼭 백호를 보는 것만 같았다. 백금은 가슴이 답답했다. -본문 137쪽

그럴수록 백금은 다짐했다.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못하면 잘하라고 혼을 내 주리라고. 그것이 바로 백호 같은 희생자가 또다시 이 세상에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이라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백호에게도 또 여러 희생자에게도 너무 미안할 거라고. 백금은 너울거리는 사월의 바다를 바라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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