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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004
진주 리폼 · 009 래퍼 · 033 중독 · 061 회나무로 · 081 엠 · 105 셈 · 127 연말이니까 · 149 이렇게 산다 · 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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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없어. 혼자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혼잣말을 자주 했다. 오늘은 그 조그마한 쇳덩이를 꼭 찾고야 말겠어. 어제 한 번 바닥을 훑었지만 찾지 못했다. 오늘 해야 할 급한 일이 끝났으니 이제 선반을 샅샅이 털 작정이다. 일단 그 옷이 있던 칸부터 시작해 밑으로 훑었다. 바닥에 신문지를 깔았다. 없구나. 없어. 그 아래 칸을 뒤졌다. 소매를 줄이면서 소매에 박혀 있던 조그만 명품 로고가 새겨진 쇳조각을 잃어버린 것이 나를 이렇게 성가시게 했다. 어제, 박경옥이 와서 소리 질렀다.
몰랐다니 말이 돼? 로고가 빠지면 그게 뭐야,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게 이 옷의 생명인데 어디 갔냐고. 일을 이따위로 하다니 프로 맞아? 그녀는 가볍고 얄팍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평소에 언니 동생하며 지냈기에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더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재봉으로 먹고 산 지가 삼십 년이 넘었는데 프로 운운하다니. 다그치는 그녀의 눈길에선 갑의 오만함이 묻어났다. 을인 나는 그 조각 찾자고 3평 가게의 백 벌이 넘는 옷을 일일이 다 털어내고 바닥을 손으로 훑었다. 선반에 마지막으로 놓인 바지를 들었을 때 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너, 이제 잡았다. 얼른 선반 밑을 더듬었다. 악. 핀이 손가락을 찔렀다. 기어이 피를 보는군. 찔린 손을 빨며 다른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다. 귀하신 쇳조각이 손에 잡혔다. 휴, 더럽고 치사하고 아니꼬운 것아, 그렇게 숨으면 값이 더 올라가니? 라고 중얼거리며 쇳덩이를 핀 통에 던졌다. 3평 속에 살고 있는 인간의 흔적이 너무나도 많았다. 오늘은 십육 년을 살다 간 아이의 생일이었다. 살아 있다면 남자친구도 있을 스물여섯. 내 마음속에 남은 아이의 흔적은 너무나도 많은데 훑어도 만져지지 않았다. 그 흔적들은 닦아도 없어지지 않으며 세월이 가도 낡아지지 않고 피를 흘렸다. --- 「진주 리폼」 중에서 나는 쉽사리 이곳, 광장으로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노란 물결이 휘몰아칠 때조차도. 랩을 부르며 아들이 매일 광화문으로 갈 때도 나는 그곳에서는 도대체 웃을 수 없기에 발을 들일 수 없었다. 탄핵을 위해 간다는 아들에게 죽을 수도 있다고 말렸지만 아들은 듣지 않았다. 아들이 문을 박차고 가버린 후 난 두려웠다. 광장에서는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그날 이후 난 내가 서 있었던 곳과는 반대되는 곳을 향해 달렸고 그 반대편 끝에서 가만히 숨죽이고 있었다. 이제, 아들의 발자취를 따라 나는 어느새 이유 있는 함성이 가득한 곳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만일을 대비해 광장에서 아들을 지켜야 했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다시 걸었다. 광장 위로 방송국이 띄워놓은 드론을 향해 사람들이 손을 흔들었다. 탄핵이라는 종이를 자랑스럽게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하야라는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선 아이의 사진을 찍는 엄마. 모두들 사진을 찍는 사람을 피해 앞으로 전진했다. 나도 전진했다. 이순신 동상이 보였다. 광장의 중심. 커다란 대형 화면에는 촛불을 들고 수많은 사람이 웃으며 즐겁고, 때론 진지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비쳤다. 차갑게 굳어있던 마음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용서가, 자유가, 너와 나, 우리가 들어찼다. --- 「래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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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단편소설은 각각 그 주제를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비일상적인 의미를 담아내는 서사 전략을 구사한다. 바꿔 말하면 작가는 이야기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냉철한 인식에 의해 삶의 비의를 천착한다.
예각적이고 문제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사건들 속에서 남겨진 자들의 상실과 아픔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를 사실적이면서도 과단순화된 문체로 형상화하여 독자에게 보여준다. 한 언론사가 주관하는 문학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단편소설 「진주 리폼」은 학교 내 폭력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가 옷 수선집을 운영하면서 상실의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감정의 거리두기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이렇듯 작가는 자신의 욕망에 집착하다 좌절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보다는 그들 뒤에 남겨진 자들이 겪는 슬픔과 고통에 주목한다. 작가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조동선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