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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꼽추 가뭄 거북이 겨울새 쥐 호랑이 바퀴벌레는 진화 중 닭 유리에게 서른 살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얼굴 밥 생각 틈 멸치 구로공단 역의 병아리들 울음 사진 속의 한 아프리카 아이 1 너는 없다 바람 부는 날의 시 우주인 다리 저는 사람 닭살 맨발 그는 새보다도 적게 땅을 밟는다 얼룩 계란 프라이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 소 직선과 원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황토색 머리 깎는 시간 그루터기 벽 전자레인지 귤 어떻게 기억해 냈을까 삼겹살 봄 슬픈 얼굴 책 읽으며 졸기 커다란 플라타너스 앞에서 거품 오늘의 특선 요리 울음 2 손톱 구직 모녀 금단증상 고속도로 4 생명보험 키스 김기택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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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끄자
풀 벌 레 소 리 어둠과 함께 방 안 가득 들어온다 어둠 속에 들으니 벌레 소리들 환하다 별빛이 묻어 더 낭랑하다 귀뚜라미나 여치 같은 큰 울음 사이에는 너무 작아 들리지 않는 소리도 있다 그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한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들이 드나드는 까맣고 좁은 통로들을 생각한다 그 통로의 끝에 두근거리며 매달린 여린 마음들을 생각한다 발뒤꿈치처럼 두꺼운 내 귀에 부딪쳤다가 되돌아간 소리들을 생각한다 브라운관이 뿜어낸 현란한 빛이 내 눈과 귀를 두껍게 채우는 동안 그 울음소리들은 수없이 나에게 왔다가 너무 단단한 벽에 놀라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루살이들처럼 전등에 부딪쳤다가 바닥에 새카맣게 떨어졌을 것이다 크게 밤공기 들이쉬니 허파 속으로 그 소리들이 들어온다 허파도 별빛이 묻어 조금은 환해진다 ---「풀벌레들의 작은 귀를 생각함」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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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의 시대를 연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을 출간합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손으로 직접 써서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을 엄선해 만든 시집입니다. 시인과 독자가 시심을 주고받으며 공유하는 시집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현재 한국 시단의 움직임을 주도하는, 한국의 대표적 시인들이 자신의 대표시를 손수 골라 펜으로 한 자 한 자 정성 들여 눌러 쓴 시집들입니다. 그 가운데는 이미 작고하셔서 유필이 된 김춘수, 김영태, 정공채, 박명용 시인의 시집도 있습니다. 시인들조차 대부분이 원고를 컴퓨터로 작성하는 현실에서 시인들의 글씨를 통해 시를 보여 주려고 하는 것은, 시인들의 영혼이 담긴 글씨에서 시를 쓰는 과정에서의 시인의 고뇌, 땀과 노력을 더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생활에서 점점 멀어져 가는 시를 다시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시는 어렵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함으로써 “시의 시대는 갔다”는 비관론을 떨치고 새로운 ‘시의 시대’를 열고자 합니다. 시인이 직접 골라 손으로 쓴 시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들이 지금까지 쓴 자신의 시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들을 골라 A4용지에 손으로 직접 썼습니다. 말하자면 시인의 시선집입니다. 어떤 시인은 만년필로, 어떤 시인은 볼펜으로, 어떤 시인은 붓으로, 또 어떤 시인은 연필로 썼습니다. 시에 그림을 그려 넣기도 했습니다. 시인들의 글씨는 천차만별입니다. 또박또박한 글씨, 삐뚤빼뚤한 글씨, 기러기가 날아가듯 흘린 글씨, 동글동글한 글씨, 길쭉길쭉한 글씨, 깨알 같은 글씨… 온갖 글씨들이 다 있습니다. 그 글씨에는 멋있고 잘 쓴 글씨, 못나고 보기 싫은 글씨라는 구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인들의 혼이고 마음이고 시심이고 일생입니다. 시인들은 육필시집을 출간하는 소회를 책머리에 역시 육필로 적었습니다. 육필시집을 마치 자신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시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국 대표 시인의 육필시집은 시인이 쓴 육필을 최대한 살린다는 것을 디자인 콘셉트로 삼았습니다. 시인의 육필 이외에 그 어떤 장식도 없습니다. 틀리게 쓴 글씨를 고친 흔적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간혹 알아보기 힘든 글씨들이 있는데, 독자들이 이를 찾아볼 수 있도록 맞은편 페이지에 활자를 함께 넣어 주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