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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금욕적인 사창가 어른 어른 그리고 어른 male 300,000m 탐미 수음 틸라푸쉬 기항 소녀들 스캔들 15세 키스 월요일 오전 11시 매춘부의 사생활 2부 에어포트 오버 더 호라이즌 렌트 캐리어 철의 역사 스윙 스윙 그리고 스윙 스윙 스윙 그리고 당신 행과 불행의 무덤들 폭풍의 언덕 드라마 쇼케이스 출항기 리허설 3부 대륙횡단특급 1 대륙횡단특급 2 대륙횡단특급 3 대륙횡단특급 4 대륙횡단특급 5 행성횡단특급 1 행성횡단특급 2 행성횡단특급 3 행성횡단특급 4 행성횡단특급 5 4부 마더 수평선 캠트레일 노르망디 펌핑 허밍 허블 연인들 구름의 열병식 저녁의 기원 피오르 THE END 해설 |
조동범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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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버려진 콘돔과, 무감각한 당신의 마지막 자세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어느덧 오전 6시는 밝아오는가.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고개를 돌려, 남자가 빠져나간 자리의 텅 빈 허공을 감각한다. 바람이 불어오면 그곳에서, 휘파람은 오래전의 유적처럼 흐느끼고 있구나. 어느덧 오전 6시는 다가오고, 거룩하고 성스럽게 아침은, 여전한 어둠을 웅성거린다. 당신의 절정은 언제나 절제되어 있으며, 당신의 어제는 금욕적인 휴일 오전을 예비하며 무감각한 절망에 침묵할 뿐이다. 버려진 콘돔으로부터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비릿한 절정의, 마지막 순간을 반추한다. 느리게 발기되는 성기처럼, 휴일 오전은 쉽게 도래하지 않는다. 정체된 고속도로마다 휴일 오전의 지리멸렬은 시작되고, 당신의 마지막 자세로부터, 열린 창문과 흔들리는 커튼은 이윽고 나른한 오전을 배회하고 싶어진다. 그것은 금욕적인 휴일 오전이고,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금욕적인 모든 관계와 피크닉을 상상한다. 휴일 오전마다의 피크닉은 찬란한 하늘과 금욕적인 해안선의 한 끼 식사를 마련할 것이다. 신파처럼 한 모금의 담배는 피어오르는가. 당신의 마지막 자세만이 침대 위에서 고요히 울음을 터뜨리고 있구나. 그것은 아침상의 생선구이처럼, 혹은 미역국처럼, 그리고 흰쌀밥처럼 홀로 그곳에 남겨진다. 지리멸렬처럼 놓인 수건을 마지막으로 금욕적인 휴일 오전은 비롯될 것이다.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금욕적인 휴일 오전을 위해 바쳐지고, 그것은 비릿한 콘돔이거나 생선구이, 혹은 미역국, 그리고 흰쌀밥.
---「금욕적인 사창가」 전문 당신과 나의 혀가 맞닿으며 오래된 추억은 회고됩니다. 그리하여 파도는 밀려오고, 우리의 파국은 쉽게 감지되지 않습니다. 해변으로부터, 불온한 피를 뚝뚝 흘리는 시신들이 걸어 나오면, 바다의 농도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당신과 나의 발목에는 피의 문양이 음각되고, 물러설 수 없는 사랑의 파국을 떠올리며 우리의 혀는 감지할 수 없는 어느 지점을 탐닉합니다. 불길함에 발을 담근, 당신의 얼굴은 오래전에 인화된 흑백사진처럼 천천히 사라지지만, 나는 곧 당신이고, 당신의 황폐한 내력을 여전히 나는 서성입니다. 석양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고, 헤어진 연인들처럼 우리는 눈물을 흘립니다. 해변의 석양을 배경으로 나누던 키스는 오래지 않아 소멸에 이를 것이지만, 최선을 다해 우리의 키스는 사랑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나의 혀가 당신의 혀로 전이될 때, 당신의 절정이 나의 절정으로 환원될 때, 당신은 오래전에 헤어진 애인을 떠올리며 파멸에 이른 오르가슴을 소환합니다. 사랑은 충만하고, 우리의 키스는 입안 가득 말라가며 희미해지는 순간을 더듬습니다. 당신과 키스를 나누며 나는 숨조차 쉬지 못하고, 몸 안의 산소가 희박해지며 새로운 세계는 펼쳐집니다. 당신의 숨과 나의 숨이 맞닿으며, 우리는 기억나지 않는 전생을 영원토록 잊지 못합니다. 전생을 생각하면 언제나 눈물이 난다고, 당신은 속삭입니다. 당신의 혀가 나의 혀를 휘감고, 오래도록 우기雨期는 끝나지 않습니다. 수평선을 위무 慰撫하며 적란운은 피어오릅니다. 해변에는 온몸의 피가 빠져나간, 맑고 투명한 시신들이 명징하게 떠오릅니다. 바다는 이해할 수 없는 피의 문양으로 가득 불길하고, 우리는 키스를 나누며 그 해변을 오래도록, 첨벙첨벙 서성입니다. ---「키스」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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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지평선 안으로 사라진 당신과의 만남
조동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금욕적인 사창가』가 문예중앙에서 출간됐다. 2002년 문학동네신인상을 거머쥐며 문단에 나와 시와 평론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동범 시인은 그동안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불모성과 황폐함을 드러내는 시편들을 발표하며 시단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두 번째 시집 『카니발』은 도시 생태학적 관점으로 자본과 속도의 문제를 탐구하면서 불길한 죽음 의식과 팽팽히 대결하고 있다는 평을 받으며 제4회 김춘수시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당신’과 ‘나’의 만남을 통해 ‘파국’을 예감하거나 반추하는 낱낱의 작품들이 퍼즐 조각들처럼 수록되어 있다. 표제작인 「금욕적인 사창가」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브라사이의 작품에서 제목을 가져온 것인데, ‘파국’적 풍경을 효과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당신은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다. 버려진 콘돔과 무감각한 당신의 마지막 자세가, 물끄러미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당신의 절정은 언제나 절제되어 있으며, 당신의 어제는 금욕적인 휴일 오전을 예비하며 무감각한 절망에 침묵할 뿐이다……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금욕적인 모든 관계와 피크닉을 상상한다……신파처럼 한 모금의 담배는 피어오르는가. 당신의 마지막 자세는 침대 위에서 고요히 울음을 터뜨리고 있구나.” ―「금욕적인 사창가」 부분 돈으로 성을 사고파는 사창가는 물질문명의 파국, (성)노동을 마치고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당신과 당신의 절제된 절정은 물질문명의 파국에 의한 인간성의 파국, 당신이 당신의 자세와 분리된 건 주체의 파국을 뜻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은 조동범 시인의 이전 작품들과 이번 시집에 수록된 작품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이어지는 작품들에서 중요한 것은 ‘당신’과 ‘나’의 관계이다. ‘당신’은 언제나 ‘이국의 당신’이다. 당신이 ‘나’에게 이국의 당신이므로 ‘나’ 역시 당신에겐 머나먼 존재이다. ‘당신’과 ‘나’의 경계는 “사건의 지평선”(「male」)이다. 사건의 지평선을 통과한 것들은 다시 이쪽으로 돌아올 수 없다. 당신이 기억하고 있는 “서사”(「소녀들」)가 그렇다. 서사는 ‘파국의 서사’이다. 파국을 돌이킬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건의 지평선 이쪽과 저쪽에 있는 ‘당신’과 ‘나’가 만나서 접촉할 수 있는 것일까. 작품 하나하나가 영화의 숏처럼 구성된 시집의 특징상 낱낱의 작품에 제시된 정보를 상호 보완하며 읽을 때 시인이 ‘이국의 향초’라는 장치를 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국의 향초는 시차를 태우며 과거나 미래, 혹은 호명할 수 없는 것들을 홀연히 회고한다.” (「캐리어」) 엄청난 시차를 태운 ‘당신’과 ‘나’의 만남은 다른 시공간에 속한 존재들의 만남이다. ‘당신’은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이미 경험하였고, ‘나’는 ‘당신’에게 기대어 당신과의 관계를 통해 세계를 재구성한다. 우주로 확장되는 파국의 세계관 사건의 지평선을 넘나드는 ‘당신’과 ‘나’의 만남은 가랑이진 ‘나’로부터 빠져나가는 ‘당신’의 사라짐으로 끝난다. “당신은 가랑이진 나로부터 어른 어른, 공명음처럼 텅 비고 유령처럼 사라”지고(「어른 어른 그리고 어른」), “이국의 처녀들은 하나둘 옷을 벗고 가랑이진 밤을 흐느”끼는 것이다.(「출항기」) 당신의 사라짐은 ‘나와 당신’의 파국이자 ‘나’가 당신에게 의존하여 구성한 세계의 파국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곳의 문제. 시집에서는 당신과 세계의 공백을 해결하고자 이국의 공간에서 대륙횡단으로, 대륙횡단에서 행성횡단으로 시적 공간을 점차 넓혀나가며 끝없는 서사의 끝을 찾아간다. 세계의 끝으로 기차는 출발했어요. 극점을 향해 나침반은 단호했고요. 그러나 어쩌면 세계의 끝은 존재하지 않아요. 세계의 끝에는 무너진 애초와 죽어버린 부모들의 폐허가 담담했고요. 유폐된 기차를 타면 언제나 세이렌의 노래가 들려왔어요. 세계의 끝에는요. 아무도 찾지 않는 극점만이 쓸쓸하고요. 세계의 끝으로 가는 기차의 철로는 황폐한 소멸만을 기록하고 있어요. 극지로부터 이제는 세이렌의 노래조차 들려오지 않아요. 세이렌의 노래조차 들려오지 않으므로 세계의 마지막과 비극은 영원토록 끝이 없어요. 나침반은 극지를 가리키며 서글프고요. 침엽수림의 끝으로부터 치명致命처럼 세계는 소멸에 이르고 있어요. ―「대륙횡단특급 3」 부분 해설을 쓴 신동옥 시인의 말을 정리하면 이 여행은 불가능한 완결을 꿈꾸는 로드 무비이고, 로드 무비가 꿈꾸는 종착지는 바로 유토피아이며, 유토피아는 이곳에 없는 장소라는 뜻이다. 이곳에 없기 때문에 유토피아를 지향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유토피아가 있다면 그곳은 가능성의 파국이다. 역으로 말하면 현실의 파국은 가능성의 유토피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인은 김춘수시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의 시가 일상성의 무의미한 파국에 함몰될까 언제나 두려웠고 그것을 피하고자 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이 야심차고 집요하게 구축한 파국의 세계는 파국을 경계한 시인의 역발상적 상상력이 극대화된 세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시인의 말 세 번째 시집을 묶는다. 늙지 않는 마녀처럼, 혹은 뱀파이어처럼, 나의 시가 영원한 젊음일 수 있기를 소망하며 |